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스트라이커 주민규, 2021시즌 7골로 득점 1위 일류첸코 추격 중

-“2021시즌 K리그1에서 다시 한 번 자기 가치 증명하겠다는 의지 남달랐다”

-연습생으로 프로 생활 시작···“내 축구 인생은 순탄함과 거리 멀다”

-“K리그에서 두 번이나 7경기 연속골 기록···몰아치는 능력도 있다”

제주 유나이티드 스트라이커 주민규(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주 유나이티드 스트라이커 주민규(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엠스플뉴스]

주민규(31)가 탁월한 골 감각을 과시하고 있다. 2021시즌 K리그1 12경기에서 뛰며 골을 기록했다. 전북 현대 스트라이커 일류첸코(14경기 출전 9골)에 이은 K리그1 득점 2위다.

K리그1에서 내국인 선수가 득점왕을 차지한 건 2016시즌이 마지막이다. 당시 광주 FC 전방을 책임진 스트라이커 정조국(제주 유나이티드 코치)이 득점왕에 올랐다. 정조국은 2016시즌 K리그1 31경기에서 뛰며 20골을 기록했다. 정조국이 득점왕에 오른 이후엔 조나탄(브라질·2017시즌), 말컹(브라질·2018시즌), 아담 타가트(호주·2019시즌), 주니오(브라질·2020시즌)가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다.

주민규는 외국인 선수가 4년간 빼앗기지 않은 득점상에 도전장을 던졌다. 제주 남기일 감독은 “상대 페널티박스 안쪽에서 공을 잡으면 득점을 기대하게 하는 선수다. 주민규는 2021시즌을 준비하는 자세가 남달랐다. 2021시즌 K리그1에서 자기 가치를 인정받겠다는 의지가 대단했다. 주민규는 K리그1 득점왕에 오를 능력이 충분하다”고 했다.

주민규의 축구 인생은 순탄함과 거리가 멀다

주민규는 2021시즌 K리그1 득점왕 후보다(사진=엠스플뉴스)
주민규는 2021시즌 K리그1 득점왕 후보다(사진=엠스플뉴스)

주민규는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낸 재능이 아니었다. A대표팀은 물론 연령별 대표에도 뽑힌 적이 없다. 프로 3년 차 시즌인 2015년까지 주민규는 무명이었다.

프로 데뷔도 쉽지 않았다. 주민규는 2013년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K리그 신인선수 드래프트(2016년 폐지)에 참여했지만 지명을 받지 못했다. 주민규는 당시를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평생 프로축구 선수를 꿈꾸며 달려왔습니다. 2013년 K리그 신인선수 드래프트가 끝나고 펑펑 울었어요. 솔직히 지명을 받지 못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눈앞이 깜깜했어요. 무엇보다 아들을 프로축구 선수로 키우기 위해 희생한 부모님께 너무 죄송했습니다.”

주민규는 포기하지 않았다. 고양 Hi FC(2017년 해체)의 번외 지명을 받고 축구화 끈을 꽉 조였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각오로 하루하루 죽을힘을 다했다. 주민규는 조금씩 자릴 잡아갔다. 고양 유니폼을 입고 2시즌 간 56경기에 출전해 7골 2도움을 기록했다.

2015년 주민규의 인생이 바뀌었다. 주민규는 서울 이랜드 FC 마틴 레니 전 감독의 부름을 받고 유니폼을 바꿔입었다. 포지션도 바꿨다. 주민규는 학창 시절부터 프로 2년 차 시즌까지 미드필더였다. 레니 전 감독은 주민규의 공격 능력을 눈여겨봤다. 주민규에게 “공격적인 재능이 특출나다. 스트라이커로 뛰면 지금보다 훨씬 큰 선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주민규가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2015시즌 K리그2 40경기에서 뛰며 23골 7도움을 기록했다. 이듬해에도 14골 3도움(29경기)을 올리며 스트라이커 변신이 성공적이었다는 걸 증명했다.

축구계가 의문을 제기했다. 주민규가 K리그1에선 통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였다. 주민규는 골로 답했다. 2017시즌 상주 상무(김천상무의 전신) 유니폼을 입고 K리그1 32경기에 출전해 17골 6도움을 올렸다. 그해 주민규는 K리그1 득점 4위에 올랐다. 한국 최고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걸 명확히 보여줬다.

주민규는 “학창 시절부터 수비보단 공격 성향이 강했던 게 사실”이라며 “레니 감독님이 굳건한 신뢰를 보내준 덕분에 포지션 변경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 축구 인생은 순탄함과 거리가 멀다. 남들보다 더 땀 흘리는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나를 믿어준 분들에게 보답하려고 매 순간 죽을힘을 다했다”고 했다.

2016년 정조국 이후 첫 내국인 득점왕? 주민규는 앞만 보고 달린다

제주 유나이티드 스트라이커 주민규(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주 유나이티드 스트라이커 주민규(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주민규는 전역 후인 2019시즌 새 도전에 나섰다. 서울 이랜드 FC를 떠나 K리그1 정상에 도전할 전력인 울산 현대 이적을 선택했다. 그러나 울산 생활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2020시즌 K리그1과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득점왕 주니오가 버티고 있었다. 주니오는 주민규와 한솥밥을 먹은 2019시즌에도 K리그1에서만 19골 5도움을 기록했다.

주민규는 주어진 시간이 온 힘을 다했다. 조커로 그라운드를 밟아 5골 5도움(28경기)을 올렸다. 주민규는 “프로에서 조커로 한 시즌을 소화한 건 처음이었다”“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는 순간부터 100%를 쏟아부어야 했습니다. 특히나 나는 스트라이커예요.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든 결과물을 만들어야 했죠.” 주민규의 얘기다.

주민규는 2019시즌을 마친 뒤 결단을 내렸다. 주전 선수로 뛰면서 팀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제주 유나이티드 이적이었다. 제주는 2019시즌 K리그1 최하위(12위)를 기록하며 처음 K리그2로 강등된 상태였다. 그러나 주민규는 제주의 비전을 믿고 제주도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주민규의 선택은 옳았다. 제주는 2020시즌 K리그2 정상에 올랐다. K리그1 승격이었다. 주민규는 그해 공격 포인트 10개(8골 2도움)를 작성했다. 2020시즌 내내 왼쪽 엄지발가락에 난 사마귀(바이러스성 표피 종양)로 고생하면서 일군 성과였다.

“2020년 동계훈련 기간이었습니다. 처음엔 티눈인 줄 알았어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나을 것으로 생각했죠. 아니었습니다. 한 번에 치료가 안 되는 악성이었어요. 한 번 치료를 받으면 2주간 운동을 못했습니다. 완쾌하려면 두 달을 쉬어야 했어요. 고민 끝 치료와 운동을 병행했습니다. 나를 믿어준 구단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었어요.” 주민규의 말이다.

주민규는 다시 이를 악물었다. 2020시즌 최고의 기량을 보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주민규를 더 땀 흘리게 했다. 2021시즌에도 주민규는 골로 말하고 있다. 4월 4일 수원FC전부터 같은 달 17일 인천 유나이티드전까진 4경기 연속골에 성공했다. 이 흐름을 막은 건 부상이었다. 주민규는 24일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그러나 회복이 빨랐다. 5월 8일 수원FC전에서 복귀했다. 12일 수원 삼성전에선 멀티골을 터뜨리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제주는 5월 16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1 16라운드 대구 FC전을 치른다. 제주는 올 시즌 K리그1 15경기에서 4승 8무 3패(승점 20점)를 기록했다. K리그1 12개 구단 가운데 6위다. 8일 수원FC전(1-3)과 수원 삼성전에서 올 시즌 첫 2연패를 기록했다. 반등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주는 주민규의 몰아치기 능력에 주목한다. 주민규는 2015시즌 이랜드에서 K리그2 7경기 연속골(9골)에 성공한 바 있다. 끝이 아니다. 2017시즌 상주에서도 7경기 연속골(10골)을 기록했다. 2020시즌엔 제주에서 3경기 연속골과 4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남기일 감독은 그런 주민규를 향해 굳건한 신뢰를 보였다.

“주민규가 대구전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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