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막 첫 3경기에서 2점-3점-3점에 그친 LG 트윈스 타선. 답답했던 공격 흐름이 대타 유강남이 만루홈런 한 방에 뻥 뚫렸다.

사이다처럼 시원한 만루포를 쏘아 올린 유강남(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사이다처럼 시원한 만루포를 쏘아 올린 유강남(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수원]

“전체적으로 우리 팀의 공격력이 떨어져 있다. 한두 점 차를 막아야 하는 경기가 계속되다 보니 불펜투수들도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4월 8일 수원 KT 위즈 전을 앞두고 류지현 LG 트윈스 감독은 시즌 초반 침체한 타선 고민을 털어놨다. LG는 개막 첫 3경기에서 2승 1패를 거뒀다. 결과는 이긴 경기가 더 많았지만 꽉 막힌 타선 때문에 매 경기 숨 막히는 혈투를 펼쳐야 했다.

개막전에선 단 2득점에 그쳤고, KT와 2경기에선 이틀 연속 3득점에 머물렀다. 홈런은 3경기 동안 구경도 못 했고 팀 타율은 0.186으로 10개 팀 중에 꼴찌였다. 이형종이 10타수 무안타, 채은성이 13타수 1안타, 로베르토 라모스가 9타수 1안타, 오지환이 8타수 1안타로 주전 타자들이 침묵을 지켰다.

설상가상으로 7일 경기에선 라모스가 1루에서 상대 주자 유한준과 충돌하는 아찔한 장면이 나왔다. 라모스는 손가락 부위 통증으로 8일 경기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대신 2년 차 이주형이 프로 데뷔 첫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다. 포수도 선발 이상영과 2군에서 자주 호흡을 맞춘 김재성이 마스크를 썼다. 안 그래도 침체한 타선에 의문부호가 덕지덕지 붙은 채로 경기가 시작됐다.

초반에는 앞선 3경기와 비슷한 흐름이었다. 고구마 슬러시를 마시는 것처럼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1회초 안타-볼넷으로 무사 1, 2루 찬스를 잡았지만 김현수가 뜬공으로 물러나고 4번 이형종이 병살타로 아웃당해 기회를 날렸다. 2회와 3회는 삼자범퇴. 4회에도 통산 16타수 10안타의 ‘배제성 킬러’ 오지환이 중견수 쪽 잘 맞은 타구를 날렸지만 배정대의 호수비에 걸려 아웃되는 불운이 따랐다.

답답한 흐름에 변화가 생긴 건 5회초. 선두타자 김민성이 볼넷으로 나간 뒤 이천웅의 3루선상 땅볼이 베이스에 맞고 튀어 오르는 행운이 이어졌다. 이주형 타석에선 0-2 투수 카운트에서 슬라이더 실투가 몸에 맞는 볼이 됐다. LG는 안타 하나 없이 무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포수 김재성 타석. 여기서 LG 벤치는 대타로 같은 포수 유강남을 택했다. 초구 슬라이더를 골라낸 유강남은 2구째 높은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그대로 좌측 담장을 넘겼다. 올 시즌 4경기 만에 나온 LG의 첫 홈런이자 개인 통산 3호 만루포. 2018년 7월 18일 고척 넥센전(현 키움) 이후 개인 통산 2번째 대타 만루홈런이기도 하다. 유강남의 홈런으로 LG는 올 시즌 처음으로 한 경기 4점 이상 득점했다.

막혔던 혈이 뚫리자 이후로는 거칠 것이 없었다. 정주현이 2루타로 다시 득점권에 진출했고, 1사 후 천적 오지환이 적시타로 5점째를 뽑아냈다. 오지환은 통산 배제성 상대 18타수 11안타. 김현수의 볼넷 이후 이형종까지 좌익선상 2루타를 날려 시즌 13타수 만에 첫 안타를 신고했다.

8회 정주현의 적시타로 1점을 보탠 LG는 9회말 KT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7대 3으로 승리, 전날 역전패의 후유증에서 하루 만에 벗어났다. 승리투수는 3회 두 번째 투수로 올라와 4.1이닝을 1실점으로 잘 막은 김윤식이 가져갔다. LG는 시즌 3승 1패로 다시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경기후 류지현 감독은 “선발 이상영이 첫 등판이었는데 투구수가 다소 많았던 것이 좀 아쉬웠지만, 이어 던진 김윤식이 오늘의 휴식조였던 정우영과 김대유의 자리를 완벽히 메꿔주며 최고의 피칭을 보여주었다. 공격에서는 오늘을 기점으로 더욱 좋아지는 모습이 기대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만루포의 주인공 유강남은 “경기 전부터 계속 (대타) 준비하고 있었고, 재성이 타석에 찬스가 걸리면 5회 전이라도 대타로 나갈 수 있어서 혼자 몸을 풀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타석에서 공격적으로 임하자, 힘있게 돌리자고 생각했는데 번쩍 하면서 걸리더라. 정말 좋은 느낌이었다” “오늘 같은 경우 타선이 안 풀리는 상황이었는데 극적인 상황에 홈런이 나왔다. 임팩트 있는 홈런이다보니 한 베이스 한 베이스 짜릿함을 느끼면서 뛰었다”고 홈런 당시 느낌을 표현했다.

유강남은 “작년까지는 시즌 초반 체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쭉 뛰었다. 올해는 초반에 관리를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솔직한 심정으로는 나가서 게임하고 싶지만, 지금부터 관리해야 끝까지 잘 할 수 있다는 걸 안다. 배려해 주시는 거니까 저도 몸 상태를 잘 유지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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