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개막전 두산 원정 1대 4 역전패로 ‘곰 포비아’ 재발

-마무리 전상현 빈자리 느껴진 하루, 8회 박준표·9회 전상현 카드 있었다면

-국내 선발진도 풀타임 시즌 소화엔 물음표, ‘4일 휴식 턴’ 외국인 투수들에게 부담감 쏠려

-거포 백업 야수 자원 추가 합류도 절실, 팀 타선 파괴력 끌어올려야 한다

KIA 윌리엄스 감독의 시즌 팀 전력 고민은 개막 뒤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KIA 윌리엄스 감독의 시즌 팀 전력 고민은 개막 뒤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잠실]

KIA 타이거즈는 ‘곰 포비아’ 탈출을 2021시즌 주요 키워드로 삼았다. 2020시즌 두산전에서 3승 13패로 밀린 까닭이다. 두산을 상대로만 무려 ‘-10승’ 마진을 기록한 KIA는 5강 합류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KIA 매트 윌리엄스 감독도 2021시즌 준비 과정에서 두산을 상대로 우위 달성을 강조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개막전을 앞두고 “우리만의 좋은 야구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도 이곳 잠실구장에서 두산을 상대로 더 좋은 야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떤 팀이든 관계없이 꾸준하고 기복 없는 야구를 보여드리는 게 우선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 브룩스 외로운 역투에도 끝내 패전, 곰 포비아 재발한 하루 -

개막전 브룩스의 공든 탑은 8회 허망하게 무너졌다(사진=엠스플뉴스)
개막전 브룩스의 공든 탑은 8회 허망하게 무너졌다(사진=엠스플뉴스)

KIA는 4월 3일 경기 우천 취소로 4일 잠실구장에서 두산을 상대로 정규시즌 개막전을 치렀다. 에런 브룩스를 선발 마운드에 내세웠기에 전반적인 자신감은 충만했다. 실제로 브룩스는 두산 타자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투구를 펼치면서 7회까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이날 결승 홈런을 날린 박건우는 “브룩스의 구위뿐만 아니라 제구도 훌륭했다. 경기 후반에도 전혀 힘이 안 떨어지더라. 오늘 우리 타선이 브룩스에겐 졌다”라며 감탄할 정도였다.

KIA 타선은 3회 초 김선빈의 선제 적시타로 1대 0 리드를 이어갔다. 7회까지 지킨 KIA의 한 점 차 리드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8회 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브룩스는 선두 타자 김재호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다. 이어진 희생 번트로 맞이한 1사 2루 위기에서 브룩스는 허경민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고 통한의 첫 실점이자 동점을 허용했다.

KIA 벤치는 후속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 타석에서 브룩스를 내리고 좌완 이준영을 올렸다. 하지만, 이준영이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하면서 위기가 이어졌다.

1사 1, 2루 역전 위기에서 KIA 벤치는 장현식을 택했다. 장현식은 박건우에게 풀카운트 승부 끝에 149km/h 속구를 통타당해 110m짜리 역전 3점 홈런을 허용했다. 장현식은 김재환에게 볼넷을 내준 뒤 양석환에게도 큼지막한 외야 뜬공을 맞았다.

결국, KIA 벤치는 박세혁 타석에서 정해영으로 교체를 결정했다. 정해영은 박세혁을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길었던 8회를 마무리했다. 마지막 반격에 나선 KIA는 9회 초 대타 나주환의 병살타에 이어 2사 2, 3루 기회까지 놓치면서 씁쓸한 개막전 패배를 맛봤다.

KIA 벤치는 개막 2연전에서 브룩스와 신인 좌완 이의리라는 비장의 카드로 두산을 잡고자 했다. 하지만, 3일 경기 우천 취소에다 4일 브룩스를 내세운 경기에서 패하면서 기존 계획이 완전히 어그러졌다. 시즌 전 강조했던 ‘곰 포비아’ 극복이 아닌 ‘곰 포비아’ 재발이 이뤄진 셈이었다.


- 전상현·양현종 빈 자리 체감하는 KIA, 외국인 투수들에게 부담감 쏠린다 -

장현식이 박건우에게 역전 3점 홈런을 맞으면서 무너졌다. 브룩스는 결국 패전 투수를 기록했다(사진=엠스플뉴스)
장현식이 박건우에게 역전 3점 홈런을 맞으면서 무너졌다. 브룩스는 결국 패전 투수를 기록했다(사진=엠스플뉴스)

먼저 마운드에선 메워야 할 부분이 여전히 많다. 개막전부터 마무리 투수 전상현의 공백이 느껴지는 결과가 나왔다. 장현식과 정해영의 등판 순서를 향한 아쉬움의 시선이 나왔지만, 근본적으로는 전상현의 부재로 생긴 불펜 누수였다. 8회 박준표·9회 전상현 카드를 꺼낼 수 있었다면 굳이 브룩스가 8회까지 무리하게 올라올 상황은 아니었다.

선발진에선 양현종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 KIA 벤치는 시즌 초반 선발 로테이션을 외국인 투수 브룩스와 다니엘 멩덴을 포함해 이의리·김현수·임기영으로 이어지는 국내 선발진을 배치한다. 그나마 임기영은 과거 풀타임 선발 경험이 있지만, 이의리와 김현수는 풀타임 선발 시즌 소화에 물음표가 붙는다.

윌리엄스 감독은 “우선 김현수·이의리·임기영으로 나머지 국내 선발 세 자리를 시작한다. 현재 로테이션 계획에선 18일 경기에 대체 선발이 필요하다. 이렇게 상황에 따라 대체 선발이 필요하기도 한데 불펜에 있는 이민우와 장현식도 향후 선발 자리에 유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김유신과 남재현도 대체 선발 후보군”이라고 밝혔다.

국내 선발진이 헐거워진 탓에 외국인 투수들의 4일 휴식 로테이션 카드라는 강수도 꺼내야 했다. 윌리엄스 감독의 말에 따르면 브룩스와 멩덴은 전반기 동안 4일 휴식 로테이션을 소화할 계획이다. 첫 풀타임 선발 시즌을 보낼 수도 있는 이의리와 김현수의 등판 간격과 몸 상태를 관리해주기 위한 결정이다. KIA 팀 전력에서 가장 돋보이는 외국인 투수진 전력을 극대화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윌리엄스 감독은 “브룩스와 멩덴이 개막전부터 4일 휴식 로테이션으로 돌 계획이다. 미국 투수들은 4일 휴식 등판이 익숙하다. 선수들의 몸 상태를 확인하면서 필요할 때 하루 더 휴식을 줄 수 있다. 월요일 휴식일 때문에 자연스럽게 하루를 더 쉴 수도 있다. 우선 시즌 중간 휴식기까지 이렇게 로테이션 계획을 잡았다. 그때 가서 상황에 변화가 필요하다면 검토해보겠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브룩스와 멩덴이 4일 휴식 로테이션을 전반기 동안 잘 버텨줄지가 전반기 관건이다. 만약 브룩스와 멩덴이 힘에 부치는 그림이 나온다면 KIA 마운드는 속절없이 무너질 수 있다.


- 백업 거포 자원 추가 합류 절실, 타선 파괴력이 커져야 승산 생긴다 -

두산을 상대로 상대 전적 우위를 달성하기 위해선 거포 자원 보강이 꼭 필요할 전망이다(사진=엠스플뉴스)
두산을 상대로 상대 전적 우위를 달성하기 위해선 거포 자원 보강이 꼭 필요할 전망이다(사진=엠스플뉴스)

팀 타선에서도 더해야 할 부분이 여전히 많아 보인다. 특히 장타력이 살아나야 팀 마운드를 뒷받침해줄 수 있다. 4일 경기에서 KIA 타선은 프레스턴 터커와 최형우, 나지완 등 중심 타선에서 장타가 나오지 않아 추가 득점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다.

베테랑 타자들이 잘 안 풀린다면 장타력을 갖춘 젊은 야수들이 힘을 더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KIA 1군에서 장타력을 보유한 백업 야수는 이정훈과 이우성 등으로 한정돼 있다. 그나마 이정훈이 시범경기부터 좋은 타격감을 보여줬지만, 포지션이 포수라 활용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윌리엄스 감독은 개막 엔트리에 포수 4명(한승택·김민식·이정훈·백용환)을 넣는 생소한 선택을 내렸다. 그만큼 타격에서 백업 야수 활용을 두고 고심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윌리엄스 감독은 “포수 4명 개막 엔트리는 현재 선수단 상태를 보고 결정했다. 이정훈의 경우 캠프 내내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좌타자 대타 옵션으로 굉장히 좋은 경쟁력을 보여줬다. 득점권 기회 상황에서 포수 타순이 돌아왔을 때 대타로 효율적인 투입이 가능하다. 사실 개인적으로 포수 3명을 엔트리에 넣는 시스템이 마음에 든다. 조만간 로스터 관련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개막 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한 거포 자원인 외야수 오선우와 내야수 황대인의 향후 1군 합류 가능성도 주목된다. 개막전에서 상대한 두산은 홈런 한 방으로 경기를 뒤집어 KIA의 ‘곰 포비아’를 재발하게 했다. KIA도 담장을 넘긴다는 위협을 줄 수 있는 타선 보강이 시급한 흐름이다.

KIA와 윌리엄스 감독은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목표를 잡고 2021시즌을 시작했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여전히 메우고 더할 곳이 많아 보이는 분위기다. 게다가 이번 주중 3연전에선 지난해 원정 개막 시리즈에서 만나 3연패를 당했던 난적 키움 히어로즈를 만난다. 고척에서 뼈아픈 기억이 많은 KIA가 개막전 패배를 액땜삼아 반전의 불씨를 만들지 궁금해진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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