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위와 8.5G 차’ KIA 타이거즈, 남은 시즌 리빌딩 돌입
-‘승률 5할 유지’ 박흥식 감독대행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 준다.”
-정식 감독 선임 향한 관심↑ “박 감독대행도 분명한 장점 있는 후보”
-전통적인 KIA ‘하향식’ 감독 선임 지양해야, 인맥·지연 벗어난 투명한 감독 선임 필요

박흥식 감독대행은 부임 뒤 승률 5할을 지키며 충격에 빠졌던 팀을 잘 수습했다(사진=KIA)
박흥식 감독대행은 부임 뒤 승률 5할을 지키며 충격에 빠졌던 팀을 잘 수습했다(사진=KIA)

[엠스플뉴스]

KIA 타이거즈가 리빌딩 모드로 돌입했다. 최근 4연패로 5위 NC 다이노스와 8.5경기 차로 벌어진 상황에서 사실상 올 시즌 백기를 든 셈이다. 이제 올 시즌보단 내년 시즌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할 시점이다.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 마무리를 앞둔 가운데 정식 감독 선임을 향한 구단의 움직임도 감지되는 분위기다.

KIA 박흥식 감독대행은 9월 10일 기준으로 부임 뒤 43승 1무 43패를 기록 중이다. 박 감독대행이 이끈 KIA는 승률 5할을 기준으로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했다. 박 감독대행은 전임 감독 사퇴 수습에 최선을 다했다. 코치진 변화와 더불어 시즌 성적을 포기하지 않겠단 자세로 최근까지 5위 싸움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감독대행 신분으로서 구단에 요구할 수 있는 한계가 분명히 있었다. 시즌 중반 연승을 달리는 상승세 때마다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시즌 중 전력 보강 문제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구단 수뇌부의 안일함도 한몫했다.

“어린 선수들이 실수 속에서도 배워야 한다, 지금 플레이가 내년 자신의 위치를 정할 수 있다.”

KIA는 잔여 경기에서 내년 시즌을 위한 대비에 나선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가장 주목되는 요소다(사진=KIA)
KIA는 잔여 경기에서 내년 시즌을 위한 대비에 나선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가장 주목되는 요소다(사진=KIA)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박흥식 감독대행은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승률 5할을 맞춰나가는 시즌 운영을 펼쳤다. 젊은 야수들에게 적극적으로 뛰는 공격 야구를 주문했고, 투수 파트는 대부분 서재응 투수코치와 앤서니 르루 불펜코치에게 일임했다. 물론 처음으로 1군을 이끌었기에 시행착오도 분명히 있었다. 최근 선수들의 무기력한 플레이와 연이은 실책에도 박 감독대행은 자신을 탓하고 선수들을 감쌌다.

최근 젊은 선수들의 아쉬운 플레이가 자주 나오는 것도 다 내가 부족한 탓이다. 시즌 마지막까지 팬들을 위해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 물론 내년 시즌을 포함한 미래를 준비하는 리빌딩 과정도 필요하다. 어떤 감독님이 오실지 모르겠지만, 남은 시즌 젊은 선수들에게 1군 경기 출전 기회를 줘야 한다. 그래야 내년 시즌 1군 전력 구상에 도움이 된다. 어린 선수들도 실전에서 자신의 장·단점을 잘 파악할 수 있다. 실책을 범하더라도 거기서 ‘이렇게 하면 안 된다’를 배워야 한다. 박 감독대행의 말이다.

단순히 젊은 선수들의 부족함을 박 감독대행 탓으로 돌릴 순 없다. 한 현장 관계자는 5위 싸움이 사실상 힘들어지면서 선수들의 플레이 집중도나 의욕이 떨어진 건 사실이다. 2군에서 콜업한 선수들을 향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잘 안다. 하지만, 퓨처스리그 기록을 보면 왜 그 선수를 올리고 활용하는지 알 수 있다. 2군 성적과 몸 상태를 고려해 1군 콜업 선수를 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퓨처스리그 20경기 이상 소화한 2군 타자들 가운데 퓨처스리그 시즌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했지만, 현재 2군에 있는 타자들은 외야수 이인행과 내야수 류승현뿐이다. KIA 팬들이 자주 언급하는 내야수 황대인(팔)과 외야수 김호령(허리)은 몸 상태가 좋지 않다. 확대 엔트리 시작과 함께 1군에 올라온 선수들 외에 마땅히 올릴 2군 선수들이 없단 뜻이다.

투수 파트 일임한 박흥식 감독대행 “서재응·앤서니 코치와 함께하는 건 행운”

앤서니 코치(사진 왼쪽부터)와 서재응 코치는 박흥식 감독대행의 위임 아래 1군 투수 파트를 총괄하고 있다. 젊은 투수들의 성정과 관리에 있어 높은 평가를 받은 지도자들이다(사진=KIA)
앤서니 코치(사진 왼쪽부터)와 서재응 코치는 박흥식 감독대행의 위임 아래 1군 투수 파트를 총괄하고 있다. 젊은 투수들의 성정과 관리에 있어 높은 평가를 받은 지도자들이다(사진=KIA)

9월 8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 선발 등판 기회를 받았지만, 1.1이닝 6피안타 5실점으로 무너진 젊은 투수 강이준도 마찬가지다. 강이준은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20경기(87이닝)에 등판해 6승 4패 76탈삼진 평균자책 4.14로 꾸준한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기도 했다.

박흥식 감독대행은 지금 1군에서 뛰는 젊은 선수들이 향후 2~3년간 이뤄질 리빌딩의 주축이 돼야 한다. 당장 내년 시즌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을지가 지금 보여주는 플레이에서 결정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선 모두 다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최선을 다하고 거기서 배워야 하는 게 있어야 한다. 물론 베테랑 선수들도 경기에 출전하지만, 경기 중반에 젊은 선수로 교체가 자주 있을 듯싶다며 리빌딩 방향을 설명했다.

리빌딩을 기조로 시즌을 마무리하는 상황에서 내년 시즌 정식 감독 선임 방향을 향한 KIA 팬들의 관심도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박 감독대행의 정식 감독 승격 가능성에도 눈길이 쏠린다. ‘타격 전문가’인 박 감독대행은 최근 2군 감독 경험이 있기에 장기적인 타선 리빌딩의 적임자가 될 수 있다. KBO리그 대표 타자들을 키워낸 박 감독대행의 타격 원 포인트 레슨은 젊은 타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투수 파트에 관해선 ‘매니저’ 역할에 충실한 것도 박 감독대행의 장점이다.

박 감독대행은 부임 초기엔 투수 파트에 개입하기도 했는데 내가 잘 모르는 분야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낫다고 느꼈다. 특히 서재응 코치와 앤서니 코치는 미국 야구를 경험한 젊고 스마트한 지도자다. 그런 코치들을 데리고 있는 건 행운이다. 대부분 투수 파트 일은 두 코치에게 위임했다. 투수들의 얘길 잘 들어주며 관리를 잘해주고 있다. (양)현종이 같은 경우도 선수 본인이 ‘180이닝으로 시즌을 마치고 싶다’고 말해 거기에 맞게 로테이션을 조절해줬다. 남은 시즌 투수 관리도 두 코치가 잘해줄 것이라고 전했다.

전통적인 KIA ‘하향식’ 감독 선임은 지양해야 한다

박흥식 감독대행은 올 시즌 운영에 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사진=KIA)
박흥식 감독대행은 올 시즌 운영에 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사진=KIA)

최근 야구계에선 박흥식 감독대행의 정식 감독 승격이 어려워졌단 얘기가 돈다. 사실 그런 얘기가 도는 이유로 팀 성적을 꼽을 순 없다. 박 감독대행은 부임 뒤 시즌 승률 5할을 유지하며 ‘있는 전력’을 그대로 발휘했단 평가를 받는다. 외국인 투수 두 명이 극심한 부진을 겪은 상황을 고려하면 최소한 감독으로서 ‘마이너스’ 역할은 하지 않았던 셈이다. 팬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 서재응 코치와 앤서니 코치 체제를 유지를 위해서도 박 감독대행의 믿음이 필요하다.

하지만, 구단 수뇌부는 박 감독대행을 향한 면밀한 평가보단 올 시즌 성적 부진 면피를 위한 변화의 포장지에만 집중하는 분위기다. 특히 구단주와 모그룹에서 감독 후보군을 내려 보내 구단이 감독 접촉에 나서는 전통적인 하향식 감독 선임 작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결국, 구단 수뇌부의 생각과 움직임에 박 감독대행의 정식 감독 승격 가능성이 걸린 셈이다.

KIA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소위 말하는 ‘윗선’에서 감독 후보군이 결정돼 내려오는 방식이 유력하단 얘기가 돈다. 조계현 단장도 정식 감독 선임 방향을 고심하는 거로 안다. 또 조 단장이 내년 시즌 팀 운영을 위해 시즌 종료 뒤 구단 내부에 많은 변화를 줄 생각이라고 알려졌다. 박 감독대행의 정식 감독 승격 가능성이 낮아진 것도 이런 과정 속에서 나온 얘기라고 귀띔했다.

감독 선임 과정은 점점 투명해지는 추세다. 전통적인 KIA의 ‘하향식 감독 선임’은 장기적으로 팀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구단이 주도적으로 나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정식 감독 선임에 나서야 한다. 분명한 건 박 감독대행도 정식 감독 후보들 가운데 한 명으로 당당하게 평가받을 자격이 있단 점이다. 인맥과 지연이 아닌 객관적으로 현재 이 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감독이 누군지 면밀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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