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 사상 첫 공개채용 통해 장동철 신임 사무총장 선임

-NC 프런트 출신, 2019년부터 1군 운영팀장 맡아 창단 첫 우승 함께해

-“선수협의 무너진 위상, 실추된 명예 다시 세우겠다”

-“선수들 얘기 많이 듣고, 발로 뛰며 일하는 사무총장 되겠다”

장동철 신임 선수협 사무총장(사진=NC)
장동철 신임 선수협 사무총장(사진=NC)

[엠스플뉴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이 창립 이래 처음으로 공개채용을 통해 사무총장을 선임했다. NC 다이노스 장동철 운영팀장이 1월 27일 열린 임시총회에서 새 선수협 사무총장으로 선택을 받았다.

장 신임 총장은 1961년생으로 선수 출신이다. 경남상고에서 선수로 뛰다 부상으로 야구를 그만두고 지도자로 변신했다. 부산 동래고등학교 코치와 대연초등학교 감독을 거쳤고, 1989년 롯데 자이언츠 기록원으로 입사해 1992년부터 1999년까지 LG 트윈스에서 일했다.

이후 스포츠 에이전트를 꿈꾸며 한국을 떠나 미국에 정착했다. 미국 현지에서 골프 코치로 일하다 2011년 막 창단한 NC 다이노스와 인연을 맺고 한국에 돌아왔다. 2013년 육성팀장을 시작으로 2019년부터 1군 운영팀장을 맡았고, 지난해 창단 첫 우승의 감격을 함께 누렸다.

야구인들과 선수 사이에서 장 총장은 ‘선비’로 불린다. 항상 온화하고 신중하며 남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구단 쪽에서 일하면서도 선수들의 마음을 얻은 건 언제나 선수들의 고충과 아픔을 함께 나눴기 때문이다. 2월 21일 정년퇴직을 앞둔 그는 이제 구단이 아닌 선수들의 편에서 일하게 됐다. 선수협 관계자는 “구단과 KBO, 선수들을 모두 잘 아는 분이라 중재자 역할을 잘해줄 것”이라 기대감을 드러냈다.

엠스플뉴스와 인터뷰에서 장 신임 총장은 “무너진 선수협의 위상을 바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전임 집행부 시절 각종 논란으로 실추된 선수협의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많은 선수와 만나 얘기를 듣고, 발로 열심히 뛰면서 일하는 총장이 되겠다는 다짐도 했다. ‘인생 2모작’을 앞두고 있지만 목소리가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그만큼 선수협 사무총장 자리의 무게를 잘 알기 때문이다.

“20년 전 선수 대리인 꿈꿨지만 실행 못 해…제2의 인생은 선수들과 함께”

장동철 사무총장은 지난해 NC 운영팀장으로 첫 우승을 함께 했다(사진=NC)
장동철 사무총장은 지난해 NC 운영팀장으로 첫 우승을 함께 했다(사진=NC)

선수협 사무총장이란 중책을 맡게 됐다.

우선 저를 사무총장으로 뽑아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제 생각과 의견에 공감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동시에 크나큰 책임감도 느낀다.

선수협 사무총장으로 지원한 계기가 궁금하다.

과거 선수협이 처음 태동할 때부터 지근거리에서 봐왔고, 선수들과 상대하는 업무를 하면서 선수들이 겪는 고충에 공감해 왔다. 사실 1999년에 LG 야구단을 그만둘 때도 스포츠 에이전트를 준비할 생각으로 사표를 냈었다.


1999년이면 에이전트 제도가 생기기 전이다. KBO와 구단들이 선수 에이전트를 인정하지 않았던 시절인데.

앞으로 우리 선수들에게 대리인이 필요한 시대가 올 거라고 생각했다. 이게 앞으로 우리 프로스포츠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했고, 관련 공부를 하러 미국에 갈 생각이었다. 당시 나와 얘기했던 야구 담당 기자들은 기억할 거다. 그래서 과감하게 회사를 그만뒀는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앞서나갔던 것 같다(웃음).

에이전트 제도는 20년 뒤인 2018년이 돼서야 도입됐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한국의 현실이 너무 동떨어져 있었다. 결국 아쉽게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굉장히 아쉬웠다. 그래도 그때부터 선수 권익이나 복지에 더 관심을 두고 머릿속에 여러 가지 그림도 그렸다. 그러다 이번에 NC에서 정년퇴직하는 시점에 때마침 사무총장 선발 공고를 봤고, 과거 이루지 못했던 꿈을 제2의 인생에서 펼쳐보고 싶은 마음에 지원하게 됐다.


사무총장을 공개 채용한 건 선수협 창설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화상회의와 메신저를 이용해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고 들었다.

서류 접수한 뒤 1차로 비대면 면접을 하고, 일주일 뒤 2차 비대면 면접을 진행했다. 1차 면접은 10분 정도 했던 것 같고 2차 때는 30여 분 정도 진행했다. 선수협 이사들과 부회장이 질문하고 제가 답변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면접 때 어떤 얘기를 나눴나.

앞으로 선수협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해 얘기했다. ‘초심’을 찾는 건 당연한 기본이다. 더 나아가 그동안 야구팬과 KBO, 구단 상대로 선수협의 위상이 실추된 부분이 많지 않았나.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선수협의 위상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선수협이 동반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양의지 회장도 취임 이후 선수협 바로 세우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물론 실추된 명예를 하루아침에 회복하는 건 쉽지 않을 거다. 그동안 선수협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선수협의 명예를 회복하는 데 포커스를 맞추고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겠다.

“양의지 회장과 같은 구단 소속이라…서류 접수 마감 두 시간 전까지 고민했다”

양의지 선수협 회장(사진=엠스플뉴스)
양의지 선수협 회장(사진=엠스플뉴스)

현재 선수협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은 뭐라고 생각하나.

많은 현안과 과제가 있고 양의지 회장 취임 후 새롭게 대두된 현안도 있다. 다만 아직 내용을 들어보지 않은 상태에서 제가 섣불리 얘기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하루빨리 직접 내용을 들여다보고, 선수들과 야구팬 입장에서 파악해 보겠다. 선수 쪽에서 보는 것과 그간 구단에서 일하며 봤던 것과는 또 다르지 않겠나. 현안 파악부터 한 뒤 하나하나 적절한 방향으로 과제를 해결해 나갈 생각이다.


구단을 대변하는 자리에서 오랫동안 일하다 이제는 선수들을 대변하는 자리에 왔다. 구단과 선수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과연 구단 출신이 선수 권익을 잘 대변할 수 있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공개채용에 지원하고 두 차례 면접을 거치면서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선수들과 선수협이 어떤 것을 원하고 기대하는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구단에서 일했던 게 장점도 있겠지만 단점도 있을 거다. 또 구단 직원으로서 맺은 선수들과 관계와 사무총장으로서 관계는 또 다를 거다. 말씀하시는 부분을 잘 고민해서 회장, 집행부와 함께 잘 꾸려나가겠다.


공교롭게도 선수협 회장과 사무총장이 모두 NC 다이노스에서 나왔다.

그것 때문에 일주일을 고민했다. 서류를 다 준비해 놓고, 접수 마감 두 시간 전까지도 지원해야 할지 말지 고민했다.

그랬나.

사실 양의지 회장 당선된 뒤에도 따로 축하한다는 얘기를 못 했다. 서류접수 마감 두 시간 전에 결심을 굳히고 전화를 걸었다. ‘회장님, 제가 이런저런 뜻을 갖고 있다. 나도 사무총장에 지원하려고 한다’. 그게 다였다. 물론 보기에 따라서는 회장과 같은 팀 소속이었다는 점에 의구심을 갖는 분들도 있을 거다.


회장과 사무총장의 호흡이 잘 맞으면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앞으로 내가 하기에 달렸다. 내가 사무총장으로서 얼마나 역할을 잘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지 않겠나.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뛸 생각이다. 발로 뛰는 총장, 많이 뛰어다니는 총장이 되려고 한다. 선수들과도 1, 2군 가리지 않고 자주 만나겠다.

이전 집행부 때는 고연봉 선수 이익, 게임 초상권 수익에만 치중하느라 저연봉 선수 권익은 뒷전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내가 중간에서 역할을 잘해야 한다. 10개 구단 1군, 2군에 많은 선수가 있다. 그중에 저연봉자도 있고 고액 연봉 선수도 있는데 그 많은 선수가 다 같은 목소리를 낸다는 게 쉽지 않다. 모두를 함께 아우르면서 가야 한다. 내부적으로 화합이 돼야 외부에서 봐도 선수협이 뭔가 달라진다고 생각하지 않겠나. 보여주기식이 아닌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가겠다.

새로운 출발을 앞둔 각오를 듣고 싶다.

처음에 얘기한 것처럼 제 의견에 공감해주고 사무총장으로 뽑아준 선수들에게 감사와 함께 책임감을 느낀다. 선수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선수들 고충을 두루 살피고, 선수들의 얘기를 많이 듣고, 발로 뛰면서 일하는 총장이 되겠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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