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기존 외국인 투수 닉 킹엄 웨이버 공시 요청

-극비리에 좌완 투수 A 국내 테스트 소화 “150km/h 가까이 강속구 인상적”

-최종 메디컬 테스트에서 뼛조각 발견으로 A 영입 무산됐다

-외국인 투수 ‘언택트 영입’ 시험대 “빨라도 8월에나 합류 가능”

1선발 에이스로 기대받았던 SK 외국인 투수 닉 킹엄은 단 두 차례 1군 등판 뒤 방출되는 신세가 됐다(사진=SK)
1선발 에이스로 기대받았던 SK 외국인 투수 닉 킹엄은 단 두 차례 1군 등판 뒤 방출되는 신세가 됐다(사진=SK)

[엠스플뉴스]

5월 15일부터 7월 2일까지 49일 동안 SK 와이번스 기나긴 인내의 시간을 보냈다. 그 인내의 대상은 외국인 투수 닉 킹엄이었다. 킹엄은 개막 뒤 단 두 차례 등판을 소화하고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했다.

시간이 해결해줄 거로 믿었던 킹엄 문제는 6월이 지나는 동안 더 심각해졌다. SK 염경엽 감독도 취재진과 만날 때마다 “킹엄이 여전히 팔꿈치가 아프다고 한다. 캐치볼도 제대로 시작하지 못했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사이 팀 성적은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전반적인 팀 타격 침체가 가장 큰 부진 요인이지만, ‘1선발’ 역할로 기대받았던 외국인 투수의 장기간 부재도 팀 하락세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국내 테스트 소화한 좌완 투수 A도 팔꿈치 문제 "킹엄 사례로 계약 취소"

킹엄은 캐치볼만 시작하면 다시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는 상황을 반복했다(사진=엠스플뉴스)
킹엄은 캐치볼만 시작하면 다시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는 상황을 반복했다(사진=엠스플뉴스)

결국, SK는 6월 초 대체 외국인 리스트에 있었던 한 좌완 투수 A를 테스트하기로 했다. 일본프로야구에서 뛴 경력이 있는 A는 FA 신분인 상태였다. 6월 10일 한국으로 비밀리에 입국한 A는 2주 자가 격리를 마치고 두 차례 테스트를 진행했다. SK 관계자들은 A의 투구에 반색할 수밖에 없었다.

A 투구를 지켜본 SK 관계자는 “바로 앞에서 공을 던지는 걸 봤는데 150km/h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졌다. 조금만 더 몸 상태를 끌어 올리면 150km/h를 넘나드는 강속구 좌완 투수로서 활약할 가능성이 엿보였다. 이미 대체 외국인 리스트에도 있던 선수라 정말 기대가 컸다”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킹엄의 웨이버 공시와 더불어 A의 영입을 발표하려던 SK의 계획은 무산됐다. SK는 7월 2일 KBO에 킹엄의 웨이버 공시만을 요청했다. 6월 30일 있었던 A의 최종 메디컬 테스트에서 문제가 생긴 까닭이었다.

SK 관계자는 “킹엄의 웨이버 공시와 더불어 A 선수의 영입을 발표하려고 했는데 메디컬 테스트 최종 단계에서 문제가 나왔다. A 투수의 팔꿈치에 뼛조각이 있다는 검진 결과였다”라고 전했다.

보통 자그마한 팔꿈치 뼛조각이 있어도 참고 던지는 사례가 있다. A 투수도 팔꿈치 뼛조각이 문제가 안 된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미 킹엄의 사례를 겪은 SK는 팔꿈치와 관련한 단 1%의 위험성도 안기가 쉽지 않았다.

SK 관계자는 결국 킹엄의 사례를 생각해 최종적으로 A의 영입을 취소했다. 킹엄도 투구를 못 하겠단 얘기는 안 하는데 캐치볼만 시작하면 아프다는 소릴 반복했다. 제대로 된 불펜 투구도 못 했다. 뼛조각이 신경을 건드리는 느낌이라고 말하더라. 물론 팔꿈치 뼛조각 통증을 극복하는 투수 사례도 있지만, A도 어느 순간 뼛조각이 계속 신경을 건드리면 킹엄처럼 되지 않을 거란 법이 없다. 시즌 중반에 들어간 상황에서 골치 아픈 일을 다시 만들면 안 된다라고 설명했다.

SK, 직접 보지 못하는 '언택트 영입' 돌입 "ML 60인 로스터 살펴본다."

몸 상태가 안 좋아진 SK 염경엽 감독의 깊은 고민 속엔 킹엄의 부재도 있었다(사진=엠스플뉴스)
몸 상태가 안 좋아진 SK 염경엽 감독의 깊은 고민 속엔 킹엄의 부재도 있었다(사진=엠스플뉴스)

SK는 A 투수 영입 무산 뒤 다시 대체 외국인 투수 구하기에 나섰다. 한국으로 입국해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A의 테스트 사례와 달리 이젠 ‘언택트 영입’에 돌입해야 한다. 사실 다른 구단들도 직접 눈으로 외국인 투수의 실전 경기력을 보지 못하고 영입하는 것과 관련해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시즌 초반 소속 외국인 투수 한 명이 장기간 부상으로 이탈했던 B 구단 관계자는 “외국인 타자는 외국인 투수보다 비교적 교체 결정을 내리기가 쉽다. 타자와 달리 투수의 경우 현재 구위나 몸 상태 등을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코로나19 사태로 마이너리그가 모두 중단된 상태라 더 어렵다. 또 자가 격리 2주의 변수가 타자보단 투수 상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바라봤다. 결국, B 구단은 장기 부상으로 빠졌던 소속 외국인 투수를 믿고 기다렸다.

SK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언택트’ 영입이 쉽지 않은 상황인 걸 인정한다. SK 관계자는 “‘플랜 A’가 무산됐으니까 쉽지 않은 상황인 건 사실이다. 마냥 기다릴 순 없으니까 이미 움직이고 있는데 A의 테스트 사례와는 달리 이젠 직접 데려와 보긴 어려운 분위기다. 예전 기록과 영상만 보고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가 곧 개막할 수 있단 점도 변수다. 7월 말 60경기 단축 시즌 개막을 목표로 하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올 시즌에 한정해 1군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60인 로스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메이저리그 구단 60인 로스터에 들어간 외국인 선수들을 데려오기 위해선 이적료를 지불할 수밖에 없다.

SK 관계자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60인 로스터로 선수들을 묶어놨으니까 거기에 들어가 있는 선수를 데려오려면 이적료 협상도 해야 한다. 현지 스카우트들이 기존 리스트에 있는 선수들이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지와 이적료를 지불하는 바이아웃 이적이 가능한지를 점검하는 과정에 있다. 계약 완료까진 적어도 1개월 정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 자가 격리 기간을 고려하면 빨라도 8월에나 교체 외국인 투수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5연패를 기록한 SK는 시즌 14승 36패로 승률 0.280에 그치고 있다. 어떻게든 반전 요소를 만들기 위해선 새로운 외국인 투수의 합류가 필수다. 내년 시즌까지 길게 바라볼 SK의 첫 외국인 투수 ‘언택트 교체’ 결과에 다른 구단들을 포함한 많은 이의 시선이 쏠릴 전망이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