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외국인 투수 킹엄 투수 아닌 타자 화이트로 교체

-외국인 투수 새로 영입 사실상 불가능…타자는 1달, 투수는 2달 걸린다

-MLB 개막과 60인 로스터 운영으로 외국인 영입 풀 크게 줄어

-기다리는 것 외엔 다른 선택지 없어…누가 효자 외인 될까

SK가 영입한 타일러 화이트. 투수가 아닌 타자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SK가 영입한 타일러 화이트. 투수가 아닌 타자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엠스플뉴스]

최근 SK 와이번스는 외국인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투수 닉 킹엄의 대체 선수로 휴스턴 애스트로스-LA 다저스 출신 1루수 타일러 화이트를 데려왔다.

투수의 대체 선수로 투수가 아닌 타자를 영입한 게 특이한 점이다. 공격력이 약한 팀 사정도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투수 영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다른 구단 사정도 비슷하다. 코로나19 자가격리를 겪은 외국인 투수들이 저마다 누가 더 못 던지나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투수 교체를 고려하는 구단은 보이지 않는다.

LG 트윈스는 윌켈 듀오(타일러 윌슨-케이시 켈리)가 한창 부진할 때도 교체를 전혀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NC 다이노스도 마이크 라이트가 밋밋한 성적을 내고 있지만 교체 생각은 없다. 아드리안 샘슨이 부진한 롯데 자이언츠도 마찬가지.

최근 직선타구를 발로 막으려다 ‘좌측 족부 내측 주상골 골절’ 부상을 당한 두산 베어스 크리스 플렉센도 1개월 공백이 예상되지만 현 시점에선 교체 대상은 아니다. 두산은 “향후 몸 상태를 지켜보고 결정하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옆구리 부상으로 장기간 자릴 비웠던 삼성 라이온즈 벤 라이블리는 17일 자로 1군에 합류했다.

“외국인 투수 교체? 2달 이상 공백 기다릴 수 있겠나”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아드리안 샘슨. 하지만 기다리는 것 외엔 다른 선택지가 없다(사진=엠스플뉴스)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아드리안 샘슨. 하지만 기다리는 것 외엔 다른 선택지가 없다(사진=엠스플뉴스)

투수로 교체는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외국인 선수 스카우트에 정통한 김치현 키움 히어로즈 단장은 “타자는 몰라도 투수로 교체는 어렵다”고 했다.

물론 정말로 바꾸려면 바꿀 수는 있을 거다. 하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경기를 전혀 못 하고 개인 훈련만 한 상태 아닌가. 2주 비자 발급 기간과 2주의 자가격리 기간, 그리고 불펜피칭과 라이브 피칭, 실전 등판까지 몸을 끌어올리는 기간을 생각하면 거의 두 달을 기다려야 한다. 9월이나 돼야 마운드에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김 단장의 말이다.

김 단장은 2년 전 키움(당시 넥센)이 대체 선수로 영입했던 에릭 해커의 예를 들었다. “해커도 NC에서 뛸 때 얼마나 공이 좋았나. 그런데 개인 훈련만 하다 시즌 중반 우리 팀에 합류했을 땐 예전같은 공을 던지지 못했다. 한 달, 두 달, 석 달이 지나도 100%가 나오지 않았다. 확실히 개인 훈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일부 현장 감독은 부진한 외국인 투수 교체를 바라는 눈치다. 그러나 한 수도권 구단 운영팀 관계자는 “새 외국인 투수가 오려면 9월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과연 그때까지 현장에서 기다릴 수 있겠느냐”라고 일축했다.

LG 차명석 단장은 바꾼다고 해도 새로 데려온 외국인 투수가 기존 외국인 투수보다 잘 던진다는 보장이 없다. 기존 외국인 투수가 살아나길 바라는 것이나, 새 외국인 투수가 잘 던지길 바라는 거나 확률은 마찬가지라 했다.

수도권 구단 운영팀 관계자는 “자가격리하고 나면 투수가 어떻게 되는지는 다 확인하지 않았나. 닉 킹엄처럼 심각한 부상이 있는 게 아니라면, 기존 선수를 안고 가는 편이 낫다고 본다”는 생각을 전했다.

비용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김치현 단장은 “코로나19 여파로 구단들의 재정 형편이 예년 같지 않은 실정이다. 이미 기존 선수들에게 1인당 100만 달러의 거액을 투자하지 않았나. 지난해 같으면 과감하게 교체 카드를 썼을지 몰라도, 올해는 지갑을 여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다.” 경제학적으로는 ‘매몰비용의 오류’일지 몰라도, 코로나19 시국에선 다른 선택지가 없다.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있어 영입 가능한 선수 풀도 크게 줄어든 상태다. 한 빅리그 구단 스카우트는 “MLB 구단들이 올해는 한시적으로 60인 로스터를 운영한다. 시즌을 치르다 주전 중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올 때 대비해, 가능한 많은 즉시 전력감 선수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KBO리그에선 빅리그 구단 40인 로스터에 들어갈 정도의 선수가 아니면 성공을 보장하기 쉽지 않다. 60인 명단에 들지 못할 수준의 선수라면 굳이 큰돈을 줘가며 데려올 이유가 없다. 올 시즌만이 아닌 내년도 생각해야 한다. 두산 플렉센 같은 경우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영입한 선수라 두산은 “향후 몸 상태를 지켜보고 결정하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살아나는 윌슨-켈리, LG “한 번도 교체 생각 해본 적 없다”

윌슨, 켈리가 살아나면 LG도 살아난다(사진=LG)
윌슨, 켈리가 살아나면 LG도 살아난다(사진=LG)

결국 아무리 부진한 외국인 투수라도 시즌 끝까지 안고 가는 것 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 수도권 구단 운영팀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라 했다.

차명석 단장은 우리는 윌슨, 켈리 교체는 단 한 번도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투수들과 함께 가야 한다. 지금 비록 부진하더라도 시즌 후반에 이 선수들이 살아나서 잘해줄 수 있는 것 아닌가. 다시 잘할 수 있게 도와주고 힘을 주는 것, 그게 지금 우리 구단에서 할 일이다.”

LG가 기다리고 또 기다린 윌슨은 최근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작성하며 살아나는 흐름이다. 켈리 역시 3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로 반등의 실마리를 찾았다. 타선이 강한 KT, 두산 등을 상대로 만든 결과란 점이 고무적이다. 윌슨, 켈리가 살아나 다시 지난 시즌의 압도적인 모습을 되찾는다면, 남은 시즌 LG에도 희망은 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