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판 짠 서울 이랜드, 감독부터 선수까지 싹 바꿨다

-“코로나19로 시즌이 언제 개막할지 모르지만 넋 놓고 있을 수 없어”

-외국인 선수들과 한동네서 생활 중인 정정용 감독 “어려운 점 많을 선수들에게 내가 먼저 다가가야 한다”

-이랜드에 합류한 U-23 축구 대표팀 주장 이상민 “젊은 선수들과 긍정적인 생각 공유에 힘쓰는 중”

청백전으로 무기한 연기된 2020시즌 개막을 준비 중인 서울 이랜드(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청백전으로 무기한 연기된 2020시즌 개막을 준비 중인 서울 이랜드(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

서울 이랜드는 2년 연속 K리그2 최하위(10위)에 머물렀다. 2020시즌 새 출발을 다짐하며 2019년 폴란드 U-20 월드컵 준우승을 이끈 정정용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고 선수단에 큰 변화를 줬다. 2020시즌은 정말 다를까.

이랜드의 변화를 확인할 날이 점점 미뤄지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3월 30일 K리그1과 K리그2 대표자 회의를 열었지만 2020시즌 개막일을 정하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은 까닭이다. K리그 구단 사장과 단장들은 올 시즌 일정을 큰 폭으로 축소하는 데만 합의했다.

4월 개막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축구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교육부는 3월 31일 사상 첫 초·중·고 ‘온라인 개학’ 일정을 발표했다. 연맹은 초·중·고 개학에 맞춰 시즌 개막 일정을 조율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초·중·고 정상 개학이 뒤로 밀리면서, K리그 개막일 확정을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이랜드 관계자는 온 국민이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이라며 일상의 정상화가 이뤄져야 K리그 개막을 논의할 수 있을 텐데 쉽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상황이 어렵다고 넋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감독께선 이럴 때일수록 건강관리에 철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단 프런트는 선수들이 긍정적인 마음으로 훈련할 수 있게 온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감독부터 선수까지 확 바꾼 이랜드, 얼마만큼 바뀌었을까

서울 이랜드 정정용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서울 이랜드 정정용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서울 이랜드는 2년 연속 K리그2 최하위(10위)에 머물렀다. K리그에 처음 참가한 2015시즌 이후 추락을 거듭한 끝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2015시즌 K리그2 4위로 준플레이오프를 경험한 게 팀 최고 성적이다.

이랜드는 2019시즌을 마치고 새판을 짰다. 지난해 U-20 월드컵 준우승 주역 정정용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게 시작이었다.

정 감독과 이랜드가 손 잡은 건 처음이 아니다. 정 감독은 1992년 12월 창단한 실업 축구단 이랜드 푸마의 주장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정 감독은 1997년 IMF 외환위기로 팀이 해체되는 날까지 이랜드 푸마와 함께했다. 이적 기회도 있었지만 프로팀 창단을 약속한 팀을 믿고 매 경기 온 힘을 다했다.

그때의 인연이 2020년 다시 이어졌다. 애초 정 감독은 U-20 월드컵에 다시 한 번 도전할 예정이었다. 2019년 U-20 월드컵을 마치고 대한축구협회(KFA)와 2021년 8월까지 재계약을 맺었다. 2019년 11월엔 미얀마에서 열린 ‘2020 AFC(아시아축구연맹) U-19 챔피언십’ 예선에 출전해 조 1위로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정 감독은 U-20 월드컵 이후 국외에서 많은 제안을 받기도 했다. 그런 정 감독의 선택은 이랜드였다.

정 감독은 1997년 아쉬움을 남긴 채 팀을 떠났다그때 남은 미련이 이랜드와 다시 한번 인연을 맺게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이랜드는 최근 2시즌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팀이다. 구단이 리빌딩해 승격에 도전할 시간을 약속했다.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이곳에 모두 쏟아부어 3년 내 승격을 이룰 것이라고 했다.

이랜드는 감독만 바꾼 게 아니다. 선수단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2020년 AFC U-23 챔피언십 우승을 이끈 주장 이상민(임대)과 막내 김태현(임대), 김수안, 문상윤 등을 영입했다.

외국인 선수는 모두 바꿨다. 정 감독은 팀 공격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로 아르시치(세르비아), 리차드 수쿠타 파수(독일), 레안드로(브라질)를 선택했다.

이 가운데 파수는 독일 연령별 대표 출신으로 2009년 이집트 U-20 월드컵 한국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바 있다.

파수는 손흥민의 전 소속팀인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서 18살에 데뷔한 뒤 독일 2, 3부리그와 오스트리아, 벨기에 리그 등을 거쳤다. 프로 통산 기록은 338경기 출전 106골 19도움이다.

파수는 최근 임신 중인 아내와 함께 생활하게 되면서 안정을 찾았다. 파수는 컨디션과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두면서 새 시즌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둘째를 임신한 파수의 아내가 독일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코로나19가 유럽을 강타하면서 파수의 걱정이 컸던 게 사실이다. 최근 구단의 도움으로 아내가 한국으로 들어왔다. 하남에서 같이 생활하고 있다. 파수가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집중력이 올라온 게 눈에 보인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예측할 수 없는 시즌 개막, 훈련은 ‘굵게’ 동선은 ‘짧게’

한국 U-23 축구 대표팀 주장으로 2020시즌을 앞두고 서울 이랜드에 합류한 이상민(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한국 U-23 축구 대표팀 주장으로 2020시즌을 앞두고 서울 이랜드에 합류한 이상민(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서울 이랜드는 경기도 청평 이랜드 클럽하우스에서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훈련 외 동선은 최대한 짧게 가져가고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19명의 선수가 클럽하우스에서 생활하고 있다가정이 있는 선수와 외국인 선수들은 클럽하우스를 30분 내로 오갈 수 있는 곳에서 생활 중이라고 전했다. 덧붙여 집(숙소)과 훈련장을 오가는 게 선수들의 일과다. 외부 일정은 코로나19로 최소화한다. 지금은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건강관리에 유념하며 훈련에 집중하다 보면 시즌이 개막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정 감독은 클럽하우스에서 생활하지 않는 외국인 선수들과 같은 동네에 거주하고 있다. 이랜드의 홈구장인 잠실올림픽주경기장과 클럽하우스를 오가기 편한 경기도 하남에 집을 마련한 정 감독은 외국인 선수들의 이웃 주민 역할까지 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의 안정된 생활을 돕기 위한 전략이다.

정 감독은 나도 브라질과 포르투갈에서 생활해본 적이 있다. 타지에서 외국인으로 산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외국인 선수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우리 집 바로 옆에 외국인 선수들이 산다. 어려운 점이 있다면 내가 먼저 다가가서 도와주려고 한다. 외국인 선수들이 축구에만 신경 쓸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독일에서 거주하던 리차드 수쿠타 파수의 아내가 한국에 들어올 수 있었던 건 정 감독을 포함한 구단의 큰 관심 덕분이다.

AFC U-23 챔피언십을 마치고 팀에 합류한 이상민은 리그가 계속 연기되고 연습경기까지 금지된 상황이라며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팀이 똑같은 상황이다. 감독께선 ‘긍정적인 생각’을 강조한다. 조직력 다지고 경기력을 끌어올릴 추가 시간이다. 나처럼 팀 합류가 늦은 선수들에겐 아주 좋은 기회다. 이 시기를 잘 활용해 달라진 이랜드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이랜드는 올 시즌을 리빌딩 기간으로 잡았다. 그러나 축구는 알 수 없는 법. 개막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조직력을 더할 시간이 생겼다. 이랜드는 이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굵은 훈련과 짧은 동선으로 코로나19에 대응 중인 이랜드가 어떤 경기력으로 2020시즌을 시작할지 궁금하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