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도핑검사도 축소…사실상 전 세계가 올스톱 상태

-도핑검사 축소, 도핑 ‘격차’로 이어질 우려…악용하는 선수・국가 나올라

-WADA “코로나19 진정되면 추가 표적검사로 격차 해소할 것”

-올림픽 1년 연기도 반도핑에 악재…올해로 징계 끝나는 선수들, 내년 올림픽 출전?

코로나19의 대유행과 도쿄올림픽 연기, 세계 반도핑 노력이 큰 위기를 맞았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코로나19의 대유행과 도쿄올림픽 연기, 세계 반도핑 노력이 큰 위기를 맞았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엠스플뉴스]

금지약물 근절을 위한 국제 스포츠계의 노력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로 위기에 봉착했다. 사상 초유의 올림픽 1년 연기에, 도핑검사 축소까지 겹치면서 스포츠계 금지약물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관계자는 엠스플뉴스와 통화에서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도핑검사가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2월 말 이후 검사 횟수가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중요한 검사 외엔 진행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스포츠 경기 자체가 거의 열리지 않는 것도 검사 횟수가 줄어든 이유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미국, 영국 등 대다수 국가의 반도핑기구가 같은 상황”이라 알렸다.

한 도핑검사관(DCO)은 “도핑검사는 보통 검사관 2명이 대상 선수를 찾아가 대면으로 진행한다. 검사의 무결성, 공정성을 위해선 대상 선수와 장시간 접촉이 불가피하다”며 “선수는 물론 검사를 진행하는 DCO도 코로나19 감염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른 DCO는 “코로나19 사태에도 여전히 선수들은 ADAMS 시스템을 통해 ‘소재지 정보’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선수가 제출한 소재지로 찾아가 실제로 검사를 진행하기는 선수도 DCO도 서로 껄끄러운 시기인 게 사실”이라 했다.

이와 관련해 KADA는 “검사 활동 중 코로나19 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확산방지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KADA 관계자는 “위원회 사무실 건물 방역, 임직원 전원 마스크 지급으로 도핑검사용품 오염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사무실 출근도 직원 1/3이 교대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DCO에게는 의료용 마스크, 장갑, 손 세정제 등을 지급하고 감염이 의심되는 DCO의 시료 채취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가피한 반도핑 구멍, 추후 표적검사・교육으로 메워야

국제 스포츠계의 반도핑 노력이 위기에 부딪혔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국제 스포츠계의 반도핑 노력이 위기에 부딪혔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도핑검사 축소로 ‘반도핑 그물망’이 자칫 헐거워질 수 있다는 국제 스포츠계의 우려가 나온다. 한 DCO는 “일부 선수나 국가가 코로나19로 인한 검사 축소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 검사가 줄어든 기간의 테스트 격차를 이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타임즈 매튜 푸터만 기자는 “경기력 향상 약물을 사용하는 선수들에게 코로나19 감염병은 ‘호기’”라며 “당분간 도핑검사관들이 소변이나 혈액 샘플을 요구하러 선수들을 방문하지 않을 것이다. 금지약물의 가장 큰 억제책 중 하나인 불시 검사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선수들은 이제 경기력 향상 약물을 시험하고 싶은 유혹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도핑방지기구(WADA)도 같은 우려를 갖고 있다. WADA는 최근 전 세계 선수를 대상으로 발표한 서한에서 “공중보건을 도핑방지시스템의 필요성보다 우선하는 것은 분명 스포츠 도핑방지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우리의 조치가) 이 상황이 끝난 뒤 재개될 경기는 가능한 한 도핑으로부터 깨끗할 것이라는 선수의 신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서한에서 WADA는 (코로나19 유행 기간) 검사 수준이 축소되거나 아예 취소된 곳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스포츠 환경이 정상화되면, 추가적인 표적검사를 통해 이러한 ‘격차’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WADA는(검사 횟수가 줄어든 만큼) 훈련이나 개최 경기 수 역시 훨씬 감소했다”고 지적한 뒤 “선수들은 도핑검사에서 채취된 시료들은 향후 분석을 위해 선수 생체수첩과 마찬가지로 계속 보관될 것이며, 코로나19 이후 채취된 시료로 이러한 전염병 대유행 기간의 도핑증거를 밝힐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국반도핑기구(USADA) 회장인 트래비스 티거트도 뉴욕타임즈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도핑 방지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반도핑기구들의 업무가 앞으로 한동안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불법적인 경기력 향상을 억제하려는 노력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한 DCO는 “코로나19로 어느 정도 반도핑 ‘구멍’이 생기는 건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면서도 “적극적인 교육과 예방을 통해 구멍을 최대한 메워야 한다. 선수들에게 금지약물 사용의 위험성과 적발 시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보다 강화된 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핑은 금지약물을 사용한 선수를 제재하기 위해서만 필요한 게 아니다. 금지약물을 사용하지 않는, 공정하고 정직하게 운동하는 선수들이 피해를 입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반도핑은 중요하다.” 이 DCO의 말이다.

한편 코로나19 사태가 가져온 또 다른 반도핑 문제가 있다. 2021년 7월 말로 1년 미뤄진 2020 도쿄올림픽이다. 체육계 한 관계자는 “도쿄올림픽 1년 연기로, 도핑 자격정지 기간이 올해로 끝나는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을 놓고 큰 논란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실제 도쿄올림픽 연기가 결정된 뒤 다수의 WADA 회원국에서 ‘도핑 규제도 연장되는 것이냐’는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도핑으로 올림픽 출전자격을 박탈당했던 선수들이 내년 올림픽에 출전할 경우, 공정한 경쟁을 해온 나머지 선수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현행 규정상으로는 올해로 징계 기간이 끝나는 선수의 내년 올림픽 출전을 막을 뾰족한 근거가 없다는 게 문제다. 물론 올림픽 연기로 보통 대회 반년 전부터 시행하는 도핑 검사를 강력하게 실시할 시간을 벌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한 DCO는 “코로나19 사태는 국제 스포츠계의 반도핑 노력에 새로운 숙제를 안겼다”며 “코로나19 사태를 거친 뒤 열리는 올림픽에선 과거 올림픽보다 훨씬 많은 횟수의 도핑검사가 이뤄져야 한다. 이전보다 많은 선수가 대회 기간 금지약물로 적발될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을 전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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