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준이 양현종 상대로 선발 등판한다(사진=엠스플뉴스)
소형준이 양현종 상대로 선발 등판한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수원]

재밌을 것 같다. 져도 본전이지만, 이기면 스타라는 생각으로 편하게 던졌으면 한다.

미래의 에이스가 현재의 에이스와 만났다. 괴물신인 소형준과 리그 에이스 양현종의 선발 맞대결을 앞두고 이강철 KT 감독은 30년 전 김원형-선동열 맞대결을 떠올렸다.

5월 2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KIA 타이거즈와 KT 위즈의 시즌 3차전은 양현종과 소형준 선발 대결로 펼쳐진다.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와 미래 KBO리그를 이끌어갈 대형 신인투수의 대결이란 점에서 1991년 선동열-김원형 선발 대결이 떠오른다.

그해 8월 14일 광주에서 열린 쌍방울-해태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19살 신인 김원형(현 두산 베어스 투수코치)은 해태 에이스 선동열과 맞대결에서 1대 0, 완봉승을 거뒀다. 당시 쌍방울은 4회 터진 김기태의 솔로 한 방으로 리드를 잡았고, 김원형이 2피안타 무실점으로 해태 타선을 틀어막아 승리를 챙겼다. 김원형은 역대 최연소 완봉승 신기록도 작성했다.

당시 해태 소속으로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봤던 이강철 감독은 “그때 김원형이 승리하면서 ‘어린 왕자’가 탄생했다. 김원형의 커브가 좋았다. 해태 타자들이 커브를 못 치면서 그냥 1대 0으로 당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유신고를 졸업하고 올해 입단한 소형준도 대형 신인의 기운을 풍기는 선수다. 올 시즌 3경기에 등판해 모두 5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2승을 거뒀다. 21일 한화전에서 실책 때문에 대량실점하긴 했지만, 이전 두산전과 삼성전에서 보여준 투구는 신인답지 않았다. 최고 150km/h에 달하는 빠른 볼과 투심, 커브와 슬라이더까지 레퍼토리도 다양하다.

이 감독은 “소형준도 계속 좋은 피칭을 하고 있다. 한번 대량실점은 있었지만 같은 실수는 않을 것”이라며 “구위로 보면 항상 6이닝은 던져줄 것 같다”고 평가했다.

마운드에서 긴장하지 않고 어떤 상황에도 자기 공을 던지는 게 소형준의 장점이다. 이 감독은 “올라가서 던지는 모습을 보면 긴장된 티가 나지 않는다. 속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몇 게임 나와서 하는 걸 보면 막 고등학교 나온 선수 같지 않다. 그러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레퍼토리가 다양해 같은 타자와 두 번, 세 번 상대해도 쉽게 공략당하지 않는 것도 장점. 이 감독은 “워낙 투심이 좋은 피처다. 한 바퀴 돌면 맞을까 했는데, 포심을 던질 줄 아니까 포심과 투심을 잘 섞는다”며 “더블플레이 상황 때 투심 높이를 잘 조절하면서 던지라고 조언했다. 투심을 잘 활용하면 안타 2개를 맞아도 하나 걸리면 병살이 나온다. 잘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양현종 같은 대투수와 맞대결하는 경험은 소형준이 더 큰 투수로 성장할 좋은 기회. 이 감독은 “양현종이 던지는 걸 보면서 좋은 게임 운영 같은 걸 보고 느꼈으면 쓰겠다. 양현종은 다른 팀이 상대할 때 ‘양현종이라 쉽지 않겠다’는 인상을 받는다. 소형준도 나중에 잘 돼서 그런 인상을 풍기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 감독은 “(오늘 대결이) 재밌을 거 같다”며 “김원형도 그러지 않았을까. 져도 본전이지만, 이기면 스타라고 생각하면서 편하게 임했으면 한다”고 소형준의 호투를 기원했다.

한편 이날 KT는 전날 3안타를 기록한 외야수 배정대를 2번 타순에 배치한다. 이 감독은 “배정대가 지난해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플레이에 자신감이 넘친다. 이제는 투수들이 쉽지 않게 상대할 것 같다”고 칭찬했다. 선발 포수로는 양현종 상대 강점이 있는 장성우가 마스크를 쓴다. 소형준-강현우의 유신고 19살 배터리는 다음 기회로 미뤘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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