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 부주장 김도혁, 올해도 K리그1 잔류 앞장선다

-“10월 24일 부산전 이후 라커룸은 울음바다였다”

-“올 시즌 모 구단에서 두 차례나 이적 제안받은 게 사실”

-“인천은 프로축구 선수의 삶을 살 수 있게 해준 구단”

-“우린 K리그1에 잔류해야 할 이유가 한둘이 아닌 걸 안다”

인천 유나이티드 김도혁(사진 왼쪽)(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인천 유나이티드 김도혁(사진 왼쪽)(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엠스플뉴스]

인천 유나이티드 반등의 숨은 주역. 올 시즌 미드필더 김도혁에 대한 축구계의 평가다.

주전 미드필더로 올 시즌을 출발한 김도혁은 6월 5일 K리그1 5라운드 강원 FC전부터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 7월 4일 K리그1 10라운드 울산 현대전까지 김도혁은 딱 1경기에 출전했다. 6월 21일 부산 아이파크전에 선발 출전해 84분을 뛰었다. 그날 인천은 부산에 0-1로 패했다.

인천 부주장 김도혁은 벤치에서 팀의 최다연패(8)를 지켜봤다. 그리고 이를 갈았다. 몇 분을 뛰든 팀 반등에 힘을 더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훈련에 매진했다.

7월 11일 인천은 상주 상무전에서 8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인천은 후반 2분 상주 공격수 오세훈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곧이어 이제호, 송시우가 레드카드를 받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9명이 11명을 상대했다.

김도혁이 팀을 구했다. 후반 추가 시간 절묘한 패스로 지언학의 동점골을 도왔다.

김도혁은 이후 주전 미드필더로 복귀했다. 8월 7일 조성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엔 6승을 기록하는 데 앞장섰다. 같은 달 16일 K리그1 16라운드 대구 FC전에서야 첫 승을 올린 인천 반등의 중심엔 김도혁이 있었다.

인천은 10월 31일 FC 서울과 올 시즌 최종전 결과에 따라서 K리그1 잔류가 결정 난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경우의 수를 따지지 않고 생존한다. 인천이 무승부를 기록하면 승점 1점 앞선 성남 FC(11위), 부산 아이파크(10위)의 올 시즌 최종전 결과를 봐야 한다. 서울전 패배는 강등이다.

인천은 2013년 승강제 도입 후 K리그2로 강등된 경험이 없다. 김도혁은 “K리그1 잔류는 우리 손에 달렸다”“경우의 수를 따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 김도혁 “10월 24일 부산전 승리 후 라커룸은 ‘울음바다’였습니다” -

인천 유나이티드 부주장 김도혁은 올해도 팀의 K리그1 잔류를 자신한다(사진=엠스플뉴스, 인천 유나이티드)
인천 유나이티드 부주장 김도혁은 올해도 팀의 K리그1 잔류를 자신한다(사진=엠스플뉴스, 인천 유나이티드)

인천 유나이티드가 10월 24일 부산 아이파크전에서 2-1 역전승을 일궜습니다. 인천은 31일 K리그1 최종전 FC 서울과 경기에서 승리하면 잔류를 확정할 수 있습니다.

부산전 승리로 팀 분위기가 아주 좋습니다. 우리 힘으로 K리그1 잔류를 확정할 수 있어요. 팀엔 자신감이 넘칩니다. 물론 긴장감이 없는 건 아니에요. 서울전에서 패하면 2013년 승강제 도입 후 처음 K리그2로 내려갑니다. 코칭스태프, 선수, 프런트 모두가 축구 인생의 마지막 경기란 각오로 준비하고 있어요. 꼭 살아남을 겁니다.

축구계는 인천이 K리그1 최종전까지 잔류 가능성을 이어갈 거로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인천은 8월 16일 올 시즌 16경기 만에 첫 승리를 거뒀습니다. K리그(1·2) 22개 구단 가운데 가장 늦은 첫 승이었어요.

올 시즌 K리그1 15경기를 치르면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습니다. 5월 23일 K리그1 3라운드 수원 삼성전을 시작으론 8연패에 빠졌죠. 팀 최다연패였습니다. 그날을 기억해요. 울산 현대전이었습니다. 1-4로 패했어요. 막막했습니다.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랬던 인천이 K리그1 최종전까지 잔류 희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8월 7일부터 팀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조성환 감독님이 지휘봉을 잡은 날입니다. 감독님은 선수들에게 네 가지가 바뀌어야 한다고 했죠.

네 가지요?

기본을 지켜야 한다는 게 첫 번째였습니다. 그래야 ‘원 팀’이 될 수 있다고 했죠. 경기에서 패하는 날이 길어지면서 소통과 경쟁이 사라졌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아차 싶었어요. 우리도 모르게 그라운드에 나서는 걸 두려워하고 있었던 거죠.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하나같이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겁니다. 팀이 나아질 수 없었던 거예요.

올 시즌 K리그1은 최종전만 남겨두고 있다(표=엠스플뉴스)
올 시즌 K리그1은 최종전만 남겨두고 있다(표=엠스플뉴스)

조성환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지 2경기 만에 승전고를 울렸습니다.

부산전 못지않게 믿기 힘든 경기였어요. 대구전 슈팅 수를 기억합니다. 대구는 그날 슈팅 28개를 시도했어요. 골문을 향한 건 7개였죠. 우리의 유효 슈팅은 딱 2개(총 8개)였습니다. 그 경기를 잡은 거예요. 감독님의 말을 새기고 준비한 게 큰 변화로 이어진 거죠. 대구전에서 우린 몸을 아끼지 않았어요. 에드가, 세징야, 데얀 등의 슈팅을 몸을 날려 막고 또 막았죠.

올 시즌 16경기 만에 첫 승리였습니다.

대구전에서 느낀 게 있어요. 인천엔 울산이나 전북 현대처럼 한국 축구 대표팀에서 뛰는 선수가 즐비하지 않습니다. 그걸 잊고 있었어요. 누군가 해결해주길 원했던 겁니다. 대구전은 달랐어요. 팀으로 뭉쳤죠. 우리가 단 한 번도 K리그2를 경험하지 않은 이유를 찾은 겁니다.

10월 24일 부산전은 올 시즌 인천의 첫 역전승이기도 합니다. 이 경기 역시 팀으로 뭉친 결과입니까.

9월 27일 성남 FC와 올 시즌 파이널 라운드 첫 경기에서 6-0으로 대승했습니다. 이후 2경기를 내리 졌어요. 또다시 팀보다 개인에게 의존했던 겁니다. 부산전을 준비하면서 마지막 2경기만큼은 팀으로 뭉쳐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어요. 쉽진 않았습니다. 전반 43분 이동준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을 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홈팬들 앞에서 치른 경기였습니다. 선제골을 허용하고 힘이 쫙 빠졌어요. ‘우린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그라운드에 들어섰는데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죠. 이때 조성환 감독님이 또 한 번 마법을 보였어요.

마법이요?

후반 시작과 동시에 190cm 수비수 김대중을 투입했어요. 후반 10분엔 저를 대신해 송시우가 그라운드에 나섰죠. 교체 카드가 적중한 겁니다. 송시우가 분위기를 바꾸고 김대중이 동점골을 터뜨렸어요. 곧이어 역전골이 나왔죠. 벤치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는데 소름이 돋았습니다. 팬들 앞에서 K리그1 잔류 희망을 이어갔다는 게 아주 좋았어요.

경기 후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울음바다였어요(웃음). 코칭스태프, 선수, 프런트 모두 ‘수고했다’는 말만 했습니다. 모두가 죽을힘을 다해 뛰고 응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짐했죠. 서울전에서도 어떻게든 승점 3점을 가져오겠다고.

- “인천이 K리그1에 잔류해야 하는 이유? 한둘이 아닙니다” -

김도혁은 올 시즌 주전 경쟁에서 밀려난 시기가 있었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도혁은 올 시즌 주전 경쟁에서 밀려난 시기가 있었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올 시즌 21경기에서 뛰며 2골 3도움을 기록했습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중원에서 큰 존재감을 보였어요. 그런데 올 시즌 붙박이 주전은 아니었습니다. 6월 5일 K리그1 5라운드 강원 FC전부터 경기 출전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제 잘못입니다. 임완섭 전 감독님이 원하는 축구를 구현하지 못했어요. 온 힘을 다했지만 성과가 나지 않아서 힘든 시기였죠.

축구계엔 올여름 김도혁이 지방 모 구단으로 이적한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사실 그 구단은 올 시즌 개막 전에도 영입 제안을 했어요. 인천과 더불어 제 능력을 인정해준 겁니다. 감사했죠. 하지만, 인천을 떠날 수 없었어요. 군 시절(2018, 2019)을 빼곤 인천에만 몸담았습니다. 특히나 언제 어디서나 응원을 아끼지 않는 인천 팬을 두고 갈 수 없었어요. 그 구단에 “죄송하지만 마음만 받겠다”는 말을 전했죠.

그 구단이 여름에도 이적 제안을 한 겁니까.

주전 경쟁에서 밀린 제게 다시 한 번 이적을 제안했습니다. 내 능력을 믿어준다는 것에 또 한 번 감사했어요. 하지만, 여름에도 인천을 떠날 수 없었습니다. 팀이 1승도 거두지 못한 상태였어요. 그런 내 팀을 두고 이적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시 한 번 정중하게 감사 인사와 죄송하다는 말을 전했죠.

인천에 대한 애정이 보통이 아닙니다.

인천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면 지금까지 프로축구 선수로 살아올 수 있었을까 싶어요. 인천은 김도혁이란 선수를 믿고 꾸준한 출전 기회를 제공한 팀입니다. 2014년부터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이유죠. 팬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팬이요?

냉정하게 보면 저는 그라운드에서 돋보이는 선수가 아닙니다.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팀이 승리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맡아요. 그런 저를 항상 응원해주십니다. 집 근처에 자주 가는 식당이 있어요. 사장님은 경기에서 이기든 지든 관계없이 좋은 말만 해주십니다. 많이 먹고 힘내야 한다면서 서비스도 챙겨주시죠. 전 인천 유니폼을 입고 지금보다 훨씬 잘해야 합니다.

인천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김도혁 프로 통산 기록(표=엠스플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인천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김도혁 프로 통산 기록(표=엠스플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축구계는 올 시즌 인천의 반등 중심에 김도혁이 있다고 평가합니다. 대표적인 경기가 7월 11일 상주 상무전입니다.

선발로 복귀한 경기였죠. 후반 2분 상주 스트라이커 오세훈에게 선제골을 허용하고 두 명의 선수(이제호·송시우)가 퇴장당했습니다. 9명이 11명을 상대해야 했죠.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뛰고 또 뛰었습니다. 모든 선수가 마찬가지였어요. 그렇게 마지막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지언학의 동점골을 도운 거죠. 경기 전부터 준비를 많이 했어요.

준비를 많이 했다?

큰 욕심은 없었습니다. 몇 분을 뛰든 팀이 연패에서 탈출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상주전에서 선발 출전 기회를 준 임중용 감독대행(현 인천 기술 이사)님에게 보답을 하고 싶었고요.

상주전 이후 붙박이 선발로 복귀해 인천의 반등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임중용 감독대행님에 이어 조성환 감독님도 무한한 신뢰를 보내줍니다. 그 믿음에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을 잊지 않은 게 시즌 초반과 다른 경기력으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만족하지 않습니다. 팀을 K리그1 잔류로 이끌어야 하는 임무가 남았어요.

10월 31일 FC 서울전은 축구계의 눈을 사로잡는 경기입니다.

조성환 감독님이 24일 부산 아이파크전을 마치고 “1주일만 더 죽을힘을 다하자”고 했습니다. 선수 모두 감독님 말처럼 온 힘을 다하고 있어요. 우리가 서울전에서 승리하면 기뻐할 팬들을 생각하면서 집중력을 유지하고 있죠. 경우의 수는 따지지 않겠습니다. 무조건 이길 거에요. 잔류는 우리 손에 달렸습니다.

서울은 K리그1 잔류를 확정한 팀입니다. 인천보다 동기부여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제 생각은 다릅니다. 서울은 부담이 없어요. 마음이 편한 상태로 그라운드에 들어서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방심할 수 없는 이유죠. 특히나 서울의 올 시즌 마지막 홈경기입니다. 팬들 앞에서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일 팀은 없어요. 부산전처럼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말을 꼭 하고 싶어요.

네.

먼저 감독님에게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감독님은 10월 24일 부산전을 앞두고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팀 회식 자리를 마련했어요. 감독님 사비로 진행한 회식이었습니다. 파이널 라운드 2연패에 빠진 상태에서 팀 분위기를 바꾸는 데 힘써주신 거예요. 훈련장에선 평소보다 많이 웃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 넣었죠. 그 노력에 선수들이 보답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론...

또 있습니까.

전달수 대표이사님에게 감사드립니다. 대표님은 선수들이 축구에만 집중할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온 힘을 다하세요. 선수들의 이야기를 자주 들으려고 하죠. 팀이 어려울 땐 사비로 밥을 사주면서 응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27일에도 선수단에 점심 식사 자리를 마련해주셨죠. 그런 대표님이 올 시즌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려고 했었어요.

물러나려고 했었다?

선수들이 앞장서서 만류했습니다. 대표님에게 “우리가 더 잘하겠다. 지금보다 많은 승점을 챙겨서 반드시 K리그1에 잔류하겠다”고 약속했어요. 그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인천이 K리그1에 잔류해야 하는 이유가 한둘이 아니에요(웃음). 10월 31일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력과 결과로 보이겠습니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