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2년 차’ 두산 포수 박세혁을 향한 엄격한 잣대

-김태형 감독의 조언 “볼 배합도 투수 구질마다 다르게 가져가야”

-조인성 코치 “포수는 700~800경기는 뛰어봐야, 세혁이는 해마다 더 발전할 것”

-박세혁 “나는 아직 부족한 포수, 항상 ‘초심’ 잃지 말자고 마음먹어”

두산 주전 포수기에 박세혁을 향한 높은 기대치와 엄격한 잣대는 당연한 분위기다(사진=두산)
두산 주전 포수기에 박세혁을 향한 높은 기대치와 엄격한 잣대는 당연한 분위기다(사진=두산)

[엠스플뉴스]

지난해 ‘늦깎이 주전’으로 올라선 두산 베어스 포수 박세혁을 향한 잣대는 다소 엄격하다. 전임자가 한국 최고의 포수 양의지(NC 다이노스)인데다 주전 포수 첫해부터 ‘우승 포수’의 자리에 오른 까닭이다.

1990년생으로 데뷔 9년 차인 박세혁이지만, 늦깎이 주전으로 올라선 만큼 올 시즌 ‘주전 2년 차’ 성장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자신이 부족 하단 걸 인정하기에 박세혁에게 성장과 발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보다 더 장기적인 시선으로 박세혁의 퍼포먼스를 바라볼 필요가 있단 뜻이다.

박세혁의 반성 "우리 팀 투수 공은 좋은데 내 역량이 아직 부족"

데뷔 첫 끝내기 홈런으로 오랜만에 활짝 웃은 박세혁이었다(사진=두산)
데뷔 첫 끝내기 홈런으로 오랜만에 활짝 웃은 박세혁이었다(사진=두산)

박세혁은 7월 3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2대 1 승리)에서 9회 말 선두 타자 끝내기 홈런을 날렸다. 생애 첫 끝내기 홈런을 날린 박세혁은 “그동안 득점권 기회에서 부진해 팀에 미안했는데 침체한 분위기에서 홈런 한 방으로 만회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유리한 볼카운트라 한 타이밍 빨리 가볍게 치려고 준비했는데 마침 좋아하는 코스로 공이 들어와 운 좋게 홈런으로 연결됐다”라며 기뻐했다.

하지만, 투수 리드에서 여전히 박세혁은 고민이 많았다. 7월 4일 기준 두산의 팀 마운드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4.48로 리그 8위에 불과하다. 팀 불펜진 WAR도 1.11로 리그 8위 기록이다. 올 시즌 초반부터 볼 배합과 투수 리드와 관련한 아쉬운 얘기가 박세혁을 향해 쏟아졌다.

박세혁은 우리 팀 투수들의 공은 좋은데 주전 포수인 내 역량과 경험이 아직 부족하다. 나도 배우는 중이다. 특히 투수들이 많이 어려졌는데 질책하고 화낼 필요는 없는 듯싶다. 포수는 다 받아줘야 하는 자리다. 선배로서 더 힘을 내야 한다. 후배 투수들을 다독이면서 신나게 던지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라며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포수 출신 사령탑인 두산 김태형 감독은 주전 포수 박세혁의 한 단계 더 발전을 그 누구보다도 원한다. 그래서 박세혁에게 더 냉정한 잣대를 들이미는 순간이 자주 나온다.

똑같은 투수라도 상대 타자에 따라 써야 할 구종이 다르다. 마찬가지로 똑같은 좌타자라고 해도 스타일이 다르고, 우리 투수가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가는 전략도 달라야 한다. 경기 상황 때 그런 부분을 빨리 인지해야 한다. 카운트를 빨리 잡고 들어갈지 아니면 조금 피해갈지 이 판단을 빨리하는 게 중요하다. 박세혁을 향한 김 감독의 조언이다.

물론 포수 리드의 효용성과 관련해 회의적인 반응도 분명히 많다. 투수가 포수 리드대로 못 던지면 소용이 없단 뜻이다. 하지만, 투수의 컨디션이 좋은 날이면 포수의 좋은 리드가 더 효율적인 투구로 이끌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 감독도 “투수들이 항상 포수 리드대로만 정확하게 던질 수 없다”라면서도 “타자들마다 약점 코스가 있는데 거기로 던지는 볼 배합도 투수 구질 특성마다 달라야 한다. 포수의 영리한 리드가 필요한 이유”라며 목소릴 높였다.

어쩌면 당연한 박세혁의 성장통 "연차가 쌓이면 해결될 것"

박세혁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초심을 잃지 않고 우승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박세혁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초심을 잃지 않고 우승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애정 어린 쓴소리가 있다면 애정 어린 위로도 있다. 주전 포수 박세혁의 성장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두산 조인성 배터리코치는 한해 한해가 지날수록 박세혁의 진가가 더 올라갈 거로 확신했다.

(박)세혁이는 아직 성장 과정에 있다. 포수로서 1군 700~800경기 정도 나가봐야 전력분석과 더불어 자신만의 노하우로 경기를 이끌 수 있다.(박세혁은 7월 4일 기준 개인 통산 480경기 출전을 기록했다) 볼 배합에 있어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투수와의 호흡을 보면 해마다 발전하고 있다. 경기 중간 중요한 포인트에서 가끔 벤치 사인이 나가지만, 볼 배합은 세혁이가 거의 다 알아서 한다. 조 코치의 말이다.

베테랑 포수 정상호를 올 시즌 영입한 것도 박세혁이 보고 배울 베테랑 포수의 필요성을 느낀 까닭이었다. 부침을 겪는 올 시즌도 잘 버틴다면 박세혁의 성장통은 곧 리그를 대표하는 포수로 도약을 뜻할 수도 있다.

조 코치는 “베테랑 포수인 (정)상호가 있으니까 세혁이가 질문과 대화를 자주 한다. 아무래도 지도자가 얘기해주는 것보다 선배가 얘기해주는 게 더 와 닿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베테랑 선배가 노하우와 경험을 전수한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최근 몇 년간 두산은 항상 정상을 노린 팀이니까 승리에 대한 압박감이 클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세혁이가 성장통을 겪는 과정이라고 본다. 향후 연차가 쌓이다 보면 (양)의지 못지않은 포수가 될 거로 믿는다”라고 힘줘 말했다.

자세히 파고들면 올 시즌 박세혁의 투수 리드가 빛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박세혁은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외국인 투수 라울 알칸타라(7승 1패 평균자책 3.45)의 발전에 힘을 보탰다.

박세혁은 “알칸타라의 경우 지난해 KT 소속 시절 변화구를 던질 때 상대 타자 눈에서 티가 난다고 들었다. 그래서 스프링캠프 때부터 알칸타라에게 모든 구종을 강하게 던지는 버릇을 기르자고 주문했다. 지난해보다 확실히 변화구를 던질 때 팔 위치나 들어오는 코스가 좋아졌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박세혁은 항상 자신의 부족함을 돌아보며 ‘초심’을 잃지 말자고 마음먹는다. 그래도 지난해에 이어 ‘팀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

선배들이 야구는 할수록 어렵다고 하더라. 지난해에도 힘들 때마다 초심으로 돌아가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렇게 지난해 우승은 그때로 끝이다. 올 시즌에도 또 그렇게 우승을 꼭 해야 한다. 다시 초심을 생각하며 ‘그래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올 시즌에 임하고 있다. 박세혁의 말이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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