-9월 3일 심장마비로 세상 떠난 정재홍, 빠르면 2주 뒤 부검 결과 나와

-SK “정재홍, 누구보다 다음 시즌 성실히 준비했던 선수”

-엠스플 현장 취재 “정재홍 병원 입원 후, 주사 맞거나 투여된 약물 없었다”

-“어릴 적 천식 앓은 적 있지만, 청소년 시절부터 완치”

-정재홍 '5인실' 입원 “천식으로 심장마비 왔으면 주변 환자들이 빠르게 의료진 불렀을 것

9월 3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서울 SK 나이츠 정재홍(사진 오른쪽)(사진=KBL)
9월 3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서울 SK 나이츠 정재홍(사진 오른쪽)(사진=KBL)

[엠스플뉴스]

손목 부상 전까지 몸 상태엔 문제가 없었다.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다가올 시즌을 준비했다. 내년 봄엔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을 예정이었다.

그렇다고 지병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어릴 적 천식으로 고생한 기억이 있지만, 농구를 시작하면서 완치됐다.

고(故) 정재홍이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지 일주일. 5일 이뤄진 부검 결과는 최소 2주에서 한 달이 지나야 알 수 있다.

고 정재홍의 소속팀인 서울 SK 나이츠 관계자는 아직도 (정)재홍이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모든 동료가 침통한 심경이다. 무엇보다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없어 답답할 뿐이라며 고갤 떨궜다.

다가올 시즌 준비에 남다른 열성 보였던 고 정재홍

팬 서비스가 남다른 선수로 유명했던 고 정재홍(사진 왼쪽)(사진=KBL)
팬 서비스가 남다른 선수로 유명했던 고 정재홍(사진 왼쪽)(사진=KBL)

고 정재홍은 2008년 KBL(한국프로농구) 신인선수 드래프트 6순위로 대구 오리온스(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의 전신)의 지명을 받고서 프로에 데뷔했다.

입단 2년 차 때부턴 빠른 발과 드리블의 강점을 살려 주전급 식스맨으로 활약했다. 2015-2016시즌엔 주축 선수로 뛰진 못했지만, 데뷔 첫 챔피언 등극의 기쁨을 맛봤다.

2017-2018시즌을 앞두고선 FA 자격을 취득해 서울 SK 나이츠와 3년 계약(보수 총액 2억 2천 3백만 원)을 맺었다. SK는 정재홍의 실력과 함께 농구 열정에 높은 점수를 줬다. 정재홍은 2015년 여름 자비로 미국 LA로 건너가 스킬 트레이닝을 받고 왔다. 지금처럼 스킬 트레이닝이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다.

SK 문경은 감독은 재홍이는 농구를 진정으로 사랑한 선수였다출전 시간이 적거나 엔트리에서 빠진 날에도 밝은 얼굴로 팀을 응원하던 친구라고 회상했다.

정재홍은 SK 유니폼을 입은 첫 시즌(2017-2018)에 생애 두 번째 챔피언 반지를 꼈다. 주전 선수로 많은 시간 코트를 누빈 건 아니었다. 그러나 코트 안팎에서 활력을 불어넣으며 팀의 18년 만의 우승에 일조했다. 정재홍의 KBL 통산 기록은 331경기 출전, 평균 3.6득점, 1.8어시스트, 1.0리바운드다.

팀 동료 전태풍은 어느 팀에서든 제 역할을 한 선수라고 정재홍을 떠올린 뒤 성격이 아주 좋아 따르는 사람이 많았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이어 한국과는 다른 미국 문화를 잘 이해해준 선수였다. 마음이 넉넉해 옆에 있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든 친구였다. 세상을 떠나기 전날까지만 해도 나와 농담을 주고받았다며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정재홍은 2019-2020시즌 준비에 남다른 열성을 보였다. 지난 시즌 부진을 만회하고자 마음 때문이었다. 정재홍은 2018-2019시즌 정규리그 54경기 가운데 28경기에만 뛰었다. 평균 출전 시간도 7분 35초로, 프로 데뷔 이후 가장 적었다. SK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고인을 회고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시즌 재홍이 본인뿐 아니라 팀도 아쉬운 성적(정규리그 9위)을 냈어요. 부진을 꼭 만회하겠다는 의지가 정말 강했습니다. 팀원들을 이끌어야 하는 고참 선수가 되면서 코트 안팎에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 역시 강했던 친구에요.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선수였는데...이제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정말 믿기지가 않습니다.

고 정재홍, 천식 앓은 적 있으나 청소년기 이후론 전혀 문제 없어. 정재홍 '5인실'에 입원해 있어 천식 증상이 심했다면 주변 환자들이 알았을 것

정재홍이 입원했던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정재홍이 입원했던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고 정재홍은 9월 3일 오후 10시 40분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SK 문경은 감독은 예정된 훈련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선수들과 함께 빈소를 지켰다. 선수들이 펑펑 울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문 감독의 말에서 알 수 있듯 SK의 모든 구성원이 정재홍의 소식에 가슴 아파했다.

SK 관계자는 “재홍이와 함께한 모든 이가 가슴 아파하는 이유는 또 있다”고 말했다. 정재홍의 정확한 사망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은 까닭이다.

정재홍은 4일 수술 예정이던 손목을 빼면 몸 상태엔 큰 문제가 없었다. 3일 오후 병원에 입원하고서 담당의와 대화를 나눈 뒤 저녁식사를 한 게 밝혀진 그날 일과의 전부였다. SK 관계자는 입원 후 주사를 맞거나 약물을 먹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엠스플뉴스 취재진은 9일 정재홍이 입원했던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 정재홍이 입원했던 병실은 외부인 출입이 제한돼 있었다.

병원에서 만난 해당 병원 관계자는 정재홍 사망과 관련해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며 2~4주 뒤 부검 결과가 나와야 정재홍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병원 취재를 종합하면 정재홍은 3일 저녁 식사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던 와중에 갑자기 심정지 상태가 됐다. 병원 의료진은 3시간가량 심폐소생술을 진행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재홍은 회복되지 못했다.

농구계 일각에선 정재홍의 갑작스러운 소식이 알려지면서 평소 지병이 있던 게 아니냐. 천식이 있었다는 얘기가 돌았다.

하지만, 취재 결과 정재홍에게 지병은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천식 역시 초교 시절 잠깐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SK 관계자는 재홍이 어머니께 여쭤보니 '재홍이가 어릴 때 천식을 앓긴 했다. 그걸 이겨내려고 시작한 게 농구다. 농구 선수가 된 이후엔 천식 약을 먹거나 치료를 받은 적이 없을 만큼 건강했다'는 얘길 들었다고 전했다.

취재 중 만난 한 의사는 만약 천식이 심장마비의 주요 원인이었다면 천식이 발생했을 때 꽤 고통스러워했을 것이다. 1인실이면 모를까 다인실이었다면 병실에 있던 주변 사람들이 이를 발견하고 재빠르게 의료진을 불렀을 것이라며 사견을 전제로 천식이 심장마비의 원인으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로 취재 결과 정재홍이 입원해 있던 병실은 '5인실 병실'로 확인됐다. 정재홍 주변에 다른 환자들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홍은 팬 서비스가 투철한 선수로 유명했다. 2016년부턴 자신의 이름을 내건 농구 캠프를 열고서 팬들과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왔다.

8월 22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웃음이 없는 하루는 낭비한 하루다”는 글귀와 활짝 웃는 사진을 남겼던 정재홍. 농구계는 그의 웃는 얼굴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침통해하고 있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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