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 윌리엄스 감독과 통역 구기환 씨(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맷 윌리엄스 감독과 통역 구기환 씨(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대전]

“오늘부터는 (비디오판독 신청) 제스처를 확실하게 보내겠다.”

KIA 타이거즈 맷 윌리엄스 감독은 올 시즌 한국야구 지휘봉을 잡은 뒤 좀처럼 크게 화내거나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런 윌리엄스 감독이 19일 광주 두산전에선 심판에게 작심하고 항의하는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됐다. 2대 3으로 뒤진 4회말 KIA 공격 무사 1, 3루 상황. 여기서 박찬호의 우전안타 때 유민상이 홈으로 파고들다 태그아웃 당했다.

세이프라고 생각한 윌리엄스 감독은 두 손으로 조그맣게 네모 모양을 그려 보였다. 비디오 판독을 신청한다는 신호였다. 하지만 심판진은 이를 제대로 못 본채 지나갔고, 그 사이 비디오 판독 신청 제한시간이 흘러가면서 KIA의 신청 기회가 날아갔다. 윌리엄스 감독이 약 4분간 강하게 항의해 봤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비디오 판독이 아닌 대타 기용으로 봤다는 게 심판진의 설명이다.

윌리엄스 감독은 21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처음에 (비디오 판독) 사인을 보냈고, 심판도 비슷한 제스처를 취해서 상황이 끝났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판독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뒤 “얘기해야 할 것 같아서, 나가서 이야기했는데 못봤다고 하더라”고 했다.

최근엔 무관중 경기다 보니 감독이 심판에게 항의할 때 무슨 말을 하는지가 그대로 전파를 탄다. 얼굴이 벌개진 윌리엄스 감독이 심판을 향해 ‘장난하나. 눈 뜨고 봐라’고 말하는 모습이 중계를 통해 전해지자, 평소 심판 판정에 불만이 많은 팬들 사이에선 ‘사이다 발언’이란 반응도 나왔다.

이에 대해 윌리엄스 감독은 “심판이 나를 봤다고 생각한 상황이라 그 말이 나온 것이지, 다른 의미가 있거나 불쾌감을 주려고 한 말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또 “승부의 세계이고 경쟁하는 곳이다 보니 그런 중요한 순간에는 약간 감정이 격해지곤 한다. 감정이 격하다 보니 그런 대화가 오가지 않았나 한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KIA가 손해를 본 것은 없었다. 중계방송 화면상으로 봤을 때 유민상의 아웃을 선언한 최초 판정은 틀리지 않았다. 또 항의 이후 곧바로 이창진의 2타점 3루타가 나오면서 KIA가 경기를 뒤집었다. 윌리엄스 감독도 “결과적으로 아웃 상황이었고 리플레이해도 번복되지 않는 상황인 건 알고 있었다. CJ(이창진)의 적시타로 득점도 했기 때문에,그 부분이 승부에 큰 관련있진 않았다”고 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언어적 소통보다는 동작에서 생긴 미스 커뮤니케이션이었다”며 “다른 감독들이 비슷한 상황에 어떻게 동작을 하는지 봤다. 오늘부터는 사인을 분명하게 줄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제스처를 확실하게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지난 일에 연연하기보단 현재에 집중하는 게 윌리엄스 감독의 스타일이다. 지난주 7연전에서 KIA는 3승 4패로 5할 승률을 거두지 못했다. 주말 경기에선 두산에 2연패를 당해 상승세가 한 풀 꺾였다. 이와 관련해 윌리엄스 감독은 “어제 선수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오늘부터 다시 경기하는 데 집중하겠다. 앞으로 게임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는 최원호 한화 감독대행에게 인삼주 선물을 받고 활짝 웃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윌리엄스 감독은 “인삼주가 정말 크더라. 거의 40파운드는 될 것 같다. 오늘 ‘와우’라고 몇 번을 얘기했는지 모른다”며 “이쪽 지역에서 좋은 선물을 준비해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 앞으로 나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선물해야 할 것 같다”고 크게 웃었다.

KIA는 이날 외국인 선발 드류 가뇽을 앞세워 연패 탈출을 노린다. 선발 라인업은 이창진(중견수)-프레스턴 터커(우익수)-최형우(지명타자)-나지완(좌익수)-황대인(1루수)-나주환(3루수)-박찬호(유격수)-한승택(포수)-김규성(2루수)로 한화 좌완 선발 김범수와 상대한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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