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영입 없는 한화 이글스, 출루-주루-수비 등 기존 전력 극대화에 초점

-수베로 감독과 조성환 코치, 한화 수비 강화를 위해 손 맞잡았다

-잠재력 풍부한 내야진, 부상 변수만 없으면 리그 상위권 가능

-외야진은 무한 경쟁…“전광판에 내 이름 직접 새길 기회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사진=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사진=한화)

[엠스플뉴스]

“우리 팀과는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다.”

신세계 야구단(구 SK 와이번스)의 추신수 영입 소식을 접한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이글스 감독의 첫 반응은 덤덤했다. 사실 감독 입장에선 그리 반가운 소식은 아닐 터였다. 지난해 탈꼴찌 경쟁을 펼친 팀이 최주환, 김상수에 추신수까지 데려올 동안 한화는 별다른 전력보강이 없었다. 그런데도 수베로 감독은 “리그 전체를 위해 좋은 일”이라며 대인배스러운 자세를 취했다.

수베로 감독은 “팀마다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고, 목표가 다르면 방법도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SK가 ‘윈나우’를 추구한다면, 한화는 보다 장기적인 그림을 그린다는 게 수베로 감독의 설명이다. 수십 년째 복지부동이던 팀의 낡은 문화를 바꾸고, 선수들의 의식에 변화를 가져오는 게 한화의 목표다. 베테랑부터 신인까지 전 선수의 건강한 경쟁을 통해 팀의 능력을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렇다 할 외부 영입이 없기에 기존 선수단이 가진 역량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려야 한다. 현실적으로 리그 최하위 장타력을 하루아침에 개선하기는 어렵다. 수베로 감독도 “장타는 타자들의 힘이 갖춰져야 한다. 선행돼야 하는 요소가 있다”고 현실을 인정했다. 대신 한화는 출루율을 높이고 공격적인 주루를 통해 득점력을 높이는 방향을 택했다.

수베로 감독은 팀의 수비력 향상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수비는 다른 능력에 비해 훈련을 통해 빠르게 향상할 수 있는 분야에 속한다. 또 수비력이 좋아지면 타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은 투수진의 능력까지 함께 좋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메이저리그 수비코치 출신인 수베로 감독과 두산 베어스 우승 코치 출신인 조성환 코치가 ‘수비력 강화’를 목표로 손을 맞잡았다.

가능성 풍부한 한화 내야진, 최대 변수는 부상

한화 내야의 중심 정은원과 하주석(사진=한화)
한화 내야의 중심 정은원과 하주석(사진=한화)

최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만난 조성환 수비코치는 “걱정은 별로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선수들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훈련 참여도가 워낙 좋다. 경쟁적으로 훈련하는 모습도 보인다. 아침에 하는 얼리워크나 정규훈련 뒤 엑스트라 워크 요청이 많다. 타격 훈련에 비해 수비는 훈련량이 많아지면 지치고 지루하게 여길 수 있는데, 우리 선수들은 오히려 수비 쪽 참여도가 좋다. 코치 입장에선 고마운 일이다.” 조 코치의 말이다.

조 코치는 “며칠 전 시뮬레이션 게임 때 선수들 모습을 보고 코치진끼리 ‘도대체 다른 팀이 야구를 어떻게 했길래, 우리 팀이 꼴찌를 했을까’라는 얘기를 할 정도였다”며 “짧은 시간 선수들이 준비를 잘했고, 수베로 감독이 말하는 ‘실패의 자유’가 어떤 의미인지 빠르게 이해한 것 같다”고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한화 캠프에선 정규 훈련을 앞두고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이 함께 토의하는 시간을 갖는다. 왜 이 훈련이 필요한지, 훈련 성과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충분히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한 뒤 훈련을 진행한다. 단순히 펑고를 치고받는 훈련에 그치는 게 아니라, 공 하나하나마다 구체적인 상황을 설정해가며 집중도를 높인다.

조 코치는 “수베로 감독님은 굉장히 디테일하다. 사소한 것까지 하나하나 짚어가며 선수들이 얼마나 플레이를 이해하고 있는지 체크한다”고 전했다. “결과에 대한 지적이 아니라 과정을 중시한다.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으면 훈련 중에라도 바로 중단하고 이야기한다. 선수들을 이해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항상 강조하는데, 나 역시 공감하는 부분이다.” 조 코치의 말이다.

2020시즌 한화의 각 분야별 팀 기록. 모든 면에서 최약체인 공격보다는 투수와 수비쪽이 상대적으로 강점이다(통계=스탯티즈)
2020시즌 한화의 각 분야별 팀 기록. 모든 면에서 최약체인 공격보다는 투수와 수비쪽이 상대적으로 강점이다(통계=스탯티즈)

한화는 지난 시즌 인플레이 타구를 아웃으로 잡아낸 비율(DER) 0.672로 리그 평균 (0.683)에 크게 못 미치는 8위에 그쳤다. 2019시즌에도 DER은 0.671(리그 평균 0.686)로 바닥권이었다. 그러나 포지션별 선수 구성만 놓고 보면 수비력이 좋아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최재훈이 지키는 안방은 올해도 리그 정상급이다. 내야진은 어느 정도 주력 선수의 윤곽이 나온 상태. 새 외국인 타자 라이온 힐리가 1루를 지키고 2루는 정은원과 강경학이 맡는 구도가 예상된다. 유격수 자리에 하주석, 조한민이 경쟁하고 3루수는 노시환과 오선진의 경쟁 구도가 될 전망이다.

힐리의 수비에 대해 한화 관계자는 “평균 수준의 1루 수비만 해주면 ‘땡큐’”라고 했다. 사실 메이저리그 시절 힐리의 수비 지표는 리그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스탯캐스트가 제공하는 수비지표 OAA(Outs Above Average) 상으로 힐리는 3루수로 2017년 -4, 2019년 -5를 기록했다. 1루수로도 2017년 -3, 2018년 -6으로 좋지 않았다.

그나마 긍정적인 점은 최근 2년간 기록한 수비 지표가 나쁘지 않았단 점이다. 2019년엔 1루수로 플러스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이너스도 아닌 0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0을 유지했다. 물론 2019년 38이닝, 지난해 9이닝으로 표본은 적지만 팀에 큰 해를 끼친 수준은 아니었다. 대학 시절부터 꾸준히 1루 포지션을 소화해온 만큼 실전 경험도 충분하다.

2018시즌 데뷔 이후 꾸준히 수비력 향상을 이룬 정은원의 성장도 기대할 만하다. 프로 첫해 정은원은 2루 자리에서 타구처리율 87.74%로 리그 평균 이하였다. 그러나 2019시즌엔 이 수치를 90.41%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 지난 시즌엔 93.37%(리그 3위)로 김혜성, 김선빈 바로 다음에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 리그 최상위권 2루수로 올라설 가능성이 보인다.

유격수 하주석도 무릎 부상 전인 2017시즌, 2018시즌엔 리그 중상위권 수비력을 보여준 선수다. 데뷔 초기 약점이었던 실책 수를 줄이고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쳐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무릎 부상으로 지난 2년간 수비 지표가 하락했지만, 부상만 없다면 다시 A급 수비수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프로 3년차 노시환도 빠르게 1군 레벨의 수비수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데뷔 첫해엔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이 여러 차례 나왔지만, 지난해엔 3루수와 유격수를 오가며 무난한 수비를 보여줬다. 강한 어깨와 뛰어난 운동능력을 갖추고 있어 경험만 쌓이면 주전 3루수 역할을 기대할 만하다.

조성환 코치가 꼽은 한화 내야진의 가장 큰 변수는 ‘부상’이다. 조 코치는 “내야수들이 제발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시즌의 2/3 이상을 스타팅으로 나와줬으면 한다. 어쩔 수 없는 부상 외에 방지할 수 있는 부상만큼은 각별히 주의했으면 하는 바람”이라 했다. 이미 오선진과 조한민이 종아리 부상으로 캠프에서 이탈한 상황. 조 코치는 부상 방지를 위해 짧은 시간 압축적인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흐뭇한 조성환 코치 “어제보다 오늘 더 좋아진 선수들, 생각하면 흥분될 정도”

두산의 위닝 팀 기운을 가져온 조성환 코치(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두산의 위닝 팀 기운을 가져온 조성환 코치(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외야진 구성에선 중견수 자리가 중요하다. 조 코치는 “센터라인이 잘 갖춰져야 팀도 경쟁력이 생긴다. 중견수를 누가 맡을지가 중요하다”며 “노수광도 열심히 하고 있고, 유장혁과 김민하 등의 선수들이 경쟁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수광은 중견수 자리에서 지난 3시즌 평균 타구처리율 51.0%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애런 알테어(49.7%), 박해민(49.5%)을 제치고 리그 1위를 차지할 만큼 중견수 수비에 경쟁력이 있다.

조 코치는 “코너 외야도 임종찬, 정진호 등의 선수들이 경쟁을 앞두고 있다. 누구 하나 방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누군가 기회를 잘 잡아서 자기 역할을 해준다면, 외야 수비도 큰 무리 없이 괜찮을 거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조성환 코치는 건강한 내부 경쟁을 통한 선수들의 성장을 기대했다. “확실한 주전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선수들이 다들 욕심을 내는 게 보인다. 고무적인 일이다. 살면서 전광판에 내 이름을 직접 새길 기회가 얼마나 있겠나. 선수들에게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올지 모른다. 제발 이 기회를 살려보자’고 당부했다.”

이용규-정근우를 영입한 2015시즌 한화는 DER 0.688(2위)로 직전 시즌(0.647, 9위)보다 수비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팀 순위도 9팀 중 9위에서 10개 팀 중 6위로 올라섰다. 11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한 2018시즌에도 한화는 DER 0.669로 5위에 올랐고 정규시즌 3위 성과를 거뒀다. 스프링캠프 기간 목표한 수비력 향상에 성공한다면, 수베로호의 첫 시즌 운명도 달라질 수 있다.

“선수들과 처음 함께 훈련하고, 다음날 다시 만났을 때 확 좋아진 모습에 깜짝 놀랐다. 에너지가 엄청났다. 그 생각을 하면 지금도 흥분될 정도다. 오늘보다 내일 더 나아진 모습을 눈으로 확인한 만큼,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한화 선수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찾는 조 코치의 말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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