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상주전 무승부로 8연패 탈출···“상주 승리 확신한 순간 인천이 동점골 터뜨렸다”

-“임완섭 감독께서 지휘봉 내려놓은 날, 모두가 아무 말도 못 했다”

-“팬들이 걸어놓은 현수막 보고 뛴 걸음 멈출 수 없었다”

-“브라질 측면 공격수 구스타보 영입, 시간 필요하다”

-“인천이 딱 한 번뿐일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게 아주 중요하다”

7월 11일 상주 상무전을 마친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7월 11일 상주 상무전을 마친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인천]

포기하는 선수는 프로자격 없다.

7월 11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 들어선 순간 눈에 들어온 문구다. 인천 유나이티드 서포터스가 무관중으로 치러진 K리그1 11라운드 상주 상무전에 앞서 걸어놓은 현수막이다.

인천이 팬들의 메시지에 응답했다. 상주 상무전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긴 연패에서 탈출했다. 인천은 K리그1 3라운드 수원 삼성전(0-1)을 시작으로 8연패 중이었다.

연패 탈출 과정은 극적이었다. 전반전을 0-0으로 마친 인천은 후반 시작 2분 만에 선제골을 내줬다. 이어선 미드필더 이제호, 송시우가 퇴장당했다. 9명이 상주 11명을 상대했다. 그리고 후반 추가 시간 공격수 지언학이 동점골을 터뜨렸다. 9명이 9경기 만에 승점을 추가했다.

이날 경기를 현장 중계한 JTBC 김 환 해설위원은 축구는 알 수가 없다상주의 승리를 확신한 순간 인천이 동점골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덧붙여 9명이 11명을 상대로 동점을 만들었다. 놀라운 일이다. 동점골을 터뜨린 지언학은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걸 이겨냈다. ‘연패를 끊겠다’는 강한 의지가 놀라운 결과를 만들었다고 했다.

9경기 만에 승점 추가한 인천, 상주전 계기로 반등할 수 있을까

7월 11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 걸린 현수막(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7월 11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 걸린 현수막(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인천 유나이티드는 K리그1 11개 팀과 한 번씩 붙었다. 11경기를 더 치르고 파이널 라운드에 돌입한다. 올 시즌은 코로나19로 경기 수가 줄었다. 파이널 라운드 포함 38경기가 아닌 27경기로 시즌을 마친다.

인천은 K리그1 11경기에서 3무 8패(승점 3점)를 기록했다. K리그1 12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승리가 없다. K리그2 10개 구단 중에서도 승전고를 울리지 못한 팀은 없다.

인천이 올 시즌 시작부터 불안했던 건 아니다. 인천은 5월 9일 올 시즌 K리그1 1라운드 대구 FC전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K리그1 2라운드 성남 FC전(0-0)에서도 승점(1) 추가에 성공했다. 득점은 없었지만 끈끈한 수비 조직력을 앞세운 축구로 무난하게 올 시즌을 시작했다.

인천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5월 23일 K리그1 3라운드 수원 삼성전부터다. 인천은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후반 15분 염기훈에게 페널티킥 득점을 허용하며 0-1로 졌다. 다음 경기였던 포항 스틸러스전에선 탄탄한 수비에 균열이 생기며 1-4로 대패했다.

6월 27일 인천은 FC 서울 원정에서 0-1로 졌다. 전반 43분 서울 중앙 수비수 윤영선의 핸드볼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얻었지만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2003년 창단 이후 최다인 7연패였다. 인천 임완섭 감독은 이 경기를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놨다. 지언학은 임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날 라커룸 분위기를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감독께선 차분한 얼굴로 라커룸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긴 숨을 들이마신 뒤 딱 한 마디 했어요. ‘너희들을 늘 응원한다’고. 우린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서울에서 인천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어느 때보다 고요했습니다. 감독, 코치, 팬 모두에게 면목이 없었습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올 시즌 K리그1 12개 팀 가운데 유일하게 승리가 없다(표=엠스플뉴스)
인천 유나이티드는 올 시즌 K리그1 12개 팀 가운데 유일하게 승리가 없다(표=엠스플뉴스)

7월 4일 임중용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끈 첫 경기 상대는 K리그1 2위 울산 현대였다. 인천은 전반에만 3골을 허용하며 1-4로 졌다. 8연패였다. 축구계는 인천이 1994년 전북 버팔로(전북 현대의 전신)가 보유 중인 K리그 최다연패(10)를 경신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인천은 상주전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며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선제골을 내주고 두 명이 부족한 상황을 이겨냈다.

2명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평소보다 훨씬 힘들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팬들이 경기장에 걸어둔 현수막을 봤다. 연패에 빠질수록 우리보다 더 아파할 팬들을 떠올렸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연패를 어떻게든 끊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동점골에 대한 기쁨보다 연패를 끊었다는 안도감이 컸다. 이 경기를 계기로 달라진 경기력을 보이겠다.지언학의 말이다.

“축구는 분위기, 인천은 기회를 잡아야 한다”

1년 6개월 만에 인천 유나이티드로 돌아온 아길라르(사진 왼쪽)(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1년 6개월 만에 인천 유나이티드로 돌아온 아길라르(사진 왼쪽)(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인천 유나이티드가 올 시즌 11경기에서 1승도 올리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주축 선수의 연이은 부상이다.

K리그1 1라운드 대구 FC전에서 에이스 세징야를 꽁꽁 묶은 수비형 미드필더 라시드 마하지는 올 시즌 4경기 출전에 그치고 있다. 허벅지 통증이 원인이다. ‘주포’ 스테판 무고사와 전방을 책임진 나이지리아 출신 스트라이커 케힌데는 K리그1 3라운드 수원 삼성전에서 십자인대 파열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6월 17일 광주 FC전에서 부상 복귀를 알린 중앙 수비수 고르단 부노자는 교체 투입 10분 만에 또다시 쓰러졌다. 21일 부산 아이파크전에선 무고사가 발목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케힌데, 부노자는 인천과 계약을 해지했다.

인천은 올여름 이적 시장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인천은 7월 1일 코스타리카 축구 대표팀 측면 미드필더 엘리아스 아길라르 임대 영입을 알렸다. 아길라르는 2018시즌 인천 유니폼을 입고 K리그1에 데뷔한 바 있다. 이 시즌 아길라르는 35경기에서 뛰며 3골 10도움을 올렸다. 무고사, 문선민(상주 상무)과 팀 공격을 주도하며 인천의 잔류를 이끌었다.

인천은 브라질 출신 측면 공격수 구스타보 영입도 눈앞에 뒀다. 인천 관계자는 아직 이적이 확정된 건 아니라며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으로 시간이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수비에서도 보강이 있다. 인천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멤버 오반석을 6개월 임대 영입할 예정이다. 오반석은 K리그 통산 198경기에서 뛰며 7골 1도움을 기록한 중앙 수비수로 알와슬(UAE), 무앙통 유나이티드(태국) 등을 거쳤다.

올 시즌 인천 유나이티드의 기록(표=엠스플뉴스)
올 시즌 인천 유나이티드의 기록(표=엠스플뉴스)

MBC스포츠플러스 이상윤 해설위원은 어떤 팀이든 기회는 반드시 온다인천은 한 번뿐일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게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천은 ‘잔류왕’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 올 시즌은 예년과 다를 수 있다. 경기수가 줄어든 게 큰 변수다. 빠르게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했다.

인천은 K리그(1·2) 11개 시·도민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K리그2 경험이 없다. 축구계가 인천을 잔류왕으로 부르는 건 이 때문이다.

이 위원은 축구는 분위기다. 상승세인 팀은 어느 구단을 만나든 쉽게 패하지 않는다. 팀에 자신감이 넘치는 까닭이다. 인천이 이 흐름을 만들기 위해선 첫 승이 아주 중요하다. 첫 승이 늦어질수록 강등 가능성은 커진다. 여름 이적 시장을 기점으로 잔류 DNA를 깨워야 한다고 했다.

인천은 7월 19일 K리그1 2위 전북 현대와 올 시즌 두 번째 대결을 펼친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첫 대결에선 0-1로 졌다.

임중용 감독대행은 선수들에게 매일 강조하는 게 있다인천은 약한 팀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칭스태프, 선수 간의 신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연패를 끊을 수 있었던 것도 서로를 믿고 마지막까지 온 힘을 다한 덕분이다. 현장에서 함께하지 못하지만 묵묵히 우리를 응원하고 있는 팬들도 굳건한 신뢰를 보내주고 있다. 달라진 경기력으로 보답해야 한다. 이제 각 팀과 두 번째 대결이다. 최하위에서 반드시 탈출하겠다.임 감독대행의 각오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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