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와 한화의 끝 모를 부진…8위 롯데와 격차 크게 벌어져

-‘감독대행 효과’도 해당 안 돼…대행 부임 뒤에도 승률 제자리

-SK도 한화도 리더십 공백 상태…감독대행이 힘 얻기 힘든 환경

-이대로 시즌 마치면 2002년 롯데 이후 18년 만에 2할대 승률 팀 나온다

최원호 감독대행과 박경완 감독대행(사진=한화, SK)
최원호 감독대행과 박경완 감독대행(사진=한화, SK)

[엠스플뉴스]

자칫하다간 2002년 롯데 이후 18년 만의 2할대 승률 팀이 나오게 생겼다. 그것도 둘씩이나. 올 시즌 사실상 양대리그로 나뉜 KBO리그에서 9위 SK 와이번스(0.302)와 10위 한화 이글스(0.245)가 최악의 부진에 허덕이며 ‘그들만의 리그’를 치르는 중이다.

7월 7일 현재 8위 롯데와 9위 SK의 승차는 9경기 차에 달한다. 롯데가 SK와 주말 홈 3연전에서 충격의 열세시리즈를 기록했지만, 두 팀의 순위가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또 10위 한화와 8위 롯데의 승차는 12게임 차로, 1위 NC와 롯데의 거리(11.5게임 차)보다도 더 멀다.

감독대행 체제에서도 경기력은 제자리…SK, 한화의 리더십 공백

건강 문제로 병원 신세를 진 염경엽 감독(사진=엠스플뉴스)
건강 문제로 병원 신세를 진 염경엽 감독(사진=엠스플뉴스)

감독대행 체제로 바뀐 뒤에도 SK와 한화의 숨 막히는 경기력엔 별다른 변화가 없다. 그래서 더 암울하다. SK는 염경엽 감독이 쓰러진 6월 25일 전까지 12승 30패 승률 0.286을 기록했다. 득점과 실점으로 구한 피타고리안 기대승률은 0.343으로 전체 9위에 그쳤다. 프랜차이즈 역대 최다 2위에 해당하는 10연패도 경험했다.

염 감독이 빠지고 박경완 수석코치가 지휘봉을 잡은 25일 이후로는 4승 7패. 승률(0.364)은 다소 나아졌지만 기대승률은 0.369로 같은 기간 최하위다. 감독이 건강 이상으로 쓰러진 충격도 SK의 경기력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진 못했다.

한화는 더 상황이 심각하다. 한화는 한용덕 전 감독의 퇴진 전까지 30경기에서 7승 23패 승률 0.233에 그쳤다. 피타고리안 기대승률(0.236)과 실제 승률 간에 거의 차이가 없었다. 2할대 승률이 불운이나 팀 분위기보다는 실제 전력을 반영한 결과라는 얘기. 한 전 감독은 14연패로 프랜차이즈 최다연패 타이기록을 세운 뒤 물러났다.

최원호 대행 체제에서도 달라진 게 없다. 한화는 최 대행 부임 후 4연패를 더해 KBO리그 역대 최다연패 타이인 18연패를 달성했다. 최 대행이 부임한 6월 8일 이후 23경기에서 한화는 6승 17패 승률 0.261로 승률 2할대다. 피타고리안 승률도 0.297로 여전히 2할대. 더그아웃에서 웃음이 많아진 것 빼곤 모든 게 제자리다.

역대 전임감독과 대행체제(정식감독 임명 포함) 승률 비교(표=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역대 전임감독과 대행체제(정식감독 임명 포함) 승률 비교(표=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보통 시즌 중 감독 자리에 유고가 생기고 감독대행 체제로 바뀌면 일시적으로 승률이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역대 KBO리그에서 시즌 중 퇴진한 감독의 승률은 0.386으로 채 4할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감독대행(시즌 중 정식 선임 포함) 부임 이후 승률은 평균 0.423으로 전임자보다 0.037 높은 승률을 보였다.

시즌 중 감독 교체는 대개 팀 분위기와 성적이 최악인 상황에서 이뤄진다. 완전히 바닥을 친 만큼 다시 반등할 여지도 크다. 감독 교체로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쇄신하고, 주력 선수들이 다시 힘을 내면서 상승세를 타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SK와 롯데는 이런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

감독대행이 정식 감독만큼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긴 쉽지 않다. 특히 SK와 한화는 더 악조건이다. SK는 감독이 건강 문제로 잠시 자리를 비운 가운데 ‘한시적’으로 박경완 수석이 대행을 맡았다. 전임 감독이 완전히 물러난 뒤 지휘봉을 잡은 다른 대행들보다 더 불리한 조건이다. 트레이 힐만 감독 체제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던 SK 선수단이 정반대 성향의 박 대행과 남은 시즌 좋은 궁합을 보여줄지에 대해서도 부정적 관측이 많다.

한화 역시 감독대행의 리더십이 힘을 얻긴 힘든 환경이다. 최 대행은 원래 퓨처스 육성을 맡기려고 데려온 지도자다. 피칭 아카데미와 해설위원 경험으로 이론적 배경은 탄탄하지만, 1군 현장 지도 경험은 거의 없다. 1군 경기 운영과 선수단 관리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야구계에선 ‘한화가 시즌 중 정식 감독을 임명할 수도 있다’는 풍문이 끊이지 않는다. 베테랑 감독과 방송사 해설위원 등 구체적인 후보 이름까지 거론된다. 한화 구단도 정식 감독 선임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하지 않는다. 최 대행과 관련해선 “당연히 후보 중 하나”라고 여지를 남겨둔 정도다.

2할 승률 팀, 2002년 롯데가 마지막…18년 만의 2할 승률 팀 나올라

한화 최원호 감독대행(사진=엠스플뉴스)
한화 최원호 감독대행(사진=엠스플뉴스)

SK와 한화의 비정상적인 부진은 이제 두 팀만이 아닌 KBO리그 전체의 골칫거리다.

프로야구에서 5할 승률은 팀 성적의 기준선이다. 아무리 강한 리그 1위 팀도 웬만해선 승률 6할을 넘지 않고, 제아무리 약한 꼴찌팀도 4할 아래로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게 보통의 프로야구 시즌이다. 1위 팀이 7할 가까운 승률에 시즌 100승 페이스로 질주하고, 꼴찌팀이 2할대 승률에 100패 페이스로 처진 지금의 양극화는 분명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개막전 ZIPS 프로젝션이 한화를 최하위로 예상하긴 했지만, 예상 승률은 0.424로 4할대를 훌쩍 넘었다. 현재 한화는 실제 승률 0.243으로 ZIPS 프로젝션의 예상보다 2할 가까이 낮은 승률을 기록 중이다. SK 역시 시즌 전 예상(0.563)보다 2할 6푼 이상 낮은 승률(0.302)로 추락했다. 두 팀의 부진이 얼마나 정상에서 벗어나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역대 KBO리그에서 3할 미만 승률로 시즌을 마친 팀은 총 5팀. 1982년 삼미(0.188), 1986년 빙그레(0.290), 1993년 태평양(0.293), 1999년 쌍방울(0.224), 그리고 2002년 롯데(0.265)가 마지막이다. 삼미는 원년팀, 빙그레는 신생팀, 쌍방울은 IMF라는 특수상황이 있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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