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투수’ KIA 타이거즈 양현종, 올 시즌 부진한 흐름 지속

-양현종 투구 직접 지켜본 박재홍 위원 “체인지업 터널링 효과 떨어져”

-‘마의 1,900이닝’ 구간 진입한 양현종 “많이 던진 여파 무시 못 해”

-선발 로테이션 잠시 건너 뛰는 방법도 고려해야

KIA 투수 양현종이 올 시즌 초반부터 부진한 흐름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사진=KIA)
KIA 투수 양현종이 올 시즌 초반부터 부진한 흐름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사진=KIA)

[엠스플뉴스=대구]

‘대투수’가 또 무너졌다. KIA 타이거즈 투수 양현종을 향한 우려의 시선이 점점 커진다. 최근 5경기 등판 가운데 한 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5실점 이상으로 무너진 양현종이다. 양현종의 올 시즌 평균자책은 어느덧 ‘6.31’까지 치솟았다. 양현종의 마지막 승리 날짜도 6월 9일이 됐다.

양현종은 7월 1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 등판해 3.1이닝 8피안타(2홈런) 3탈삼진 3볼넷 7실점을 기록했다. 1회 초 3점의 득점 지원에도 양현종은 4회도 못다 버티고 무너졌다. 이원석과 김상수에게 맞은 홈런은 모두 밋밋하게 들어간 144km/h 속구였다.

7월 16일 등판 전까지 양현종의 최근 4경기 등판 실점 기록(사진=MBC SPORTS+)
7월 16일 등판 전까지 양현종의 최근 4경기 등판 실점 기록(사진=MBC SPORTS+)

올 시즌 양현종의 거듭되는 부진에 KIA 벤치와 팬들의 속은 타들어 간다. 올 시즌 9이닝당 평균 볼넷 개수(2.82개)는 최근 4시즌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올 시즌 9이닝당 평균 피홈런도 1.48개로 커리어에서 가장 좋지 않은 흐름이다. 이제 ‘5선발 양현종’도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 분위기다.

물론 KIA 매트 윌리엄스 감독은 양현종을 향한 굳건한 믿음을 내비쳤다. 윌리엄스 감독은 15일 경기 전 “양현종의 경우 컨트롤보단 커맨드의 문제라고 본다. 속구와 체인지업이 높은 코스에 형성돼 존으로 들어간다. 최근 등판을 봤을 땐 경기 초반까진 좋은 투구 내용을 보여줬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기에 이번 등판에서 만회할 거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양현종은 윌리엄스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아쉬운 투구로 고갤 숙였다. 양현종이 살아나야 KIA도 더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양현종의 부진 원인을 찾아 반등 방안을 최대한 빨리 찾아야 한다.

양현종의 이닝별 피안타율(사진=MBC SPORTS+)
양현종의 이닝별 피안타율(사진=MBC SPORTS+)

양현종 투구 지켜본 박재홍 위원 "체인지업 구사 때 터널링 문제점 보여"

양현종은 올 시즌 고개를 숙이고 내려가는 장면이 많았다(사진=KIA)
양현종은 올 시즌 고개를 숙이고 내려가는 장면이 많았다(사진=KIA)

구속 자체엔 문제가 없다. 양현종은 지난해 속구 평균 구속(142.9km/h)보다 오히려 올 시즌 속구 평균 구속(143.9km/h)이 더 높다. 윌리엄스 감독의 말대로 흔들리는 커맨드와 더불어 미묘한 투구 밸런스의 흐트러짐이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7월 16일 경기 양현종의 등판을 라이온즈 파크에서 직접 지켜본 MBC SPORTS+ 박재홍 해설위원은 양현종 같은 투수에게 무엇을 크게 바꾸라고 할 순 없다라면서도 원 포인트 수정이 필요한 듯싶다. 특히 체인지업을 구사할 때 몸을 앞으로 끌고 가지 못하는 느낌이 있다. 그렇다면 소위 말하는 ‘터널링’ 효과가 떨어진다라고 바라봤다.

‘터널링’은 일정 지점까지는 같은 구종처럼 보이다가 ‘터널 포인트’를 지난 다음부터 비로소 서로 다른 구종으로 보이는 효과다. 소위 말해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공 움직임의 변화를 알아차리게 한다면 타자들은 그 공에 대처하기가 힘들어진다. 박 위원의 말은 상대 타자들이 양현종의 속구와 체인지업을 예년보다 더 이른 타이밍에 파악할 수 있게 됐단 뜻이다.

올 시즌 양현종의 체인지업 구종가치가 뚝 떨어졌다(사진=MBC SPORTS+)
올 시즌 양현종의 체인지업 구종가치가 뚝 떨어졌다(사진=MBC SPORTS+)

양현종의 개인 통산 이닝이 이제 1,900이닝에 육박한단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양현종은 최근 6시즌 동안 해마다 17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2016시즌엔 데뷔 첫 200이닝 이상 소화 기록까지 세웠다. ‘이닝 이터’로 차곡차곡 쌓은 양현종의 개인 통산 이닝 소화 숫자는 어느덧 1,880.2이닝이 됐다. 20이닝 정도를 더 소화한다면 양현종은 KBO리그 8번째로 1,900이닝 소화 기록을 세운다.

KBO리그 투수 개인 통산 이닝 기록표. 현역 투수들 가운데선 장원준과 윤성환, 그리고 양현종이 10위권 안에 들어 있다(표=엠스플뉴스)
KBO리그 투수 개인 통산 이닝 기록표. 현역 투수들 가운데선 장원준과 윤성환, 그리고 양현종이 10위권 안에 들어 있다(표=엠스플뉴스)

현역 투수들 가운데 1,900이닝을 넘긴 투수는 두산 베어스 장원준(1,917.2이닝)이 유일하다. 삼성 라이온즈 윤성환(1,898.1이닝)도 1,900이닝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두 투수는 모두 올 시즌 부상과 부진으로 제대로 된 투구를 펼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무릎 수술을 받았던 장원준은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몇 차례 공을 던졌지만, 속구 평균 구속이 140km/h가 채 되지 않는다. 윤성환도 단 한 차례 1군 등판(2이닝 6실점)에서 부진한 뒤 2군으로 내려가 재조정 과정에 있다.

장원준과 윤성환 다음으로 1,900이닝에 가까워진 양현종도 올 시즌 흐름이 순탄하지 않다. 박재홍 위원은 1,900이닝에 가까운 많은 이닝을 소화한 여파를 분명히 무시할 수 없다. 소속팀 외에 대표팀에서도 계속 많은 공을 던진 만큼 회복과 반등하는 것도 이제 쉬운 과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몇 년간 꾸준히 최고의 성적을 낸 투수에게 지금 안 된다고 뭐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1,900이닝 가까워지는 양현종에게 휴식도 한 가지 답안

양현종이 마의 1,900이닝을 넘어 대투수의 공을 되찾을 수 있을까(사진=KIA)
양현종이 마의 1,900이닝을 넘어 대투수의 공을 되찾을 수 있을까(사진=KIA)

지난해 현역에서 은퇴한 두산 배영수 퓨처스팀 투수코치는 개인 통산 2,167.2이닝 소화로 이 부문 5위에 올라 있다. 배 코치는 2015년 7월 개인 통산 1,900이닝을 달성했다. 하지만, 삼성 전성기 시절과 비교해 당시 한화 이글스로 FA 이적을 택한 2015시즌부터 하락세를 피할 수 없었다.

배 코치는 개인적으로 1,900이닝을 넘겼으니까 무언가 힘들거나 크게 바뀌었다고 느낀 점은 없었다. 하지만, 투수마다 특정 이닝을 넘겼을 때 업 앤드 다운 사이클이 심해질 때는 분명히 온다. 투수가 커리어 내내 항상 좋은 시즌만 보낼 순 없는 법이라고 말했다.

결국, 양현종에게 필요한 건 결국 휴식과 멘탈 재정비일 수도 있다. 하나의 전환점을 만들어준다면 충분히 반등 가능성을 높일 투수인 까닭이다.

박재홍 위원은 우선 휴식이 가장 필요한 상황이라고 본다. 현재로선 선발 로테이션에서 잠시 빼주는 게 한 가지 방법일 듯싶다. 한 번 숨을 고르고 멘탈을 재정비하는 거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체인지업 구사 때 투구 메커니즘에 대해 면밀한 비디오와 데이터 분석을 통한 원 포인트 수정도 병행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양현종은 최근 6시즌 동안 해마다 시즌 17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거기에 국제 대회가 열릴 때마다 양현종은 대표팀의 부름에 달려가 또다시 공을 던졌다. 불펜 투수와 비교해 어느 정도 관리를 받는 선발 투수라도 먼지처럼 보이지 않게 쌓이는 피로감을 피할 수 없다. 양현종이 ‘마의 1,900이닝’을 슬기롭게 잘 넘겨 다시 대투수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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