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김대우, 다양한 보직 맡아 헌신적인 투구

-삼성 허삼영 감독 “우리 팀에 없는 ‘스윙 맨’ 김대우, 중간 다리 역할까지 소화”

-김대우 “선수들의 뒤에서 헌신하는 수많은 이들을 기쁘게 한다면 만족”

-“나는 ‘좋은 사람’이 먼저 되고 싶어, 투구만큼 낮은 자세로 살겠다.”

삼성 투수 김대우는 다양한 보직을 맡아 헌신적인 투구를 보여주는 투수다(사진=삼성)
삼성 투수 김대우는 다양한 보직을 맡아 헌신적인 투구를 보여주는 투수다(사진=삼성)

[엠스플뉴스]

삼성 라이온즈 투수 김대우는 7월 16일 대구 KIA 타이거즈전에서 1회 초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졌다. 중요한 건 김대우가 이날 선발 투수는 아니었단 점이다. 김대우는 이날 선발 투수 허윤동이 1사 만루 위기에서 밀어내기 볼넷과 밀어내기 사구를 연이어 기록하자 곧바로 롱릴리프로 투입돼 소방수 역할을 맡았다.

김대우는 이어진 1사 만루 상황을 1실점으로 막고 위기를 넘겼다. 김대우는 갑작스러운 1회 교체 등판에도 흔들리지 않고 투구를 이어갔다. KIA 타선은 김대우가 소화한 6회 초 공격까지 추가 득점 없이 침묵했다.

김대우가 버텨준 사이 삼성 타선은 7대 3 역전에 성공했다. 경기 막판 불펜진이 동점을 허용했지만, 삼성은 9회 말 강민호의 끝내기 안타로 8대 7 승리를 거뒀다. 김대우의 호투가 없었다면 이날 삼성의 승리도 불가능했다.

선발부터 롱릴리프에 추격조까지, 김대우의 헌신적인 투구

김대우는 7월 16일 대구 KIA전에서 1회 초 갑작스럽게 등판해 5.2이닝 무실점으로 급한 불을 껐다(사진=삼성)
김대우는 7월 16일 대구 KIA전에서 1회 초 갑작스럽게 등판해 5.2이닝 무실점으로 급한 불을 껐다(사진=삼성)

김대우는 올 시즌 삼성 마운드에서 ‘헌신’이라는 단어를 붙일 만한 투구를 보여주는 투수다. 김대우는 올 시즌 7월 18일 기준으로 15경기(49.1이닝)에 등판해 3승 3패 1홀드 평균자책 4.01 24탈삼진 18볼넷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1.36을 기록 중이다.

김대우는 선발 등판 6차례를 포함해 롱릴리프와 추격조 역할까지 맡으며 다양한 보직을 소화하고 있다. 삼성 허삼영 감독도 김대우의 희생정신에 고마움을 전했다.

허 감독은 김대우 선수가 급하게 1회 마운드로 올라왔음에도 자기만의 투구 리듬을 곧바로 보여주며 최소 실점으로 막아 팀이 승리할 수 있었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군소리 없이 헌신적인 마인드로 공을 잘 던져주는 투수라 고마울 뿐이다. 지난해 가을 교육리그 경험을 통해 새로운 구종을 추가한 자신감이 좋아 보인다. 또 팀 내에서도 선배와 후배 사이의 중간 다리 역할을 잘 소화해준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대우는 남은 올 시즌에서도 다양한 보직을 맡을 전망이다. 허 감독은 “김대우 선수는 지금 정도의 역할을 계속 맡을 거다. 현재 팀 내에서 2~3이닝 이상 소화하는 스윙 맨 투수를 찾기 힘들다. 김대우가 멀티 이닝 소화 능력을 포함해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라고 바라봤다.

김대우 "보직 불안정? 아이처럼 걷고 넘어지는 것에서 배우는 과정"

김대우는 좋은 선수로 불리기 전에 좋은 사람이 먼저 되고 싶단 마음을 내비쳤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김대우는 좋은 선수로 불리기 전에 좋은 사람이 먼저 되고 싶단 마음을 내비쳤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김대우는 불펜진에서 경기 내내 언제 투입될지 모르는 ‘소방수’ 역할을 맡아야 한다. 7월 16일 경기도 그런 역할을 맡았다. 김대우는 “경기 투입 시점을 예측하기 힘들었지만, 코치님이 선발 투수 바로 뒤에 붙을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해주셔서 마음의 준비는 돼 있었다. 내 공을 던지고 더 많은 타자를 범타 처리하는 것에 집중했다. 경기 도중 내가 맡은 역할에만 집중해 좋은 마무리를 보여주고 싶다”라며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허삼영 감독이 말한 새롭게 추가한 구종의 정체는 싱커성 투심 패스트볼이었다. 김대우는 “지난해 가을 교육리그에서 싱커성 투심 패스트볼을 연습하며 많은 걸 배우고 느꼈다. 몸이 힘들었지만, 계속 내 단점을 보완하고자 노력한다. 상대 타자의 성향도 정밀하게 분석해 머릿속에 넣어 마운드 위로 올라간다. 무엇보다 현재에 만족하려는 태도를 취하면 안 되는 듯싶다”라고 강조했다.

1988년생으로서 팀 내에서 ‘중간 다리’ 역할을 맡은 것도 훌륭한 소통 능력을 발휘한 덕분이다. 김대우는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다. 어린 투수들과 형들 사이에 약간 불편함이 있을 수 있는데 나를 통해 그런 부분을 소통하고 해결할 수 있다면 그 역할을 내가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보직이 불안정한 부분에 대해 김대우는 선수로서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바라봤다. 김대우는 처음부터 걷고 뛰는 아이는 없지 않나. 일어서려는 과정과 넘어짐을 반복하며 성장하고 익숙해지는 거라고 본다. 내가 현재 맡은 보직이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래도 그 과정을 통해 선수로서 내가 성장할 수 있다. 감독님이 믿고 맡겨주시는 부분에 감사할 뿐이라고 힘줘 말했다.

"내 투구처럼 항상 낮은 자세로" 김대우의 겸손한 시선

호수비를 펼쳐준 외야수 박승규를 안아주는 김대우(사진=삼성)
호수비를 펼쳐준 외야수 박승규를 안아주는 김대우(사진=삼성)

김대우는 몸을 최대한 숙여 팔 스윙이 밑에서 올라오는 정통 언더핸드 투수다. 김대우는 자신의 투구 자세만큼 ‘낮은 자세’로 야구를 대하고 있다. 자신이 승리 기록을 놓친 아쉬움보다 선수들을 뒷받침해준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는 김대우의 시선이다.

솔직히 내가 승리 투수가 되는 걸 떠나 팀이 이기는 것에 힘을 보탠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어떤 직업이든 메인 역할이 있다면 그 뒤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맡으시는 분들이 계신다. 현장에서 플레이하는 선수를 구단 직원들과 벤치에 있는 감독님과 코치님, 그리고 트레이닝 파트와 불펜 포수 등 수많은 사람이 뒤에서 헌신하고 계신다. 그 분들이 작은 것 하나하나를 다 신경 써주시기에 선수단이 힘을 낼 수 있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김대우의 진심이 담긴 말이다.

김대우는 7월 16일 경기 종료 뒤 이날 불펜 등판에서 동점 홈런을 허용한 투수 노성호를 꼭 껴안기도 했다. 김대우의 마음 씀씀이를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김대우는 “젊은 투수들의 경우 안 좋은 플레이 하나에 자책하기도 한다. 하지만, 팀이 이긴다면 그런 자책하는 마음은 사라져도 된다. 결과에 대해선 모두가 함께 책임을 지는 거란 얘길 해줬다”라고 말했다.

최근 KBO리그에선 음주운전과 선수 폭행 등 프로 선수로서 의식이 결여된 사건이 발생했다. 구단이 제어하기 이전에 결국 선수 스스로가 경각심을 느껴야 한다. 선수로서 야구 실력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인성에 대한 중요성이 떠오르는 이유다. 그래서 ‘좋은 사람이 되는 게 먼저’라는 김대우의 시선은 현재 KBO리그에 주는 울림이 있다.

물론 선수는 실력으로 먼저 평가받는다. 야구선수로서 잘해야 하는데 현재 나는 좋은 선수가 아니다. 그래도 좋은 선수라는 평가에 앞서 ‘좋은 사람’이 먼저 되고 싶은 마음이다. 항상 공을 던지는 자세만큼 낮은 자세로 생활하고 행동하고 생각하겠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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