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인구 1천500만 명,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가 5조 원 시대

-‘시시아빠’ 송영길 “반려견 만나면서 삶이 더 행복해졌다”

-“반려견과 산책하며 건강 좋아지고, 가족간 대화도 많아져. 무엇보다 식구가 더 생겼다”

-“반려동물 위상 높아졌지만 유기, 등록, 보험 등 산적한 문제 아직 많아”

-“반려견이 우릴 외롭게 놔두지 않듯 우리도 반려견을 외롭게 둬선 안된다”

[엠스플뉴스]

반려동물 인구 1천500만 명 시대다.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가 5조 원을 넘어섰다. 반려동물(Pet)을 가족(Family)처럼 생각하는 팸팻족이 주요 소비주체로 떠오른 지 오래다.

엠스플뉴스는 높아진 반려동물의 위상만큼이나 동물권(Animal rights)과 동물 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 역시 증대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연중 기획으로 ‘우리 집 막내 댕댕이’ 코너를 마련했다.

반려동물을 만나 인생의 변화를 맞이한 가족, 동물권과 동물 복지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 반려동물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인간과 동물의 평화로운 공존을 꿈꾸는 드리머 등을 두루 만날 예정인 ‘우리 집 막내 댕댕이’ 첫 편은 ‘시시 엄마’ 남영신 씨와 남 씨의 남편이자 대형견 비행기 탑승 제한 철폐에 앞장섰고, 현재 반려동물 보험 정착을 추진 중인 ‘시시 아빠’ 송영길 의원이다.

낮엔 차, 밤엔 지구당 사무실에서 잤던 ‘시시’…“밤에 그 어린 녀석이 혼자 잔다고 생각하니까 영 마음이 편치 않더라고요.”

'시시 엄마' 남영신 씨(사진 오른쪽부터)와 '시시 아빠'이자 남영신 씨의 남편인 송영길 의원(사진=엠스플뉴스)
'시시 엄마' 남영신 씨(사진 오른쪽부터)와 '시시 아빠'이자 남영신 씨의 남편인 송영길 의원(사진=엠스플뉴스)

송영길. 인천 계양을이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5선 의원이다. ‘5선’에 집중하는 이들은 그를 “중진 의원”으로 칭한다. 현 국회 외교통상위원장이라 그를 “위원장”으로 부르는 이도 많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인천 시장을 역임한 까닭에 그를 여전히 “시장님”으로 부르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송 의원이 가장 좋아하는 호칭은 무엇일까. 송 의원에게 직접 묻자 돌아온 답은 바로.

어떤 호칭을 가장 좋아하십니까.

송영길 (이하 송) : '시시 아빠'요.

시시 아빠?

: 원래 막내가 제일 귀여운 법 아니겠습니까(웃음). 사람들이 그래요. 둘이 닮았다고(웃음).

남영신(이하 남) : 둘? 시시랑 당신?

: 어.

남 : 아이고 속 터져.

왜 속이….

남 : 삼십 년 넘게 산 저와 닮았다는 것도 아니고, 3년 10개월 키운 강아지랑 닮았다고 저렇게 좋아하는 거 보세요. 제 속이 안 터지겠어요.

아, 네. 그나저나 반려견 이름이 ‘시시’입니다. 뜻이 있습니까.

: 한자로 ‘기쁠 희(喜)’에요. 희희(喜喜), 두 배의 기쁨을 주는 강아지란 뜻이죠. 중국의 차우차우와 우리나라 개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라, '희희'의 중국식 발음인 '시시'로 부르게 됐어요.

시시와 한 식구가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 강아지 키우는 게 제 오랜 꿈이었어요.

오랜 꿈?

: 오랜 꿈이긴 했는데 감히 아내에게 “강아지 키우자”는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러던 차에 3년 전인가 대청도에 갔는데 거기 사시는 분이 강아지 한 마리를 주시면서 “한번 키워보라”고 하시더군요.

그 강아지가.

: 네, 시시였어요.

2017년 7월 시시를 분양받았을 때 사진(사진=송영길 SNS)
2017년 7월 시시를 분양받았을 때 사진(사진=송영길 SNS)

부인이 흔쾌히 시시 키우는 걸 동의하신 모양입니다.

: 그건 아니고. (다시 눈치를 보며) 한창 망설이다 용기 내 “키워보자”고 했는데 역시나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안 된다는 얘길 듣고서 어떻게 했습니까.

: 시시를 집에 데려올 수 없으니까 낮엔 주로 차에 태우고 다녔어요. 밤에 일 끝나면 인천 계양산 밑에서 식당 하시는 지인분께 부탁드려 거기서 재웠죠. 아, 그런데 식당 앞에 내려놓고 돌아서면 시시가 그렇게 우는 거예요. 그게 눈에 밟히니까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 다시 용기 내서 아내에게 말했죠. “반려견 한번 키워보자”고.

그때도 반대하셨습니까.

남 : 30대 때부터 정치인 아내로 살아왔어요. 지역에서 봉사활동하랴, 여기저기 인사 다니랴, 남편 지역구 활동 도우랴. 특히나 이제 애들 다 키우고 내 시간 좀 가져보려는데 느닷없이 강아지 수발 들으라고 하면 누가 좋아하겠어요. 절대 안 된다고 했죠.

절대 안 된다고 했지만, 결국 시시를 한 식구로 받아들였습니다.

남 : 하루는 지구당 사무실에서 일하시는 분이 저한테 그러시는 거예요. “얼마 전부터 밤마다 지구당 사무실에서 개 한 마리가 자고 있다”고요.

지구당 사무실에서 개 한 마리가 자고 있다?

남 : 남편이 제가 반대하니까 시시를 집에 데려올 순 없고, 낮엔 자기 차에 태워 함께 다니다 밤이면 지인 식당이나 지구당 사무실에서 시시를 재웠던 모양이에요. 밤에 그 어린 녀석이 혼자 잔다고 생각하니까 영 마음이 편치 않더라고요. 저뿐만 아니라 자식 키우는 엄마면 다 같은 마음 아니겠어요. 어떻게 하겠어요. 남편한테 “그 아이 데려오라”고 했죠.

시시와는 언제부터 가까워지게 됐습니까.

남 : 자식 부모 사이에 ‘언제부터’라는 게 어딨겠어요. 시시가 처음 집에 왔을 때 ‘이 녀석 잘 키워야지’하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서로 한식구가 된 거 같아요(웃음).

퇴근하고 집에 오면 5분도 안돼 코 골고 자기 바빴던 남편. 반려동물 만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송영길 의원이 거실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그런 남편의 옷에 묻은 시시 털을 스카치 테이프로 떼고 있는 남영신 씨. 시시가 한가롭게 누워 이 장면을 보고 있다. 이 가정의 평범한 일상이다(사진=엠스플뉴스)
송영길 의원이 거실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그런 남편의 옷에 묻은 시시 털을 스카치 테이프로 떼고 있는 남영신 씨. 시시가 한가롭게 누워 이 장면을 보고 있다. 이 가정의 평범한 일상이다(사진=엠스플뉴스)

시시가 대형견이라, 우려하는 이웃도 있었겠습니다.

남 : 3개월 키웠을까. 그때부터 자고 나면 하루가 다르게 커 있는 거예요. 이웃에 아기 있는 집이 많아 엄마들이 걱정하실까 봐 시시를 개 훈련소에 3개월 정도 보냈어요. 그때 남편이 굉장히 힘들어했던 기억이 나요.

왜요?

남 : 시시가 늘 곁에 있다 없으니까 그게 그렇게 견디기 힘든 모양이더라고요. 그때 처음 깨달았어요.

어떤?

남 : 늦바람이 이래서 무섭구나. 우리 남편은 늦바람이 사람한테 안 나고 강아지랑 나서 천만다행이라고(웃음).

시시 목욕도 남편이 전담하겠습니다.

남 : 딸, 아들이 태어났을 때 남편이 그랬어요.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그래 놓고서 바쁘다는 핑계로 애들 목욕을 제대로 시켜준 적이 없어요. 아, 그런데 시시 목욕은 자기 손으로 다 한다니까요.

: 아무래도 애들 낳았을 땐 국회의원 막 되고 한창 바빴을 때니까, 아이들한테 신경을 많이 못 써줬던 게 사실이에요. 그때 우리 아이들한테 못 해줬던 걸 시시한테 해주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웃음).

시시 덕분에 에어컨을 설치했다고 들었습니다.

: 시시가 우리 집에 오고 두번째 해 여름이었을 거예요. 선풍기 바람을 쐬는 저와 시시 사진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렸어요. 그랬더니 ‘이렇게 더운 날에 무슨 선풍기냐. 당신은 괜찮아도 강아지는 너무 덥지 않겠느냐’는 항의 댓글이 막 달리는 거예요. 더우면 더운 데로 버티자는 생각으로 에어컨 없이 살아왔는데 그 댓글을 보니까 시시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래 결혼하고 난생처음 에어컨을 샀어요(웃음).

시시와 함께 선풍기 바람을 쐬는 사진을 올렸던 송영길 의원. 얼마 지나지 않아 평생 처음으로 에어컨을 샀다(사진=송영길 SNS)
시시와 함께 선풍기 바람을 쐬는 사진을 올렸던 송영길 의원. 얼마 지나지 않아 평생 처음으로 에어컨을 샀다(사진=송영길 SNS)

시시가 누워있는 소파, 꽤 오래돼 보입니다.

남 : 우리 애들이 어렸을 때부터 썼던 소파에요. 시시가 처음 집에 왔을 때 이 소파에서 재웠어요. 남편이나 저나 처음부터 따로 개집을 만들지 않기로 해서 소파에 재웠던 건데, 지금은 시시 채취가 너무 진하게 묻어 있는 소파라 새 소파로 바꾸기가 쉽지 않네요.

시시 체구를 보니 활동량이 상당할 듯합니다.

: 하루도 안 빠지고 산책하러 나가요. 산책은 제 담당이에요. 출근 전 새벽 먼동이 틀 때 한번 나가고, 자정 무렵에 한번 더 나갑니다. 시시 덕분에 저도 운동이 돼요. 시시와 산책하면 하루 2만보는 걷는 거 같아요.

남 : 남편이 시시와 산책하면서 건강도 좋아졌지만, 표정부터 달라졌어요. 남편이 실제론 그렇지 않은데 TV에서 보면 인상이 좀 무뚝뚝 보였거든요. 그런데 시시와 산책하기 시작하면서 제가 봐도 표정이 밝아졌어요. 주변 분들도 “송 의원 표정이 몰라보게 밝아졌다”는 얘길 자주 하시고.

: 시시와 살면서 가족끼리 대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게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 싶어요. 시시 얘길 중심으로 이런저런 얘길 나누게 되거든요. 반려견 키우는 분들 대부분이 제 생각에 동의하실 겁니다.

남 : 예전엔 남편이 집에 오면 문 열고 들어온 지 5분도 안 돼 코 골고 자기 바빴어요. 그런데 시시 오고선 밤에 산책해야 하니까 1시간씩은 꼭 걸어요. 또 부부끼리 시시 얘기하면서 웃으면서 대화도 하게 되고.

체구는 사자 같은데 성격은 순한 소 같습니다.

남 : 맞아요. 몸집만 보면 집도 잘 지킬 거 같은데 완전 애기에요, 애기. 혼자 집에 있질 못해요. 1층으로 쓰레기 버리러 다녀오는 그 짧은 시간에도 혼자 두면 불안해해요. 작은 강아지가 오면 뒤로 도망가고(웃음).

: 사실 시시가 아내보단 저를 더 반겨요. 아내가 쓰레기 버리고 돌아올 때와 제가 퇴근하고 들어올 때를 비교해 보면 분명한 차이가 납니다. 확실히 절 더 반겨요. (남영신 씨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여보, 진짜라니까.

남 : 인정해요. 시시 종일 밥 먹이는 것도 나고, 뒤치다꺼리하는 것도 나고, 남편 바쁠 때 산책시키는 것도 난데 남편이 집에 오면 시시가 정말 남편만 바라봐요. 남편이 서재처럼 쓰는 방이 우리 집에서 제일 더운데 남편이 거기서 일하고 있으면 시시가 남편 옆에 붙어서 온종일 누워 있어요. 남편이 출근하러 문 열고 나가면 현관 앞에서 몇 시간이고 누워 있고. 자식은 크면 엄마 먼저 찾는데 강아지는 크면 아빠 먼저 찾는 거 같아요(웃음).

대형견 비행기 탑승 무게 제한 철폐에 앞장섰던 ‘시시 아빠’…“반려동물 유기 문제, 관리 등록, 보험 등 산적한 문제 해결 위해 또 앞장설 것”

2018년 8월 반려견 가족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는 송영길 의원(사진=송영길 의원 SNS)
2018년 8월 반려견 가족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는 송영길 의원(사진=송영길 의원 SNS)

시시 같은 대형견은 수명이 어느 정도 됩니까.

: 15년 정도 될 거예요.

남 : 보통 대형견은 12, 13년 산다고 하고 소형견은 17년 내외를 보더라고요. 운동 잘하고, 잘 먹으면 대형견도 15년 정도는 살 수 있다고 해요. 잘 키워야죠.

10년 이상 함께 사는 소중한 가족이자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구임에도 여전히 열악한 환경 속에서 방치된 반려견이 꽤 많습니다.

: 공산품처럼 공장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식의 개 사육은 이제 사라져야 합니다. 무허가로 식용용 개 사육하는 것도 막아야 하고요. 동물 학대와 관련한 법은 통과가 됐는데 반려동물 유기 문제나 관리 등록, 보험 등은 아직 정체된 상태에요. 반려동물 화장을 비롯한 장례 문제도 극복하고, 개선할 게 많습니다.

반려동물 보험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 오랫동안 반려견과 함께 살아온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보통 개들이 강아지 때 아프고 8, 9살 넘어가면서 아프기 시작한다고 해요. 시시도 중성화 수술을 하는데 130만 원인가 들었어요.

130만 원이요?

: 지금 같은 의료복지 시스템에서 130만 원이면 사람 수술로 쳐도 적지 않은 돈이 에요. 반려동물 보험 논의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선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대안이 있습니까.

: 반려견 샵 등과 협약을 맺어 포인트 머니를 만들어 특별히 별도의 보험료를 내지 않고도 자동으로 보험 혜택을 받을 방안을 연구 중이에요. 수의사분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의견을 청취하고 있습니다.

송영길 의원이 책상에서 일어나기만을 기다리는 시시
송영길 의원이 책상에서 일어나기만을 기다리는 시시

2017년 반려견의 항공기 탑승과 관련해 법안을 낸 적이 있지 않습니까.

: 법안은 아니고, 원래 32kg 이상 되는 대형견은 아시아나, 대한항공에 탈 수 없었어요. 그 때문에 휴가 때 반려견을 데리고 가고 싶어도 못 데려가 안타까워하는 분이 많았어요. 그때 제가 애견인들의 말씀을 청취해 유럽, 미주 항공사들처럼 반려견에 대한 무게 제한을 적용하지 않도록 아시아나, 대한항공을 설득했습니다. 덕분에 무게 제한이 해제됐죠.

인천에 ‘강아지 전용 공원’이 들어서는 데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압니다.

: 지역 주민들께서 요청을 많이 하셨어요. 그 말씀을 듣고서 강아지 전용 공원이 생기는 데 작은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은 예전과 달리 강아지 데리고 쇼핑도 하고, 음식점에도 들어갈 수 있어요. 인간과 반려견이 함께 뛰고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반려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반려견 사고와 관련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남 : 대형견 키우시는 분들 가운데 사람 없는 넓은 들판 보면 ‘아이를 풀어줄까’하고 고민하는 분이 꽤 있을 거예요. 솔직히 저도 그럴 때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절대 그렇게 해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유혹을 참고 또 참아요. 왜냐? 자칫 풀어놨다가 사람을 물 수도 있으니까요.

네.

남 : 만약 사람을 문다면 그 개는 안락사 당할 수 있어요. 그렇게 안락사되면 누구 책임일까요? 본능을 이기지 못한 개 책임일까요? 개가 사람을 물도록 방치한 견주 잘못일까요? 견주가 잘못하면 엄한 사람이 물리고, 개도 안락사당할 수 있어요. 반려견을 보는 좋지 않은 시각과 우려가 있다면 그 시각과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 그만큼 견주 스스로 노력하고 절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시는 제겐 가족이자 부활절과 같은 존재”…“반려견이 우릴 외롭게 놔두지 않듯 우리도 반려견을 외롭게 놔둬선 안된다”

송영길 의원 SNS(사진=송영길 의원 SNS)
송영길 의원 SNS(사진=송영길 의원 SNS)

시시 덕분에 가족끼리의 대화가 많아졌다고 했습니다. 스트레스 많은 의정활동에도 시시가 큰 힘과 위로가 될 듯한데요.

: 전적으로 맞는 말이에요. 미국에서 나온 논문을 읽은 적이 있어요. 그 논문 보니까 ‘강아지를 키우는 가정이 키우지 않는 가정보다 당뇨, 고혈압에 걸릴 확률이 30% 이상 낮다’고 나와 있더라고요. 시시가 저를 열정 넘치는 초선의원으로 되돌려놨어요.

남 : 시시는 집에선 절대 대소변을 보지 않아요. 무조건 나가서 보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우산 쓰고 밖으로 나가야만 해요. 비라도 잔뜩 맞은 날엔 거실이 아주 난리가 나요. 청소할 게 너무 많아 힘이 쭉 빠지죠. 하지만 그러다가도 ‘우리 시시가 없으면 우리 식구 웃을 일이 줄어들겠지’하는 생각이 들면 ‘그깟 거실 청소가 대수냐’ 한다니까요(웃음).

대형견 하면 잔디 정원이나 넓은 거실에서 키우는 걸 상상하게 마련인데요. 두분은 줄곧 24평 평수 전세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것으로 압니다.

: 저는 좀 넓은 아파트에서도 살고 싶었는데 (남영신 씨와 눈이 마주친 뒤 작은 목소리로) 아내가….

남 :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어요. 딸, 아들 어릴 땐 30평대 아파트 사서 네 식구가 살아보기도 했어요. 그러다 남편이 더 바빠지고 아이들 크면서 큰 집이 필요 없게 됐어요. 아파트 전세 나온 것도 24평이 많았고. 시간 더 흐르고 아들 군대 가고, 딸 직장 다니면서 지금은 24평 아파트도 크게 느껴져요.

내 집을 장만했던 적이 있으시군요.

남 : 남편이 택시 노동운동하다가 변호사 됐을 때 ‘밥 굶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30평대 아파트 사서 3년 정도 살았어요. 그러다 남편이 국회의원 되고서 아파트를 팔았죠. 지인들이 지금도 그래요. “그때 그 집 왜 팔았냐”고.

왜 파셨습니까.

남 : 남편이나 저나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대학을 다녔어요. 그때 학생운동 하면서 소명, 사명감 같은 걸 배웠죠. 남편이 국회의원 됐을 때 남편이랑 저랑 ‘국민 세금으로 먹고살게 됐으니 국회의원 하는 동안엔 돈 벌어 부자 될 생각은 접자’고 약속했어요. 네, 학생운동 할 때의 소명, 사명감 같은 걸 떠올린 거죠. 3년 살던 아파트 팔고서 20평대 아파트에서 줄곧 전세로 살았지만, 전혀 부족함이 없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계속 전세 아파트에 사실 생각입니까.

남 : 지금은 솔직히 20평대 아파트 하나 분양받아 살고 싶어요. 저도 이제 나이가 60이라, 이사하지 않고 좀 편하게 살고 싶어요(웃음).

지금 사는 아파트가 좀 외진 곳에 있습니다.

남 : 지난 국회의원 선거 때 어느 후보께서 지금 우리 가족이 사는 이곳을 가리켜서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쓰레기 소각장이 들어올 자리’라고. 그럴 계획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아는데 그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면서 이 지역에 50개 이상의 현수막이 걸릴 정도로 큰 혼란이 벌어졌어요. 사실 국회의원 후보자는 자기 지역구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사는 아파트 단지에 사는 게 일반적이거든요. 우리 가족도 선거만 생각했다면 이 아파트로 이사 올 이유가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여기 사시는 주민들께서 원체 우려와 오해를 많이 하시니까 남편이 이 아파트로 아예 들어와 주민과 함께 살자고 했어요.

: ‘선거 끝나면 송영길이 떠날 거’라고 예상한 분이 많으셨어요. 하지만, 우리 가족은 이 아파트 떠나면 어디 갈 데도 없어요(웃음). 이렇게 좋은 이웃들 만나기도 쉽지 않고요.

남영신 씨는 이화여대를 졸업한 뒤 남편 송영길과 함께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송영길이 인천에서 노동자로 일할 땐 만화방을 운영했다. 공장 노동자로, 만화방 누나로 살았던 남 씨는 남편이 정치인이 되자 평생 봉사활동에 전념했다. 세월호 참사 뒤엔 묵묵히 혼자서 리본 40만 개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남 씨는 지금도 세월호 리본을 접고 있다
남영신 씨는 이화여대를 졸업한 뒤 남편 송영길과 함께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송영길이 인천에서 노동자로 일할 땐 만화방을 운영했다. 공장 노동자로, 만화방 누나로 살았던 남 씨는 남편이 정치인이 되자 평생 봉사활동에 전념했다. 세월호 참사 뒤엔 묵묵히 혼자서 리본 40만 개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남 씨는 지금도 세월호 리본을 접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겠습니다. 시시가 두분께 어떤 존재입니까.

: 시시는 제겐 가족이자 부활절과 같은 존재에요. 시시와 만나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고, 좀 더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됐어요. 가족 간 대화도 많아지고, 사랑도 깊어졌죠. 많은 분이 저처럼 반려동물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사셨으면 좋겠어요.

남 : 저도 남편과 같은 생각이에요. 독립한 우리 딸한테 그런 얘길 한 적이 있어요. “너 혼자 반려견 키우려면 더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한다”고요.

네.

남 : 개는 인간에 비해 수명이 7분의 1 수준이에요. 인간에게 1시간이 개에겐 7시간에 해당해요. 견주가 아침에 직장 가서 저녁 늦게 들어오면 강아지는 온종일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해요. 얼마나 고통스럽겠어요. 그렇게 10년을 살다 보면 개는 외롭게 늙게 돼요. 반려견이 우릴 외롭게 놔두지 않듯 우리도 반려견을 외롭게 놔둬선 안된다고 봐요. 왜냐? 우린 한식구니까요. 반려견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내줬으면 좋겠어요.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