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2021년 KBO리그는 말 그대로 외국인 사령탑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해다. KBO리그 사상 한 시즌에 외국인 감독 3명이 재임하는 건 최초의 사례다. 하지만, 세 외국인 사령탑이 이끄는 팀들은 모두 나란히 8, 9, 10위로 처져 있다. 물론 외국인 감독이 마법사는 아니다. 그들은 요리사다. 좋은 재료를 받아야 하고, 요리가 완성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 구단의 지원과 현장과 협의한 방향성을 짚어보는 게 중요하다.

롯데 서튼 감독(왼쪽)이 포수 지시완(오른쪽)과 승리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롯데 서튼 감독(왼쪽)이 포수 지시완(오른쪽)과 승리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2021시즌 KBO리그에선 세 명의 외국인 감독이 벤치에 앉아 팀을 지휘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매트 윌리엄스 감독과 롯데 자이언츠 래리 서튼 감독, 그리고 한화 이글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그 주인공들이다.

하지만, 외국인 사령탑이 있는 세 팀 모두 5월 19일 기준으로 하위권에 처져 있다. KIA는 시즌 15승 22패, 롯데는 시즌 14승 23패, 한화는 시즌 15승 23패를 기록 중이다. 8위 KIA와 7위 키움 히어로즈 간의 경기 차는 어느덧 3경기까지 벌어졌다. 하위권 판도가 확연히 드러나는 흐름이다.

물론 시즌 초반 성적만으로 외국인 감독의 성패를 거론하긴 이르다. 무엇보다 팀 전력 구성이 안 따라주는 가운데 그저 외국인 사령탑만 벤치에 앉혔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마법처럼 해결될 순 없다. 그들은 없는 재료까지 짠하고 만들어내는 마법사가 아니라 좋은 재료를 가져다주면 훌륭한 요리를 만들어줘야 할 요리사인 까닭이다.

단순히 눈앞에 있는 성적을 보는 게 아니라 외국인 사령탑 선임을 통해서 구단이 팀 체질 개선을 어떻게 이어가는 상황이고 향후 장기 계획을 통해 팬들에게 어떤 희망을 주는지가 더 중요하다.


- 극심한 홈런 및 장타 갈증, 강타자 출신 윌리엄스 감독도 어쩔 수 없다 -

윌리엄스 감독은 장타가 부족한 팀 타선의 현실을 인정하고 꾸준한 득점 생산을 위한 타순 고민을 매일 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윌리엄스 감독은 장타가 부족한 팀 타선의 현실을 인정하고 꾸준한 득점 생산을 위한 타순 고민을 매일 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먼저 7위 KIA를 살펴보면 윌리엄스 감독은 부임 2년 차를 맞이해 매일 매일 이기는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부임 당시부터 ‘리빌딩’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자 했던 윌리엄스 감독은 팀 전력 극대화로 ‘윈 나우’에 중심을 둔 스타일이다.

하지만, KIA 구단이 윌리엄스 감독을 뒷받침할 만한 확실한 전력 보강을 최근 2년 동안 진행했는지는 의문이다. 내야수 안치홍과 투수 양현종이 빠져나간 빈 자리가 확연히 느껴지는 까닭이다. 신인 이의리에게 의존해야 하는 국내 선발 마운드와 팀 홈런 11개 리그 최하위로 보이는 전반적인 팀 장타력 저하는 KIA의 쉽지 않은 현실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무엇보다 윌리엄스 감독에게 주어진 팀 타선 전력이 리그에서 최하위에 머물러 있단 점이 눈에 들어온다. 5월 18일 기준 KIA 팀 타격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2.16로 리그 9위에 머무르고 있다. 팀 타율은 리그 7위(0.253)지만, 팀 장타율이 리그 9위(0.330)로 급격하게 떨어진다.

팀 내 홈런 1위(4홈런) 최형우가 빠지자 더 큰 홈런 갈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나마 거포 유망주로서 가능성을 엿볼 포수 이정훈과 내야수 황대인도 여전히 알을 깼다고 보긴 어렵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KIA 구단을 보면 투수 쪽에선 그래도 향후 미래를 책임질 만한 준수한 유망주들이 보이는데 야수 쪽에선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특히 거포 유망주 육성이 실패로 돌아가고 향후 몇 년 동안 외부 영입이 없을 경우 리그 최약체 타선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어려울 것”이라고 바라봤다.

윌리엄스 감독이 도깨비 방망이를 들고 뚝딱 홈런 타자를 만드는 건 ‘야구 만화’보다 더 현실성이 없는 시나리오다. 결국, 윌리엄스 감독 부임 2년 차까지 구단이 어떤 방향성으로 현장을 뒷받침해줬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다가오는 겨울엔 대형 전력 보강이 꼭 있어야 부임 마지막 해를 맞이하는 윌리엄스 감독에게 뒤늦은 취임 선물이 될 수 있다.


- 인내심 부탁한 수베로 감독 "하루아침에 팀이 확 달라질 순 없다." -

당장 보이는 객관적인 팀 타격 지표는 모두 최하위다. 수베로 감독도 시즌 초반 어느 정도 예고된 힘겨운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당장 보이는 객관적인 팀 타격 지표는 모두 최하위다. 수베로 감독도 시즌 초반 어느 정도 예고된 힘겨운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한화 수베로 감독의 처지도 윌리엄스 감독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한화는 팀 타선 WAR(1.25)과 팀 타율(0.24), 그리고 팀 출루율(0.329)과 팀 장타율(0.330) 모두 리그 최하위 지표를 기록 중이다. 팀 wRC+(조정 득점 생산력)에서도 KIA(82.3)와 한화(77)는 나란히 9위와 10위에 올라 있다.

실패하지 않을 자유와 출루율을 강조하는 새로운 바람이 한화 벤치에 불고 있지만, 기본적인 팀 전력 자체가 떨어진 상황이라는 걸 부정할 순 없다. 당장 최하위로 떨어진 팀 성적에 팬들의 답답함은 커질 수 있다. 그래도 한화 구단과 현장이 한마음으로 나아가면서 확실한 리빌딩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단 점은 분명히 긍정적인 요소다.

KBO리그에서 ‘리빌딩’은 사치에 가까운 말이라는 평도 있다. 그래도 한화는 외국인 사령탑 선임과 함께 뼈대부터 새롭게 만드는 과정에 있다. 어느 정도 장기적인 시선으로 구단 시스템 및 문화를 바꾸는 그림을 인내심으로 지켜봐줄 필요도 있다.

수베로 감독은 “감독인 나도 선수들도 팬들이 원하는 것 이상으로 승리를 원한다. 시즌 개막 전 팬들에게 인내심을 부탁한다고 말씀드렸다. 시즌이 시작하고 코칭스태프가 바뀌고 멋진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고 하루아침에 팀이 확 달라질 수는 없다. 팬들에게 약속할 수 있는 건 팀원 모두 언제나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고 100%를 보여드리겠단 사실이다. 인내심으로 조금만 더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전했다.

한화 구단도 수베로 감독과 함께 그려갈 리빌딩 그림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줄 타이밍에 확실한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유망주 육성과 굵직한 전력 보강 두 가지 모두 구단이 한화 팬들에게 보여줘야 할 당연한 의무다.


- 드디어 팀과 현장의 발걸음 일치, 서튼과 롯데 구단이 동행한다 -

서튼 감독은 구단이 걷고자 하는 방향성과 일치하게 걷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사진=엠스플뉴스)
서튼 감독은 구단이 걷고자 하는 방향성과 일치하게 걷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사진=엠스플뉴스)

롯데는 서튼 감독 부임으로 이제야 구단과 현장의 발걸음이 일치할 환경이 만들어졌단 평가가 쏟아진다. 실제로 서튼 감독은 부임 뒤 구단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구단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선수단 기용을 폭 넓게 가져가고 있다.

물론 당장의 승패에 안 좋은 방향으로 흔들리는 여론이 있을 수 있다. 그래도 서튼 감독은 이제 막 부임해 팀을 물려받은 사령탑이다. 비시즌과 스프링캠프를 함께 소화하지 못했기에 당장 성적으로 서튼 감독에게 화살을 쏘는 건 너무 성급한 시선이다.

서튼 감독이 당장 처한 현실은 팀 마운드 안정화라는 숙제다. 롯데는 팀 마운드 WAR(2.58) 리그 최하위로 처져 있다. 리그 팀 평균자책도 5.60까지 치솟으면서 리그에서 가장 안 좋은 지표를 보여줬다. 서튼 감독은 2군에서 오랜 기간 투수 전향 과정을 지켜본 나균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마운드에서 한 가닥 희망을 보여줬다. 나균안은 5월 15일 사직 KT WIZ전에서 첫 선발 마운드에 올라 5이닝 4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서튼 감독의 본격적인 시험대는 2021시즌이 아니라 2022시즌이 될 전망이다. 갑작스럽게 1군 감독으로 부임한 2021시즌에선 팀 분위기 수습과 함께 유망주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에 집중할 시기다. 물론 2021시즌 후반기 깜짝 반격에 성공하는 건 더 좋은 시나리오다.

앞서 말했듯 서튼 감독도 마법사는 아니다. 하지만, 구단이 제공하는 좋은 재료를 잘 활용만 한다면 최근 나균안과 지시완의 활약상처럼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롯데에 딱 맞는 요리사는 서튼이 될 수 있다. 당분간 롯데 팬들도 서튼 감독과의 ‘허니문’ 기간을 느긋한 시선으로 즐길 환경이 만들어졌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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