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외국인 선수들과의 이별과 젊어지는 KBO 외국인 구성
-베테랑 및 이름값에서 젊은 유망주 영입 기조로 변화
-1994년생 프렉센·핀토·라모스, 모두 ML 재도전 가능성 높다
-외국인 선수들에게 이제 KBO리그는 종착역 아닌 ML 환승역

LG 내야수 라모스(가운데)와 두산 투수 프렉센(오른쪽) 모두 1994년생으로 젊은 나이에 한국 무대 도전을 선택했다(사진=gettyimages)
LG 내야수 라모스(가운데)와 두산 투수 프렉센(오른쪽) 모두 1994년생으로 젊은 나이에 한국 무대 도전을 선택했다(사진=gettyimages)

[엠스플뉴스]

이제 외국인 선수들에게 KBO리그는 종착역이 아닌 메이저리그 환승역과 같은 무대다. 젊은 나이의 외국인 선수들이 KBO리그 무대에 도전해 자신의 실력을 더욱 갈고닦아 메이저리그 무대로 재도전하고자 하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투수 메릴 켈리와 같은 사례가 더욱 늘어나는 분위기다.
LG 트윈스는 1월 23일 외국인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의 영입을 발표했다. 라모스의 LG 입단으로 2020시즌 KBO리그 외국인 선수 구성이 모두 마무리됐다. 2020시즌 KBO리그 외국인 선수 구성에서 가장 큰 특징은 장수 베테랑 외국인 선수들과의 이별이다.
장수 외국인들과 이별, 더 젊어지는 KBO 외국인 구성

린드블럼은 지난해 리그 MVP와 골든글러브 동시 수상 뒤 메이저리그 무대 재도전을 결정했다(사진=엠스플뉴스)
린드블럼은 지난해 리그 MVP와 골든글러브 동시 수상 뒤 메이저리그 무대 재도전을 결정했다(사진=엠스플뉴스)

먼저 지난해 리그 MVP를 차지했던 조쉬 린드블럼(1987년생)은 5년여의 KBO리그 생활을 뒤로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로 이적했다. 린드블럼과 더불어 최근 5시즌 동안 꾸준히 KBO리그 커리어를 쌓아온 브룩스 레일리(1988년생)도 한국을 떠났다. ‘KBO 특화 장수 외국인 투수’로 평가받았던 헨리 소사(1985년생)도 다시 타이완 리그로 돌아가 한국에서 은퇴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삼성 라이온즈 구단 사상 가장 큰 성공작인 내야수 다린 러프(1986년생)도 협상 결렬로 충격적인 이별을 맞이해야 했다.
장수 외국인 선수들이 떠난 만큼 전반적인 외국인 선수들의 나이는 젊어졌다. 신입 외국인 선수 15명 가운데 1980년대 태생은 이제 5명뿐이다. 1990년대 태생 신입 외국인 선수 10명이 KBO리그 무대를 밟게 됐다. 그 가운데 1994년생으로 여전히 20대 중반의 젊은 외국인 선수가 한국 무대 도전을 택한 사례도 있다. 두산 베어스 투수 크리스 프렉센과 SK 와이번스 투수 리카르도 핀토, 그리고 앞서 언급된 LG 라모스가 1994년생 외국인 선수들이다.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에서 영입했던 투수 제이크 톰슨은 리그에서 유일한 1994년생인 젊은 나이 하나로만으로도 큰 화제가 됐던 선수였다. 그만큼 KBO리그는 이제 외국인 선수들의 황혼기나 종착역이 될 무대가 아닌 성장과 재도전의 기회가 있는 무대로 변모했다. 최근 메이저리그로 재진출해 활약한 내야수 에릭 테임즈와 투수 켈리, 그리고 린드블럼의 사례가 외국인 선수들에게 KBO리그를 향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줬다.
한 구단 관계자는 과거엔 정점에서 기량이 떨어지는 베테랑 선수나 부상 이력으로 잠시 주춤한 외국인 선수와 접촉해 거액으로 한국행을 유혹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젊고 가능성 있는 외국인 선수들과도 적극적으로 접촉해 한국행을 설득하는 분위기다. 테임즈나 켈리, 그리고 린드블럼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얼마든지 KBO리그에서 실력을 끌어올려 다시 메이저리그로 도전할 수 있다고 설득한다라고 설명했다.
1994년생 프렉센·핀토·라모스, 모두 ML 재도전 가능성 높다

SK 외국인 투수 리카르도 핀토는 앙헬 산체스를 뛰어넘을 잠재력을 지녔단 평가다(사진=gettyimages)
SK 외국인 투수 리카르도 핀토는 앙헬 산체스를 뛰어넘을 잠재력을 지녔단 평가다(사진=gettyimages)

앞선 언급한 1994년생 외국인 선수들도 KBO리그 무대를 통한 재도약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 먼저 프렉센은 최고 구속 157km/h를 자랑하는 젊은 우완 파이어볼러다. 두산은 프렉센을 에이스이자 MVP인 린드블럼을 대체할 투수로 점찍었다. 두산 관계자는 지난해 린드블럼 측이 꾸준히 메이저리그 재도전을 준비하는 걸 알고 있었다. 이에 대비해 프렉센을 꾸준히 관찰하며 40인 로스터에서 풀리길 기다렸다. 나중에 프렉센이 메이저리그 재도전을 노릴 만큼 더 성장한다면 그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SK가 영입한 1994년생 투수 핀토도 말 그대로 ‘원석’이다. 핀토는 150km/h를 넘나드는 강속구와 날카로운 체인지업이 강점이다. 메이저리그 등판 숫자가 27경기에 불과한 데다 그만큼 선발 경험이 적은 건 핀토의 단점이다. 하지만, 핀토가 지니고 있는 잠재력 자체가 원체 출중해 KBO리그 무대에 잘 적응한다면 일본 무대로 떠난 요미우리 자이언츠 앙헬 산체스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단 게 SK 구단의 기대다. 최근 켈리와 김광현의 사례로 메이저리그 투수 사관학교가 된 SK가 또 다른 작품을 만들지 궁금해진다.

긴 고심 끝에 LG가 영입한 라모스도 잠실구장을 극복할 잠재력이 충분한 1994년생 젊은 거포 내야수다. 지난해 라모스는 트리플 A 무대에서 127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9/ 출루율 0.400/ 장타율 0.580/ 30홈런/ 105타점을 기록했다. LG 차명석 단장은 라모스는 장타력이 뛰어나 잠실구장에서도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이다. 특히 출루율이 높아 OPS(출루율+장타율) 기록이 돋보인다. 계속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젊은 선수로 우리 팀의 중심타선에서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라모스는 전 소속팀 콜로라도 로키스의 팬들이 이별에 아쉬운 반응을 보일 정도로 촉망받는 선수였다. 게다가 LG는 50만 달러(계약금 5만 달러·연봉 30만 달러·인센티브 15만 달러)라는 비교적 저렴한 몸값으로 젊은 라모스를 잡는 수완을 보여줬다.
이제 젊은 외국인 선수들에게 KBO리그에서 대성공은 곧 메이저리그 환승을 의미한다. 그만큼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재영입을 위해 주목하는 KBO리그가 됐다. 단순히 이름값과 베테랑의 경험만 있는 것이 아닌 젊고 가능성에 중점을 둔 외국인 선수 영입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 외국인 이적 시장 관계자는 KBO리그가 메이저리그 선수 수급을 돕는 육성 무대가 되는 분위기다. 한국에 온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들도 한국 선수가 아닌 외국인 선수의 활약을 더 관심 있게 점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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