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나이티드, 2021시즌 동계훈련은 서귀포 클럽하우스에서만 진행했다

-“고개 숙이고 어두웠던 선수들 얼굴이 1년 새 웃음과 자신감으로 가득 찼다”

-“가족과 식사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게 2021시즌 동계훈련의 최대 강점”

-“익숙한 환경에서만 훈련하며 선수들이 지루해하고 집중력 떨어지는 게 보였다”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 벤치에 앉아서 출격을 기다리는 선수, 명단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훈련장에서 함께 땀 흘리는 선수 모두 ‘우리 선수’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제주도 서귀포 클럽하우스에서 2021시즌 준비에 매진했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제주 유나이티드는 제주도 서귀포 클럽하우스에서 2021시즌 준비에 매진했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

“제주 유나이티드는 K리그1 잔류나 파이널 A에 진입에 만족해선 안 되는 팀이다. 제주는 2021시즌 K리그1 정상에 도전한다.” 2020년 12월 29일 동계훈련 시작을 앞두고 남기일 감독이 선수들에게 전한 말이다.

제주는 2019시즌 K리그1 최하위(12위)를 기록하며 처음 강등을 맛봤다. 제주는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빠르게 팀을 재건했다. K리그 최연소(39살) 사무국장 타이틀을 가지고 있던 울산 현대 김현희 사무국장을 단장 자리에 앉혔다. 김 단장은 2005년 축구계(부산 아이파크)에 입문해 홍보업무와 전력 강화 팀장 등을 맡아 실무 경험을 쌓아온 인물이다.

새 사령탑으론 남기일 감독을 선임했다. 남 감독은 광주 FC(2014년), 성남 FC(2018시즌)의 승격을 일군 바 있는 지도자였다. 특히나 2014시즌엔 정규리그를 4위로 마친 뒤 플레이오프를 거쳐 승격에 성공했다. K리그2 4위 팀이 승격에 성공한 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마지막으론 선수단을 정비했다. 이창민, 안현범, 정우재 등 핵심 선수를 붙잡고, 주민규, 김영욱, 공민현 등 K리그1에서 기량을 검증한 선수를 여럿 영입했다.

변화는 성공으로 이어졌다. 제주는 2020시즌 K리그2 27경기에서 18승 6무 3패(승점 60점)를 기록했다. K리그2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2021시즌 K리그1 승격을 확정했다. K리그2 27경기 50골(최다득점 2위), 23실점(최소실점 1위). 2019시즌 K리그1 38경기 45골(최다득점 9위), 72실점(최다실점 1위)을 기록했던 제주가 확 바뀌었다.

2019시즌 여름 이적 시장에서 제주에 합류한 주전 골키퍼 오승훈은 1년 새 바뀐 팀 분위기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처음 제주에 왔을 땐 팀 분위기가 푹 가라앉아 있었다. 패배하는 날이 많은 까닭인지 선수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어두웠다. 선수들 간의 대화도 적었다. 그 분위기를 바꾸지 못한 게 강등으로 이어졌다. 그런 팀을 바꾼 건 감독님이었다. 선수들을 휘어잡을 땐 확실히 휘어잡고 풀어줄 땐 확 풀어줬다. 체계적이고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면서 팀에 자신감이 붙었다. 2020시즌 이기는 날이 늘면서 K리그1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제주는 클럽하우스를 오가며 2021시즌 준비에 매진했다

제주도 서귀포 클럽하우스에서 공격 훈련에 임하고 있는 제주 유나이티드 선수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제주도 서귀포 클럽하우스에서 공격 훈련에 임하고 있는 제주 유나이티드 선수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K리그 22개 구단은 코로나19로 2021년 동계훈련을 국내에서만 진행했다. 그 가운데 제주 유나이티드의 2021시즌 준비 과정은 다른 구단과 조금 달랐다.

제주는 2021년 동계훈련 기간 제주도를 벗어나지 않았다. 2020년 12월 29일부터 쭉 제주도 서귀포 클럽하우스에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K리그 22개 구단 가운데 한 장소에서만 동계훈련을 진행한 팀은 제주가 유일하다.

오승훈은 “프로 12년 차 시즌을 앞두고 있다”“예년까진 국외로 나가 합숙 생활을 하는 게 동계훈련이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집과 클럽하우스를 오가면서 몸을 만들고 있다. 훈련을 마치면 가족과 식사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게 좋다. 강도 높은 훈련으로 인한 피로가 금세 풀리는 것 같다”고 했다.

제주가 처음부터 클럽하우스에서만 훈련을 계획한 건 아니다. 제주는 2월 15일부터 19일까지 울산 전지훈련을 계획했다. 훈련 장소를 바꿔 긴장감을 높이고 마지막 전력 담금질에 매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늘어나면서 일정을 바꿨다. 클럽하우스 인근 호텔에서 일주일간 합숙하면서 훈련했다.

한 장소에서만 훈련하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단점도 있다. 제주 남기일 감독은 “익숙한 환경에서만 훈련하다 보니 선수들이 지루함을 느끼는 게 보였다”“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장소에서 다양한 상대와 경기를 해봐야 훈련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이 여의치 않다. 핑계 대지 않겠다. 2020시즌보다 발전한 경기력을 보일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로 발이 묶인 제주의 고민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제주는 2월 중순까지 2021시즌 함께할 외국인 선수를 단 한 명도 영입하지 못했었다.

제주 관계자는 “감독님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외국인 선수 영입을 진행했다”“우리가 점찍은 외국인 선수와 협상 막바지 틀어지기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경쟁 팀들이 하나둘 새 외국인 선수 영입을 발표했다. 마음이 조급해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급하다고 해서 아무나 영입할 순 없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팀에 꼭 필요한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앞의 관계자의 얘기다.

제주는 2월 14일부터 새 외국인 선수의 합류를 알렸다. 폴란드 스트라이커 오스카 자와다, 우즈베키스탄 측면 공격수 이슬롬 켄자바예프, 기니비사우와 포르투갈 이중 국적자인 측면 공격수 제르소 페르난데스 등이 제주에 합류했다.

폴란드 연령별 대표팀(U-17·19·21)을 두루 거친 장신(192cm) 스트라이커 자와다는 “한국은 ‘설날’을 통해 새해를 기념한다고 들었다”며 “설을 마친 뒤 2021시즌 첫 외국인 선수로 합류해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엔 K리그1 정상급으로 평가받는 선수가 즐비하다. 하루빨리 적응을 마쳐 팀 전방을 책임지겠다. 스트라이커는 골로 말한다. 결과로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고민’ 해결 제주, 2021시즌 서귀포발 ‘칼바람’ 예고했다

제주 유나이티드 주장 이창민(사진 왼쪽), 남기일 감독(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주 유나이티드 주장 이창민(사진 왼쪽), 남기일 감독(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주 유나이티드는 2021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만 영입한 게 아니다. 제주는 광주 FC 핵심 미드필더 여 름을 영입했다.

외국인 선수 영입처럼 오랜 기다림 끝 성사시킨 이적이었다. 제주는 2021시즌을 앞두고 K리그1 정상급 미드필더 영입을 꾸준히 시도했다. 강원 FC 중원 사령관 한국영, 2020시즌 울산 현대의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이끈 신진호 등의 영입을 추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여 름은 이창민, 김영욱과 함께 중원을 더 탄탄하게 해줄 마지막 퍼즐이었다.

제주 관계자는 “K리그1은 파이널 라운드 포함 38경기를 치러야 한다”“FA컵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여 름은 2020시즌 K리그1에서 손준호, 한석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뛴 선수였다. 경기당 평균 10.738km를 뛰었다. 왕성한 활동량을 앞세워 공·수 양면에 힘을 불어넣을 수 있는 선수다. 감독님은 여 름, 이창민, 김영욱 등 어떤 선수가 중원에 나서든 경기력의 큰 차이가 없길 원한다”고 했다.

제주는 2021시즌에 앞서 주장 이창민, 부주장 안현범, 측면의 핵심 정우재, 국가대표 출신 스트라이커 진성욱, 베테랑 수비수 권한진 등과 재계약을 맺었다. 구단은 K리그1 승격에 앞장선 선수들에게 확실한 보상과 신뢰를 보냈다.

“감독님이 2020시즌을 마치고 강조한 게 있다. 팀 전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선수를 영입하는 것도 좋지만, 팀을 위해 헌신하면서 승격에 앞장선 이들을 잊어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제주는 한 선수에게 의존하는 팀이 아니다. 경기에 나서는 선수, 벤치에 앉아 출격을 준비하는 선수, 명단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훈련장에서 함께 땀 흘린 선수 모두 ‘우리 선수’다. 제주의 강점은 끈끈함이다. 2021시즌에도 선수들이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제주 김현희 단장의 말이다.

2021시즌 준비 과정이 마냥 순조로웠던 건 아니다. 힘들고 어려운 점이 있었다. 하지만, 제주는 흔들리지 않고 K리그1 복귀 시즌 준비를 이어오고 있다. 제주는 3월 1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성남 FC와 2021시즌 K리그1 개막전을 치른다. 승격팀 첫 우승에 도전하는 제주의 첫판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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