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10월 14일 제3차 이사회 개최···이근호 회장 “선수들의 권익 및 삶의 질 향상이 얼마만큼 이루어졌는지 돌아봤다”

-8년 차 선수협, 괄목할만한 성과 내는 2019년···염기훈 이사 “구단·연맹과 지속적인 소통 이루어지는 게 큰 성과”

-“10년 전 선수 동의 없이 가능한 트레이드는 지금도 변함없이 이루어진다”

-“더 많은 선수와 머리를 맞대고 연맹, 구단과 한국 축구 발전 고민하고 싶어”

사단법인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박주호 이사(맨 왼쪽부터), 이근호 회장, 염기훈 이사(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사단법인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박주호 이사(맨 왼쪽부터), 이근호 회장, 염기훈 이사(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대전]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북한과의 경기를 하루 앞둔 10월 14일. 축구계의 시선은 평양으로 쏠렸다. 남북 분단 이후 두 번째로 평양에서 펼쳐지는 경기. 한국 축구 대표팀이 북한에서 월드컵 예선을 치르는 건 처음이기도 하다.

같은 날 대전 시티호텔엔 대표팀에 합류해도 이상할 게 없는 한국 축구 전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근호, 염기훈, 박주호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한데 모인 건 사단법인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제3차 이사회를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오후 7시 30분에 시작된 이사회는 10시가 넘어서야 마무리됐다. 예정 시간보다 1시간이 더 길어졌다. 후배들이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훈련에 매진하는 동안 선배들은 더 나은 K리그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선수협 이근호 회장은 지금도 행정적인 부분은 너무 어렵다쉽지 않다는 걸 매번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이사회에선 선수들의 권익 및 삶의 질 향상이 얼마만큼 이루어졌는지 돌아봤다. 선수 동의 없이 이루어지는 트레이드, 보상금, 연봉 등 계약 문제에 관해선 고쳐야 할 게 산더미라고 했다.

8년 차 선수협, 괄목할만한 성과 내는 2019년

사단법인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염기훈 이사(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사단법인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염기훈 이사(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2012년 발족한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는 2017년 6월 국제프로축구선수협회 본부로부터 참관 회원 자격으로 한국 지부 인준을 받았다. 그해 9월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사단법인 설립을 허가받고 ‘축구 선수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2017년 12월 선수협은 마침내 국제프로축구선수협회의 일원으로 거듭났다. 6년여의 노력이 빛을 본 순간이다.

선수협은 올 한해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더는 구단 몰래 선수를 만날 필요가 없다. 당당히 구단과 협의해 일정을 잡고 선수단 교육을 진행한다. 그 결과 K리그(1·2) 22개 구단 가운데 절반인 12개 팀과 미팅을 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과도 쌍방향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선수협 염기훈 이사는 예년과 비교해 많은 변화가 있었다선수들이 선수협에 무언가를 문의 했을 때 연맹과 구단에서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염 이사를 포함한 임원진은 아직 올 한 해가 저물진 않았지만 선수협의 존재를 축구계에서 인정하기 시작한 게 최고의 성과라고 강조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선수협은 축구계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다. 선수들을 만나려면 구단 몰래 일정을 조율해 참석 의사가 있는 이만 만날 수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구단에 정식 공문을 보내고 일정을 잡는다. 모든 선수에게 선수협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고 우리의 권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연맹, 대한축구협회와도 지속적인 소통을 이어간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선수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선수협이 발걸음을 내디디고 있는 건 분명하다.염 이사의 말이다.

축구계가 선수협의 목소리를 주목하기 시작한 건 이근호 회장을 비롯한 베테랑의 공이 컸다. 선수협 김훈기 사무총장은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앞장설 필요가 없는 한국 축구 전설들이 선수협에 힘을 실어줬다그들이 없었다면 선수협이 지금과 같은 존재감을 내보이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프로 데뷔를 알린 이 회장은 K리그 통산 285경기에서 뛰며 73골 49도움을 기록했다. 올 시즌엔 2골 5도움(18경기)을 기록하며 14년 만의 우승 도전에 나서고 있는 울산 현대의 중심을 잡고 있다.

이 회장의 A매치 경력은 더 화려하다. 2007년 6월 29일 이라크와의 친선경기에서 데뷔해 84경기(19골)를 뛰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1차전 러시아와의 경기에선 그림 같은 중거리 슛으로 골맛을 봤다. 축구계는 부상이 아니었다면 '2018 러시아 월드컵' 출전도 충분히 가능했을 거로 본다.

염 이사 역시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전설이다. 2006년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염 이사는 K리그 통산 367경기에서 뛰며 72골 105도움을 올렸다. 10월 2일 화성 FC(K3리그)와의 FA컵 준결승 2차전에선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수원 삼성의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적잖은 나이(36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축구계 격언을 증명하고 있다.

염 이사는 2006년 가나와의 친선경기에서 A매치에 데뷔해 57경기(5골)를 뛰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선 박주영, 박지성, 이청용과 공격의 한 축을 담당하며 원정 첫 16강 진출에 이바지했다.

박주호 이사는 지난해 K리그1에 데뷔해 36경기에서 뛰며 1도움을 기록 중이다. K리그 경력은 짧지만, 화려한 유럽 리그 경험을 자랑한다. 2011년 FC 바젤(스위스)에서 기량을 갈고닦은 박 이사는 FSV 마인츠 05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이상 독일)에서 뛰었다. 꿈의 무대로 불리는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등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펼친 바 있다. 한국 축구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선 39경기(1골)를 뛰었다.

김 총장을 포함한 선수협 일동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이들이 앞장서 목소리를 내준 덕분에 올 한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냈다고 본다.

선수협 활동에 앞장선다고 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선수 생활 마무리에 집중하고 은퇴 이후의 삶을 계획해 나아가면 그만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한다. 팀에 20살 어린 후배가 있다. 우리가 힘이 없던 시절 선배들이 나서서 이런 건 얘기해줬으면 하는 게 있었다. 10년 전 선수 동의 없이 이루어진 트레이드가 지금도 가능한 게 대표적이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좀 더 건강한 K리그를 만들기 위해선 우리와 같은 선수들이 앞장서야 한다.이날 오후 훈련을 마친 뒤 자가용을 타고 대전으로 내려온 염 이사의 말이다.

선수협 “선수들의 권리를 찾는 것만큼 중요한 게 사회 공헌 활동”

사단법인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이근호 회장(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사단법인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이근호 회장(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10월 14일 (사)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제3차 이사회에선 올 한해 선수들의 권익 및 삶의 질 향상을 돌아볼 뿐 아니라 사회 공헌 활동에 관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나누었다. 선수협은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기 위해선 사회 공헌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선수협은 프로축구선수 권익 향상만을 외치지 않는다. 2016년부턴 부산 수영로 교회, 사단법인 인천 장애인 능력개발협회, 서울 동대문 장애인종합복지관 등에서 사회공헌활동 및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A매치 휴식기나 비시즌을 활용해선 자선축구대회를 개최한다. 어린 선수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하는 게 목적이다.

9월 27일엔 선수협 이영표 이사의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며 축구 팬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훈기 사무총장은 선수협에선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어떻게 돌려줄지 끊임없이 고민한다향후엔 더 많은 사회공헌활동과 행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올겨울에도 자선축구대회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렇듯 시간이 지날수록 몰라보게 발전하고 있는 선수협이지만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우선 선수들의 소속팀 일정이 제각각인 까닭에 모든 인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게 어렵다.

한 사안에 관해선 선수협과 각 구단,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생각이 모두 다르다. 합의점을 찾는 게 쉽지 않다. 후배들에게 선수들이 누려야 할 권리를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도 힘들다.

이 회장은 우린 누군가 지나간 길을 걷는 게 아니라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많은 걸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 회장은 후배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전했다.

우린 구단이나 연맹과 싸우기 위해 존재하는 단체가 아니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대화를 통해 조금씩 고쳐나간다. 후배들이 불합리한 일을 당했을 때 뒤로 숨지 않았으면 한다. 그걸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을 때 K리그는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다. 선수협은 항상 열려 있다. 더 많은 선수와 대화하면서 한국 축구의 발전을 꾀하고 싶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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