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최근 입국한 외국인 선수들에게 2주 자가 격리 지침
-4월 말 예정된 개막 일정, 외국인 선수들 컨디션 형평성 문제 제기
-“외국인 선수 문제로 개막이 미뤄진다면 그것도 다른 형평성에 어긋나”
-KBO “외국인 문제보단 코로나19 국내 확산 추이가 개막 결정 최우선 순위”

키움 히어로즈 외국인 선수들은 미국 플로리다에서 소규모 합동 훈련을 하다가 3월 26일 귀국했다. 최근 귀국했기에 바이러스 잠복기를 고려한 2주 자가 격리 지침이 내려진 상황이다(사진=키움)
키움 히어로즈 외국인 선수들은 미국 플로리다에서 소규모 합동 훈련을 하다가 3월 26일 귀국했다. 최근 귀국했기에 바이러스 잠복기를 고려한 2주 자가 격리 지침이 내려진 상황이다(사진=키움)

[엠스플뉴스]

한국 땅을 밟았지만, 팀 동료들과 당분간 이별해야 한다. 최근 귀국한 KBO리그 외국인 선수들의 2주 자가 격리가 이뤄진다. 혹시 모를 코로나19 잠복 기간을 고려한 조치다. 일부 구단은 4월 말 개막 예정 시점에 맞춰 외국인 선수들의 몸 상태를 끌어올릴 시간을 놓치게 됐다. 하지만, 외국인 자가 격리 변수가 개막 시점 결정에 있어 최우선 순위는 아니다.

국내 선수단과 함께 귀국하지 않은 KBO리그 5개 구단 외국인 선수들이 3월 22일부터 연이어 귀국했다. LG 트윈스(타일러 윌슨·케이시 켈리·로베트로 라모스), KT WIZ(멜 로하스 주니어·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윌리엄 쿠에바스), 한화 이글스(제러드 호잉·워윅 서폴드·채드벨), 삼성 라이온즈(벤 라이블리·데이비드 뷰캐넌·타일러 살라디노), 키움 히어로즈(제이크 브리검·에릭 요키시·테일러 모터) 등 5개 구단은 줄어든 국제 항공편의 어려움 속에서 외국인 선수들을 겨우 데려왔다.

하지만, KBO(한국야구위원회)는 3월 26일 오후 늦게 해당 5개 구단 외국인 선수들을 향후 2주간 자가 격리하라는 방침을 전했다. 질병관리본부의 지침과 코로나19 태스크포스에 포함된 질병 관리 전문가 전병률 교수의 조언에 따라 바이러스 잠복 기간을 고려해 내린 예방 방침이었다.

KBO의 자가 격리 지침 시점이 늦은 게 아니냐는 일부 구단의 시선도 있었다. 그래도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5개 구단은 외국인 선수들에게 자가 격리 조치를 내렸다. 외국인 선수단을 자가 격리한 A 구단 관계자는 우리 구단만 놓고 보면 아쉬운 면이 있지만, 코로나19는 야구를 넘어선 차원의 문제다. 정부나 KBO에서도 모든 걸 예상하고 미리 정답만 내놓을 수는 없다. 아무리 조심해도 모자란 만큼 당연히 협조하는 게 맞다라고 전했다.

자가 격리 외국인 투수들의 핸디캡 고려? 또 다른 형평성 논란도

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왼쪽)와 타일러 윌슨(오른쪽)은 최근 귀국으로 2주 자가 격리 대상이 됐다. 만약 4월 말 정규시즌 개막이 이뤄진다면 투구 컨디션 끌어 올리기가 쉽지 않을 거로 예상된다(사진=LG)
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왼쪽)와 타일러 윌슨(오른쪽)은 최근 귀국으로 2주 자가 격리 대상이 됐다. 만약 4월 말 정규시즌 개막이 이뤄진다면 투구 컨디션 끌어 올리기가 쉽지 않을 거로 예상된다(사진=LG)

또 다른 문제는 4월 20일 이후로 예정된 정규시즌 개막 시점이다. 만약 현재 유력한 개막 날짜인 4월 21일 혹은 4월 24일에 개막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외국인 선수들의 2주 자가 격리 기간이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2주 자가 격리 지침을 받은 외국인 선수들은 빨라도 4월 둘째 주 말미에 팀 훈련 합류가 가능하다. 만약 4월 21일에 개막한다면 제대로 된 시즌 준비 기간은 일주일여뿐이다.

특히 외국인 선발 투수들의 경우 실전 연습경기를 통한 투구수 끌어올리기가 어려워진다. 개막 전 2주 정도의 여유를 두고 세 차례 이상 실전 등판을 통해 최대 100구까지 투구수를 끌어 올리는 게 선발 투수들의 기본적인 루틴이다. 컨디션 조절이 어려워진다면 외국인 투수들을 개막 시리즈부터 곧바로 투입할 수 없는 ‘핸디캡’을 안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 선수들의 컨디션 형평성을 고려해 5월 초에 개막할 수 있단 추측도 쏟아진다.

하지만, 오로지 외국인 선수들의 컨디션 형평성만 고려한다면 오히려 그것 또한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일각의 지적도 있다. 스프링캠프 종료 뒤 국내 선수단과 함께 귀국한 일부 외국인 선수는 코로나19 국내 전염 위험을 감수하고 훈련에 임해왔다. 개막 예상 시점인 4월 말에 컨디션을 맞출 수 있는 일부 구단 외국인 선수들이 형평성을 지켜야 한단 이유로 5월 초로 다시 몸 상태를 맞춰야 하는 건 또 다른 형평성이 어긋난단 지적이다.

B 구단 관계자는 국내 선수단과 같이 귀국한 외국인 선수들은 리스크를 안고 같이 훈련에 임해왔다. 만약 4월 말에도 코로나19 상황이 호전이 안 된다면 개막이 미뤄지는 게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4월 말 개막이 가능한 상황에서 오로지 외국인 선수들의 컨디션 형평성 때문에 5월 초로 개막을 미루는 건 다시 생각해볼 문제라고 바라봤다.

KBO "외국인 형평성은 부차적인 문제, 국내 코로나19 추이가 최우선 고려 순위"

4월 말 정규시즌 개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외국인 선수들의 컨디션 형평성이 아닌 국내 코로나19 확산 추이가 될 전망이다(사진=엠스플뉴스)
4월 말 정규시즌 개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외국인 선수들의 컨디션 형평성이 아닌 국내 코로나19 확산 추이가 될 전망이다(사진=엠스플뉴스)

KBO도 외국인 선수들의 컨디션 형평성을 개막 시점 최우선 순위로 고려하지 않을 전망이다. 오로지 코로나19의 국내 확산 추이만이 개막 시점을 정하는 최우선 요소다. KBO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들의 컨디션 형평성 문제는 현재 코로나19 상황에선 부차적인 요소라고 판단한다. 가장 중요한 건 4월 국내 코로나19 확산 추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개막 시점을 결정하는 게 옳다고 본다. 설사 5월로 개막 연기가 이뤄지더라도 그건 코로나19 국내 상황에 따른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의 추후 개막 시점도 KBO리그 개막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전망이다. KBO 관계자는 나라마다 코로나19 확산 시점과 추이가 다르다.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의 개막 시점에 KBO리그 개막이 영향을 받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 오로지 국내 코로나19 상황만이 개막 결정에 있어 최우선 순위가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KBO와 10개 구단 단장은 3월 31일 긴급 실행위원회를 개최해 자가 격리 외국인 선수 관련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해당 실행위에선 개막 시점 결정보단 자가 격리 외국인 선수 관리 및 개인 훈련 형태 및 팀 재합류 시점과 관련한 논의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KBO 관계자는 “원래 31일 실행위를 열지 않고 그다음 이사회에서 개막 논의를 할 예정이었는데 외국인 선수 자가 격리 문제로 다시 실행위를 열기로 했다. 실행위에서 외국인 선수 자가 격리 문제 관련 대화가 오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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