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나이티드 김현희 단장 “야구단 매각 소식에 흔들리지 않고 2021시즌 준비에만 집중”

-“지금도 결과가 최우선인 한국 프로스포츠엔 마케팅 전문가, 사업가의 시각이 필요하다”

-“코로나 시대 위험 감수하고 경기장 찾는 팬이 충성 고객”

-“축구장이란 공간이 팬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건 없는지 끊임없이 돌아봐야 한다”

-“시간과 비용들인 팬들에게 좋은 경기력 보이는 건 당연. 그 외에 어떤 추억을 선물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제주 유나이티드 김현희 단장은 2020시즌 팀 승격의 숨은 주역으로 꼽힌다. 김 단장은 신세계그룹의 프로야구단(SK 와이번스) 인수 소식에 놀라움을 표현하면서 제주는 흔들림 없이 2021시즌 준비에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사진=엠스플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주 유나이티드 김현희 단장은 2020시즌 팀 승격의 숨은 주역으로 꼽힌다. 김 단장은 신세계그룹의 프로야구단(SK 와이번스) 인수 소식에 놀라움을 표현하면서 제주는 흔들림 없이 2021시즌 준비에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사진=엠스플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엠스플뉴스]

1월 26일.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한 소식이 전해졌다. 신세계그룹이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는 인천 SK 와이번스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한 것. 신세계그룹은 2월 23일 인수 계약을 체결한 뒤 3월 새 구단을 정식 출범할 계획이다.

야구계를 뒤흔든 소식에 화들짝 놀란 프로축구단이 있다. SK에너지가 모기업인 제주 유나이티드다. SK그룹은 한국 프로스포츠 가운데 가장 큰 인기를 누리는 프로야구단을 정리하기로 했다. 자연스럽게 축구단 역시 매각 가능성이 있지 않겠냔 이야기가 나왔다.

제주 김현희 단장은 “모기업과 연관된 일”이라며 “프로야구단 매각과 관련해선 할 수 있는 말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SK가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구단을 매각한 게 아니다. 본사와 소통한 바로는 ‘프로축구단은 2021시즌 준비에 집중하면 된다’고 한다. 남기일 감독과의 미팅에서도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 제주는 2020시즌 K리그2 정상에 오르며 K리그1 복귀에 성공했다. 지금처럼 선수단이 훈련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김 단장의 말이다.

김 단장은 선수 출신이 아니다. 첫 직장도 프로축구단이 아니었다. 유통업계에서 일하다가 부산 아이아크와 인연을 맺었다. 2005년 홍보업무로 축구계 일을 시작한 김 단장은 매니저, 전력강화팀장, 홍보마케팅팀장 등을 경험했다. 2014년 12월엔 울산 현대에서 K리그1 최연소 사무국장에 이름을 올렸다.

김 단장은 2020년 제주 단장직에 올라 팀 승격에 이바지했다. 축구계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축구에만 전념하는 데 김 단장이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다음은 김 단장과의 대화다.

제주 김현희 단장 “코로나 시대에도 경기장 찾는 팬들에게 반드시 보답해야 한다”

제주 유나이티드 김현희 단장은 아직도 한국 프로스포츠는 결과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주 유나이티드 김현희 단장은 아직도 한국 프로스포츠는 결과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야구계는 “2021시즌도 관중 제한이 유력하다. 무관중도 각오해야 한다. 구단 상품 판매도 지난해와 비슷한 ‘바닥 수준’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신세계그룹이 SK텔레콤이 보유한 인천 SK 와이번스 지분 100% 인수를 결정하면서 야구를 비롯한 축구, 농구, 배구 등에서 손을 떼려는 기업이 점점 늘어날 것을 우려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 가운데 중요한 건 ‘기본’이예요. 어려운 현실을 인정하고 어떻게 하면 매력적인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볼 수 있습니까.

마케팅 전문가나 사업가를 만날 일이 많습니다. 그분들은 ‘매력적인 상품’에 초점을 맞춰요. 어떻게 하면 경기장을 찾는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재구매 욕구를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겁니다. 프로축구단은 달라요. 경기 결과가 가장 중요합니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경기 결과에만 초점을 맞춰요. K리그는 1983년 출범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프로스포츠의 산업화가 숙제’란 말을 합니다.

이유가 뭡니까.

프로스포츠의 산업화는 거창한 게 아닙니다. 가장 처음 해야 할 일은 고정 팬을 확보하는 거예요. 코로나 시대엔 고정 팬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경기장을 찾는 분들이죠. 프로축구단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경기장을 찾는 팬들에게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는 건 당연한 거예요. 우린 그 이상의 것을 전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합니다. 이것이 구단 프런트가 존재하는 이유고요.

예를 들어줄 수 있습니까.

축구장을 찾는 모든 팬이 불편함을 느껴선 안 됩니다. 프로스포츠는 가족 상품으로 매력이 있어요. 그렇다면 유모차를 가지고 온 가족 단위 고객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축구계는 이동국, 안정환 등이 K리그에 등장한 1990년대 후반을 황금기라고 해요. 세월이 흘렀습니다. 당시 축구장을 오가던 팬들은 누군가의 어머니, 아버지가 됐어요. 축구계가 그분들을 배려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돌아봐야 한다?

축구장을 방문한 가족이 유모차를 옮길 수 없어서 돌아간다? 다신 축구장에 발을 들이지 않을 거예요. K리그 구장엔 파우더룸, 유아 대기실, 휴게실 등이 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축구장 환경이 크게 좋아졌어요. 그러나 만족해선 안 됩니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팬들이 불편한 건 없을지 고민하고 개선해야 해요.

경기장을 찾은 팬이 불편함을 느껴선 안 된다는 게 핵심입니다.

대중의 여가 선택지엔 프로축구, 프로야구만 있는 게 아닙니다. 극장에 가거나 공원에서 산책을 할 수 있습니다. 백화점에서 쇼핑하고,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다닐 수도 있어요. 90분 동안 벌어지는 경기 외에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릴만한 핫한 장소를 만들고, 축구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색다른 이벤트를 끊임없이 개발해야 해요. 그래야 경쟁력이 있습니다.

김현희 단장이 울산 현대에서 근무하던 2018년 4월 28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선 어린이 사생대회가 열렸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현희 단장이 울산 현대에서 근무하던 2018년 4월 28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선 어린이 사생대회가 열렸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코로나19로 2021시즌 관중 입장이 확실치 않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 고민해야죠. 주말이면 축구장을 찾는 팬들의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 항상 팬들을 생각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해요. 코로나 시대는 현장을 찾은 팬들의 불편함을 줄일 수 있도록 시설을 확충하고 보수할 기회기도 합니다. 사실 이 모든 게 아주 당연한 얘기인데...

당연한 얘기다?

프로축구단이 결과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기본적인 것들을 갖추는 데 소홀하지 않았나 싶어요. 코로나 시대 팬들의 존재가 얼마만큼 소중한지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그렇다면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답해야 해요. 우린 문제를 모르지 않습니다. 다 알아요. 실행으로 옮기지 않을 뿐이죠. 제주도 조금씩 달라져야 합니다.

달라져야 한다?

제주는 제주도 유일 프로스포츠단입니다. 하지만, 도민들의 큰 사랑을 받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순 없어요. 큰 욕심 낼 필요는 없습니다. 먼저 코로나 시대에도 경기장을 찾는 팬들을 챙기고, 그 범위를 조금씩 넓혀가야 해요. 제주의 주말을 책임질 수 있는 콘텐츠를 하나둘 만들면서, 직전 홈경기보다 더 많은 팬을 불러들이는 게 구단 직원들의 임무입니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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