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부터 1주일 휴가 받은 전태풍 “자유롭게 운동하면서 가족들과 시간 보내고 있어”

-“현역 1년 연장? 몸이 이전 같지 않아 어려울 것”

-“SK는 몸담았던 팀 중 가장 자유로워. 처음으로 식당에서 슬리퍼 신고 밥 먹는다”

-“옆집 사람 만나면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강조해서 코로나19 함께 이겨냅시다”

-“여전히 코트에 서면 설레고 행복해. 올 시즌 마지막까지 뛰고 싶다”

서울 SK 나이츠 포인트 가드 전태풍(사진 맨 오른쪽)(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서울 SK 나이츠 포인트 가드 전태풍(사진 맨 오른쪽)(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

우리 마스크 항상 착용하고 하루 손 10번 이상 씻어요. 다 같이 코로나19 이겨내고 다시 만납시다.

2019-2020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예고한 서울 SK 나이츠 포인트 가드 전태풍이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KBL(한국프로농구연맹)은 3월 2일 제4차 이사회에서 2019-2020시즌 남은 일정을 28일까지 일시 연기하기로 했다. 전주 KCC 이지스 선수단이 숙소로 사용한 전주의 한 호텔에서 투숙객 중 한 명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로 확인된 까닭이다.

전태풍은 리그 중단 결정을 아쉬워하는 선수 중 하나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건 알지만 농구 선수로 뛰는 마지막 시즌인 까닭에 정상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SK는 리그 11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원주 DB 프로미와 함께 공동 선두에 올라있다. 전태풍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코트를 떠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전태풍은 현재 어떤 심경일까. 엠스플뉴스가 전태풍의 얘기를 들어봤다.

전태풍 “전자랜드전이 내 농구 인생 마지막 경기일 수 있다는 생각 들었어”

2019년 5월 23일 엠스플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던 전태풍(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2019년 5월 23일 엠스플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던 전태풍(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KBL이 3월 2일 제4차 이사회에서 2019-2020 프로농구 정규리그를 28일까지 일시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선수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

3일 문경은 감독님과 선수들이 모여 1주일 휴식을 취하기로 했습니다. 운동하고 싶은 사람은 자유롭게 훈련장 나와서 할 수 있고요. 애런 헤인즈, 자밀 워니는 잠시 미국에 다녀오기로 했죠. 전 운동하고 남는 시간은 가족들과 함께하고 있어요. 시즌 중에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게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웃음).

원주 DB 프로미와 공동 1위인 상태에서 리그가 중단됐습니다.

우리 진짜 분위기 좋은데 아쉬워요. 하지만, 이해합니다. 난 애가 셋이야(웃음). 솔직히 첫째와 둘째는 걱정이 안 되는데 셋째는 좀 신경 쓰여요. 태어난 지 7개월 됐어. 다른 선수들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습니다. 부모님, 할아버지, 할머니도 챙겨야 하고요. 모두가 안전하게 생활하면서 코로나19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부산 KT 소닉붐은 앨런 더햄, 바이런 멀린스 두 외국인 선수 모두 자진 퇴출을 결정했습니다.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보리스 사보비치도 같은 선택을 했죠. 휴가를 떠나는 SK 외국인 선수들은 괜찮습니까.

우리 외국인 선수들은 괜찮아. 많은 대화 나눴는데 코로나19로 걱정하는 건 딱 하나였습니다. 시즌 마치고 고향(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을 걱정해요. 미국이 코로나19로 한국에서 오는 입국자를 막진 않을까 고민했습니다. 건강은 아무런 문제 없어. 우리 체육관 매일 소독하고, 마스크 쓰고 철저히 하니까. 손 하루에 10번 넘게 씻어(웃음).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아직 시즌이 끝나진 않았지만 후회 없는 은퇴 시즌을 보내고 있습니까.

솔직히 얘기하면 조금 아쉬워요. 은퇴 고민하다가 SK로 왔을 땐 (김)선형이 백업으로 뛸 줄 알았어. 그런데 (최)성원이가 아주 잘하는 거야. 식스맨보다 한 단계 더 떨어졌어(웃음). 출전 시간이 예상보다 줄어든 겁니다. 불만은 없어요. 우리팀 너무 잘하니까. 올해 리그 재개되면 무조건 우승이야.

지난해 5월 23일 엠스플뉴스와 인터뷰에서 ‘10년간 KBL 코트를 누비며 내 자신을 잃어버렸다’고 했습니다. ‘전태풍의 모습을 찾고 은퇴하기 위해 SK를 선택했다’고 했죠. 출전 시간은 짧지만 전태풍 다운 농구를 하고 있습니까.

감독께서 딱 한 마디 해. ‘(전)태풍아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아주 좋아(웃음). 이런 팀이 KBL에 있을 줄 몰랐어. 그래서 더 아쉬워요. 지금보다 젊을 때 왔으면 매일 웃으면서 농구 했을 것 같아. 지금은 자신감이 많이 죽었어.

전태풍이 1시즌 더 뛰어주길 바라는 팬이 많습니다. 올 시즌 자신감을 찾고 한 번도 뛸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제가 봤을 때 효과 없어. 일단 많이 못 뛰어. 솔직히 많은 시간 뛰고 나면 예전하고 확실히 달라. 몸에 알 엄청나게 배겨(웃음). 회복도 느립니다. 내가 한 시즌 더 뛰는 것보다 성원이처럼 열심히 하고 가능성 많은 선수가 뛰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자유로운 팀에서 마지막 시즌 보내는 것에 만족합니다.

SK는 대체 얼마만큼 자유로운 겁니까.

솔직히 미국하고 비교하면 완전 자유는 아니야(웃음). 내가 몸담았던 KBL 팀 중에선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자유롭습니다. 감독님 훈련장에 오시면 딱 한 마디 합니다. ‘일찍 끝내줄 테니까 열심히 하자’고. 진짜 일찍 끝내줘요. 보통 선수들은 하루 두 번 훈련합니다. 오전엔 웨이트 트레이닝하고 오후에 팀 훈련하죠. SK는 웨이트 트레이닝 터치 안 해. 알아서 합니다.

팀 훈련은 어떻게 합니까.

오후에 1시간 30분에서 길면 2시간 해요. 시즌이 한창일 땐 40분 하고 끝냅니다(웃음). 선수들이 집중해서 할 수밖에 없어. 다른 팀에 있을 땐 오전 웨이트 트레이닝 2시간 하고 오후 훈련 2시간 했어요. 훈련 중 계속 눈치 보고 분위기 안 좋으면 야간 훈련도 했죠. SK는 이런 일이 없어. 그렇다고 훈련 적은 것 아니에요. 누가 시킨 것 아닌데 다들 야간에 나와서 훈련합니다. 우린 밥 먹을 때 슬리퍼도 신어.

슬리퍼를 신는다?

다른 팀에선 밥 먹을 때 무조건 신발 신어야 했습니다. SK는 슬리퍼 신고 밥 먹어도 돼요. 감독께서 ‘개인 시간인데 최대한 편하게 먹어야지’라고 하셨죠. 완전 최고야(웃음). 연습 때도 차이가 있어. 예전엔 슛 안 들어가면 ‘슛 왜 안 넣어’라고 했어요. 우리 감독님은 ‘계속 쏘면 들어 갈 거야’라고 합니다.

아주 자유로운 분위기입니다. 감독과 선수단 사이에 자유롭게 의사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문경은 감독께 ‘출전 시간 늘려달라’고는 얘기 안 합니까.

나보다 잘하는 선수 많으니까 어쩔 수 없지. 젊을 때 왔어야 하는데 너무 아쉬워(웃음). 얼마 전에 얘기하긴 했어요. 2월 29일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전에서 4쿼터 종료 7분 남기고 감독께 말했습니다. ‘감독님, 이게 농구 인생 마지막 게임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남은 시간 다 뛰고 싶습니다’라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면서 40초 뒤에 투입해줬어요.

마지막 게임일 수 있다?

솔직히 내 생각은 과연 리그를 재개할 수 있을까 싶어요. 뉴스 보면 코로나19 확진자 빠르게 늘어나. 우리가 4주 안에 코로나19 이겨내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확신이 안 서요. 전자랜드전에서 리그 중단이 결정된 건 아니었지만, 마지막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건 이 때문입니다.

“난 여전히 코트에 서면 가슴이 뛰고 행복하다”

벤치로 물러나고 있는 전태풍(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벤치로 물러나고 있는 전태풍(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은퇴를 앞둔 만큼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가 누구보다 컸습니다.

솔직히 마지막까지 잘 마무리하고 싶죠. 하지만, 인간은 농구보다 훨씬 중요해요. 건강해야 코트에 설 수 있습니다. 팬들도 아프지 않아야 체육관에서 찾아와서 우리와 함께 호흡할 수 있죠. 코로나19 문제가 빨리 해결됐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농구계가 전태풍과 똑같은 마음일 겁니다. 리그가 예정대로 재개된다면 어떤 마무리를 꿈꾸고 있습니까.

선형이는 무조건 돌아올 거예요. (최)준용이도 재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복귀하면 팀에 큰 도움 될 거예요. 그럼 무조건 우승이지. 정규리그 1위하고 플레이오프 가서 접전 끝 통합우승 일구는 게 목표예요.

접전 끝 통합우승을 일군다?

플레이오프 쉽게 끝나면 팬들 재미없어. 치열하게 붙고 우리가 웃으면 돼요(웃음). 많이 못 뛰지만 팀이 통합우승 일구는 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프로선수로 뛰는 마지막 시즌이기 때문에 무조건 마지막까지 하고 싶어요.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우리 가족과 팬들의 건강입니다. 이대로 시즌이 끝나도 받아들일 것 같아요. 마음의 준비 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시즌이 마지막까지 정상적으로 치러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건 무슨 뜻입니까.

아내가 농구 선수인 남편과 함께 살면서 고생 많이 했어(웃음). 매일 힘든 것 참고 도와줬어요. 코로나19로 시즌이 이대로 끝난다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까 받아들여야죠. 은퇴하면 가족이랑 행복한 시간 보내고 싶어요.

가족에 대한 애정이 느껴집니다.

내 인생의 전부죠. 농구랑 비교 안 돼.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그런데 아이들하고 노는 건 조금 힘들어. 50% 행복한데 50%는 화날 때 있어요. 우리 첫째가 말 너무 안 들어. 종일 뛰고 소리 지르고(웃음).

팬들도 시즌이 정상적으로 재개될 수 있길 바라고 있습니다.

우리 진짜 건강해야 해. 팬들 항상 마스크 착용하고 손 10번 넘게 씻어야 합니다. 다 같이 코로나19 이겨내요. 옆집 사람 만나면 말해주세요. ‘건강관리 잘해서 코로나19 같이 이겨내자’고. 그럼 우리 4주 뒤에 만날 수 있을 거예요(웃음). 다시 만나면 나와 팬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플레이 보여주겠습니다. ‘전태풍 아저씨 멋져’란 말 할 수 있게.

여전히 코트 위에서 뛸 때 행복합니까.

완전. 지금도 코트에 들어가면 설레요. 팬들 함성 들으면 기분 좋아지고 멋진 플레이 보여주고 싶습니다. 올 시즌은 마지막이기도 해요. 매 경기 ‘오늘이 마지막’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팬들이 응원해주는 모습 하나하나 기억하고 싶어서 유심히 봤어요. 코트 위에 섰을 때 느낌 죽을 때까지 기억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 할게요.

네.

전주 KCC 이지스에서 나와 은퇴했으면 엄청나게 후회했을 거예요. SK에서 매일 웃으면서 농구 합니다. 마지막까지 프로답게 준비할게요. 우리 코로나19 꼭 이겨서 다시 만납시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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