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야구연맹 5대 회장, 고천봉 신임 회장…2월 20일부터 업무 시작

-연맹 살림 줄이고 취임식도 생략…긴축 재정으로 연맹 정상화에 힘쓴다

-“과거 다른 분야 협회장 맡아 성공한 경험 있어…대학야구도 발전 가능성 충분”

-“임기 1년이라 현실적 제약 있다…올해는 잘하는 것보다 ‘정상화’에 초점”

한국대학야구연맹 5대 회장에 취임한 고천봉 회장(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한국대학야구연맹 5대 회장에 취임한 고천봉 회장(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

위기의 대학야구에 새 구원투수가 등판했다. 2월 20일 제5대 한국대학야구연맹 회장으로 임기를 시작한 고천봉 신임 회장이 대학야구 마운드의 구원투수로 올라왔다.

대학야구연맹 설립 이후 대학야구는 단 한 순간도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 고 회장의 전임 회장들은 ‘대학야구 활성화’란 거창한 공약을 들고 마운드에 올랐지만, 하나같이 주자를 잔뜩 쌓아놓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고 회장 앞에 놓인 위기는 이전까지의 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다. 야구로 치면 무사 만루에서 상대 중심타선과 상대하는 수준이다. 대학야구연맹은 전임 회장이 물러난 뒤 2개월간 ‘무정부 상태’로 표류했다. 눈앞에 닥친 재정 문제부터 대회 일정까지 해결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대학야구 내부의 파벌 싸움은 물론 주말리그를 둘러싼 야구계와 교육계의 대립도 풀어야 할 문제다.

무엇보다, 프로야구와 야구팬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받는 지금의 상태에서 벗어나야 미래를 꿈꿀 수 있다. 야구와는 무관한 삶을 살아온, 임기 1년짜리 회장이 과연 꼬일 대로 꼬인 대학야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엠스플뉴스는 고천봉 회장과 직접 만나 회장 임명 배경과 대학야구 현안, 임기 내 목표에 대해 들어봤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취임식은 생략, 사무실 규모도 줄인다…’비상경영’ 시작한 대학야구연맹

대학야구연맹 사무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대학야구연맹 사무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회장과 사무처장 두 분만 계셔서 그런지, 사무실이 썰렁한 느낌이다.

보시는 그대로다. 취임하고 들어와 보니 사무실 임대료도 연체돼 있었다. 월 임대료만 270만 원 정도 된다. 이달 중에 사무실을 옮겨야 할 것 같다.

임대료가 싼 곳으로 옮길 생각인가.

사무실이 작다고 해서 일이 안 돌아가는 건 아니잖은가. 회의 같은 건 따로 희의실을 빌려서 해도 된다. 사무실에서는 기본 업무만 가능하면 충분하다. 지금 여기 공간도 거의 쓰질 않는다. 요 근처 오피스텔을 얻으려고 한다. 사무실을 옮기면 임대료를 1/3로 줄일 수 있다. 줄일 수 있는 비용은 어떻게든 최소화할 생각이다.

그래도 명색이 한국대학야구연맹인데 작고 초라한 사무실을 사용해도 괜찮을까.

지금은 남들이 보는 눈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 어차피 난 사무실에 있을 일이 별로 없다. 계속 밖에서 사람을 만나고 움직여야 한다. 또 요즘엔 재택근무도 가능한 시대 아닌가. 꼭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으로 일에만 지장 없게 하면 된다. 현실에 맞춰야 한다. 눈에 보이는 건 중요하지 않다.

전임 회장이 사퇴하고 두 달간 집행부가 공백 상태였다. 인수인계는 어떻게 돼가나.

2월 20일부터 일을 시작했다. 와보니까 인수인계가 전혀 안 되는 상태다. 직원도 없고, 이전에 어떻게 일을 처리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제일 걱정은 예산이 작년보다 줄었다는 거다. 지난해 집행부 공백 상태에서 서류를 잘못 올려서 예산이 줄었다. 대학야구팀은 작년보다 5팀이 늘었는데 오히려 예산이 줄었으니 어려움이 많다.

새로 임명한 사무처장(류상호 전 경기도야구협회 전무)은 어떻게 오게 됐나.

아는 분 소개로 모셔왔다. 아예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다 보니, 전혀 이쪽을 모르는 분과는 일이 안될 것 같았다. 사무처장님은 과거 성균관대 감독도 6년 하시고, 다른 협회 전무로도 몇 년 계셔서 이쪽 일을 잘 아신다. 작년 회계가 제대로 안 된 부분도 사무처장님이 오신 뒤 급하게 처리했다. 한시가 급한 일부터 처리해 가려고 한다.

+류상호 사무처장은 2000년까지 성균관대 야구부 감독을 지낸 야구인이다. 류 처장은 “이병규(현 LG 코치), 이종열 해설위원이 내 제자”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오랜 야구계 경력 뒤엔 그림자도 있다. 류 처장은 성균관대 감독 시절인 2000년, 대학 입학을 조건으로 학부모들로부터 1억 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구속돼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경기도야구협회에서도 일부 감독들과 마찰 끝에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류 처장 임명 소식을 들은 일부 야구인 사이에선 벌써부터 대학야구연맹 새 집행부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임기가 올해 연말까지로 길지 않다. 채 일 년도 되지 않는다.

원래 회장 임기는 4년인데, 난 보궐로 선출돼서 1년이면 임기가 끝난다. 새로 연맹을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일할 수 있는 기간은 1년도 안 된다. 힘든 점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힘든 상황 속에서도 최선 다해 할 수 있는 일은 해야지 어쩌겠나.

회장 취임식도 생략하나.

지금 취임식을 할 계제는 아닌 것 같은데. 일만 하기도 바쁘다. 지금 시국이 취임식을 할 시국은 아니다. 연맹을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만도 힘든데 그게 중요하겠나. 취임식은 정식으로 4년 임기 취임했을 때 하는 게 맞다.

기존 송지영 부회장은 사임 의사를 밝혔다. 나머지 이사나 각종 위원들도 교체할 생각인가.

기존 이사들은 같이 가야 한다. 내 임기가 1년도 안 남았는데 그분들을 교체해서 분란을 만들 이유가 없다. 차라리 그분들과 만나서 ‘도와주십시오, 같이 갑시다’라고 하는 게 현명할 것 같다. 여기서 편 가르기 하면 안 된다. 연맹 일에도 이사들을 많이 참여시킬 생각이다. 많은 사람의 힘이 필요하다. 다 함께 힘을 합쳐서 대학야구의 위기를 극복해야지, 나 혼자 힘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

“맨땅에 헤딩 많이 해봤다...내 후임은 돈 안 내도 회장할 수 있게 기반 만들 것”

대학야구는 무관심과 파벌싸움, 방관 속에 병들어 있다(사진=한국대학야구연맹)
대학야구는 무관심과 파벌싸움, 방관 속에 병들어 있다(사진=한국대학야구연맹)

고천봉 회장의 본업은 제일가스에너지 대표이사다. 제일가스에너지는 2011년 전라남도 나주에서 설립한 중소기업으로 액화석유가스(LPG) 도소매가 주요 사업 분야다. 사원 수 10명 안팎에 연 매출 26억 원으로 규모가 큰 회사는 아니다. 회사 최대주주는 고 회장의 아내다.

이 때문에 고 회장 임명 소식에 야구계에선 ‘고천봉이 누구냐?’고 의아해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대학야구 수장으로서 역량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 회장이 누구의 지원을 받아 임명됐는지 의구심을 갖는 야구인도 많다.

한 야구인은 “대학야구를 망쳐놓은 사람들이 이번 신임 회장 영입을 주도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대학야구가 엉망이 된 틈을 타서 바지 회장을 앉힌 뒤 자기들의 이권을 챙기려고 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야구인도 과거 각종 물의를 빚었던 야구인을 고 회장 영입의 뒷배로 거론했다. 실제 문제의 야구인은 고 회장 선출 직전까지 연맹 실무를 맡아 진행했다.

고 회장은 자신에게 회장직을 제안한 사람이 누군지 끝까지 밝히지 않았다. “자칫 편 가르기가 될 수 있다”는 이유다. 또 회장직 수행 능력에 대해서도 “과거 다른 분야 협회에서 회장직을 맡아본 경험이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고 회장은 과거 한국LP가스판매협회 전남협회장과 전남가스조합 이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한국대학야구연맹 간판(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한국대학야구연맹 간판(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정말 죄송한 말씀이지만, 사실 야구계 사람들은 ‘고천봉 회장’이 누군지 전혀 모른다. 어떻게 회장직을 맡게 됐나.

그게 또 누구라고 말씀드리면, 그분들하고 대립하는 쪽에서 이런저런 말이 나오는 것 같더라.

회장직을 맡으라고 권유한 분이 누군가.

일단 내가 이렇게 회장직을 맡을 수 있게 한 분들은 야구판을 정상화하길 원하는 분들, 학생들이 피해를 받지 않게 하려는 분들이다. 그리고 심판 문제라든지 과거에 잘못됐던 문제들을 바로잡길 원하는 분들이다. 명색이 대학야구연맹인데 그동안은 너무 창피스러운 상황이 아니었나. 그분들이 대학야구의 명예를 회복해 보자는 좋은 생각과 취지를 갖고 제안하셨다. 대학야구가 살아야 나머지 고교야구와 아마야구도 잘 될 수 있다고 얘기하더라.

그분들이 회장님을 택한 이유가 뭘까.

그분들은 다 야구 쪽에 얽힌 인맥이 있지만, 나는 야구 쪽에 인맥이 없지 않나. 그러니까 오히려 공정하게, 원칙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런 취지로 제안을 해왔고, 나도 이런 거 저런 거 안 따지고 원칙대로 하겠다고 하고서 받아들였다.

대학야구는 분열과 대립이 심한 곳이다. 야구부 감독들부터가 둘로 나뉘어 있다.

100% 모두를 다 아우르기는 어렵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화합하게 해야 한다. 나 개인적으로는 특별히 관계가 나쁜 사람이 없다. 물론 내가 회장이 되게 도움을 준 분들은 대립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분들과도 만나서 모두가 화합해서 같이 가게끔 해야 한다. 그게 내 역할이다.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 및 전국대학교 체육부(과)장 협의회(전체협)와 야구계의 대립도 문제다.

이번에 모 대학 학과장도 연맹 이사로 참여한다. 대학야구 전체를 보고 가야 한다. 나와 반대 입장이라고 그분들과 대화를 단절해선 안 된다. 명분을 갖고 좋은 방향으로 가겠다는데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모든 일을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서 명분 있게 하려고 한다.


누구의 추천으로 회장직을 맡게 됐는지는 밝히지 않을 생각인가.

그런 부분을 얘기해서 굳이 편 가르기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난 사업할 때도 혼자 파이를 다 차지하는 것보단, 다 같이 힘을 합쳐서 큰 파이를 만들고 조금씩 나눠 먹자는 생각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만 쫓다 보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


본업이 따로 있는데, 회장직을 겸하면 어느 한쪽을 제대로 하기 어렵지 않을까.

어차피 사업은 똑같다. 연맹도 내가 회장이지만 분야별로 전문성 있는 분들이 있지 않나. 그분들에게 맡겨서 일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 내가 어떻게 다 하겠나. 이것도 시스템 구축을 하려고 한다. 내가 모든 일에 일일이 관여하기보단, 회장은 분쟁이 일어났을 때 큰 틀에서 조정하는 역할을 하면 된다. 전문성 있는 분들이 책임을 갖고 일을 잘할 수 있게끔 지원하는 게 내 역할이다.

개인 사업과 연맹 운영은 다른 점이 많을 텐데.

과거 내 개인사업과 관련해서 협회장을 맡아본 경험이 있다. 그 경험이 있어서 조직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안다. 물론 스포츠 종목이라 경기일정을 짜고 예산을 받아서 운영한다는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인 운영 틀은 비슷하다. 그 경험이 없다면 회장 한다고 안 했을 거다.

그 협회는 잘 운영했나.

내가 맡기 전에는 거의 사고단체나 마찬가지인 곳이었다. 컴퓨터 업무, 사무 일이라도 필요하면 내가 직접 맡아서 정상화하려고 노력했다. 자리 잡기까지 2, 3년 정도가 걸리더라. 여기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방법이 없다.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가야 한다.


종목단체 회장 당선자라면 피해갈 수 없는 문제가 있다. 바로 ‘출연금’이다. 얼마를 낸다고 공약하셨나.

내 생각엔 야구인 중에 능력 있는 분들이 연맹 회장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진짜 능력 있는 사람이 회장을 해야지, 돈을 내는 사람이 회장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회장이 돈을 안 내도 조직이 돌아갈 수 있는 구조가 돼야 비리도 사라지고, 조직이 잘 된다. 그런데 능력 있는 분들에게 처음부터 ‘돈을 내라’고 제약을 가하다 보니, 정말 능력 있는 사람들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회장 출연금에 의존하는 종목단체 운영이 후진적이라는 비판이 있는 건 사실이다.

나는 그렇게 하고 싶다. 비록 임기는 1년이지만, 내 뒤에 오는 사람들은 돈을 안 내도 되는 구조. 내가 잘 운영해서 연맹이 자생력을 갖고, 선순환 구조가 된다면 나 같은 사람이 아니라 진짜 능력 있는 분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겠나. 돈을 얼마를 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만큼 협회에 기여하고 도움을 주면 돈 내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 생각한다.


출연금에 대해선 아직 분명한 답을 안 하셨다.

혹시 ‘돈 안 내려고 저런 소리 한다’고 할까 봐 걱정되는데, 내 말의 취지는 이거다. 나는 돈을 출연하더라도, 내 후임은 그럴 필요가 없게끔 하고 싶다는 얘기다. 사실 임기가 1년이다 보니 한계는 있다. 4년 임기라면 나도 투자를 할 수가 있는데, 올해 1년만 하고 끝난다면 실질적으로 치고 나가기엔 한계가 있다.


후임자가 돈을 안 내도 되는 구조를 일 년 안에 만드는 게 가능한가.

과거 다른 협회장을 맡았을 때도 각종 용품이나 자재 공동구매로 수익을 낸 경험이 있다. 한번 수익구조를 만들어 놨더니 내 후임으로 온 분들은 돈을 내는 게 아니라 돈을 쓰면서 일하더라. 돈 1천만 원 내고 취임해서 1년에 판공비로 3천, 5천만 원씩 쓴다. 그러니까 다들 서로 자리를 맡으려고 하지. 여기도 그런 구조가 돼야 한다.

지금 대학야구 현실에서 상황을 너무 장밋빛으로 보는 것 아닌가.

나는 사업하는 사람이다. 여기도 좋은 사업이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잘만 만들어 놓으면 야구인도 학생도 학부모도 모두가 승리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심판위원장이나 각 분과에서 일하는 분들이 판공비를 받고 일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물론 회장인 내가 욕심을 버려야 한다. 내가 챙기려고 하는 순간, 모두가 죽는 거다.

다른 분야에서 성공한 경험이 야구계에서도 통한다는 보장은 없다.

난 맨땅에 헤딩을 많이 해봤다. 아무것도 없는 전국 최하위 회사를 1등으로 만든 경험도 있다. 대학야구도 더 발전할 잠재력이 있는 곳이라고 본다. 여기서 큰 이익을 보지 못하더라도, 잘 살려만 놔도 성공이 아닌가 싶다. 여기에 돈 벌려고 온 게 아니다. 돈이 들어가면 모를까 돈 벌 일은 없다. 지금까지 늘 그래 왔다. 내가 만들어 놓고 떠나면 뒤에 들어온 후임이 공을 차지하고 과실을 누렸다.

“이번이 대학야구에 마지막 기회…올해도 안되면 연맹 존속 어려워”

고천봉 회장은 임기 1년 동안 대학야구의 정상화를 목표로 세웠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고천봉 회장은 임기 1년 동안 대학야구의 정상화를 목표로 세웠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새 집행부가 들어서면 항상 회계 문제로 전임 집행부와 갈등을 빚게 마련이다. 어떻게 풀어갈 생각인가.

문제 있는 부분들은 짚어나가야 한다. 지금 자료가 전혀 없다 보니, 계속 찾으면서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다만 전임 회장에게 특별히 악감정을 가질 이유는 없고, 고소나 고발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가능하면 좋은 쪽으로 얘기해서 풀어갈 생각이다.

전임 집행부에선 선수 등록비 인상 문제로 학교 및 학부모들과 갈등이 심했다.

솔직히 선수등록비가 많은지 적은지 잘 모른다. 야구 쪽 일을 쭉 해온 게 아니다 보니 등록비가 많다 적다는 개념이 없다. 지난해 10만 원을 받은 학교도 있고 20만 원을 받은 곳도 있다고 들었다. 어떻게 해결할지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대회 일정이 아직까지 나오지 않은 것도 문제다. 올해 정상적으로 대회를 치를 수 있을지에 대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크다.

일단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때문에 시간을 좀 벌었다. 3월에는 경기가 불가능한 상황이고 4월도 확실치 않다. 언제 코로나 사태가 끝날지 알 수 없다는 게 변수이긴 한데, 일단은 지난해까지 했던 대회 일정이 있으니까 거기에 준하는 일정을 만들면 된다. 감독자 협의회와 상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경기 일정이 늦게 나오면 경기장을 구하기 쉽지 않을 텐데.

경기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주말리그 경기를 평일로 돌리는 방법이 있다. 경기하는 요일을 탄력적으로 하면 조정이 가능할 것 같다. 프로 스카우트들 얘기를 들어보면, 대학 경기가 주말에 고교 경기와 겹치다 보니 아무래도 대학 쪽에 소홀해진다고 하더라. 일정을 탄력적으로 바꾸면 프로에서도 대학 경기를 관심 있게 봐주지 않을까.


과연 전체협이나 KUSF에서 허용할까.

물론 대학 학과장들과 협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상황도 있고, 경기를 안 할 수는 없지 않나.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이해를 구해가며 풀어가야 하지 않을까.


개인적인 생각엔 대학야구 경기가 주말에 열리는 것보단, 너무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서 열리는 게 더 문제라고 본다.

연맹 예산이 충분하면 중요한 경기를 서울에서 치렀으면 좋겠지만, 현재로선 할 수 있는 게 없다. 만약 작년부터 회장을 했다면 모르겠는데, 작년에 이미 짜놓은 예산에 맞춰서 운영해야 하니까. 작년보다 팀이 많아져서 게임 수도 늘고 추가비용이 들게 생겼는데, 오히려 예산이 작년보다 줄어서 힘든 부분이 많다. 기존에 하던 대로 하는 것만 해도 쉽지가 않다. 추가로 뭔가를 하기는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


올해 최우선 목표는 무엇인가.

지금 상황에선 장기적 과제를 얘기하기 어렵다. 임기 1년인데 그런 얘길 하는 건 너무 앞서가는 일이다. 올해 1년 최선을 다해서 어떻게든 대학야구를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하다. 그 이상은 쉽지 않다.


대학야구연맹에 대한 야구계와 선수, 학부모의 불신이 크다. 무엇보다 야구팬들은 대학야구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본다. 만약 이번에도 안 됐을 때는 연맹으로 남기는 어렵다. 다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 돌아가야 한다. 여기서 최소한의 틀을 잡아놔야 연맹이 유지될 수 있다고 본다. 결과로 보여주는 것 외에 다른 말이 필요하겠나. 지켜보는 눈이 많다는 걸 안다. ‘어떻게 하는지 보자’ ‘너도 앞의 놈들과 똑같은 놈인가’ ‘뭐 빼먹을 거 없나 보러 왔나’ ‘일 안 하는 놈인가’ 보고 있는데 아무리 말로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나.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신임 회장의 어깨가 무겁다.

잘하는 것보다는 정상으로 만드는 게 내 임무다. 민원을 해결하고, 게임을 치르는 연맹 기능을 하게끔 만드는 것. 정상적인 연맹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 그게 내 임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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