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뒤 ML 진출 꿈꾼 김하성 앞에 나타난 ‘코로나19 암초’

-시즌 개막 연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활동 중단에 국외 진출도 안갯속

-의연한 김하성 “조급하지 않다. 1년 더 뛰고 갈 생각도 했다”

-개막까지 컨디션 유지에 중점…컨트롤 가능한 것에만 집중한다

고척돔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김하성(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고척돔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김하성(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고척]

전혀 조급하지 않습니다. 만약 안 되면 1년 더 뛰고 가려는 생각도 했어요. 올 시즌 제가 잘하는 게 중요하고, 그전에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코로나19 문제가 해결돼야죠.

도쿄올림픽 메달 획득과 팀의 우승, 그리고 메이저리그 진출까지. 2020시즌 ‘꽃길’을 기대했던 키움 히어로즈 김하성 앞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라는 큰 장애물이 나타났다.

김하성은 2020시즌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지난해 WBSC 프리미어12 대회가 끝난 뒤 키움 구단에 국외진출 의사를 전했고 구단의 허락을 받았다. 2014년 KBO리그에 데뷔한 김하성은 지난해까지 6시즌을 채웠다. 올 시즌이 끝나면 7시즌을 채워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국외진출 자격을 얻는다.

원대한 목표가 있는 만큼, 언제나처럼 알찬 겨울을 보냈다. 타이완 스프링캠프에선 더 강한 타구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훈련했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3월 2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자체 청백전에서 구위가 좋은 영건 임규빈을 상대로 대형 투런포를 터뜨렸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을 만큼 잘 맞은 타구였다.

“조급하지 않아…안되면 1년 더 뛰고 갈 생각도 했다”

20일 고척 청백전에 출전한 김하성(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20일 고척 청백전에 출전한 김하성(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경기 후 만난 김하성은 준비가 잘 된 것 같다. 어서 시즌이 개막했으면 좋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여파로 KBO리그 정규시즌이 언제 개막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 KBO는 4월 내 개막을 목표로 잡고 있지만 장담하긴 어렵다. 만약 코로나19 여파로 시즌 경기 수가 줄어들면 김하성의 국외진출 자격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김하성이 꿈꾸는 미국 메이저리그 상황도 심상치 않다. 미국 현지에서 갈수록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는 추세다. 메이저리그 정규시즌도 5월은 고사하고 6월도 쉽지 않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국외 스카우트 활동도 전부 멈췄다. 한 빅리그 구단 스카우트는 “스카우트 활동이 ‘올스톱’ 상태다. 무기한 대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언제 다시 일을 재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는 김하성이 KBO리그에서 무사히 7번째 시즌을 보내고 포스팅 자격을 얻어도 미국 진출을 장담할 수 없단 얘기다.

모든 게 불확실한 안갯속에서도 김하성은 의연했다. 그는 특유의 덤덤한 말투로 전혀 조급하지 않다안되면 1년 더 뛰고 가려고 생각도 했다고 털어놨다. ‘반드시 2020시즌 뒤 메이저리그에 가겠다’는 목적에 발목을 잡히지 않겠단 자세다.

김하성은 올 시즌 제가 잘하는 게 중요하다며 결과보다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문제가 워낙 심각하지 않나. 우선 코로나19 문제가 괜찮아져야 한다. 우리 팀도 조심하면서, 우리 할 것만 열심히 준비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김하성은 스프링캠프에서 열심히 만든 몸을 잘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했다. 느낌이 좋다. 움직임 불편한 데 없고 아픈 데도 없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팀에 몸을 잘 만든 선수들이 많다”며 “시즌이 언제 개막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몸 관리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식경기가 아닌 청백전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 경기를 치른다. 김하성은 “사실 같은 팀과 경기하다 보니 다른 팀과 경기보다 어려움이 있다”며 “그래서 타석에서 조금 더 집중하고 긴장하려고 노력한다. 시즌 개막일이 정해지면 준비하기가 좀 더 수월할 것 같다”고 했다.

김하성은 코로나19라는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에 집착하는 대신,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 것에만 온전히 집중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언젠가 지금의 사태가 끝나고, 다시 야구가 시작하고, 모든 게 순리대로 돌아가는 날을 기다리며.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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