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대형 신인 박주홍, 청소년대표와 1차지명에서 캠프 완주까지

-이정후 신인 시절과 같은 코스 밟아…대형 신인 탄생 기대감 커진다

-손혁 감독의 칭찬 “파워 좋고 적응 속도 빠르다”

-박주홍, 치열한 외야 경쟁 뚫고 데뷔 첫해 1군 진입 가능할까

박주홍은 이정후의 뒤를 이어 데뷔 첫해부터 1군 무대를 휩쓸 수 있을까. 아니면 김하성처럼 담금질을 거쳐 1군 무대에서 활약할까(사진=엠스플뉴스)
박주홍은 이정후의 뒤를 이어 데뷔 첫해부터 1군 무대를 휩쓸 수 있을까. 아니면 김하성처럼 담금질을 거쳐 1군 무대에서 활약할까(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청소년대표-신인 1차 지명-스프링캠프 완주까지. 키움 히어로즈 신인 외야수 박주홍은 지금까지 팀 선배 이정후와 거의 똑같은 코스를 걸어 왔다.

그 뒤로 이정후가 어떻게 됐는지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개막전부터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고, 144경기 전 경기에 출전했다. 그해 신인왕을 거머 쥐었고,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로 성장했다. 여기서 생기는 궁금증. 이정후가 해낸 것처럼, 박주홍도 해낼 수 있을까.

정작 박주홍 본인은 이정후와의 비교가 영 부담스러운 눈치다. 최근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박주홍은 ‘이정후와 강백호를 합친 타자’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너무 띄워주시는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강백호 형은 화려하게 치는 스타일이고, 정후 형도 정말 잘 맞추는 타자인데 저는 좀 어중간한 편인 것 같습니다.”

박주홍은 “스프링캠프에서 너무 타격을 못 해서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방망이가 너무 안 맞아서, 시즌을 2군에서 시작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시즌 개막이 늦어지면서 준비할 시간이 생겼습니다.”

손혁 감독 “박주홍, 파워도 좋고 적응 속도도 빠르다”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국내에서 1군 선수단과 함께 훈련하는 박주홍(사진=키움)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국내에서 1군 선수단과 함께 훈련하는 박주홍(사진=키움)

신인 선수가 이정후, 강백호처럼 프로에서 바로 두각을 드러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재능이 있다고 누구나 다이정후처럼 하진 못한다. 재능 외에도 환경과 운이 모두 맞아 떨어져야 가능하다.

잠시 이정후의 데뷔 시즌 스프링캠프 막바지로 시간을 돌려보자. 당시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 기간, 이정후는 원래 포지션인 유격수 수비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먼 거리 송구는 곧잘 했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악송구가 나온 뒤 ‘입스’ 증상을 보였다.

캠프 기간 뛰어난 타격 재능과 야구 본능을 보여준 터라, 키움 코칭스태프는 이정후의 활용 방안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선택지 중에는 외야수로 포지션 변경도 있었다. 마침 이때 주전 외야수 임병욱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이정후를 외야에 세워보니, 수비가 나쁘지 않았다. 수비 부담에서 벗어난 이정후는 타석에서 펄펄 날았고, 경기를 거듭할수록 경험과 자신감이 쌓이면서 재능이 폭발했다.

반면 이정후와 함께 캠프를 완주했던 김혜성은 2군에서 시즌 개막을 맞이했다. 김혜성은 프로 데뷔 첫 시즌을 2군에서 경험을 쌓는 기간으로 보냈다. 만약 ‘입스’와 임병욱의 부상 등 몇 가지 우연이 겹치지 않았다면, 이정후의 1군 데뷔 역시 늦어졌을지 모른다. 신인왕 이정후의 탄생은 재능만으로 이뤄진 결과가 아니다.

박주홍의 재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신체조건, 홈런파워, 타격 메커니즘까지 모든 면에서 신인 선수들 가운데 차원이 다른 재능을 자랑한다. 손혁 감독도 박주홍의 재능만큼은 인정한다. 손 감독은 신인 중에선 파워도 있고, 적응하는 속도도 빠른 편이다. 어려서 1군 훈련을 잘 따라올 수 있을까 싶었는데, 지금까지는 괜찮다고 했다.

박주홍은 “전지훈련 끝날 때쯤부터 조금씩 감이 올라왔다. 한국에 온 뒤엔 연습할 때부터 느낌이 괜찮다. 적응이 되면서 이제는 편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26일 청백전에선 우중간 담장 상단에 맞는 큼직한 타구도 날렸다.

“맞는 순간엔 홈런인 줄 알았는데, 안 넘어가더라고요. 고교 때 공인구와 프로 공인구가 맞는 느낌이 다릅니다.” 박주홍의 말이다.

박주홍 “프로에 와보니, 나보다 못하는 사람이 없더라”

박주홍은 프로 무대에 순조롭게 적응 중이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박주홍은 프로 무대에 순조롭게 적응 중이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진짜 어려운 관문은 이제부터다. 지금까지는 자체 청백전을 통해 감을 잡는 기간이었다면, 4월 7일부터는 다른 팀을 상대로 연습경기를 치르면서 본격적인 시즌 준비에 돌입한다. 1군 엔트리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외야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도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다.

손혁 감독은 갓 고교를 졸업한 신인 선수에게 지나친 기대를 갖지도, 과도한 부담을 주지도 않으려 한다. 캠프 전부터 ‘박주홍은 없는 셈 치겠다’며 과도한 기대를 경계한 손 감독은 27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같은 포지션 선수들이 좋아서 경쟁해야 한다”고 밝혔다.

키움 외야엔 이정후 외에도 임병욱, 박준태, 김규민, 박정음이 있다. 베테랑 이택근과 외국인 타자 테일러 모터도 외야수로 나올 수 있다. 곧장 외야 한 자리를 꿰찬 이정후의 데뷔 시즌과는 다른 조건이다.

분명 박주홍은 프로에서 큰 성공을 거둘 재능을 갖춘 유망주다. 머지않은 미래에 키움의 간판타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다만 그 시기가 이정후처럼 데뷔 첫해일지, 김하성처럼 2~3년의 시간이 필요할지, 그도 아니면 박병호처럼 더 오랜 시간이 걸릴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박주홍 자신조차도 알지 못한다. 그만큼 프로 무대에서의 성공에는, 재능 이상의 수많은 요소가 달려 있다.

프로에 와보니 확실히 모든 선수가 다 잘한다는 게 느껴집니다. 저보다 못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박주홍의 말이다. 아직 다른 팀과 경기해보지 않아서, 실제로 어떨지 잘 모르겠어요. 경기를 해봐야 감이 올 것 같습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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