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FC 1995의 힘겨운 2021시즌, ‘K리그2 최하위·최소득점·최다실점’ 탈출 도전 중

-“경기 후 너 나 할 것 없이 고갤 숙여···몇몇 선수는 눈시울 붉히기도 한다”

-“팀에 필요한 건 자신감···24일 대전전 마친 후엔 고개 들고 경기장 나오고 싶다”

-이영민 감독이 강조하는 것 “결과와 관계없이 훈련장에서 준비한 걸 내보이는 데 집중”

부천 FC 유일 외국인 공격수 크리슬란(사진 맨 오른쪽)(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부천 FC 유일 외국인 공격수 크리슬란(사진 맨 오른쪽)(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부천]

“오늘은 꼭 이겼으면 좋겠습니다. 특별한 날이거든요.” 5월 17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만난 부천 FC 1995 관계자의 말이다.

부천 관계자를 만난 건 서울 이랜드 FC와의 경기를 3시간 앞두고서다. 부천 프런트는 어느 때보다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하나같이 승리를 염원했다.

이유가 있었다. 17일 이랜드전은 부천의 K리그 300번째 경기였다. 부천은 2012년 12월 5일 K리그2 참가를 확정했다. 부천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아마추어 리그로 운영된 K3리그에 참여했다.

K리그 통산 299경기 96승 69무 134패. 부천은 2016시즌 정규리그 4위로 창단 첫 승격 플레이오프를 경험했다. 2019시즌에도 정규리그를 4위로 마친 뒤 준플레이오프에 도전했다.

그런 부천이 힘겨운 시즌을 치르고 있다. 이랜드와의 경기 전까지 K리그2 11경기에서 1승 3무 7패(승점 6점)를 기록했다. K리그2 10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였다.

기록도 저조했다. 11경기에서 3골을 넣고 16실점을 내줬다. K리그2 최소득점, 최다실점 팀에 이름을 올렸다. 부천이 5월 17일 이랜드전 승리를 바란 건 이 때문이다.

부천 유일 외국인 공격수 크리슬란 “대전하나시티즌전을 마친 후엔 고개 들고 경기장 나오고 싶다”

부천 FC 1995가 힘겨운 시즌을 치르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천 FC 1995가 힘겨운 시즌을 치르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천 FC 1995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부천은 5월 17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서울 이랜드 FC전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3월 20일 전남 드래곤즈전 이후 8경기 만에 득점을 터뜨렸지만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랜드전에서 득점포를 가동한 스트라이커 크리슬란은 “팀 성적은 저조하지만 선수들은 매 경기 온 힘을 다하고 있다”“특히나 슈팅 훈련을 비롯한 결정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슬란은 이어 다음과 같은 생각을 전했다.

“경기 후 너 나 할 것 없이 고갤 숙인다. 라커룸 분위기는 침울하다. 이럴 때일수록 긍정적인 생각이 필요하다. 이랜드와의 2021시즌 첫 대결에선 0-4로 크게 졌다. 두 번째 대결에선 골을 넣고 승점을 챙겼다. 경기를 어떻게 준비하고 풀어가느냐에 따라서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부천에 필요한 건 자신감이다. 모두가 간절한 마음으로 경기를 준비한다. 5월 24일 대전하나시티즌전을 마친 후엔 고개를 들고 경기장을 나오고 싶다.”

부천은 2021시즌 두 명의 외국인 선수를 활용하고 있다. 브라질 스트라이커 크리슬란, 일본 미드필더 와타루다.

크리슬란은 경험이 풍부하다. 2011년 브라질 프로축구 코메르시아우에서 프로에 데뷔해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 명문 SC 브라가, J리그 베갈타 센다이, 시미즈 에스펄스, 쇼난 벨마레 등을 거쳤다. 부천은 크리슬란이 골 결정력 고민을 덜어주길 원한다.

크리슬란은 “한국 수비수들은 강한 체력을 앞세워 압박을 멈추지 않는다”“아주 영리한 수비도 보인다”고 말했다.

“상대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공간을 찾으려고 쉴 새 없이 뛴다. 그런데 어딜 가든 상대 수비수가 있다. 한국 수비수들은 몸싸움을 피하지 않는다. 내가 강하게 부딪친다고 물러서는 법이 없다. 더 강하게 수비한다. 준비성도 아주 철저하다. 나를 포함한 부천 선수들의 단점을 확실히 분석해서 경기에 나선다. 골을 넣으려면 지금보다 더 철저히 준비하고 땀 흘려야 한다.” 크리슬란의 얘기다.

대전하나시티즌전 승리, 크리슬란만의 바람이 아니다

부천 FC 박창준(사진 오른쪽)(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부천 FC 박창준(사진 오른쪽)(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부천 FC 1995는 2021시즌 K리그2 2라운드 충남아산프로축구단 원정에서 1-0으로 이겼다. 이후 10경기에서 4무 6패다.

부천 이영민 감독은 “승리와 계속해서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선수들이 가장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몇몇 선수는 눈시울을 붉힐 정도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한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선수에게 먼저 다가간다. 축구 얘기가 아닌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좋은 분위기를 만들려고 한다. 강압적인 훈련을 지양한다. 우린 프로다. 자유롭고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한다. 점점 좋아지고 있다. 자신감을 갖고 그라운드에 들어서면 좋은 결과가 따를 것으로 믿는다.” 이 감독의 확신이다.

부천 베테랑 공격수 한지호(32), 주장 조수철(30)도 팀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도록 힘쓰고 있다. 딱딱하고 침울한 분위기에선 반등을 꾀하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

부천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던 크리슬란, 팀 최다득점자 박창준(7경기 3골) 등이 복귀를 알렸다. 와타루도 재활을 마치고 돌아왔다. 특히나 크리슬란은 K리그 데뷔 첫 골을 터뜨리면서 자신감을 찾았다.

크리슬란은 “감독님이 매 경기 강조하는 게 있다” “우리가 훈련장에서 준비한 걸 내보이는 데 집중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난 외국인 선수다. 최대한 많은 골을 넣고 싶다. 골을 넣기 위해 움직이고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 팀이 승리할 수 있다면 도움도 좋다. 팀 분위기가 바뀌면 더 많은 골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믿는다. 부천엔 다른 팀과 비교해 부족함이 없는 선수가 많다. 좌절하지 않고 나아간다면 반등할 수 있다.” 크리슬란의 믿음이다.

부천은 5월 2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대전하나시티즌과의 경기를 치른다. 부천은 2월 28일 대전과의 올 시즌 첫 대결에서 1-2로 졌다. 부천의 K리그 301번째 경기. 부천 선수들은 고개를 들고 대전월드컵경기장을 빠져나올 수 있을까.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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