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부터 K3리그까지, 동남아시아 선수 영입에 관심 많다

-“1985시즌 K리그 득점·도움 1위 피아퐁? 슈팅 타이밍이 아주 빨랐던 스트라이커”

-“태국, 베트남 최정상급 선수들의 몸값은 상상 이상”

-K리그2 안산 이어 K3리그 청주 FC도 인도네시아 선수 영입 추진 중···“입단 테스트 후 영입 결정”

2021시즌 안산 그리너스 FC에 합류한 아스나위(사진 왼쪽)(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21시즌 안산 그리너스 FC에 합류한 아스나위(사진 왼쪽)(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엠스플뉴스]

피아퐁 피우온. 1984년부터 3시즌 간 럭키금성 황소(FC 서울의 전신)에서 뛴 K리그 최초 동남아시아 선수다. 피아퐁은 평범한 선수가 아니었다. 피아퐁은 1985시즌 K리그 21경기에서 뛰며 12골 6도움을 기록했다. 득점, 도움 모두 1위였다.

K리그 통산 43경기(18골 6도움)를 뛴 피아퐁은 태국 축구 대표팀의 전설이기도 하다. A매치 100경기 출전 70골.

1985년 유공 코끼리 축구단(제주 유나이티드의 전신) 골문을 지킨 AFC(아시아축구연맹) 박영수 골키퍼 코칭 강사는 피아퐁을 또렷이 기억했다.

“특출난 게 하나 있었다. 슈팅 타이밍이 보통 선수보다 한 박자 이상 빨랐다. 피아퐁은 골키퍼, 수비수의 허를 찌르는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당시만 해도 ‘동남아시아 선수는 우리보다 한 수 아래’란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피아퐁은 주눅 들지 않고 제 기량을 마음껏 펼쳤다.” 박 강사의 회상이다.

쯔엉·꽁푸엉의 도전, K리그 동남아시아 쿼터 신설로 이어졌다

태국 축구의 전설 피아퐁 피우온(사진 왼쪽)(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태국 축구의 전설 피아퐁 피우온(사진 왼쪽)(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5년 12월 28일. K리그에 피아퐁 피우온 이후 첫 동남아시아 선수가 탄생했다. 베트남 축구 대표팀 미드필더 르엉 쑤언 쯔엉이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것. 쯔엉은 K리그에서 뛰는 최초 베트남 선수로 잉글랜드와 독일에서 축구를 배운 유학파였다.

그러나 쯔엉은 2016시즌 K리그1 38경기 가운데 4경기 출전에 그쳤다. 2017시즌 강원 FC로 둥지를 옮겨 반등을 꾀했지만 2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쯔엉은 임대 기간(2년)이 끝나자마자 원소속팀 호앙 아인 잘라이 FC(베트남)로 돌아갔다.

2019년 2월 13일. K리그 역대 세 번째 동남아시아 선수가 등장했다. 쯔엉의 대표팀 동료이자 박항서 감독(베트남)의 애제자 응우옌 꽁푸엉이었다.

꽁푸엉이 향한 팀은 인천이었다. 인천은 기술이 뛰어난 꽁푸엉을 공격 중심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꽁푸엉은 팀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한국 문화 적응에도 실패했다. 2019시즌 K리그1에 남긴 기록은 8경기 출전. 공격 포인트는 없었다. 꽁푸엉의 K리그 도전은 4개월 만에 끝났다.

쯔엉, 꽁푸엉의 도전은 K리그에 변화를 불러왔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2019년 4월 18일 동남아시아 쿼터를 신설한 것. 동남아시아 시장 개척과 선수 수급에 있어 또 하나의 선택지를 제공할 목적이었다. 무엇보다 꽁푸엉에 대한 관심이 기대 이상이었다는 걸 확인했다.

K리그는 2020시즌부터 외국인 선수를 최대 5명까지 영입할 수 있다. 유럽이나 남아메리카, 북아메리카, 아프리카 출신 선수 3명, 아시아 쿼터 1명(AFC 가맹국 소속 외국인 선수)에 동남아시아 선수 1명이 추가됐다.

동남아시아 쿼터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가맹국 선수에게 적용된다. ASEAN은 1967년 창설한 동남아시아 국제기구로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라오스, 캄보디아, 브루나이 등 10개국이 포함돼 있다.

‘K리그1부터 K3리그까지’ 동남아 선수에게 ‘관심은’ 있다

전북 현대가 영입을 추진했던 태국 축구 대표팀 풀백 사살락 하이쁘라콘(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전북 현대가 영입을 추진했던 태국 축구 대표팀 풀백 사살락 하이쁘라콘(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동남아시아 쿼터 도입 첫해인 2020시즌. K리그에서 뛴 동남아시아 선수는 없었다.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니다. 기량이 우수한 동남아 선수의 합류는 팀 전력 상승과 마케팅 효과로 이어진다.

문제는 몸값이었다. 2020년 동남아시아 선수 영입을 추진했던 A 구단 관계자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태국, 베트남 대표팀에서 뛰는 선수 몇 명을 유심히 지켜봤다. 그리고 한 선수의 영입을 추진했다. 깜짝 놀랐다. 소속팀에서 요구한 이적료가 10억 원 이상이었다. 선수 측에서 요구한 연봉도 만만치 않았다. 여기에 동남아 선수가 합류하면 통역을 새로 뽑아야 한다. 다양한 측면에서 계산해봤을 때 젊은 선수를 육성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섰다.”

또 다른 축구 관계자는 “부자구단이 아니면 수준급 동남아시아 선수를 영입하는 건 어렵다”“국가대표 출신이 아닌 선수들은 기량이 크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반전이 일어났다. 부자 구단이 아닌 시민구단에서 동남아시아 쿼터 첫 활용을 알렸다. K리그2 안산 그리너스 FC다. 안산은 인도네시아 축구 대표팀 오른쪽 풀백 아스나위 망쿠알람 바하르 영입을 확정했다. 아스나위는 신태용 감독(인도네시아)가 인정한 특급 유망주다.

안산 김길식 감독은 “영상을 여러 차례 돌려봤다” “신 감독님과 대화도 충분히 나누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아스나위는 마케팅 활용을 위해 영입한 선수가 아니다.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021시즌 다른 외국인 선수들과 안산의 도전에 앞장서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K리그1 5연패에 도전하는 전북 현대 역시 동남아시아 쿼터 활용을 추진했다. 전북이 점찍은 선수는 태국 축구 대표팀 풀백 사살락 하이쁘라콘이었다. 태국 국가대표로 활동하는 선수는 동남아시아 선수 가운데 몸값이 가장 비싸다. 영입도 까다롭다. 전북은 이적료, 연봉 협상에선 합의점을 찾았지만 사살락을 영입하지 못했다. 소속팀 부리람 유나이티드와 최종 합의에 실패했다.

하지만, 전북이 동남아시아 선수를 영입하려고 했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 전북은 2020년 여름 팀을 떠난 김진수의 대체자로 사살락을 생각했다. 마케팅보다 전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영입 작업이었다.

K리그에서만 동남아시아 선수에게 관심이 있는 건 아니다. 2020년 새롭게 출범한 K3리그 청주 FC도 동남아시아 선수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청주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선수 2명의 입단 테스트를 진행하려고 한다”“결과가 좋으면 2021시즌 K3리그에서 함께할 것”이라고 전했다.

“동남아시아 선수 입단 테스트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인도네시아 선수 영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기량이 기대했던 것만큼 우수하지 않아서 영입을 포기했다. 축구 선수는 기량이 최우선이다. 입단테스트를 앞둔 인도네시아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의 관계자의 얘기다.

이렇듯 K리그1부터 K3리그까지 동남아시아 선수에게 관심은 많다. 다만 팀 전력에 보탬이 되는 동남아시아 선수를 영입하려면 큰 마음 먹고 지갑을 열어야 한다.

2021년 아스나위의 활약이 중요하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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