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 올 시즌 첫 더블헤더 소화
-잔치국수 먹고 30분 쉰 선수들의 연속 선발 출전 “힘들어도 버텨야죠.”
-평일 더블헤더 편성에 운 SK “그래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더블헤더 명승부와 팬들의 사랑에서 한국 야구의 위기 속 희망을 엿봤다

SK 그라운드 정비팀이 1차전 종료 뒤 마운드 정비에 나서고 있다. 이들의 노고 덕분에 2차전 경기를 정상적인 그라운드에서 진행할 수 있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SK 그라운드 정비팀이 1차전 종료 뒤 마운드 정비에 나서고 있다. 이들의 노고 덕분에 2차전 경기를 정상적인 그라운드에서 진행할 수 있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제발 비가 그쳤으면 좋겠는데…
9월 6일 두산 베어스와 맞대결을 앞둔 SK 와이번스 염경엽 감독은 경기 전 흐려진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날 경기가 우천 취소된다면 올 시즌 유일한 더블헤더 경기가 편성될 상황이었다. 더블헤더만은 피해야 한다고 계속 강조했던 염 감독의 바람은 끝내 거센 비로 무산됐다.
SK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더블헤더 경기였다. SK는 두산과의 19일 더블헤더를 앞둔 18일에 문학 NC 다이노스전을 저녁 경기로 치러야 했다. 20일 문학 키움 히어로즈전까지 생각하면 SK는 순위 싸움하는 팀들과 더블헤더가 낀 어려운 샌드위치 일정을 소화 중이다.
염 감독은 19일 경기를 앞두고 최근 이틀간 더블헤더 라인업을 두고 고민했다. 최 정과 정의윤, 그리고 제이미 로맥 등 몇 명 선수만 1, 2차전에 모두 선발로 출격할 계획이다. 나머지 야수들은 로테이션 출전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염 감독의 구상대로 더블헤더 1차전이 흘러가지 않았다. 1차전부터 팽팽한 흐름이 이어지자 경기 중반 곧바로 이재원, 김성현 등 주전 야수들이 투입됐다. 전날 저녁 경기를 치른 다음 날 오후부터 더블헤더를 치러야 했던 SK 야수들의 방망이는 예상보다 더 무거웠다. SK는 1차전(4대 6)과 2차전(3대 7) 모두 패했다. 2위 두산과의 경기 차가 2.5경기로 좁혀졌다.
PS 분위기 난 양 팀의 더블헤더 명승부 “가을야구 분위기 났다.”

이날 더블헤더에선 연이은 명승부와 더불어 개인 기록도 쏟아졌다. SK 제이미 로맥은 KBO리그 통산 100홈런을 달성했다. 두산 호세 페르난데스는 시즌 181안타로 에릭 테임즈(2015시즌-180안타)를 넘어 외국인 한 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을 작성했다(사진=SK)
이날 더블헤더에선 연이은 명승부와 더불어 개인 기록도 쏟아졌다. SK 제이미 로맥은 KBO리그 통산 100홈런을 달성했다. 두산 호세 페르난데스는 시즌 181안타로 에릭 테임즈(2015시즌-180안타)를 넘어 외국인 한 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을 작성했다(사진=SK)

SK와 반대로 두산은 더블헤더에 임하는 현장의 자세가 다소 달랐다. 더블헤더 직전 이틀 휴식 덕분인지 선수들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총력전을 일찌감치 선언했다. 김 감독은 웬만하면 주전 야수들은 2경기 모두 다 선발 출전할 계획이다. 불펜진도 투구수와 경기 상황을 보고 하루 두 차례 등판이 나올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두산은 4년 전인 2015년 9월 24일 두 차례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을 치른 게 마지막 더블헤더의 기억이었다. 당시 긴 부진에 빠져있던 두산은 더블헤더 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막판 반등에 성공했다. 결국, 해당 시즌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두산은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달성하는 성과까지 거뒀다. 4년 전 더블헤더에 모두 출전했던 두산 야수들은 “오래전이라 기억이 흐릿한데 정말 힘들었던 느낌은 있었다”며 입을 모았다.
결국, 두산 야수진 가운데 포수(박세혁->이흥련)와 유격수(류지혁->김재호), 그리고 중견수(정수빈->신성현) 자리를 제외한 나머지 포지션 선수들은 더블헤더 2경기 연속 선발 출전에 나섰다. 1차전을 치르고 30분의 휴식을 부여받은 두산 선수들은 구단에서 준비한 잔치국수로 잠시 끼니를 때운 뒤 소화될 틈도 없이 곧바로 그라운드로 나서야 했다. 내야수 최주환은 더블헤더 경기에 다 나간다고 힘들어할 이유는 없다. 프로선수라면 경기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또 나는 시즌을 늦게 시작했기에 팀 동료들보다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며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이처럼 이를 악문 두산과 SK 선수들의 쉴 새 없는 노력에 더블헤더 맞대결이 연이은 명승부로 이어지며 야구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더블헤더를 지켜본 한 현장 관계자는 가을야구 분위기가 난 양 팀의 명승부였다. 무엇보다 더블헤더를 모두 소화한 야수들에게 손뼉을 쳐줘야 한다. 두 경기를 뛴다고 정말 고생했다며 고갤 끄덕였다.
평일 더블헤더 편성에 타격 입은 SK “그래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평일 오후 더블헤더 1차전임에도 7,089명의 팬이 문학구장을 찾았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평일 오후 더블헤더 1차전임에도 7,089명의 팬이 문학구장을 찾았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더블헤더로 생긴 고난의 발걸음은 그라운드 안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존재했다. SK 구단은 더블헤더 편성과 함께 깊은 고심에 빠졌다. 지난해 10월 6일 문학 KIA 타이거즈전 더블헤더에 이어 2년 연속 더블헤더 편성이 된 까닭이었다. 당시 KIA와의 더블헤더는 주말인 토요일로 미뤄졌기에 관중 흥행엔 큰 문제가 없었다. KIA도 당시 순위 싸움 중이라 더블헤더 경기는 오히려 흥행 카드가 됐다.
하지만, 이번 더블헤더는 평일 일정으로 잡혔기에 지난해와 다른 분위기였다. 게다가 SK는 올 시즌 9월 19일 기준으로 총 홈 관중 1위(94만 9,728명)에 올라 있다. 두 차례 홈 경기만 남은 가운데 사실상 KBO리그 구단들 가운데 유일하게 100만 관중에 근접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두산과의 9월 7일 토요일 경기 우천 취소가 뼈아팠다.
지난해 더블헤더 경기는 주말 편성이라 팬들이 꽤 많이 오셨다. 하지만, 이번 더블헤더는 평일 경기라 홈 관중 숫자에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 정말 아쉽다. 금요일 저녁 경기 우천취소로 최소 5,000명 이상은 관중 숫자에서 손해를 본 셈이다. 만약 그 경기가 그대로 진행됐다면 마지막까지 100만 홈 관중에 도전할 수 있었을 듯싶다. 그래도 마지막 홈 2경기에서 팬들에게 어떤 기쁨을 드릴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겠다. 여기까지 온 것도 다 SK 팬들의 큰 사랑 덕분이다. SK 관계자의 말이다.

1차전 종료 뒤 팬들의 퇴장을 유도하는 문학구장 빅보드 전광판 문구(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1차전 종료 뒤 팬들의 퇴장을 유도하는 문학구장 빅보드 전광판 문구(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SK는 지난해 더블헤더 경기 준비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도 철저한 관객 맞이 준비에 나섰다. 더블헤더 운영의 성패는 1차전 종료 뒤 30분의 시간에 달렸다. 그라운드 관리팀은 20분 안에 모든 정비를 마쳐야 한다. 1차전 관중 퇴장 및 2차전 관중 입장 유도도 20분 이내에 깔끔하게 마무리해야 했다.
보통 더블헤더 경기를 하면 1차전과 2차전 표를 묶어서 파는 경우가 많더라. 하지만, 우리는 관중들의 편의를 위해 1차전과 2차전을 나눠 팔았다. 평일 오후 경기라 따로 휴가를 내고 나오셔야 하는 팬들이 많기에 이를 고려했다. 지난해 더블헤더 경험을 토대로 1차전 종료 뒤 30분 동안 그라운드 정비와 관중 퇴장 및 입장 유도를 마무리해야 한다. 지난해 더블헤더에서도 팬들이 예상보다 더 빨리 움직여주신 덕분에 1차전 관중 퇴장이 빨리 이뤄졌다. 이번에도 그런 부분이 잘 진행될 수 있을 거다.

더블헤더 1차전 종료 뒤 내야 지정석 관중들의 빠른 퇴장이 원활하게 이뤄졌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더블헤더 1차전 종료 뒤 내야 지정석 관중들의 빠른 퇴장이 원활하게 이뤄졌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SK 관계자의 말대로 1차전 종료 뒤 30분간 쉴 새 없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그라운드 키퍼들은 곧바로 내야 그라운드 정비에 나섰다. 이들은 쉴 새 없는 발걸음과 더불어 마운드 부근을 집중적으로 보강하며 약 20분 만에 깔끔한 그라운드 상태로 원상 복구했다. 1차전 지정석 관중들도 대형 빅 보드에 나온 퇴장 및 입장 공지대로 빨리 움직이며 원활한 경기 진행을 도왔다. SK 현장 스태프들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더블헤더 경기 운영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이날 더블헤더 1차전(7,089명)과 2차전(1만 3,952명)에서 총 2만 1,041명의 관중이 문학구장을 찾았다. SK는 평일 더블헤더라는 악재 속에서도 나름대로 준수한 홈 관중 동원에 성공했다. 이날 더블헤더 1차전과 2차전을 모두 관람하러 온 SK 팬 김숙자 씨는 더블헤더 경기가 편성되자마자 두 경기 표를 모두 바로 예매했다. 서울에 사는데 연차를 낸 딸과 함께 경기를 보러왔다. 정말 SK 팬이기에 망설임이 없었다. 우리 고생하는 선수들을 향해 끝까지 응원하겠다며 미소 지었다.
양 팀 선수단과 SK 구단 현장 스태프 모두 쉴 새 없는 발걸음으로 고난의 더블헤더를 소화했다. 이런 ‘워크맨’들의 노고도 결국 야구장에 찾아온 팬들이 있기에 빛났다. 최근 한국 야구계에 찾아온 위기 속에서도 이번 더블헤더로 보여준 현장의 노력과 팬들의 사랑이 또 다른 희망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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