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고 상대 설욕에 성공한 대구고 손경호 감독(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덕수고 상대 설욕에 성공한 대구고 손경호 감독(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목동]

대구고등학교는 덕수고등학교 상대로 유독 약했다. 지난 2년간 덕수고와 전국 무대에서 3번 만나 3번 모두 졌다.

물론 덕수고가 고교야구 대표 강팀이긴 하지만, 대구고 역시 최근 2년간 여러 차례 전국 정상에 오른 강팀인 걸 생각하면 약해도 너무 약했다. 대구고는 2018년엔 대통령배와 봉황대기 우승을 차지했고, 2019년엔 대통령배 2연패를 달성한 바 있다. 반면 덕수고는 같은 기간 메이저 전국대회 우승을 거두지 못했다.

팽팽한 승부를 펼치다 후반에 무너지는 경기가 많았다. 2018년 청룡기 왕중왕전에선 4대 6으로 졌다. 1회초 2점을 먼저 내며 기세를 올렸지만 1회말 바로 4점을 내주며 뒤집혔다. 이후 2회부터 9회까지 8이닝 동안 덕수고 정구범의 구위에 눌려 2점을 얻는 데 그쳤다. 그사이 좌완 에이스 이승민이 결승점을 허용해 경기를 내줬다.

지난해 패배는 더 뼈아팠다. 2년 연속 청룡기 맞대결에서 0대 5로 완패했다. 8회까지는 0대 1로 박빙의 승부를 했지만 9회 4점을 내주고 무너졌다. 전국체전에선 결승에서 덕수고에 무릎을 꿇어 우승을 놓쳤다. 9회까지 0대 0 동점으로 잘 싸우다 연장전 승부치기에서 10회 2점, 11회 4점을 내줘 4대 6으로 졌다. 덕수고의 우승 헹가래를 눈앞에서 바라봐야만 했던 대구고다.

그랬던 대구고가 마침내 덕수고를 꺾었다. 7월 29일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4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2회전에서 대구고는 덕수고를 9대 2, 콜드게임으로 꺾고 16강전에 진출했다. 덕수고는 올해 들어 벌써 세 번째 콜드게임 패.

3회 구원등판한 에이스 서준우가 무실점 호투로 리드를 지켰고 박형준, 두정민 등 주말리그에서 부진했던 타자들이 힘을 냈다. 덕수고 마운드가 4사구 13개를 내주며 자멸한 것도 대구고 승리에 힘을 보탰다. 특히 고교랭킹 1위 에이스 장재영은 0.1이닝 동안 볼넷 3개와 몸에 맞는 볼 1개, 폭투로 무너져 아쉬움을 남겼다.

대구고와 덕수고의 경기 장면(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대구고와 덕수고의 경기 장면(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덕수고만큼은 반드시 이기겠다는 승부욕이 만든 승리였다. 대구고 손경호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작년 청룡기도, 전국체전 결승도 덕수고에 졌다. 너무 아쉬웠는데 선수들이 덕수고가 상대라서 더 집중력을 갖고 훈련한 것 같다”며 “선수들이 승부욕을 발휘한 덕분에 작년 2연패 뒤에 이길 수 있었다. 더 기쁜 마음”이라 했다.

승리 외에도 여러모로 소득이 적지 않았다. 주축 투수 소모를 최소화하면서 이겼다. 이날 선발투수 이정수는 2.1이닝 동안 55구를, 구원등판한 서준우는 4.2이닝 동안 50구를 던졌다. 60구 이하를 투구했기 때문에, 둘 다 이틀 뒤 열리는 16강전에 등판할 수 있다.

손 감독은 “서준우를 (16강전) 유신고 경기에 못 내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밀고 가려 했다. 서준우 외에도 3학년 강성민도 있고, 서명훈도 있고, 선발 이정수도 투구 수를 다 안 채웠고, 1학년에도 마무리 가능한 투수 2명이 있기 때문에 서준우의 페이스가 좋으면 계속 가져가려 했다”고 밝혔다.

만약 7회초 1사 1루에서 나승엽의 1루 선상 강습타구가 빠져나갔다면, 덕수의 공격이 계속 이어지면서 서준우의 투구 수가 60구를 넘겼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타구를 1루수 이재용이 잘 잡아내 더블플레이로 연결, 그대로 경기가 콜드게임으로 끝났다. 손 감독은 “만약 안타가 됐으면 서준우의 다음 경기 등판이 어려웠는데, 1루수가 잘 잡아줘서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잘 된 것 같다”고 했다.

타선에선 주말리그 기간 부진했던 타자들이 일제히 살아났다. 손 감독은 “코로나19 사태로 거의 두 달을 통째로 쉬었다. 코칭스태프가 집집마다 가정방문해서 선수들이 외출하지 않나 감시할 정도로, 두 달간 연습을 하나도 못했다”며 “그 때문에 주말리그 처음 시작할 때는 선수들 감이 떨어져서 성적이 좋지 않았다. 주말리그 우승이 목표였는데 4승 2패밖에 못했다. 타자들이 너무 안 터져서 답답한 경기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좋아질 것”이라 했다.

주말리그 타율 0.087에 그쳤던 4번타자 박형준은 이날 2루타와 4사구 3개로 100% 출루를 기록했다. 손 감독은 “우리 팀 주장이기도 하지만, 박형준이 해줘야 경기가 풀리니까 계속 4번에 기용했다”며 “배재고전 마지막 타석에서 올해 처음 좋은 타구가 나왔는데, 오늘은 100% 출루를 해줬다. 자신감을 많이 얻은 것 같다”고 반색했다.

주말리그 타율 0.100에 그쳤던 1학년 타자 두정민도 멀티히트 포함 2타점으로 활약했다. 손 감독은 “저학년 중에 파워가 있는 선수인데 주말리그에서 너무 헤맸다”고 했다. 이날 2타수 1안타 볼넷 2개를 기록한 노석진에 대해선 “햄스트링 부상으로 주말리그 경기에 전혀 못 뛰었는데, 이번 대회 앞두고 일주일 연습해 출전했다. 오늘 조금 감을 잡은 것 같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강호 덕수고를 제압한 대구고의 다음 상대는 지난해 청룡기 우승팀 유신고다. 이에 대해 손 감독은 “유신고는 대대로 좋은 선수가 많은 팀”이라면서도 “우리도 투수력은 절대 뒤지지 않는다. 결국 수비와 타격 싸움인데, 우리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으니까 희망적이다. 투수들이 3점 이내로만 막아주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손 감독은 “우리는 배재고 상대로 좋은 투수들을 경험했고, 비록 오늘 컨트롤이 안 좋긴 했지만 장재영이란 좋은 투수를 상대로 이겼다”며 “유신고와 승부는 해볼 만 하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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