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BO리그에 찾아온 지독한 ‘햄스트링 악령’

-연이은 주전 야수들의 햄스트링 부상 소식, 특히 KIA가 가장 심각

-‘전력 질주의 아이콘’ 양준혁 위원 “기초 체력 훈련 소홀이 문제”

-‘스포츠의학 전문가’ 홍정기 교수 “안 다치게 뛰는 것도 기술, 좋은 달리기 습관 길러야”

KIA 내야수 김선빈은 슬라이딩 수비 동작 도중 햄스트링 부상이 재발해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올 시즌에만 햄스트링 부상으로 3차례 이탈한 김선빈이다(사진=KIA)
KIA 내야수 김선빈은 슬라이딩 수비 동작 도중 햄스트링 부상이 재발해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올 시즌에만 햄스트링 부상으로 3차례 이탈한 김선빈이다(사진=KIA)

[엠스플뉴스]

올 시즌 KBO리그엔 ‘햄스트링 악령’이 떠돈다. 애매한 내야 땅볼을 날린 뒤 전력 질주하는 타자들을 바라보는 팬들의 마음속엔 ‘설마’라는 불안감이 먼저 떠오를 정도다.

코로나19 사태로 시즌 개막이 늦어진 탓을 고려해도 팀마다 너무 많은 햄스트링 부상자가 속출했다. LG 트윈스 박용택과 김민성, NC 다이노스 박민우, 키움 히어로즈 임병욱과 김웅빈, 두산 베어스 오재원, 롯데 자이언츠 안치홍과 오윤석 등 각 팀 야수진 핵심 선수들이 올 시즌 햄스트링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과 재활을 경험했다.

햄스트링 악령으로 가장 울고 싶은 팀은 KIA

KIA 내야수 류지혁은 최근 퓨처스리그 경기 출전 과정에서 새로운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결장 기간이 더 길어질 전망이다(사진=KIA)
KIA 내야수 류지혁은 최근 퓨처스리그 경기 출전 과정에서 새로운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결장 기간이 더 길어질 전망이다(사진=KIA)

KIA 타이거즈는 햄스트링 악령으로 가장 울고 싶은 팀이다. 내야수 김선빈과 류지혁, 그리고 외야수 이창진 등 팀 타선에서 핵심 역할을 맡아줘야 할 야수들이 모두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한 상태다.

김선빈은 올 시즌 이미 두 차례나 햄스트링 통증을 느껴 긴 공백 기간을 보냈지만, 8월 11일 경기 수비 도중 햄스트링에 타이트한 느낌을 받아 다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2개월여 동안 긴 재활 과정을 소화했던 류지혁도 최근 퓨처스리그 출전 경기에서 새로운 햄스트링 부위가 안 좋아졌다. 두 선수 모두 8월 안으로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리드오프’로 맹활약하던 이창진도 8월 6일 경기에서 1루로 전력 질주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허벅지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KIA 매트 윌리엄스 감독도 주전 야수들의 연속 햄스트링 부상에 난처한 마음을 내비쳤다. 윌리엄스 감독은 우리 팀에서 햄스트링 부상이 계속 나오는 건 확실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어쩌면 굉장히 이례적인 상황이 찾아온 시즌이라고 생각한다. 류지혁은 트레이드 직후 햄스트링을 다쳤다. 김선빈은 조심해야 하는 상황에서 햄스트링 부상이 재발해 공백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모두 갑자기 속도를 높이는 플레이 과정에서 다쳤다. 최대한 빨리 회복해 팀에 돌아오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전력 질주 아이콘' 양준혁 위원의 시선 "기초 체력 훈련 소홀이 햄스트링 부상 원인"

햄스트링 근육 가운데 Beceps Femoris로 불리는 대퇴이두근(빨간색)이 전력 질주 과정에서 가장 많이 다치는 부위다(사진=Player Scout.uk)
햄스트링 근육 가운데 Beceps Femoris로 불리는 대퇴이두근(빨간색)이 전력 질주 과정에서 가장 많이 다치는 부위다(사진=PLAYERSCOUT.co.uk)

햄스트링은 골반 뒤쪽부터 무릎까지 연결된 근육으로 하체 움직임의 ‘멈춤’과 ‘방향 전환’을 담당한다. 일반적으로 선수가 달리거나 급격한 방향 전환을 시도할 때 햄스트링 부상이 찾아오곤 한다. 햄스트링은 대퇴이두근(Biceps Femoris)과 반건양근(Semitendinosus), 그리고 반막양근(Semimebranosus)의 세 가지 근육으로 구성됐는데 주로 대퇴이두근이 주루 도중 많이 다치는 부위다.

햄스트링 부상의 표면적인 가장 큰 이유는 과도한 근육의 부하다. 햄스트링 근육이 최대로 늘어난 상태에서 갑자기 큰 힘이 작용하면 근육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게 된다. 보통 야구 선수들은 타석에서 서서 타격에 집중하다가 갑작스럽게 1루로 내달리는 상황이 자주 찾아온다. 순간적으로 햄스트링 근육에 과도한 부하가 이뤄지며 이를 견디지 못하면 근육 염좌 혹은 근육 손상(심하면 파열)이 일어난다.

MBC SPORTS+ 양준혁 해설위원은 ‘전력 질주’의 아이콘이다. 현역 시절 항상 타격한 뒤 어떤 타구라도 1루로 전력 질주를 거듭했다. 양 위원의 눈엔 ‘햄스트링 부상’은 시즌 전, 경기 전 철저한 준비로 예방할 수 있는 문제였다.

나는 누구보다도 1루로 전력 질주를 많이 한 선수였다. 현역 시절 마지막엔 햄스트링 부위가 안 좋아 고생했지만, 전반적인 선수 생활 내내 햄스트링을 크게 다친 적은 없었다. 개인적으로 보기엔 잦은 햄스트링 부상은 결국 ‘운동량’ 부족이라고 본다. 기술 훈련에만 신경 쓰면 달리는 훈련을 소홀히 여길 가능성이 크다. 경기 전 전력 질주 훈련도 10~20번 사이 정도는 해야 한다고 본다. 양 위원의 말이다.

양 위원은 현재 JTBC 축구 예능프로그램 ‘뭉쳐야 찬다’에서 활약 중이다. 촬영 초반엔 햄스트링 통증을 느끼기도 했지만, 축구에 맞는 근육과 몸 상태를 만들고자 한 노력 끝에 이젠 그런 문제는 사라졌다.

1년 넘게 축구 예능 프로그램을 찍고 있는데 촬영 초반 몇 번 햄스트링 통증이 올라왔는데 이젠 그런 문제는 없다. 축구에 맞는 근육과 몸 상태를 만들려고 노력한 결과다. 선수들이 시즌 전 혹은 경기 전 달리기 훈련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돌아봤으면 한다. 나도 몸이 유연하지 않은데 현역 시절 잘 안 다치는 편이었다. 웬만한 부상이 아니면 다 참고 뛰었다. 144경기를 버틸 기초 체력을 시즌 전에 만들어야 중간에 다치지 않는 몸도 만들 수 있다.

'스포츠의학 전문가' 홍정기 교수의 조언 "좋은 달리기 습관을 미리 길러야"

지면에 발이 닿는 순간 밸런스가 좋지 않다면 늘어난 햄스트링 근육에 과부하를 줘 근육 손상이 일어날 수 있다(사진=KIA)
지면에 발이 닿는 순간 밸런스가 좋지 않다면 늘어난 햄스트링 근육에 과부하를 줘 근육 손상이 일어날 수 있다(사진=KIA)

‘햄스트링 악령’을 극복하기 위한 국내 최고의 스포츠의학 전문가의 조언도 있다. 차 의과대학교 스포츠의학과 홍정기 교수는 근본적으로 햄스트링 근육의 탄력성과 올바른 달리기 기술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하체 근육을 비대하게 단련하는 것에만 집중하면 근육과 뼈를 이어주는 건의 탄력성이 줄어든다. 탄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움직이니까 근육이 찢어지는 거다. 몸을 푸는 훈련이나 스트레칭 과정에서 햄스트링 근육의 탄력성에 도움이 되는 운동을 효과적으로 해야 한다. 또 경기 전에 조깅 정도 속도가 아니라 굉장히 빠른 속도의 달리기 훈련을 제대로 소화해야 부상 가능성이 작아진다라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안 다치게 뛰는 것도 기술”이라며 달리기 버릇을 잘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달리는 동작에서 발이 지면에 닫는 밸런스가 불안하면 결국 햄스트링 부위에 과부하를 줄 수밖에 없단 뜻이다.

홍 교수는 안 좋은 달리기 습관으로 전력 질주를 하면 햄스트링 근육에 더 큰 과부하를 주게 된다. 선수들은 발을 내딛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전력 질주를 위해 발을 올린 다음 지면에 닫는 사이에 햄스트링 근육이 늘어나게 된다. 여기서 잘못된 밸런스로 발이 지면에 닫으면 늘어난 햄스트링 근육에 엄청난 충격을 준다. 특히 야구 선수들은 베이스를 밟으려다 밸런스가 흔들리니까 더 큰 부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처음부터 좋은 달리기 습관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결국, 햄스트링 부상 방지를 위한 양준혁 위원과 홍정기 교수의 조언을 종합하면 시즌 전과 경기 전 선수들이 얼마나 달리기에 대한 준비를 철저하게 했는지가 중요하다. 이유 없는 ‘햄스트링 악령’은 없다. 그저 부상이 불운이라고 탓하기보단 다치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하고 효율적인 예방 방안을 찾는 것이 프로 선수의 바람직한 자세일 것이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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