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외국인 타자 애런 알테어, 5툴 다 갖춘 팔방미인

-14홈런으로 리그 2위, 타율도 어느새 3할대

-리그 최상급 외야 수비력…범위는 물론 송구까지

-도루 2위에 주루센스도 수준급…못 하는 게 없는 알테어

5툴 플레이어 애런 알테어(사진=NC)
5툴 플레이어 애런 알테어(사진=NC)

[엠스플뉴스=창원]

잘 때리고, 잘 넘기고, 잘 달리고, 잘 잡고, 잘 던진다. 못하는 게 없는 만능선수 NC 다이노스 애런 알테어가 연일 ‘5툴 플레이어’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다. 운동능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NC의 외국인 타자 스카우트 전략이 마침내 ‘대박’으로 돌아왔다.

그간 KBO리그를 찾는 외국인 타자 중엔 ‘반쪽짜리’ 선수가 적지 않았다. 공격, 수비, 주루, 인성까지 다 뛰어난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법. 주로 타격 재능은 있는데 수비가 약하거나, 수비 포지션이 마땅치 않거나, 트리플 A 투수 공은 잘 치는데 빅리그 투수 공은 못 치는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꿈을 접고 아시아행 현실을 택하곤 했다.

하지만 NC 외국인 타자 알테어는 다르다. 타격이면 타격, 외야 수비면 수비, 주루면 주루, 기럭지면 기럭지,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방망이가 안 맞는 날도 호수비로, 빠른 발로 어떻게든 팀 승리에 힘을 보태니 미워할 수 없는 선수다. 메이저리그 유망주 시절 기대를 모았던 ‘5툴 플레이어’의 잠재력이 KBO리그에 와서 비로소 만개했다.

‘알테어 홈런=NC 승리’ 승리 공식 생겼다

알테어 홈런은 NC의 승리를 의미한다(사진=NC)
알테어 홈런은 NC의 승리를 의미한다(사진=NC)

5툴의 구성 요소 첫 번째는 장타력이다. 3일 현재 알테어는 홈런 14개로 KT 멜 로하스(18개)에 이은 리그 2위다. 알테어가 홈런을 날린 14경기에서 NC는 12승을 거뒀다. ‘알테어 홈런=팀 승리’라는 공식이 생길 만큼 승리로 직결되는 인상적인 홈런이 많았다.

2일 창원 롯데전에서도 알테어 홈런은 팀 승리를 의미했다. 0대 0으로 맞선 4회말. 무사 1루에서 알테어는 롯데 에이스 댄 스트레일리의 145km/h 짜리 바깥쪽 속구를 받아쳐 그대로 우측 담장을 넘겼다. 기선제압 투런포, NC가 2대 0으로 리드를 잡았다.

알테어는 5회말 2사 만루에서도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 스트레일리를 5회가 끝나기 전에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초반 분위기를 주도한 NC는 롯데에 9대 7로 승리, 올해 첫 낙동강 더비를 우세시리즈로 장식했다. 마이애미 말린스 시절 스트레일리와 몇 번 상대해 본 경험이 공략하는 데 도움이 됐다. 알테어가 경기 후 들려준 말이다.

5툴의 두 번째 요소, 타격 정확성도 갈수록 발전하는 모습이다. 알테어는 한때 타율이 1할대로 떨어질 정도로 시즌 초반 혹독한 적응기를 겪었다. 하지만 이동욱 감독은 “아직 몇 경기 안 지났는데 더 지켜봐야 한다. 에릭 테임즈도 4월엔 못했다”며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

타순도 7, 8번 하위타순에 배치해 부담을 덜어줬다. 타격은 부진해도 “수비와 주루에서 만족스럽다”며 단점보다 장점에 초점을 맞췄다. 인내는 보상으로 돌아왔다. 알테어는 5월 말 키움과 시리즈에서 연이틀 멀티히트를 때려내며 반등을 이뤘고, 6월 한 달간 타율 0.329로 맹타를 휘둘렀다.

2일 롯데전에서도 3안타 경기를 펼친 알테어의 시즌 타율은 0.302로 어느새 3할대다. 한때 8번까지 내려갔던 타순도 어느새 4번타자까지 올라왔다. 알테어는 타석에 들어갈 때 자신감이 붙었다. 공을 좀 더 오랜 시간 동안 보면서 공략한 게 좋은 타격에 도움이 됐다. 이호준 코치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투수들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고 했다.

수비 범위, 포구, 송구까지…사상 최강의 외야 수비수 탄생

만능 선수 애런 알테어(사진=NC)
만능 선수 애런 알테어(사진=NC)

5툴의 세 번째 요소는 수비력이다. 알테어는 KBO리그 최고의 외야 수비력을 자랑한다. 수비코치 출신인 이동욱 감독은 수비 범위, 포구 등 모든 면에서 나무랄 데가 없다. 김성욱보다도 더 외야 수비를 잘한다며 알테어의 수비력을 높게 평가했다. 시즌 초반 극심한 타격 부진 속에 알테어를 지켜준 것도 바로 수비력이었다.

3일 현재 알테어의 외야 타구처리율은 52.3%로 삼성 박해민(54.7%)에 이은 리그 2위. 스탯티즈가 이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4년 이후 세 번째로 좋은 수치를 내고 있다. 알테어의 강력한 외야 수비에 NC 투수들도 큰 이득을 본다. NC의 외야 방향 타구 피안타율은 0.563으로 삼성(0.541)에 이은 리그 2위다.

2일 롯데전에서도 알테어는 경기 시작하자마자 호수비로 선발 이재학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1회초 롯데 선두타자 정훈의 좌중간 장타성 타구를 전력 질주해 잡아내는 호수비. 롯데는 후속타자 손아섭-이대호가 안타를 때렸지만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알테어의 수비가 아니었다면, 선취점을 내주고 어려운 경기가 됐을지 모른다.

강한 어깨도 5툴의 구성 요소 중 하나다. 고교 시절 투수와 유격수로 활약한 알테어는 강하고 정확한 송구 능력을 자랑한다. 어시스트 개수는 2개로 많지 않지만, 이는 알테어의 어깨를 의식한 상대 주자들이 무리한 주루플레이를 자제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알테어의 추가진루 허용률은 35.3%로 리그 중견수 중에 KIA 김호령(26.8%), KT 배정대(31.5%)에 이은 3위다.

MLB 최상급 스피드에 주루 센스까지…알테어, 못 하는 게 뭐야?

2일 롯데전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알테어(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2일 롯데전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알테어(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마지막 5툴의 요소는 기동력. 알테어는 주자로서 리그 최고 수준의 능력을 자랑한다. 지난해 베이스볼 서번트가 측정한 메이저리그 ‘전력질주 속도’ 랭킹에서 전체 87%로 최상위권에 올랐던 알테어다. 키 196cm의 대형 컴퍼스와 말근육도 주자로서 알테어의 가치를 높인다.

3일 현재 알테어는 도루 9개(2실패)로 키움 서건창(11개)에 이은 리그 2위다. 도루성공률도 81.8%로 수준급, 좌투수 상대로도 세 차례 도루를 시도해 모두 성공했다. 여기다 주루 센스도 뛰어나, 주루를 통한 평균 대비 득점 생산 지표(RAA 주루) 1.36으로 키움 김혜성(1.38) 다음이다.

2일 롯데전에서도 알테어의 빠른 발이 빛났다. 5회말 적시타로 스트레일리를 끌어내린 알테어는 2루 도루를 시도해 바뀐 배터리를 정신없이 흔들었다. 곧바로 오현택의 폭투가 나왔고, 3루 주자 이명기가 홈을 밟았다. 사실상 알테어의 발로 만든 득점. 알테어는 1루 이종욱 코치, 3루 진종길 코치에게 도루 타이밍과 리듬 싸움 등에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공을 돌렸다.

이날 롯데전 대활약으로 알테어는 시즌 성적을 타율 0.302 14홈런 9도루 48타점 장타율 0.621까지 끌어올렸다. 144경기로 환산하면 41홈런 26도루 페이스다. 역대 최고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의 데뷔 시즌 성적은 37홈런 11도루였다. “아직도 보여줄 게 많이 남았다”는 알테어, 그 잠재력의 끝이 어디까지일지 궁금하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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