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신사적 플레이의 끝판왕' 충북제천FS, "조폭들이 풋살하는 줄 알았다"

-경기 뒤지자 상대팀 선수에게 침 뱉고, 팔로 얼굴 가격한 제천FS

-앉아 있는 선수의 손을 고의로 밟고, 이에 항의하자 때리려는 시늉까지

-“제천FS가 자체 영구제명한 선수, 과거에도 심판 위협에 제명됐던 선수다"

5월 15일 F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고양불스풋살클럽(푸른색 유니폼)과 충북제천FS(노란색 유니폼)의 경기는 풋살계에 큰 상처를 남겼다. 제천FS 몇몇 선수가 비신사적인 행위를 일삼은 까닭이다(사진=한국풋살연맹)
5월 15일 F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고양불스풋살클럽(푸른색 유니폼)과 충북제천FS(노란색 유니폼)의 경기는 풋살계에 큰 상처를 남겼다. 제천FS 몇몇 선수가 비신사적인 행위를 일삼은 까닭이다(사진=한국풋살연맹)

[엠스플뉴스]

“처음엔 ‘군대 풋살’ 보는 줄 알았어요. 다른 부대와 풋살하다보면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 거친 플레이가 나오곤 하잖아요. 그런데 계속 보다보니까 이건 군대 풋살 정도가 아니더라고요. 네, ‘조폭 풋살’이었어요. 침 뱉고, 손 밟고, 욕하고, 팔로 때리고, 폭행하는 시늉하고, 물병 던지고…무슨 조폭들이 풋살 선수로 위장해 나온 줄 알았다니까요.”

5월 15일 경기도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풋살장에서 열린 2020-2021시즌 F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를 현장에서 직접 봤던 A 씨의 증언이다.

A 씨는 “대부분 풋살 선수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열정 하나로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며 “‘조폭 풋살’ 때문에 이런 선수들의 순수한 열정까지 훼손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대체 15일 파주 NFC 풋살장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비신사적 플레이의 모든 것을 보여준 제천FS, 조폭이 풋살 선수로 위장한 줄 알았다”

FK리그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열정 하나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사진=고양불스풋살클럽)
FK리그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열정 하나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사진=고양불스풋살클럽)

한국 풋살리그인 FK리그엔 총 14개 팀이 참여한다. 프로축구처럼 승강제가 시행된다. 1부리그 격인 슈퍼리그에서 6위에 오른 고양불스풋살클럽과 2부리그 격인 드림리그에서 1위를 차지한 충북제천FS가 15일 파주 NFC에서 만난 것도 잔류와 승격을 위한 한판 승부(플레이오프) 때문이었다.

경기 종료 2분 39초 전까지 두 팀은 3-3으로 팽팽하게 맞섰다. 그러다 고양이 1골을 추가하며 4-3으로 리드했다. 고양은 제천FS가 흔들린 틈을 타 8초 뒤 추가골을 넣으며 5-3으로 달아났다.

이 시점부터 경기가 거칠어졌다. 제천FS의 한 선수가 고양 벤치 앞에서 침을 뱉은 게 시작이었다. 고양 선수들은 심판에게 상대 선수가 침을 뱉었다면서 이를 닦아달라고 요청했다. 이때 심판이 아닌 자신에게 욕을 했다고 판단한 제천FS 선수가 고양 선수들과 신경전을 벌였다.

경기 종료 2분 11초 전. 제천FS 최병태는 고양 임승주의 허벅지와 허리 사이를 강하게 가격했다(영상=한국풋살연맹)
경기 종료 2분 11초 전. 제천FS 최병태는 고양 임승주의 허벅지와 허리 사이를 강하게 가격했다(영상=한국풋살연맹)

경기 종료 2분 11초 전. 고양 임승주가 뒤쪽에 있는 동료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이때 제천FS 최병태가 달려들어 임승주의 허벅지와 허리 사이를 강하게 가격했다. 임승주는 곧바로 튕겨 나갔다. 고양 선수들은 최병태의 비신사적 플레이에 강하게 항의했다.

곧이어 양 팀 선수가 뒤엉켰다. 그리고 제천FS 선수가 고양 선수를 주먹으로 때리는 듯한 장면이 중계화면에 잡혔다. 중계화면상 피해자로 지목된 고양 주장 유승무는 “상대 선수가 달려오던 중에 얼굴을 맞았다. 정확히 말하면 주먹이 아닌 팔로 맞았다고 말했다.

제천FS의 한 선수가 앉아있는 고양 선수의 손을 밟고 지나가고 있다(사진=한국풋살연맹)
제천FS의 한 선수가 앉아있는 고양 선수의 손을 밟고 지나가고 있다(사진=한국풋살연맹)

설상가상으로 제천FS 선수가 앉아있던 고양 선수의 밟고 지나는 장면까지 잡혔다. 고의로 보일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었다. 양 팀 선수들의 감정이 격앙되면서 거친 욕설이 오갔다.

고양의 한 선수는 “동료 손을 밟고 지나간 제천FS선수에게 항의했더니 그 선수가 때리는 시늉을 하면서 내 얼굴에 침을 뱉었다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중계화면에 잡힌 게 전부가 아니다. 제천FS 선수단의 짐이 우리 벤치 뒤쪽에 있었다. 퇴장당한 제천FS 선수들이 우리 벤치 쪽으로 물병을 던지고 물을 뿌렸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위였다. 경기 후 난투극으로 번질 가능성이 컸다. 걱정한 우리 코칭스태프가 '제천FS 선수들이 풋살장을 떠난 후에 나가자'고 했다. 그래서 우린 경기 종료 20분 후에야 짐을 정리할 수 있었다.”

충북제천FS “잘못 100% 인정”···연맹 “5월 21일 공정위원회에서 징계 결정”

충북제천FS 선수단 짐은 고양불스풋살클럽 선수단 벤치 뒤에 있었다(사진=한국풋살연맹)
충북제천FS 선수단 짐은 고양불스풋살클럽 선수단 벤치 뒤에 있었다(사진=한국풋살연맹)

충북제천FS는 곧바로 고갤 숙였다. 5월 16일 문제를 일으킨 세 선수의 자필 사과문을 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렸다. 고양불스풋살클럽엔 공식 사과문을 보냈다.

17일엔 고양 단장에게 연락을 취해 피해 선수들의 연락처를 받아갔다. 제천FS 선수들은 피해 선수들에게 연락을 취해 사과했다.

“선수들이 역전골을 허용한 뒤 평정심을 잃었다. 핑계 대지 않겠다. 우리 잘못이다. 임승주에게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반칙을 범했다. 영상을 보면 주먹질로 보일 수 있는 잘못도 했다. 상대 선수의 손도 밟았다. 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사과한다. 진심으로 죄송하다.” 제천FS 관계자의 말이다.

제천FS는 사과를 마무리한 뒤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제천FS는 문제를 일으킨 선수들에게 '영구제명'이란 최고 수위의 징계를 내렸다.

제천FS 관계자는 “연령대가 높은 선수들이다. 문제를 일으킨 선수들은 올 시즌 팀을 승격시킨 뒤 은퇴를 고민하고 있었다. 솔선수범해야 했다. 다시 일어나선 안 될 잘못을 저질렀다. 팀과 선수 모두 영구제명이 올바른 결정이라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제천FS의 징계는 자체 징계일 뿐이다. 한국풋살연맹의 공식 징계와는 수준이 다르다. 연맹은 5월 21일 공정위원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제천FS 선수들의 징계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열정 하나로 버티는 선수들에게 큰 상처”···제천FS가 자체 영구제명한 선수, 2013년 심판 위협으로 영구제명됐던 선수였다

FK리그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본업이 있다. 선수들은 일을 마친 뒤 훈련하고 경기에 나선다. 열정이 없으면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게 풋살계의 공통된 주장이다(사진=고양불스풋살클럽)
FK리그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본업이 있다. 선수들은 일을 마친 뒤 훈련하고 경기에 나선다. 열정이 없으면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게 풋살계의 공통된 주장이다(사진=고양불스풋살클럽)

F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프로다. 그러나 여느 프로선수와는 차이가 있다. 풋살 선수들은 모두 본업이 있다. 자비로 운동하는 선수가 수두룩하다.

“몇몇 팀은 승리 수당이 있다. 하지만, 일부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선수가 풋살이 좋아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 선수들은 '프로'란 자부심과 연고지를 알리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이번 일로 그런 선수들까지 매도 당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되지 않았으면 한다. 한국풋살연맹의 결정이 중요하다. 이런 식의 행동이 재발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징계해야 한다.” 풋살 관계자의 얘기다.

21일 연맹 공정위원회를 주목하는 이유는 또 있다. 취재 결과 이번 일로 충북제천FS에서 자체 영구제명된 선수 가운데 한 명이 2013년 심판을 위협해 영구제명됐던 적이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풋살인은 이 전력을 근거로 해당 선수가 다시 풋살계로 돌아오리라 전망한다.

연맹 관계자는 해당 선수의 과거 영구제명 기록을 확인하면서 2016년 3월 12일 한국풋살연맹과 전국풋살연합회가 통합하면서 이 과정에서 사면됐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연맹이 21일 공정위원회에서 영구제명을 결정하면 해당 선수는 대한축구협회(KFA) 산하에서 활동할 수 없다. FK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 가운데 많은 이가 유소년 축구 지도자로 활동 중이다. 영구제명이 결정되면 축구 지도자로 뛸 수 없게 된다.

FK리그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시즌마다 개막 전 불법 스포츠 도박 예방과 인성교육을 받는다. 선수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교육이 더 강화되길 바라고 있다. 취재 중 인터뷰한 한 선수는 "승리보다 페어플레이가 왜 중요한지, 제천FS 선수들의 어리석은 행동을 통해 확실히 깨달았다"며 "풋살과 함께 충북 제천의 이미지까지 철저하게 훼손한 제천FS가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이전과는 전혀 다른 팀으로 변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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