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일 팔꿈치 통증 느낀 김태훈, 마음 편히 휴식 취하며 컨디션 회복 완료

-“연이은 우천 취소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생애 첫 30홀드 도전 “진용이, 재훈이와 한 약속을 꼭 지키고 싶습니다”

-“마운드에 서지 못하는 날까지 날 믿고 기다려준 SK를 위해 뛰고 싶습니다”

SK 와이번스 김태훈(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SK 와이번스 김태훈(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문학]

선수들이 불규칙한 경기 일정으로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연이은 우천 취소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SK 와이번스 김태훈의 말이다.

김태훈은 9월 4일 NC 다이노스전부터 나흘 동안 휴식을 취했다. 왼쪽 팔꿈치에 통증을 느낀 까닭이다. 올 시즌 66경기 4승 3패 7세이브 27홀드 평균자책점 3.44를 기록 중인 김태훈은 KBO리그 선두 SK에 없어선 안 될 불펜투수다.

김태훈은 지난 시즌 SK의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으로 꼽힌다.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1승 2홀드 평균자책점 1.17을 기록했다. 7.2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올 시즌 초반 마무리 보직에 대한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며 주춤하기도 했지만, 셋업맨으로 돌아와 금세 제 기량을 찾았다.

SK는 9월 10일까지 예정된 8경기 가운데 5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비 때문이다. 김태훈에겐 단비다. 부상으로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던 4경기가 모두 취소됐다. 마음 편히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김태훈은 중요한 시기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 없이 편하게 휴식을 취했다덕분에 팔꿈치 통증이 싹 사라졌다고 말했다.

김태훈 “연이은 우천 취소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9월 10일 인천 문학구장. SK는 9월 예정된 8경기 가운데 5경기를 비 때문에 치르지 못했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9월 10일 인천 문학구장. SK는 9월 예정된 8경기 가운데 5경기를 비 때문에 치르지 못했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SK 와이번스가 9월 8경기 가운데 5경기를 비 때문에 치르지 못했습니다.

선수들이 불규칙한 일정으로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2010년 1군 데뷔 후 가장 많은 경기(66)에 출전하고 있습니다. 9월 4일 NC전에선 왼쪽 팔꿈치 통증으로 휴식을 받았죠. 때마침 비로 4경기가 취소됐어요. 중요한 시기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 없이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었죠.

8일부터 등판 대기를 했습니다. 팔꿈치 통증은 괜찮아졌습니까.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한 까닭에 통증은 사라졌습니다. 왼쪽 팔꿈치에 뼛조각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올 시즌이 끝나면 수술을 받을 예정이에요. 가벼운 수술로 차기 시즌을 뛰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SK가 KBO리그 선두 질주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엔 선두 두산 베어스를 추격하는 팀이었지만, 올해는 쫓기는 상황입니다. 마운드에 설 때 다른 점이 있습니까.

현재 순위나 경기 수 차이는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마운드에 올라서면 당장 내 앞에 있는 타자만 생각해요(웃음). 공 하나에 온 힘을 다하죠.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올해가 긴장감은 더 많은 거 같습니다. 1위 자리를 지켜야 하는 까닭에 더그아웃 분위기가 지난해보다 엄숙하죠.

지난해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1승 2홀드를 기록했습니다. 7.2이닝 동안 9피안타 1실점 평균자책점 1.17을 기록했어요.

코칭스태프의 도움이 아주 컸죠. 특히나 손 혁, 최상덕 코치께서 하루하루 성장할 수 있게 많은 걸 가르쳐주세요. 정신적으로 흔들릴 땐 중심을 잡아주시죠. 무엇보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부담 없이 물어볼 수 있는 게 좋은 거 같아요.

부담 없이 질문한다?

컨디션은 좋은데 투구가 뜻대로 되지 않는 날이 있습니다.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편하게 물어볼 수 있죠. 이런 상황에선 어떤 공을 던져야 타자를 잡아낼 수 있는지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상덕 코치께선 경기마다 흐름을 정확히 읽고 몸을 풀어야 할 타이밍을 알려주세요. 몸에 열이 올라올 때쯤 마운드에 투입되죠. 올 시즌 SK 불펜이 힘을 발휘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생애 첫 30홀드 도전 “진용이, 재훈이와 한 약속을 꼭 지키고 싶습니다”

SK 와이번스 김태훈(사진=SK)
SK 와이번스 김태훈(사진=SK)

2010년 1군에 데뷔했지만 풀타임 시즌을 치르는 건 올해가 두 번째입니다.

오랜 시간이 걸렸죠(웃음). 재작년까지만 해도 김태훈이란 선수는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시즌 61경기에 출전해 9승 3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하면서 많은 게 달라졌어요. 한국시리즈에선 팀 우승에 이바지하며 자신감이 붙었죠. 그러면서 이전엔 없던 책임감이 생겼습니다.

책임감이요?

2017년까진 마운드에 섰을 때 ‘나만 잘하면 돼’란 생각이 강했습니다. 코칭스태프의 마음을 사로잡아 경기 출전을 늘려가는 게 중요했거든요. 머릿속엔 ‘잘 던져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팀이 우선이에요. 야수들이 실책을 범하거나 팀이 흔들릴 땐 ‘내가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듭니다. 내 옆에 있는 동료를 보면서 힘을 얻는 거 같아요(웃음).

올 시즌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시즌 초 마무리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주춤한 시기가 있었습니다.

마무리에 대한 부담을 이겨내지 못했죠. 훈련량이나 구위 등에선 큰 차이가 없었어요. 정신적으로 흔들리면서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마무리 투수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걸 깨달았죠(웃음). 후회나 미련은 전혀 없어요.

마무리 보직을 내려놓은 뒤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까.

(하)재훈이가 마무리 투수 역할을 아주 잘해주고 있습니다. 선수들이 놀랄 정도예요. 만약 재훈이가 제 역할을 못 했다면 팀에 대한 미안함이 컸을 겁니다. 재훈이가 내 부족함을 채워준 덕분에 마무리는 잊고 현재 주어진 임무에 충실할 수 있었죠(웃음). 고마운 선수예요.

데뷔 첫 30홀드 고지가 눈앞입니다.

지난주 비로 4경기가 취소됐을 때 기분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입니다. 올 시즌 66경기에서 27홀드(4승 3패 7세이브)를 기록했어요. 딱 3개 남았죠. 팔꿈치 통증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경기가 취소된 건 기회를 잃지 않는다는 뜻이었습니다. 시즌 전 (서)진용, 재훈이와 한 약속을 지킬 가능성이 커졌죠.

약속이요?

진용이가 올 시즌 64경기에서 3승 1패 4세이브 29홀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재훈이는 54경기에 나서 5승 3패 33세이브 3홀드를 기록 중이죠. 나랑 진용이는 홀드, 재훈이는 세이브 부문에서 30개 이상을 기록하자고 약속했습니다. 혼자서 빛나는 것보다 함께 승리의 보탬이 되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SK엔 김광현, 문승원, 박종훈, 서진용, 하재훈 등 뛰어난 투수가 많습니다.

그 선수들의 투구를 보는 것만으로 큰 도움이 됩니다(웃음). 불펜에선 항상 서로 얘기해요. 경기를 유심히 지켜보면서 ‘이제 네가 마운드에 설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고, ‘저 타자는 이 공을 던졌을 때 잘 친다’면서 조언을 아끼지 않죠. 서로가 경쟁자일 수 있지만, 시너지 효과를 내며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의 느낌이 더 큰 거 같아요.

“마운드에 서지 못하는 날까지 날 믿고 기다려준 SK를 위해 뛰고 싶다”

매 시즌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SK 와이번스 김태훈(사진=SK)
매 시즌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SK 와이번스 김태훈(사진=SK)

김태훈은 마운드에 서면 설수록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2009년 SK에 입단했습니다. 올해로 10년 차가 됐죠. 하지만, 풀타임 시즌을 소화한 건 2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늦게 꽃 피운 만큼 이런 선수가 되겠다’는 포부보단 SK란 팀을 위해서 오랜 시간 뛰고 싶어요.

SK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보입니다.

입단 첫해부터 왼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아 전력에서 이탈했습니다. 출발부터 불안했죠. 2017년까진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게 사실이고요. ‘프로는 냉정하다’고 말합니다. 내가 구단 입장이라면 방출을 수십 번 고민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하지만, SK는 기다려줬고 성장할 기회를 줬습니다. 마운드에 서지 못하는 날까지 SK를 위해 공을 던지고 싶어요.

올 시즌 정규리그는 15경기가 남았습니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서 목표로 잡았던 게 홀드, 세이브 합쳐서 30개였습니다. 예상보다 일찍 달성했죠(웃음). 그래서 40개로 올렸습니다. 7세이브, 27홀드니까 6개 남았네요(웃음). 생애 첫 30홀드 달성과 함께 팀 승리에 더 많은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비로 취소된 경기가 늘어나면서 시즌 막바지 일정이 빡빡해졌습니다.

투수들은 훈련보단 휴식이 중요한 거 같습니다. 효율적인 휴식을 취하고 마운드에 설 수 있도록 몸 관리에 집중해야죠. 힘든 건 모두 똑같습니다. 시즌 막판까지 집중력 잃지 않고 좋은 경기 보일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느낀 감정을 다시 한 번 경험하고 싶어요(웃음).

주축 선수로 한국시리즈 정상에 서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입니까.

내가 김태훈이 아닌 거 같았죠(웃음). 경기 전·후 그렇게 큰 관심을 받아본 건 처음이었습니다. 수많은 기자의 질문을 받고 답변하고. 꿈만 같았죠. 지난해엔 멋모르고 던졌어요. 올 시즌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았으니 더 좋은 투구를 보여줘야죠.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시즌 막바지와 가을야구 준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팬들에 약속할게요.

어떤 약속?

팬들이 없었다면 올 시즌 지난해 상승세를 이어가긴 쉽지 않았을 거예요. 시즌 개막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야구장을 찾아주는 팬들에 보답하고 싶습니다. 그분들은 무더위와 비에 아랑곳하지 않았어요.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보일 수 있도록 응원과 격려에 온 힘을 다했습니다. 그분들을 위해서 올가을 다시 한 번 도전해야죠(웃음).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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