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MLB 시즌 개막 연기…갈 곳 없는 FA 무적 신분 선수들

-맷 하비, 야시엘 푸이그 등 빅리그 스타 출신 한국행 가능성 제기

-하비는 2곳 이상 국내 팀과 접촉, 푸이그도 접촉 있었던 것으로 확인

-MLB 시즌 개막 여부, 로스터 확대 등이 변수

맷 하비와 야시엘 푸이그(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맷 하비와 야시엘 푸이그(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엠스플뉴스]

‘다크나이트’ 맷 하비가, ‘야생마’ 야시엘 푸이그가 KBO리그 유니폼을 입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여전히 메이저리그 개막이 불투명한 가운데, 미국 현지 매체에서 일부 메이저리거의 KBO리그 진출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주로 소속팀 없이 FA(자유계약선수) 미아 신분인 선수들이 대상이다. 1년을 통째로 쉬느니 KBO리그에서라도 경기를 뛰는 편이 낫다는 이유다.

MLB 중계에서 보던 맷 하비, 푸이그 이름이 왜 거기서 나와?

최근 한국 진출 가능성이 제기된 하비(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최근 한국 진출 가능성이 제기된 하비(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가장 화제가 된 이름은 맷 하비다. 미국 ‘뉴욕 포스트’는 6월 7일(이하 한국시각) 한국 언론 보도를 인용해 하비가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를 통해 KBO 리그 진출 의향을 밝혔다고 전했다. 하비는 2012년 뉴욕 메츠에서 데뷔해 메이저리그 대표 강속구 투수로 이름을 알렸다. 2013년엔 9승 5패 평균자책 2.27을 기록하며 올스타에 선정되기도 했다.

‘류현진 절친’ 푸이그 얘기도 나온다. 한 현지 매체는 “전 다저스 외야수 푸이그가 2020년에는 KBO 진출을 고려해야 할까? 남은 2020시즌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지금 KBO리그 진출이 대안일까?”라며 한국행 가능성을 언급했다. 푸이그는 LA 다저스 주전 우익수로 활약하며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선수다.

하비와 푸이그는 현재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이다. 지난해 LA 에인절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뛰었던 하비는 아직 소속팀을 찾지 못했다. 지난 3월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상대로 트라이아웃을 진행했으나 입단에 이르지는 못했다. 푸이그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에 근접했다가 시즌이 연기되면서 도장을 찍지 못했다.

올 시즌 마이너리그 진행이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만약 메이저리그 개막까지 무산되거나 개막하더라도 새 소속팀을 구하지 못하면 한 시즌을 날릴 위험성이 커진다. 하비, 푸이그의 한국행 얘기가 자꾸 나오는 배경이다.

“하비, 2곳 이상 구단과 실제 접촉” “국내 구단 중에 푸이그와 접촉한 구단 있다”

아직 소속팀을 찾지 못한 푸이그(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아직 소속팀을 찾지 못한 푸이그(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렇다면 하비, 푸이그의 실제 KBO리그 진출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복수의 외국인 선수 담당자와 스카우트를 대상으로 취재했다.

여러 외국인 선수 담당자는 “전혀 가능성이 없는 얘기만은 아니다”란 생각을 밝혔다. 하비의 경우 실제 국내 구단과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외국인 담당자는 보라스 쪽에서 2곳 이상의 국내 구단과 접촉한 것으로 안다에이전시 쪽에서 굉장히 적극적이라고 전했다. 다른 스카우트도 “보라스 쪽에서 말 그대로 ‘뿌리고’ 있다”고 했다.

푸이그 KBO행도 완전히 근거 없는 뜬소문은 아니었다. 취재 결과 한 구단이 푸이그 측에 ‘혹시 한국행 의사가 있는지’ 타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구단 관계자는 물어보긴 했지만 선수 쪽에서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밝혔다.

한 외국인 선수 담당자는 “하비와 푸이그는 완전히 다른 케이스로 봐야 한다”며 “하비는 몸 상태와 현재 기량이 관건”이란 생각을 전했다. 하비는 최근 부상 문제를 겪었고, 지난 시즌을 완전히 망친 뒤라 빅리그 구단과 계약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국, 일본행까지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국내 구단들은 하비의 현재 컨디션과 기량에 의문을 품고 있다.

지방구단 외국인 선수 담당자는 하비는 현재 제 기량을 발휘할 만한 몸 상태가 아니라고 본다. 우리 구단은 전혀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 역시 “그 선수의 현재 몸 상태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 리스크가 크다. 또 한국에 오면 2주 자가격리도 거쳐야 하지 않나.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MLB 시즌 무산되면 푸이그 이상 빅네임 한국행 가능성 열린다

반면 푸이그는 지난 시즌에도 빅리그에서 준수한 활약을 선보인 만큼, 몸 상태와 기량은 어느 정도 검증된 선수다. 지난해도 신시내티 레즈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소속으로 149경기 타율 .267 21홈런 84타점 19도루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한 외국인 선수 담당자는 푸이그의 경우엔 시즌 개막 여부와 선수 본인의 의사가 관건이라고 했다.

이 담당자는 “현재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가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는데, 협상 결과에 따라 푸이그 같은 선수들의 입지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로스터가 50인까지 늘어나거나, 내셔널리그에 지명타자가 도입되면 푸이그로선 빅리그에서 뛸 가능성이 커진다. 굳이 국외 리그를 선택할 동기가 사라진다”고 했다.

다만 빅리그 개막이 무산될 땐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수도권 구단 관계자는만약 메이저리그가 파행으로 가면 푸이그는 물론 다른 FA 신분 선수들과 국내 팀의 연결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선수들 처지에선 반 시즌만이라도 경기에 뛰면서 경기 감각을 유지하기 원할 것이란 의견을 밝혔다.

실제 하비, 푸이그보다 훨씬 현재 가치가 높은 메이저리그 올스타 외야수의 에이전시에서 국내 구단에 KBO리그에 대한 ‘문의’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구단 관계자는 “시즌이 취소될 경우에 대비해 리그 상황을 알아보는 차원의 문의였다. 만약 코로나19로 시즌이 사라지면 올 생각이 있다고 하더라”면서도 “에이전시에서 하는 기본적 활동 중 하나라서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고 했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는 “만에 하나 메이저리그 개막이 무산될 땐, 몸값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KBO리그 외국인 선수 몸값은 한 시즌 기준 총액 100만 달러로 제한돼 있다. 이 스카우트는 “배구스타 김연경 사례도 있지 않나. 한 시즌을 아예 날리는 것보다는 어디서든 경기를 뛰는 편이 선수에겐 나은 선택이다. 돈보다는 선수의 의사가 관건이 될 것”이라 했다.

굳이 하비, 푸이그 같은 빅네임이 아니라도 MLB 노사협상 결과에 따라 데려올 수 있는 외국인 선수 풀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구단들은 미국 상황을 주의깊게 지켜보는 중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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