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일 창단한 안양, 지난 시즌 첫 플레이오프 진출로 ‘승격 가능성’ 보였다

-지난 시즌 38골 합작한 세 선수의 이적···“팬들을 들썩이게 한 선수들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

-외국인 선수 4명 모두 새 얼굴···“훈련장에서 확인한 기량은 기대 이상, 성격도 으뜸”

-“정상 훈련 진행하며 2020시즌 개막만 기다리고 있다”

FC 안양 김형열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FC 안양 김형열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

2019년 11월 2일 대전월드컵경기장. FC 안양은 대전 시티즌(대전하나시티즌의 전신)전에서 승점 1점을 추가하며 창단(2013년) 첫 승격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안양은 지난 시즌 리그 2위 부산 아이파크와 플레이오프에서 0-1로 패하며 승격의 꿈을 이루진 못했다.

안양은 이 순간을 잊지 못한다. 아쉬워서가 아니다. 안양은 처음 K리그2에 참여한 2013년부터 2시즌 연속 5위를 기록했다. 5위는 안양이 K리그에서 기록한 최고 성적이었다. 2018시즌엔 K리그2 10개 팀 가운데 6위에 자리했다.

K리그2 중·하위권을 전전하던 안양이 2019시즌 확 바뀌었다. 18년간 지도자 경력을 쌓은 김형열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공격의 팀으로 거듭났다.

2019시즌 안양은 K리그2 36경기에서 63골을 터뜨렸다. 팀 최다득점 2위였다. 직전 시즌보다 19골을 더 넣었다. 팀은 3위를 기록하며 처음 승격에 도전했다. 축구계가 2019시즌 안양이 성적과 내용을 모두 잡았다고 표현한 건 이 때문이다.

지난해를 떠올린 김 감독은 덤덤했다. 김 감독은 안양이 내 고향이라며 감독직을 수락했을 때부터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덧붙여 출근길 누군가 아는 척을 할 때가 있다.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어르신이다. 우리 동네에서 부끄럽지 않은 지도자가 돼야 한다. 구단 최고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지만 만족할 수 없다. 팬들이 지금보다 만족할 경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새판 짤 수밖에 없었던 안양, ‘38골’ 합작한 선수들이 떠났다

지난 시즌 K리그2 내국인 선수 가운데 최다골(14골)을 기록한 조규성. 조규성은 프로 2년 차 시즌을 앞두고 K리그1 전북 현대로 이적했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지난 시즌 K리그2 내국인 선수 가운데 최다골(14골)을 기록한 조규성. 조규성은 프로 2년 차 시즌을 앞두고 K리그1 전북 현대로 이적했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구단 최고 성적을 기록한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2019시즌 종료와 동시에 FC 안양엔 고민이 늘기 시작했다.

안양 공격을 이끈 조규성(14골), 알렉스(13골), 팔라시오스(11골)가 팀을 떠났다. 탁월한 골 결정력을 과시한 신예 스트라이커 조규성은 K리그1 3연패에 성공한 전북 현대로 이적했다. 폭발적인 스피드로 상대 수비 뒷공간을 여러 차례 허문 팔라시오스는 K리그1 포항 스틸러스로 둥지를 옮겼다. 드리블이 장기인 알렉스는 베트남 호찌민시티에서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김형열 감독은 지난해 팬들을 들썩이게 한 선수들을 지키지 못했다. 팬들에게 가장 미안하다. 프로의 세계에선 어쩔 수가 없다. 선수라면 더 좋은 환경과 조건에서 뛰고 싶은 게 당연하다. 제자들의 도전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조규성, 알렉스, 팔라시오스 모두 훌륭한 기량을 갖췄다. 그들의 계획대로 쭉쭉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전북 유니폼을 입고 2020시즌을 준비 중인 조규성은 친정에 고마운 마음을 나타냈다. 조규성은 안양에서 많은 걸 배웠다. 김형열 감독께서 무한한 신뢰를 보내준 덕분에 많은 경기에 출전했다. 팬들은 잘할 때나 못할 때나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안양에서 보낸 1년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안양에 계신 모든 분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전북에서 꼭 성공하겠다. 안양도 지난해보다 발전된 팀으로 거듭나 K리그1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안양은 공격을 책임진 세 선수의 이적과 동시에 새판을 짰다. 유능한 외국인 선수들로 이적 공백을 최소화했다.

조규성의 빈자리는 새 외국인 선수 마우리데스가 메운다. 마우리데스는 힘(189cm-93kg)과 결정력을 갖춘 스트라이커로 2012년 브라질 프로축구 명문 인테르나시오날에서 데뷔했다. 2016-2017시즌부턴 포르투갈과 불가리아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2018-2019시즌 CSKA 소피아(불가리아)에서 뛸 땐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4경기에서 4골을 터뜨리는 맹활약으로 유럽 축구계의 눈을 사로잡은 바 있다.

이탈리아 세리에 A 출신 윙어 아코스티, 우즈베키스탄 축구 대표팀 측면 공격수 기요소프는 2020시즌 안양의 속도를 책임진다.

안양 관계자는 올 시즌 외국인 선수 4명이 싹 바뀌었다훈련장에서 지켜본 실력은 기대 이상이라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19로 걱정이 많을 법하지만 우리 외국인 선수들은 다르다. 걱정이 없다(웃음). K리그 7년 차 닐손주니어를 중심으로 흔들림 없이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고 했다.

공·수 밸런스 잡기에 집중한 안양, 2020년 팀 핵심은 K리그 7년 차 외국인 선수 닐손주니어

FC 안양 스트라이커 마우리데스(사진 왼쪽부터), 수비형 미드필더 닐손주니어(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FC 안양 스트라이커 마우리데스(사진 왼쪽부터), 수비형 미드필더 닐손주니어(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FC 안양엔 지난 시즌을 마치고 이적을 택한 공격진 공백을 메우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숙제가 하나 더 있었다.

안양은 지난해 리그 36경기에서 51실점을 내줬다. K리그2 10개 팀 가운데 4번째로 실점이 많았다. 김형열 감독은 득점과 실점이 동시에 많은 축구론 한계가 뚜렷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영입한 게 닐손주니어다.

닐손주니어는 K리그 통산 159경기에서 뛰며 18골 5도움을 기록한 수비 자원이다. 주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안정적인 수비력과 빌드업 능력을 갖췄다. 스리백을 쓰는 팀에선 중앙 수비수로 출전해 빼어난 리더십을 보였다. 지난해 부천 FC에선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를 자유자재로 오갔다. 득점도 10골이나 터뜨렸다.

닐손주니어는 팀이 내게 원하는 것을 안다득점은 늘리고 실점은 줄일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올 시즌 K리그2엔 제주 유나이티드, 경남 FC, 대전하나시티즌 등 쟁쟁한 팀이 늘었다. 이 팀들은 아낌없는 투자로 막강한 전력을 구축했다. 쉽지 않은 도전이다. 그러나 안양은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를 경험했다. 핵심 전력 일부가 팀을 떠났지만 남은 선수가 더 많다. 좋은 동료들과 공·수 밸런스를 갖춘 팀을 만드는 데 힘쓸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닐손주니어에 거는 기대가 크다. 김 감독은 안양의 가장 큰 걱정은 수비라며 지난해 K리그2 정상에 오른 광주 FC는 36경기에서 31골만 내줬다고 말했다. 덧붙여 K리그 7년 차 닐손주니어에게 기대가 크다. 수비엔 안정감을 불어넣고 공격의 시발점 역할도 맡을 수 있는 선수다. 오랜 한국 생활로 K리그가 낯선 외국인 선수들의 중심도 잡아주고 있다고 했다.

FC 안양은 흔들림 없이 2020시즌 개막을 준비 중이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FC 안양은 흔들림 없이 2020시즌 개막을 준비 중이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안양은 외국인 선수만 바꾼 게 아니다. 주장 최호정, 김형진, 맹성웅, 양동원(골키퍼) 등이 건재한 가운데 이정빈, 최우재, 박채화, 김정민 등이 가세했다. 특히 인천 유나이티드의 미래로 불린 미드필더 이정빈은 지난해 여름 안양 임대 후 완전 이적에 성공했다.

안양은 코로나19로 무기한 연기된 2020시즌을 흔들림 없이 준비 중이다. 김 감독은 우리처럼 클럽하우스가 없는 구단은 코로나19로 훈련장을 구하는 게 쉽지 않다다행히 최대호 구단주(안양시장)께서 정상 훈련을 할 수 있게 신경 써준다. 차질 없이 시즌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시즌 개막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어려운 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2월 29일 공식 개막에 맞춰 올려놓은 몸이 확 가라앉았다. 선수들에게 ‘현 몸 상태를 유지만 하라’고 강조한다. 동기부여를 갖고 훈련하는 게 어려운 건 모든 팀이 똑같다. 나를 포함한 코칭스태프가 밝은 분위기 속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게끔 도와야 한다고 했다.

FC 안양의 홈구장인 안양종합운동장을 출입하기 위해선 발열 체크, 손 소독, 마스크 착용이 필수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FC 안양의 홈구장인 안양종합운동장을 출입하기 위해선 발열 체크, 손 소독, 마스크 착용이 필수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안양은 정상 훈련을 진행하면서 코로나19 대응도 철저히 하고 있다. 안양 관계자는 팀에서 확진자가 나올 경우 K리그와 안양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걸 전 직원에게 강조한다. 선수를 포함한 구단 관계자가 발열 체크, 손 소독, 마스크 착용 등을 빼먹지 않는 이유다. 내 건강을 지켜야 시즌 개막이 하루라도 빨라질 수 있다는 게 안양 관계자의 판단이다.

안양은 2020시즌 많은 게 바뀌었다. 코로나19로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 속 흔들림 없이 시즌 개막만을 준비하고 있다. 수비 안정을 꾀한 공격의 팀 안양은 2020년 어떤 축구로 축구계의 눈을 사로잡을까.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