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팅 가드’ 이동엽, 새 시즌 삼성 야전사령관으로 변신할까

-“산악훈련 없어도 체력 자신 있습니다”

-“포인트 가드, 농구에서 가장 어려운 포지션이죠”

-“입대 전 시즌보다 수비 훈련 시간이 크게 늘었습니다”

서울 삼성 썬더스 이동엽(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서울 삼성 썬더스 이동엽(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용인]

포인트 가드, 농구에서 가장 힘든 포지션 아닐까요.2020-2021시즌 준비에 한창인 서울 삼성 썬더스 가드 이동엽(26·193cm)의 얘기다.

이동엽은 본래 슈팅 가드다. 2020-2021시즌을 앞두고 포지션 변경을 시도 중이다. 삼성에 코트 위 야전 사령관 역할을 소화할 선수가 마땅치 않은 까닭이다.

이동엽은 1월 8일 군 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했다. 2020-2021시즌은 전역 후 비시즌부터 팀과 함께 하는 첫 시즌이다. 이동엽은 삼성 이상민 감독이 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기면서 어느 해보다 구슬땀을 아끼지 않는다. 엠스플뉴스가 이동엽을 만났다.

이동엽 “산악훈련 없이도 체력 자신 있습니다”

서울 삼성 썬더스 이동엽(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서울 삼성 썬더스 이동엽(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1월 8일 군 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해 12경기를 뛰었습니다. 1시즌 반 만에 돌아온 KBL 코트 어땠습니까.

선배들에게 ‘상무에서 몸을 잘 만들어도 팀 복귀 후 적응하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길 많이 들었습니다. 그땐 속으로 ‘얼마나 힘들겠어’라고 생각했어요. 정말 힘들었습니다(웃음). 팀 분위기에 적응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어요. 당장 다음날 경기에 출전해야 하는 시즌 중이기 때문에 여유가 없었죠.

삼성은 2월 28일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전을 끝으로 2019-2020시즌을 조기에 마쳤습니다.

전역 후 가장 좋았던 건 많은 팬 앞에서 뛴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19가 건강을 위협하면서 무관중 경기를 했고, 시즌을 조기에 마쳤어요. 아쉬웠습니다. 텅 빈 코트를 누비는 게 어색했어요. 연습경기를 치르는 것 같았죠. 최근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를 눈여겨보고 있어요.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요?

프로야구와 프로축구가 관중 입장을 허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경기장 수용 인원의 100%를 개방하는 건 아니지만 큰 발전으로 보고 있어요. 코로나 19 걱정 없는 관전이 이뤄지길 응원하고 있습니다. 새 시즌엔 처음부터 끝까지 팬과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코로나 19로 인한 시즌 조기 종료 후 휴식은 제대로 취했습니까.

집에서 푹 쉬었죠(웃음). 사실 병역을 마친 시즌인 까닭에 여행을 계획했어요. 하지만, 코로나 19로 어딜 갈 수가 없었죠. 집에서 운동하면서 휴가를 보낸 것 같아요. 6월 1일부턴 팀 훈련에 합류해 몸을 만들고 있고요. 2015년 프로에 데뷔해 중고참이 됐습니다. 군대를 다녀와서 그런지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 같아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입대 전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농구를 한다’는 느낌이었어요. 팀에서 막내인 까닭에 성적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았죠. 이젠 다릅니다. 군대를 다녀오니 후배가 늘었어요. 후배들이 코트 안팎에서 보고 따를 수 있는 선배가 돼야죠. 농구도 예전보다 더 잘하고 싶고요. 국군체육부대에서 팀 경기를 볼 때마다 함께 뛰고 싶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빨리 호흡을 맞추고 싶어요.

6월 1일부터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팀 훈련 일정을 하나하나 소화하고 있습니다. 아픈 곳 없이 새 시즌을 향해 나아가고 있어요. 개인적으론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연습경기를 치르면서 경기 감각도 회복 중이죠. 외국인 선수들이 합류하고 손발을 맞추기 시작하면 더 재밌을 것 같아요.

삼성은 체력훈련 시 산악훈련을 하지 않는 팀 중 하나입니다. 산악훈련 없이도 체력적으로 밀리지 않을 자신 있습니까.

개인적으론 ‘도움이 안 되는 훈련은 없다’고 판단합니다. 산악훈련도 뛰는 훈련이에요. 어딘가에 도움이 될 겁니다. 삼성은 제가 입단한 이후 산을 뛴 적이 없어요. 체력적으로 다른 구단 선수들에게 밀린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결국 효율성의 문제인 것 같아요. 분위기 전환이나 이벤트로 산을 뛸 순 있지만 산악훈련이 주가 되면 효율성이 떨어지지 않나 싶어요.

삼성은 어떤 식으로 체력을 끌어올립니까.

코트에서 많이 뜁니다(웃음). 일주일에 한 번은 야외 공원을 뛰기도 하고요. 많은 분이 ‘삼성은 훈련량이 적다’고 알고 있는데 절대 사실이 아닙니다. 보통 힘든 게 아니에요. 부상 없이 훈련을 마치면 새 시즌 체력 걱정 없이 코트를 누빌 수 있다는 확신이 있죠. 결과로 보여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포인트 가드, 농구에서 가장 어려운 포지션이죠”

서울 삼성 썬더스 가드 이동엽(사진 오른쪽)(사진=KBL)
서울 삼성 썬더스 가드 이동엽(사진 오른쪽)(사진=KBL)

이상민 감독은 2020-2021시즌 팀 포인트 가드 후보로 슈팅 가드 이동엽을 점찍었습니다.

포인트 가드는 가장 어려운 포지션이에요. 포인트 가드는 코트 위 야전사령관으로 불립니다. 팀을 리딩한다는 건 각 포지션을 이해하고 선수들의 장·단점과 움직임이 머릿속에 들어있다는 뜻이에요. 어렵습니다(웃음). 배워야 할 게 많아요.

삼성은 2016-2017시즌 챔피언 결정전 준우승 이후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반등을 위해선 포인트 가드의 역할이 아주 중요합니다.

저를 포함해 2년 차 가드 (김)진영이, (이)관희 형 등이 연습경기에서 포인트 가드로 뛰고 있어요. 이 시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새 시즌 성패가 결정된다는 생각입니다. 이상민 감독님은 KBL을 대표하는 포인트 가드였어요. 감독님 말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하고 있습니다. 감독님이 새 시즌 훈련 중 강조하는 게 있어요.

어떤?

입대 전 시즌을 준비할 때보다 수비 훈련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수비가 돼야 감독님이 추구하는 빠른 농구를 실현할 수 있어요. 새 시즌엔 슛을 멀뚱멀뚱 지켜보는 게 아니라 너 나 할 것 없이 리바운드에 가담해 더 많은 속공을 만들 겁니다. 선수들이 예년보다 빠른 농구를 준비하고 있어요(웃음).

삼성은 KBL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늦게 외국인 선수 영입을 발표했습니다. 아이제아 힉스(202cm), 제시 고반(207cm)이 그 주인공입니다.

감독, 코치, 내국인 선수 모두 외국인 선수에게 기대하는 건 비슷할 겁니다. 팀의 약점을 메워주길 바라죠. 우린 수비와 리바운드가 약합니다. 2016-2017시즌 챔피언 결정전 준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건 라건아, 마이클 크레익이 골밑에서 중심을 잡아줬기 때문이에요. 힉스, 고반이 그들 못지않은 보드 장악력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새 시즌 KBL에서 뛸 19명의 외국인 선수 가운데 7명이 미국 프로농구(NBA) 출신입니다.

어느 해보다 이름값이 높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름값이 KBL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진 않아요. 2020-2021시즌에 돌입하고 최소 한 번씩은 붙어봐야 성패를 알 수 있습니다.

많은 선수가 비슷한 얘길 합니다.

KBL에 오는 외국인 선수들은 보통 제 포지션에서 뛰지 못합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선 스몰 포워드, 파워 포워드로 뛴 선수가 많죠. 이들이 한국에선 센터로 뛰어야 합니다. 많이 뛰고 빠른 공·수 전환이 이뤄지는 KBL 스타일에도 적응해야 하고요. 외국인 선수들이 제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합니다. 좋은 느낌으로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어요.

좋은 느낌?

프로 선수라면 누구든 정상을 바라보고 운동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응원해주는 팬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죠. 농구계가 삼성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잘 알아요. 많은 전문가가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예측을 뒤엎고 싶어요. (김)준일이 형, (임)동섭이 형, 관희 형, (장)민국이 형 등 좋은 선수가 있습니다. 베테랑 (김)동욱이 형도 버티죠. 제가 포인트 가드 역할만 잘하면 예년과 다른 시즌을 치를 수 있을 거예요(웃음).

전역 후 비시즌부터 함께하는 첫 시즌입니다.

처음 프로 선수가 됐을 땐 막연히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었어요. 한국 농구 역사상 없는 선수란 꿈을 꿨죠(웃음).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낍니다. 조금씩 메워가고 싶어요. 매 경기 팀을 승리로 이끄는 최고는 아니지만 팀이 나아가는 데 없어선 안 될 선수로 성장하겠습니다. 새 시즌엔 팬들에게 죄송한 날을 줄일 거예요.

죄송한 날을 줄인다?

팬들에겐 늘 감사하고 죄송해요. 최근엔 죄송한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팬들은 성적과 관계없이 한결같은 응원을 보내주세요. 선수들이 큰 부상 없이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020-2021시즌엔 경기 후 팬들과 함께 웃는 날을 늘려보겠습니다(웃음).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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