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021시즌 준비 한창인 KBL, 서울 삼성 제외한 9개 구단 외국인 선수 확정

-“몸값 높아 영입 제안조차 못 했던 선수들이 온다”

-“NBA 출신 성공 보장? KBL 최장수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는 NBA 경험 없었다”

-“내국인 선수와 조화 이루면 흥행과 성적 두 마리 토끼 잡을 기회”

NBA 통산 276경기를 소화한 얼 클락이 2020-2021시즌엔 KBL에서 뛴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NBA 통산 276경기를 소화한 얼 클락이 2020-2021시즌엔 KBL에서 뛴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엠스플뉴스]

화려한 경력을 가진 외국인 선수들이 KBL(한국프로농구연맹)에 도전장을 던졌다. 예년보다 외국인 선수 수준이 높을 것이란 게 농구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KBL 10개 구단은 6월부터 2020-2021시즌 준비에 한창이다. 기초 체력을 끌어올린 팀들은 7월부터 대학팀과 연습경기를 시작했다.

2020-2021시즌 성패를 좌우할 외국인 선수 영입도 마무리 단계다. KBL에서 외국인 선수 영입을 확정하지 않은 건 서울 삼성 썬더스뿐이다.

삼성 베테랑 포워드 김동욱은 지난 시즌보다 수준 높은 선수들이 KBL에 온다이상민 감독께서 어느 해보다 심혈을 기울여 외국인 선수 영입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덧붙여 다른 팀들이 기술자보단 골밑을 든든하게 책임질 외국인 선수들을 선택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지난 시즌 리바운드에 밀려 패배하는 날이 많았다. 골밑을 듬직하게 지켜줄 정통 빅맨과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서울 삼성을 제외한 KBL 9개 구단이 새 시즌 함께할 외국인 선수 구성을 마쳤다(표=엠스플뉴스)
서울 삼성을 제외한 KBL 9개 구단이 새 시즌 함께할 외국인 선수 구성을 마쳤다(표=엠스플뉴스)

외국인 선수 영입 막바지, 경력은 예년보다 화려하다

KBL 10개 구단은 2020-2021시즌 준비에 한창이다(사진=엠스플뉴스)
KBL 10개 구단은 2020-2021시즌 준비에 한창이다(사진=엠스플뉴스)

농구계가 새 시즌 KBL 코트를 밟을 외국인 선수에게 주목하기 시작한 건 5월 3일이다. 이날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는 KBL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먼저 2020-2021시즌을 함께할 외국인 선수를 공개했다. 2016-2017시즌 NBA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에서 뛴 빅맨 숀 롱(206cm)이 그 주인공이다.

숀 롱은 2016-2017시즌 NBA 18경기에서 평균 8.2득점, 4.7리바운드, 0.5블록슛을 기록했다. 2019-2020시즌엔 호주 프로농구 31경기에서 18.5득점, 9.5리바운드, 1.1블록슛이란 기록을 남겼다. 이 시즌 3점슛 성공률은 32.8%다. 내·외곽을 넘나드는 공격과 리바운드, 블록슛 능력에 강점이 있다.

안양 KGC 인삼공사는 2009년 NBA 신인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14순위로 피닉스 선스 유니폼을 입은 얼 클락(208cm)과 계약을 맺었다. 클락은 피닉스, 올랜도 매직, LA 레이커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등에서 6시즌 동안 276경기를 소화했다. 경험이 풍부하고 큰 키를 앞세운 골밑 플레이와 중거리 슛 능력이 뛰어나다.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는 2012-2013시즌부터 4시즌 간 NBA에서 뛴 빅맨 헨리 심스(208cm)를 영입했다. 심스는 2014-2015시즌 필라델피아 유니폼을 입고 73경기에 출전해 8.0득점, 4.9리바운드의 기록을 남긴 바 있다. 2019-2020시즌엔 유럽 정상급 리그로 꼽히는 이탈리아에서 평균 15.1득점, 8.9리바운드를 잡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코로나 19로 2019-2020시즌이 조기 종료됐을 땐 새 외국인 선수 영입에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KBL을 포함한 전 세계 리그가 중단됐다. 외국인 선수 기량을 확인할 방법이 영상자료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덧붙여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한국이 코로나19 방역을 성공적으로 해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외국인 선수들에게 ‘한국은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동시에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이 크게 떨어졌다. 지난 시즌까지 높은 몸값으로 접촉조차 어려웠던 선수들에게 먼저 연락이 온 예도 있다. 새 외국인 선수 가운데 낯선 이는 없다. 각 구단 영입 리스트에 올라있던 선수들이다. 지난해 미국, 유럽에서 기량을 확인한 선수도 많다. 새 시즌 외국인 선수 활약에 기대를 품는 건 이 때문이다.

새 시즌 새 얼굴만 있는 건 아니다. 서울 SK 나이츠는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 MVP(최우수선수상) 자밀 워니(199cm)와 재계약했다. 또 다른 외국인 선수로는 지난 시즌 서울 삼성 썬더스 주득점원으로 활약한 닉 미네라스(199cm)와 계약을 맺었다. 미네라스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43경기에서 평균 21.0득점, 5.9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창원 LG 세이커스는 지난 시즌 평균 득점 1위 캐디 라렌(204cm)과 재계약한 가운데 2012년 KBL에 데뷔해 통산 316경기를 뛴 센터 리온 윌리엄스(196cm)와 계약했다. 원주 DB 프로미는 센터 치나누 오누아쿠(208cm)와 재계약을 맺고 터키, 이탈리아 등에서 활약한 저스틴 녹스(206cm)를 새 식구로 받아들였다.

김동욱은 새 시즌 외국인 선수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경험이 풍부하고 큰 키와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공격력을 갖춘 선수들이다. 하지만, 경력이 KBL에서의 성공을 장담하진 않는다. KBL과 팀 스타일에 적응하는 게 우선이다. 최장수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가 한 예다. 헤인즈는 NBA 출신이 아니었지만 KBL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고 했다.

헤인즈는 2008-2009시즌 에반 브락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삼성에 합류해 KBL 데뷔를 알린 바 있다. 이후엔 현대모비스, LG, SK,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등에서 총 12시즌을 뛰었다. 서장훈, 추승균, 김주성에 이어 1만 득점을 넘어선 선수로 KBL 최다득점 2위(1만 780득점)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레전드다.

“내국인 선수와 조화 이루면 흥행과 성적 두 마리 토끼 잡을 기회”

KBL 최장수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사진=엠스플뉴스)
KBL 최장수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사진=엠스플뉴스)

2020-2021시즌 외국인 선수 규정은 지난해와 같다. KBL 10개 구단은 자유계약 방식으로 선수를 선발한다. 외국인 선수 두 명 영입에 쓸 수 있는 금액은 70만 불(한화 약 8억 4천70만 원)이다. 한 선수가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은 50만 불(한화 약 6억 50만 원)이다.

출전 규정도 변하지 않았다. 각 팀은 1~4쿼터(연장전 포함)에서 외국인 선수 한 명만 출전시킬 수 있다.

지난 시즌 KBL MVP 허 훈은 코트에서 뛰는 5명 가운데 4명이 내국인 선수라며 내국인 선수가 좋은 경기력을 보여야 팀이 올라설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와 호흡을 맞추고 기량을 겨룰 수 있는 건 기회다. 팀마다 득점을 책임질 수 있는 외국인 선수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해결사로 나설 수 있는 내국인 선수도 있어야 한다. 팬들에게 더 재미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했다.

허 훈의 말처럼 농구계는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들의 등장이 KBL 흥행으로 이어지길 원하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2004-2005시즌 대체 외국인 선수로 안양 SBS(안양 KGC 인삼공사의 전신)에 합류해 농구계 눈을 사로잡은 단테 존스, 2006-2007시즌 대구 오리온스(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의 전신) 유니폼을 입고 52경기에서 평균 35.1득점(1위), 11.0리바운드를 기록한 피트 마이클의 뒤를 잇는 스타가 탄생하면 성적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0-2021시즌 코트를 누빌 외국인 선수들은 예년보다 빨리 팀에 합류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한국 입국 후 2주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까닭이다. 외국인 선수들은 8월 25일 이후 팀에 합류할 수 있는 상황.

SK 관계자는 지난 시즌까진 외국인 선수들이 국외 전지훈련지에서 팀에 합류하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는 코로나19로 국외 전지훈련이 어렵다. 국외로 나가면 팀 전체가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외국인 선수들과 일정을 조율해 예년보다 이른 시기 팀 합류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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