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정규시즌 내내 압도적 1위 달리다 막판 무너져…최종 3위

-공든 탑 잘 쌓다 마지막에 실패…SK의 노력과 성과는 인정해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막판 추락…지난해 보여준 SK만의 장점 사라졌다

-타격 파트 교통정리 필요, 선발 육성과 키스톤콤비 보강도 필수

SK의 플레이오프 기간 최 정과 이재원은 침묵했고, 믿었던 소사는 끝내 발등을 찍었다(사진=엠스플뉴스)
SK의 플레이오프 기간 최 정과 이재원은 침묵했고, 믿었던 소사는 끝내 발등을 찍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SK 와이번스는 금방이라도 새 왕조를 세울 것처럼 보였다.

시즌 내내 압도적 리그 1위를 달렸다. 막강한 투수력을 앞세워 어떤 식으로든 이기는 결과를 냈다. 이기고 있는 경기는 끝까지 이겼고, 지고 있던 경기는 뒤집었다. 타선이 안 터지는 날은 투수의 힘으로 이겼고, 투수가 맞는 날은 타선이 힘을 내서 이겼다. 더그아웃엔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가 흘렀다. KBO리그 구단이 나아갈 길을 보여주는 모범이란 찬사도 받았다.

하지만 일년 동안 쌓은 공든 탑이 마지막에 무너졌다. 144경기 동안 지킨 1위 자리를 정규시즌 마지막 날 빼앗겼다. 80승 고지를 먼저 밟고도 1위를 못한 최초의 팀이 됐고, 88승을 거두고도 2위에 그친 첫 팀이 됐다. 그리고 플레이오프 스윕패로 최종 순위 3위까지 내려앉았다.

‘돌다리도 두들겨 건넜는데’논리로는 이해하기 힘든 SK의 ‘역대급’ 추락

염경엽 감독은 신중에 또 신중을 기했지만 팀의 추락을 막지 못했다(사진=엠스플뉴스)
염경엽 감독은 신중에 또 신중을 기했지만 팀의 추락을 막지 못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른바 ‘역대급’ 추락이다. 그래서 더 안타깝고 허무하다. 무너지기 전까지 SK가 쌓던 탑이 정말로 멋지고 근사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 SK는 지난해 거둔 승수(78승)보다 10승을 더 거뒀다. 에이스 메릴 켈리가 떠났고, 특별한 전력 보강이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구단 역사상 최다승을 올렸다.

팀이 지닌 투타 전력을 보여주는 피타고리안 기대승률은 0.583으로 두산(0.630)이나 키움(0.638)에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SK는 0.615로 리그에서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선수단 전체가 똘똘 뭉쳐 실제 전력 이상의 성적을 냈다.

SK 선수들은 프로페셔널했다. 경기에 이기나 지나 항상 정성을 다해 팬서비스하고, 미디어 취재에 협조했다. 구단도 다양한 이벤트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성적 이상의 가치를 만들려 노력했다.

일 년 내내 지켜온 이 모든 노력과 성과가, 단지 마지막 몇 경기 패배 때문에 부정당하고 잊히는 건 잔인한 일이다.

SK의 추락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누구 탓을 하기엔, 모두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염경엽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팀이 압도적 선두를 달릴 때도 결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돌다리도 현미경으로 검사하고 건너갈 정도로 신중하고 또 조심했다. 선수단도 몸을 아끼지 않고 사력을 다했다.

하지만 시즌 막판 들어 원인을 알 수 없는 경기력 난조를 보이며 내리막을 탔다. 특히 시즌 내내 기복이 심했던 타격에서 끝내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SK 특유의 공격적이고 자신감 있는 스윙이 사라졌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이상할 정도로 팀 전체가 무기력했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타자들이 분위기를 탈만 하면 키움에서 조상우, 안우진이 나와 찬물을 끼얹었다. 1차전을 연장 접전 끝에 지고, 2차전 다 이겼던 경기를 패한 SK는 3차전에선 아예 대패를 당했다. 1차전을 어렵게 잡았다면, 2차전에서 리드를 끝까지 지켰다면, 3차전에서 초반 찬스를 잘 살렸다면 결과가 달랐을지 모르지만 그런 일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드라마틱한 한국시리즈 우승 만든 SK만의 장점 되찾아야

2019시즌의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야 할 SK(사진=SK)
2019시즌의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야 할 SK(사진=SK)

그렇다고 이대로 ‘멘붕’ 상태에 머물러 있을 순 없다. 야구는 내년에도 계속된다. 2019시즌의 실패로부터 배울 점은 배우고, 성과는 간직해서 2020시즌 명예회복을 준비해야 할 SK다.

염경엽 감독은 3차전이 끝난 뒤 시즌 마지막에 절실한 아픔을 느꼈다. 우리 팀에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잘 생각해서 마무리 훈련부터 준비하겠다고 짧게 소감을 밝혔다.

2018시즌 타격으로 흥했던 SK가 2019시즌 타격 때문에 망했다. 2018시즌과 거의 같은 멤버로 경기를 치렀음에도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이유가 단지 ‘덜 날아가는 공인구’ 하나 때문은 아닐 것이다.

SK 타격 파트는 시즌 내내 혼란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팀 홈런 1위를 이끈 정경배 타격코치와 작별하고, 김무관 타격코치를 1군에 올렸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이에 시즌 중반부터 박경완 수석이 타격 코치를 겸하고, 박재상 코치를 올려 타격을 맡겼다. 염경엽 감독까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지도에 나섰다. 하지만 시즌 막판과 포스트시즌, SK 타선은 더 깊은 수렁에 빠졌다.

프로 타격코치 출신의 야구인은 올해 SK 타자들을 보면 지난해와는 달리 타석에서 조금씩 타이밍이 늦다. 전체적으로 생각이 많아 보이고, 지난해 보여줬던 확신과 공격성을 잃어버린 모습이라며타자들을 일정한 틀에 맞추려다 보니, 오히려 지난 시즌 보여줬던 SK만의 장점이 사라진 느낌이라 지적했다. 더 완벽하고 세밀한 야구를 하려는 의욕이 자칫 SK를 성공으로 이끈 장점을 지우는 패착이 된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올 시즌 타자들이 겪은 혼란을 해소하려면, 확실한 전문 타격코치를 임명해 타격 파트 전권을 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구계에선 방송사 해설위원, 국가대표팀 코치 등이 새 시즌 SK 타격코치로 자릴 옮길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는 중이다.

그 밖에 김광현의 뒤를 이을 차세대 선발투수 육성, 시즌 내내 어려움을 겪은 2루수와 유격수 자리도 SK가 해결할 과제로 꼽힌다. 약점 보강을 위해선 FA(자유계약선수) 영입 시장에도 과감하게 뛰어들 필요가 있다. 이대로 좌절해서 주저앉아 있기엔, 2019시즌 SK가 완성할 뻔했던 멋진 탑이 아쉽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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