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외야수 고종욱, 공인구 재앙을 거스르는 활약상
-볼넷과 출루율 신경 안 쓰는 고종욱 “내 스타일대로 쭉 간다.”
-“공인구 영향 덜 받는 건 사실, 라인 드라이브 타구 생산에 집중”
-“친정 키움과 한국시리즈 가능성? 절대 봐주는 것 없이 제대로 이기겠다.”

고종욱의 올 시즌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극대화해 팀 승리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고종욱의 올 시즌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극대화해 팀 승리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SK 와이번스 외야수 고종욱은 여러모로 특별한 유형의 타자다. 눈에 보이면 방망이가 나가는 흔히 말하는 ‘배드볼 히터’다. 타고난 콘택트 재능으로 어떤 공이든 대응이 가능한 타자가 바로 고종욱이다.
고종욱이 어떤 타자인지 보여주는 숫자가 있다. 9월 12일 기준으로 고종욱의 올 시즌 타율(0.333)과 출루율(0.354) 차이는 불과 0.021이다. 고종욱의 BABIP(인플레이 타구 비율)은 무려 0.398로 리그 전체 2위다. 이 부분 1위인 KT WIZ 외야수 강백호(0.401)와 큰 차이가 없다. 어떻게든 페어 지역으로 타구를 날리고 자신의 빠른 발로 상대 수비수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고종욱의 올 시즌 내야 안타 숫자는 27개로 이 역시 리그 2위 기록이다.
고종욱의 활약상이 없었다면 올 시즌 SK의 선두 유지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한 현장 관계자는 SK 염경엽 감독의 혜안이 빛난 삼각 트레이드였다. 공인구 반발계수 변화로 거포들의 부진이 시즌 내내 이어지는 가운데 고종욱의 활약이 유독 빛나고 있다. 지금까진 SK가 트레이드의 최대 수혜자라고 바라봤다.
염 감독은 ‘볼넷을 얻어라’, ‘출루율에 더 신경 써라’ 등의 주문으로 고종욱의 장점을 죽이지 않았다. 고종욱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콘택트 능력을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펼치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고종욱은 공인구 재앙의 시대에 살아남았다. 고종욱은 염 감독이 자신을 구해준 셈이라며 감사함을 거듭 표현했다. 이렇게 이적 첫해 복덩이로 거듭난 고종욱의 속내를 엠스플뉴스가 직접 들어봤다.
고종욱 “볼넷·출루율에 신경 쓰지 않고 내 스타일대로!”

어떤 공이든 방망이에 맞히는 능력이 뛰어난 고종욱(사진=SK)
어떤 공이든 방망이에 맞히는 능력이 뛰어난 고종욱(사진=SK)

연이은 우천 취소가 좋았던 타격감을 식힌 느낌이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쉬면 방망이가 무겁게 돌아간다. 최근 타격감이 좋았기에 우천 취소가 아쉬웠다.
그래도 시즌 내내 긴 슬럼프 없이 마지막까지 달려가는 상황이다.
올 시즌을 돌이키면 그래도 안 좋을 때가 있었다. 사실 운이 좋았다. 타격감이 떨어졌을 때 빗맞은 안타가 많이 나왔다. 그 덕분에 타격 슬럼프가 짧았다.
152안타를 기록 중인데 구단 역대 좌타자 한 시즌 최다 안타 기록(164안타-2015년 이명기)에 도전할 수 있는 흐름이다.
그런 기록이 있는지 전혀 몰랐다(웃음). 그 기록에 한 번 도전해보고 싶긴 하다. 13경기가 남았는데 한 경기에 안타 하나씩은 쳐야 한다. 팀 타격감이 전반적으로 안 좋은 분위기라 하루에 2안타씩은 꼭 치고 싶다.
시즌 타율(0.333) 기록도 리그 6위로 돋보이는 숫자다.
시즌 끝까지 지금의 좋은 타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잔여 경기에선 상대의 강한 선발 투수들을 만날 가능성이 크다. 팀의 정규시즌 우승에 보탬이 되는 게 우선이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출루를 해야 한다.
타율과 출루율의 차이가 정말 적은 독특한 타자 유형이다.
그래서 나는 타율 관리가 힘든 스타일이다. 볼넷이 적으니까 말이다. 다행히 올 시즌엔 슬럼프가 짧아 타율 유지가 수월했다. 시즌 전 준비했던 게 잘 풀린 셈이다. 이 흐름을 끝까지 유지했으면 한다.
자신 있게 휘두르도록 유도하는 벤치의 도움도 컸겠다.
무엇보다 염경엽 감독께서 나에게 부담을 안 주신다. 볼넷을 얻으며 출루율을 높이라는 얘길 들은 적이 없다. 참을 수 있는 공만 참으며 하고 싶은 대로 편안하게 타격하라고 말씀해주셔서 그게 큰 도움으로 작용했다.
공인구 재앙에서 벗어나 있는 고종욱 “라인 드라이브 타구 생산 노력”

고종욱하면 타구를 날린 뒤 거침없이 1루로 전력질주하는 그림이 대표적이다(사진=SK)
고종욱하면 타구를 날린 뒤 거침없이 1루로 전력질주하는 그림이 대표적이다(사진=SK)

공을 맞히는 것만 보면 이제 도가 튼 듯싶다.
정말 어려운 공만 아니면 방망이로 충분히 공을 건드릴 자신이 있다. 빗맞을 수도 있지만, 그게 내야 안타로 연결될 수 있으니까 신경 쓰지 않는다. 세게 맞으면 장타도 나오지 않겠나. 솔직히 병살타 위험을 전혀 생각 안 하고 과감하게 방망이를 돌린다.
올 시즌 KBO리그 대다수 타자가 공인구 반발계수 저하로 타구 비거리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인구 재앙’이란 소리가 시즌 내내 타자들의 입에서 나왔다. 고종욱 선수는 마치 다른 세상에서 뛰는 느낌이다.
내가 공인구 영향을 가장 안 받는 타자인 건 맞는 듯싶다. 홈런 타자가 아니니까 높게 띄우는 것보단 라인 드라이브 타구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안타다 싶은 게 잡힌 것도 많지만, 다른 거포 타자들을 생각하면 피해를 덜 받았다.
그만큼 페어 지역으로 타구를 보내는 능력이 뛰어난 셈이다. 올 시즌 BABIP 수치도 리그 2위다.
공을 띄우려고 했으면 타율이 떨어졌을 거다. 어떻게든 그라운드로 공을 보내자는 생각으로 치니까 BABIP 수치도 높아진 느낌이다. 안타 생산 기술을 계속 연습하는데 올 시즌이 끝나면 이번에 잘 풀렸던 부분을 계속 생각하고 기억해놔야 한다.
시즌 도루(28개)도 벌써 개인 커리어 하이(2016년)와 동률이다. 2도루만 추가하면 개인 첫 시즌 30도루 고지에 오른다.
30도루 기록 목표까지 욕심은 난다. 시즌 초반엔 도루가 쉬운 줄 알았는데 이제 어렵단 걸 느낀다. 우선 살아나가야 하는 것부터 문제다. 또 계속 뛰다 보면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 피로 누적으로 다리가 뭉치기도 하더라. 정수성 코치님께 도루와 주루 등과 관련해 많이 배운다. 그 가르침을 통해 도루 두 개만 더 도전해보겠다.
“친정 키움과 한국시리즈? 절대 봐주는 것 없이 제대로 이기겠다.”

고종욱은 친정팀 키움 히어로즈와 한국시리즈에서 만나는 날을 기다린다. 물론 봐주는 건 절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사진=SK)
고종욱은 친정팀 키움 히어로즈와 한국시리즈에서 만나는 날을 기다린다. 물론 봐주는 건 절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사진=SK)

팀의 정규시즌 우승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분위기다. 데뷔 첫 우승의 순간이 다가오는 셈이다.
정규시즌 우승이 1순위 목표다. 정규시즌 우승 기회는 자주 찾아오는 게 아니지 않나. 이번 기회를 꼭 잡아야 한다. 정규시즌 우승만 한다면 가을야구 대비엔 문제가 없을 거다. 나도 친정팀에서 지난해 플레이오프 등 큰 경기를 많이 뛰어봤다. 부담감은 안 느껴진다.
지난해 키움 소속 선수로 플레이오프 탈락의 아픔을 겪었던 문학구장에서 우승에 도전하는 그림이 아이러니한 느낌이다. 친정팀과 큰 무대에서 만날 가능성도 크다.
만약 키움과 한국시리즈에서 만난다면 제대로 이겨야 한다. 지금 내 유니폼에 새겨진 글자는 ‘SK’니까 친정팀이라고 봐주는 건 없다(웃음). 정규시즌 우승만 한다면 우리 팀이 무조건 한국시리즈 우승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친정팀엔 미안하지만, 지난해 겪은 아픔을 또 느끼도록 내가 활약해야 한다.
결국, 삼각 트레이드가 신의 한 수로 작용하는 그림이다.
염경엽 감독님이 나를 불러주신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솔직히 친정팀에선 나에게 기회가 많이 오지 않았을 듯싶다. 출전 기회가 없었다면 이 성적이 나올 수도 없었다. 감독님이 나를 믿고 써주신 게 가장 크다. 야구 인생이 끝날 수도 있었던 나를 구해주셨다. 그 덕분에 이렇게 인터뷰도 할 수 있는 게 아닐까(웃음).
SK 팬들도 고종욱 선수를 향한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팬들의 사랑이 제대로 느껴지겠다.
SK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 덕분에 힘이 더 난다. 특히 야구장에 내 이름이 적힌 유니폼이 많이 보이더라. 그걸 보면 더 열심히 뛰어야겠단 생각이 저절로 든다. 시즌 끝까지 초심으로 죽도록 뛰겠다. 꼭 정규시즌 우승과 더불어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팬들에게 보답해드리겠다. 항상 감사드린다(웃음).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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