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최고참 김태균, 멀티히트 활약에도 팀 18연패 못 막았다

-2루까지 전력질주 후 슬라이딩, 세이프 판정…득점권 찬스 위해 몸 던졌다

-마지막 타석에서 안타…22이닝 만의 득점에 함덕주 강판까지

-최고참 김태균의 투혼, 한화 19연패 위기에서 구할까

12일 경기 멀티히트를 기록한 김태균(사진=한화)
12일 경기 멀티히트를 기록한 김태균(사진=한화)

[엠스플뉴스=대전]

한화 이글스 최고참 김태균은 온 힘을 다해 뛰고, 몸을 던졌다.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매달렸다. 팀의 역사적 수모를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노장의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하지만 팀을 18연패 수렁에서 구하진 못했다.

한화는 6월 12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시즌 1차전에서 2대 5로 졌다. 이로써 5월 23일 NC전부터 내리 18연패를 당하며,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와 함께 프로야구팀 최다 연패 타이기록이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총력전을 선언하고 경기에 나섰지만 이날도 한화는 무력했다. 선발 채드벨은 1회초 선두타자에게 홈런을 맞고 쉽게 선취점을 내줬다. 타선은 두산 임시선발 최원준에게 꽁꽁 묶였다. 3회초 추가 2실점 하며 점수는 0대 3. 그대로라면 패배는 불 보듯 뻔했다.

2루 향해 몸 던진 김태균, 끝까지 포기 안 하고 매달렸다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는 김태균(사진=엠스플뉴스)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는 김태균(사진=엠스플뉴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베테랑 김태균이 나섰다. 4회말 1사 후 두 번째 타석에 나온 김태균은 최원준을 상대로 좌중간을 향하는 장타성 타구를 날렸다. 좌익수 김재환이 빠르게 잡아내 2루로 공을 던졌다. 빠른 주자가 아니고선 2루까지 가긴 쉽지 않아 보이는 순간. 타자 주자가 김태균인 점을 생각하면 2루타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그러나 김태균은 1루에서 멈추지 않고 2루까지 내달렸다. 무사가 아닌 1사 후라는 점을 생각해 과감하게 모험을 시도했다. 글러브를 피하며 왼 다리를 쭉 뻗어 슬라이딩, 타이밍은 아웃처럼 보였지만 세이프 판정이 나왔다.

두산이 비디오판독을 신청했지만, 김태균과 한화의 간절함이 비디오 판독의 신에게 닿았는지 시간 초과로 원심이 유지됐다. 전력 질주하고 몸을 던진 김태균의 투지가 1사 2루 득점권 찬스로 연결됐다. 보통은 한화 쪽으로 흐름이 넘어갈 만한 상황. 그러나 무기력에 빠진 한화는 여기서도 득점을 만들지 못하며 베테랑의 투혼을 무위로 돌렸다.

김태균은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 공격에서도 다시 한 번 투혼을 불태웠다. 0대 5로 패색이 짙은 9회말 마지막 공격. 선두타자로 나선 김태균은 두산 마무리 함덕주의 2구째를 받아쳐 중견수 앞 깨끗한 안타를 뽑아냈다.

한화 벤치는 대주자 이동훈을 기용했고, 이후 상대 폭투와 대타 박정현의 적시타로 이날 한화의 첫 득점이 나왔다. 10일 롯데전 6회 이후 무려 22이닝 만의 득점 성공. 이어 또 한 번의 폭투와 대타 박상언의 내야 땅볼로 1점을 더 따라붙었다. 경기는 2대 5로 졌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김태균의 활약에 한화는 영패를 면했다. 두산 마무리 함덕주를 끌어내린 것도 성과라면 성과다.

고참 김태균의 몸부림, 잠든 한화를 깨울까

한화가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결국 김태균 등 베테랑 선수들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사진=엠스플뉴스)
한화가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결국 김태균 등 베테랑 선수들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사진=엠스플뉴스)

이날 김태균은 한화 타선에서 유일하게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장타를 기록한 타자도 김태균이 유일했다. 어떻게 해서든 팀의 18연패 굴욕을 막아보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뒤 빈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는 김태균의 표정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답답함과 아쉬움이 가득했다.

올 시즌 김태균은 팀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시즌 초반엔 극심한 타격 침체로 어려움을 겪었다. 5월 20일 1군 말소 전까지 타율 0.103에 홈런 없이 2타점만 기록하는 부진을 겪었다. 몸과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잠시 2군에 내려갔지만, 공교롭게도 김태균 말소 이후 한화의 연패 행진이 시작됐다.

결국 제대로 연습경기도 뛰지 못한 채 6월 3일 급하게 1군에 올라왔다. 실전 경기를 뛰지 못한 상태라 제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사력을 다했다. 6일 NC전 3안타, 9일 롯데전 멀티히트를 기록했고 12일 두산전에서도 장타 포함 멀티히트로 조금씩 타격감을 끌어 올리는 중이다. 6월 타율 0.320을 기록하며, 시즌 타율도 0.204로 2할대에 진입했다.

최원호 감독대행은 8일 부임 직후 베테랑급 10명을 2군에 보내면서도 김태균은 계속 남겨뒀다. 어린 후배들을 다독일 팀의 중심 선수가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한화 관계자는 일각의 오해와 달리 김태균은 누구보다 열심히 운동하고, 후배들을 잘 챙기는 선수다. 연패 기간에도 이용규와 함께 연패를 끊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했다.

팀이 18연패에 빠진 12일 경기에서도 홀로 몸을 던지고 끝까지 몸부림친 선수는 최고참 김태균이었다. 말 대신 몸으로 연패 탈출 의지를 보여준 김태균의 투혼이 19연패 위기의 독수리를 깨울까. 한화는 13일 대전에서 두산 상대로 시즌 2차전을 가진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