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 첫 경기 앞두고 추신수에 쏟아진 스포트라이트

-추신수는 무안타, 그러나 나머지 선수들의 활약으로 랜더스 첫 승

-최정과 최주환은 4홈런 5타점 합작, 르위키 호투, 이적생 김상수가 세이브

-추신수 합류 전부터 이미 강했던 랜더스, 추신수 오면서 더 강해졌다

개막 경기 2홈런을 날린 최주환(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개막 경기 2홈런을 날린 최주환(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엠스플뉴스]

“추신수 한 선수만 잡는다고 이기는 게 아니다.”

롯데 자이언츠와 SSG 랜더스의 정규시즌 첫 경기를 앞둔 4월 4일, 롯데 허문회 감독은 뼈있는 한 마디를 남겼다.

사실 이날 경기 최고의 관심사는 한국 무대에 복귀한 슈퍼스타 추신수였다. 방송부터 신문까지 온 미디어가 인천 SSG랜더스필드에 집결했다. 중계방송 오버레이와 공수교대 그래픽엔 ‘추신수 데뷔전’이란 홍보 문구가 표시됐다. 1회말 추신수가 첫 타석에 들어섰을 땐 2300명의 관중이 일제히 숨을 죽였다. 낮 경기인데도 마치 화려한 조명이 추신수를 감싸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빅리그 출신 대스타를 향한 관심은 뜨거웠다.

처음 한국행 소식이 알려진 뒤부터 추신수는 줄곧 모든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연예면 많이 본 뉴스를 점령한 학교폭력 이슈도 야구섹션에선 추신수로 덮일 만큼 높은 화제성을 자랑했다. 김원형 감독을 비롯해 SSG 선수 인터뷰 때 첫 질문은 반드시 ‘추신수’였다. 다른 팀 감독, 선수, 신입 외국인 선수, 신인 선수, 케빈 베이컨 게임 10단계를 해도 추신수와 아무 연결고리가 없을 것 같은 선수를 상대로도 추신수 얘기가 맨 처음 나올 정도였다. ‘추신수 합류로 SSG 3강 후보’ ‘추신수 가세로 우승 도전’이란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야구는 다른 종목과 달라서, 선수 한 사람이 팀의 운명을 바꾸지 못한다. 농구에서 르브론 제임스는 가는 곳마다 우승팀을 만들었다. 배구에서 가빈 슈미트는 팀을 3년 연속 우승으로 이끌었다. 야구가 돌아가는 방식은 다르다. 이대호가 돌아온 뒤 롯데의 가을야구는 딱 한 번에 그쳤다. 말년의 이승엽은 삼성의 추락을 막지 못했고, 김태균 역시 한화를 하위권에서 구하지 못했다. 빅리그 시절 빛나는 기록을 남긴 추신수도 포스트시즌 경험은 세 차례에 그쳤다. 그리고 2020년 SSG 전신 SK가 9위로 추락한 건, 김광현 한 사람의 부재보다 훨씬 복잡한 이유가 있다.

추신수 스포트라이트에 가렸던 선수들이 펄펄 날았다

최신맥주 4인조(사진=엠스플뉴스)
최신맥주 4인조(사진=엠스플뉴스)

다시 추신수로 돌아가자. 개막 첫날 추신수는 3타수 무안타로 KBO리그 데뷔전 안타를 신고하지 못했다. 끈질기게 볼을 골라내고 투수를 괴롭히긴 했지만 볼넷으로 한 번 출루하는 데 그쳤고 삼진은 두 차례 당했다.

1회 첫 타석에선 롯데 선발 스트레일리의 변화구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8회 네 번째 타석에는 2년 차 투수 최준용의 빠른 볼에 선 채로 삼진당했다. 3회에 날린 중견수 쪽 큼직한 타구는 추재현의 호수비에 잡혔다. 메이저리그 시절에도 개막전에선 통산 타율 0.163으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추신수다. 상대가 메이저리그 시절 ‘주식’이었던 스트레일리인 것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추신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비록 삼진 두 개를 당했지만, 결과를 떠나 매 타석이 만족스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두 번째 타석을 빼면 타석에서 공을 최소한 5구 이상 봤다. 쉽게 아웃당한 타석이 없었다. 많은 분이 원하신 결과는 아닐 수도 있지만, 과정을 중시하기에 앞으로의 경기가 기대될 정도로 오늘 경기에 만족한다”며 이날 경기에 의미를 부여했다.

추신수는 침묵했지만 SSG 랜더스는 이겼다. 그간 추신수의 스포트라이트에 가려 있던 나머지 선수들이 추신수 대신 펄펄 날았다. “추신수만 잡는다고 이기는 게 아니다. 선수 하나만 타깃으로 잡으면 다른 선수에게 당할 수 있다”는 허문회 롯데 감독의 말은 일종의 자기충족적 예언이 되고 말았다.

마운드에선 새 외국인 투수 아티 르위키가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르위키는 1회부터 힘 있는 공으로 세 타자를 전부 빗맞은 뜬공 처리했다. 구속은 140km/h 중반대에 머물렀지만, 빠른 팔스윙에서 나오는 디셉션 효과에 묵직한 구위로 롯데 타자들을 압도했다.

2회 허문회 감독이 시도한 ‘파인타르 공격’도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4회 같은 문제로 구심에게 지적받은 스트레일리가 흔들렸다. 6이닝 2실점 호투로 지난 시즌 외국인 투수 같지 않은 외국인 투수들이 남긴 악몽을 씻어낸 르위키다. 경기 후 르위키는 “개막전이라고 다른 경기와 다르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팀에서 개막전 선발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겨줬는데 잘 수행한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공격에선 인천야구의 간판스타 최정이 선봉에 섰다. 최정은 2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포를 날렸다. 창단 첫 홈런이자 새 구장 개장 후 첫 대포를 팀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가 때려내 의미를 더했다. 4회말엔 최주환이 팀 이적 후 첫 홈런을 신고했다. 스트레일리의 몸쪽 공을 계속 파울로 쳐내다 몸쪽 제대로 붙인 빠른 볼을 가볍게 맞혀 우측 담장 너머로 보냈다. 이적 첫 안타를 첫 타석에 때려내더니, 첫 홈런도 바로 두번째 타석에서 만들어낸 최주환이다.

최정-최주환 쌍포는 8회에 다시 한번 폭발했다. 강속구 투수 최준용을 상대로 시즌 1호 백투백 홈런을 날렸다. 줄기차게 빠른 볼로 승부한 롯데 배터리는 연속타자 홈런을 맞고 고개를 떨궜다. 최정과 최주환은 나란히 3안타 2홈런 경기. 올 시즌 144경기 이상을 함께할 ‘최최 듀오’의 파괴력을 미리 보여준 경기였다. 2017시즌 팀 한 시즌 최다홈런 신기록(234홈런)을 세웠던 홈런 군단의 부활을 알린 경기이기도 했다.

9회는 또 다른 이적생 김상수가 나와 마무리했다. 기존 마무리 하재훈의 부상과 서진용의 컨디션 난조로 임시 마무리를 맡은 김상수는 1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 세이브를 챙겼다. 홈런을 한 방 맞았고, 2사 만루의 아찔한 순간도 있었지만 손아섭을 2루 땅볼로 잡고 위기를 넘겼다. 새 멤버 김상수가 던지고, 새 식구 최주환이 잡아서 새 야구단 SSG의 첫 승을 확정 짓는 아웃카운트를 완성했다.

SSG 랜더스, 추신수 오기 전에도 강했고 추신수 와서 더 강해졌다

추신수는 준비된 대포(사진=엠스플뉴스)
추신수는 준비된 대포(사진=엠스플뉴스)

추신수의 진가는 앞으로 경기를 치르면서 점차 드러날 것이다. 심재학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시범경기로 판단하면 조금씩 KBO리그 존에 적응한다는 느낌이 든다. 낮은 공에 속지 않고, 좋은 공을 골라내서 스트라이크를 치고 있다”며 배트스피드만 회복하면 좋은 활약을 보여줄 것으로 바라봤다.

전문가들은 추신수가 부상 없이 리그에 잘 적응하면 지난 시즌 프레스턴 터커(WAR 5.75승)와 호세 페르난데스(WAR 4.39승) 사이의 성적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 추신수가 혼자서 SSG에 가져다줄 수 있는 승수가 4승에서 5승 정도라는 예상이다. 만약 SSG의 전력이 9위에 그친 지난 시즌 그대로라면 추신수가 합류해도 크게 다를 게 없다. 지난해 51승에 4~5승을 더해봐야 56승 밖에 되지 않는다. 정용진 구단주가 말한 ‘144경기 이상’을 치르기엔 한참 모자란다.

그러나 SSG는 불과 2년 전인 2019년만 해도 리그 최다인 88승을 거둔 강팀이었다. 김광현과 함께 빠져나간 승수는 새 외국인 투수와 최주환, 김상수 합류로 어느 정도 만회가 된다. 만약 플러스 80승이 가능한 전력에 추신수가 합류해 4~5승을 더해준다면? 5강 복귀를 넘어 한국시리즈 경쟁까지 넘볼 수 있는 팀이 된다.

잠시 추신수의 한국 복귀 소식이 전해지기 전으로 돌아가 보자. 추신수가 오기 전에도 이미 SSG는 충분히 좋은 멤버를 갖춘 팀이란 평가를 받았다. 새 외국인 투수를 뽑고, 최주환을 데려오고, 김상수를 영입하면서 상위권 복귀 꿈에 부풀어 있었다. 추신수 없이 치른 제주도 스프링캠프도 최상의 분위기 속에 소화했다.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감독을 필두로 똘똘 뭉쳐서 잘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다.

추신수도 이런 팀의 일원인 데 만족하는 눈치다. 개막 경기 내내 동료들을 격려하고 박수를 보낸 그는 “시즌 전부터 우리 타선은 1번부터 6, 7번 타자까지 모두가 홈런을 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장점을 잘 보여준 경기였다. 타자들이 쉽게 아웃당하지 않고 끈질긴 모습을 보여줬다”며 “앞으로 할 경기가 많지만, 선수들이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감독으로 첫 승을 거둔 김원형 감독도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해줬다. 르위키가 6이닝동안 잘 던지며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고, 중간투수들도 잘 막아줬다. 타선도 스트레일리에게 볼을 많이 던지게 하려고 했던 것이 이길 수 있는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선수들에게 고맙다”며 승리를 함께한 SSG 모든 선수에게 감사를 전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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