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검사기관이 1곳이던 한국. 류영진 식약처장 부임 이후 7배나 늘어

-마스크 검사기관 대폭 확충→검사시간 단축→마스크 공장 8배 증가→마스크 품질 개선

-“처음부터 마스크를 국민 생명을 지킬 가장 기본적인 무기로 판단”

-“국민 생명 위해 사투 벌이는 의료인들처럼 국회에도 국민 보건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일 할 사람이 필요하다”

-“'코로나 19' 종식 시켜 프로야구팬들이 다시 야구를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돕는 게 내 임무”

지난해 11월 제6회 최동원상 시상식에서 고교 최동원상 시상을 위해 단상에 오른 류영진(사진 맨 오른쪽).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야구 마니아'이자 '열혈 롯데 자이언츠 팬'이다
지난해 11월 제6회 최동원상 시상식에서 고교 최동원상 시상을 위해 단상에 오른 류영진(사진 맨 오른쪽).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야구 마니아'이자 '열혈 롯데 자이언츠 팬'이다

[엠스플뉴스]

처장님. 마스크 그거 미세먼지 많을 때나 쓰는 거지….

2018년 봄이었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처장이던 류영진은 경북 경산에 가려던 참이었다. ‘보건용 마스크’ 시험·검사 등을 하는 경북테크노파크가 그곳에 있는 까닭이었다.

그때 누군가 류영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처장님. 마스크 그거 미세먼지 많을 때나 쓰는 거지…거기보다 다른 곳을 가시는 게 언론에도 더 나오고 좋을 거 같은데.”

평소 같으면 “그래요?”하며 상대 의견을 존중했을 류영진이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류영진은 경산 방문을 고집했다.

평생을 현장 약사이자 보건 전문가로 살아왔습니다. 제 경험상 마스크는 ‘미세먼지가 많을 때나 쓰는 물건’이 아니었어요. 사스, 메르스 등 세계적 전염병의 주기를 살펴보면서 조만간 우리가 또 다른 역병과 싸워야 할지 모른다고 예상했습니다. 그 역병과 싸워 국민의 생명을 지키려면 마스크만 한 기본 무기도 없다고 판단했어요. 류영진의 회상이다.

류영진은 마스크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기본 무기’가 되려면 마스크 생산과 공급 그리고 품질에 있어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믿었다. 그렇다면 과연 류영진의 경산 방문 이후 ‘한국 마스크’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그야말로 획기적 변화를 맞았다. 전국의 마스크 공장은 무려 6배나 늘었고, 마스크 품질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한 보건 전문가는 “2018년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면 지금 한국 마스크 상황은 유럽, 미국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을 것”이라며 “미래를 대비한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지 마스크가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코로나 19’를 종식해도 언제 또 새로운 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할지 모릅니다. 마스크가 기본 무기라면 감염병 치료제 백신은 인류를 지킬 핵심 무기에요. ‘코로나 19’를 통해 한국 보건 위상이 세계의 인정을 받은 만큼 감염병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도 우리가 앞장설 필요가 있습니다. 류영진의 말이다.

그가 식약처장이 된 뒤 마스크 공장이 8배나 많아졌다…“마스크는 국민 생명을 지킬 기본 무기”

2018년 3월 29일 식약처장 시절 경북테크노파크를 찾은 류영진(사진=식약처)
2018년 3월 29일 식약처장 시절 경북테크노파크를 찾은 류영진(사진=식약처)

2018년 3월입니다. 식약처장 신분으로 경북 경산의 ‘경북테크노파크’를 찾았습니다. 보건 전문가들은 “당시 류영진 식약처장의 방문으로 한국 마스크 산업이 크게 변화했다”고 말합니다.

미세먼지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지 꽤 됐어요. 마스크 중요성도 부각됐죠. 하지만, 정작 마스크 공급과 품질은 제자리였어요. 특히나 마스크를 ‘미세먼지 방어용 물건’으로만 보는 시각이 많았어요. 하지만, 제 생각은 달랐습니다.

생각이 달랐다?

당장은 마스크가 미세먼지 방어용으로 필요하지만, 전 마스크가 더 큰 용도로 쓰일 날이 올 거라고 봤습니다.

정확히 어떤 뜻입니까.

저는 평생을 약사와 보건 전문가로 살아온 사람입니다. 그런 입장에서 전염병을 살펴봤을 때 신종 바이러스가 몇 년 내 다시 나타날지 모른다고 예상했어요.

음.

잘 아시다시피 2002년 중국에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생겼습니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2012년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창궐했어요. 그 사이 조류인플루엔자와 2009년엔 신종플루가 대유행했습니다. 2014년엔 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발생했죠. 이렇게 신종 전염병이 주기적으로 발생한다면 뭔가 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치료제나 백신은 신종 전염병이 생겨났을 때 만들어야 하지 않습니까. 대비가 어려울 듯싶은데요.

그래서 일차적으로 집중한 게 마스크였어요. 사스, 메르스, 신종플루 같은 전염병 대부분이 호흡기를 통해 전파됐습니다. 마스크가 감염 확산을 막을 효과적인 무기라는 덴 이론의 여지가 없었고. 그런데.

그런데?

국내 마스크 산업 현황을 살펴보니까 마스크 생산, 공급, 품질 모두 문제가 많았어요.

문제의 원인, 뭐였습니까.

2017년 7월 제가 식약처장이 됐을 때 마스크 시험·검사 기관이 몇 곳이었는지 아십니까?

글쎄요.

전국에 ‘딱’ 한 곳뿐이었어요. 그 탓에 마스크 성능 검사하는데 8개월이나 걸렸어요. 생각해보세요. 마스크 성능 검사하는데 8개월이 넘는다면 어느 기업이 마스크 생산에 참여할 수 있겠습니까.

기존 1곳이던 마스크 시험·검사기관이 류영진 식약처장 재임 이후 7곳으로 늘었습니다.

마스크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선 마스크 시험·검사기관이 대폭 확충돼 검사 기간을 최대한 단축돼야 했습니다. 그래야 언젠가 찾아올 미세먼지보다 더한 상대와 싸울 때 힘을 낼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정부의 관심과 일선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마스크 검사기관이 대폭 늘면서 검사 시간이 ‘확’ 줄었습니다.

마스크 검사기관 확충이 검사 시간 단축으로 이어져…마스크 공급과 품질 대대적으로 향상됐다

류영진 전 식약처장이 한 방송에서 마스크 설명을 하는 장면
류영진 전 식약처장이 한 방송에서 마스크 설명을 하는 장면

마스크 검사의 일대 변화 덕분인지 마스크 공장도 대폭 증가했습니다.

마스크 공장이 기존보다 6배나 늘었어요. 이전과 비교해 마스크 공급이 몰라보게 원활해졌습니다.

불과 20개였던 마스크 공장이 160개 가까이 늘었습니다. 그렇게 늘지 않았다면 '마스크 대란'이 심각했을 겁니다. 마스크 검사 시간이 줄면서 마스크 품질에 대한 우려가 나온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마스크 품질은 더 좋아졌다는 평이 많습니다.

2018년 4월로 기억합니다. 식약처에서 보건용 마스크 허위·과대광고 점검 결과를 발표했어요. 보건용 마스크 광고 1,706건을 점검했습니다. 그 가운데 138건을 허위·과대광고로 적발했어요.

국민이 일반 마스크와 ‘KF 00(숫자)’ 마스크의 차이를 정확하게 인지하기 시작한 게 그 발표 이후부터가 아닐까 싶은데요.

‘KF’는 ‘코리아 필터(Korea Filter)’를 뜻합니다. 보건용 마스크는 KF 문자 뒤에 숫자를 표시해 제품의 입자차단 성능을 나타납니다. KF80은 0.6㎛(마이크로미터) 크기 미세입자 80%를, KF94는 0.4㎛ 입자 94%를 차단합니다.

실제로 당시 황사나 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없는 공산품 마스크를 황사·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있는 것처럼 허위 광고한 사례도 다수 적발했습니다.

정부가 마스크에 대해 정확히 홍보하고, 보건용 마스크 허위·과대광고를 적발하면서 마스크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졌어요. 업체 스스로도 품질에 더 신경 쓰기 시작했습니다. 마스크 품질이 전반적으로 향상되는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자부합니다.

부산 KT 소닉붐 선수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훈련하는 장면(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부산 KT 소닉붐 선수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훈련하는 장면(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보건용 마스크의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었습니다만, 식약처장 당시 아쉬움도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대표적인 게 감염병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에요.

감염병 치료제와 백신 개발?

식약처장 당시 감염병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계획했어요. 하지만, 힘있게 추진하지 못했습니다.

이유가 있습니까.

감염병 치료제와 백신 개발은 정부와 기업이 관심을 두고 적극 추진해야 하지만, 국회의 도움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예산을 비롯해 여러 문제가 걸려있으니까요.

그렇지요.

그때 국회에서 어느 한 분이라도 관심을 기울여줬다면 마스크 변화처럼 감염병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서도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네, ‘국회의원 가운데 누구라도 관심을 기울여줬다면…’하는 아쉬움이 지금도 큰 게 사실이에요.

“국민 생명 위해 사투 벌이는 의료인들처럼 국회에도 국민 보건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일 할 사람이 필요하다”

류영진은 오랜 기간 현장 약사로 일했다. 그는 자신을 '약사 자영업자'로 표현한다. 그래선지 그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보호와 번성에 관심이 높다
류영진은 오랜 기간 현장 약사로 일했다. 그는 자신을 '약사 자영업자'로 표현한다. 그래선지 그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보호와 번성에 관심이 높다

총선에 출마한 이유도 그때의 아쉬움과 연관이 있을 듯합니다.

감염병에 맞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투를 벌이는 의료인들처럼 국회에서도 국민 보건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할 의원이 단 한 명이라도 있어야 합니다. 저는 ‘그 한 명’이 되기 위해 이번 총선에 출마했습니다. 만약 제가 ‘그 한 명’이 된다면 전 2018년의 봄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다른 곳을 방문’하지 않고, 기어이 마스크 시험·검사기관을 찾던 보건 전문가의 책임을 한시도 저버리지 않을 겁니다.

역대 국회를 보면 보건 분야는 그리 주목받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 19’라는 전례 없는 위기와 싸우고 있어요. 이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세계는 ‘국민의 생명 없인 경제도, 문화도, 사회도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어요. 국민의 생명보다 더 중요한 건 없습니다. 국회엔 경제, 정치, 문화 전문가가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같은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가장 필요한 건 보건 전문가입니다. 대한민국이 위기 상황을 잘 관리해 다른 나라보단 상황이 좋지만, 아직 ‘코로나 19’는 종식되지 않았어요. 철저한 종식과 제2의 전염병 혼란을 막으려면 법을 제정하는 국회 안에 보건 전문가가 더 많아져야 합니다.

마스크를 낀 채 훈련하는 프로야구 선수들. 류영진(사진 오른쪽) 전 식약처장 재임 후 국내 마스크 공장은 8배나 늘었다. 그리고 세계가 손꼽는 명품 마스크로 성장했다(사진=엠스플뉴스)
마스크를 낀 채 훈련하는 프로야구 선수들. 류영진(사진 오른쪽) 전 식약처장 재임 후 국내 마스크 공장은 8배나 늘었다. 그리고 세계가 손꼽는 명품 마스크로 성장했다(사진=엠스플뉴스)

부산이 고향입니다. 부산 연고지팀 롯데 자이언츠의 열혈 팬인 것으로 압니다.

‘코로나 19’가 없었다면 지금쯤 롯데 응원하려고 사직야구장을 찾았을 겁니다. 지난해 겨울 롯데가 여러 준비를 한 것으로 압니다. 시간 날 때마다 야구 기사를 챙겨보니까요. 젊은 단장을 영입한 뒤 팀이 새롭게 변신하고 있단 소식을 들었어요. 그래서 더 기대가 컸는데. 5월 초 프로야구가 개막한다고 하는데, 관중 입장이 가능해지는 때가 오면 꼭 사직야구장을 가볼 생각이에요. 프로야구팬들에게 우리가 사랑하는 야구를 다시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게 보건 전문가인 제 임무라고 봅니다.

우문(愚問)입니다. ‘마스크’를 공적 삼아 선거운동에 대대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을 텐데 정작 정치권에선 “류영진은 마스크에 대해 크게 홍보를 하지 않는다”는 이야길 하더군요.

반대로 제가 묻겠습니다.

네.

야구는 감독이 하는 겁니까? 선수가 하는 겁니까?

저는 선수가 한다고 봅니다.

저도 같아요. 모든 정책은 그 정책을 지휘한 최고 관리자보단 그 정책을 묵묵히 수행한 분들 덕분에 성공하는 겁니다. 마스크 변화도 제 ‘작품’이 아닙니다. 제 생각과 의지를 현실화시켜준 식약처 식구들과 마스크 생산 증대와 품질 향상에 신경 써준 기업이 있어 변화에 성공한 겁니다. 무엇보다 국민 보건의 로드맵을 잘 짜놓은 정부의 노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던 겁니다. 저는 지금도 그분들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이근승, 박동희 기자 dhp1225@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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