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시즌 시즌 타율 4할 사수 중인 강백호, 괴물 타자 진화엔 끝이 없다

-상황에 따른 타격 대처 능력 향상 및 1루수 수비 안정화가 큰 성과

-ML 스카우트들의 시선도 긍정적 “김하성 다음은 강백호와 이정후, 타격 능력 의심 여지없어.”

-수비 포지션과 KBO리그 투수 수준, 그리고 김하성 성공 여부는 강백호 ML행 변수

2021시즌 강백호는 괴물 타자가 진화하면 어디까지 무서워질 수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2021시즌 강백호는 괴물 타자가 진화하면 어디까지 무서워질 수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에이 그건 만화 같은 얘기죠.”

상대 수비 시프트를 피하는 타격에 대한 질문에 KT WIZ 강백호가 웃으면서 한 대답이다.

자신의 말로는 만화가 아니라고 했지만, 2021시즌 강백호는 만화 캐릭터 그 자체다. 어떤 상황에서든 어떤 공이든 모두 안타로 만드는 마법을 부리는 까닭이다.

어느덧 시즌 40경기에 가까워졌음에도 강백호는 여전히 시즌 타율 4할을 유지 중이다. 5월 19일 기준 강백호는 2021시즌 37경기에 출전해 타율 0.417/ 60안타/ 5홈런/ 42타점/ 20볼넷/ 출루율 0.479/ 장타율 0.590을 기록했다. 강백호는 wRC+(조정 득점 생산력·100이 리그 평균 수치) 185.9로 NC 다이노스 포수 양의지(185.4)와 함께 리그 타자 ‘투 톱 체제’를 형성했다.

KT 이강철 감독은 시즌 초반 KT 호성적(21승 16패·리그 2위) 원동력 가운데 하나로 강백호의 해결사 능력을 꼽았다.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로 이적한 멜 로하스 주니어의 공백으로 더 집중 견제를 받음에도 강백호는 득점권 타율 0.479로 ‘타점 먹방’을 찍었다.

이 감독은 “올 시즌 강백호를 보면 2스트라이크 전과 후 상황에서 공을 치는 게 다르다. 주자 유무에 따라 풀 스윙과 콘택트 스윙을 다르게 가져가면서 상황 대처 능력이 성숙해졌다. 2스트라이크 이후 대처가 좋아지니까 그만큼 결과도 좋게 나온다”라고 바라봤다.

실제로 강백호의 2스트라이크 이후 콘택트 비율은 82.1%로 2020시즌(76%)보다 향상됐다. 풀카운트 승부 상황에서도 타율 0.579(19타수 11안타 11타점)다. 괴물 타자가 더 진화하려고 노력하면 얼마나 더 무서워지는지를 강백호가 보여주고 있다.


- 개인 아닌 팀이 먼저, 괴물 타자 강백호 진화의 키워드 -

강백호는 시즌 4할 타율을 유지하면서 리그 최고의 타자로 거듭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강백호는 시즌 4할 타율을 유지하면서 리그 최고의 타자로 거듭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강백호의 진화 속엔 ‘개인’이 아닌 ‘팀’을 위한 마음이 들어있다. 어떤 타석이든 풀스윙 히터 스타일 유지를 버리고 상황에 따라 팀 승리를 위한 효율적인 타격을 하고자 하는 변화다. 홈런이나 장타력에 있어선 개인적인 손해를 볼 수 있지만, 강백호는 팀 승리를 위해서라면 달라진 방향성을 기꺼이 받아들이고자 한다.

풀스윙 히터가 원래 내 스타일이지만, 항상 똑같이 그런 타격 자세를 고수해선 안 된다고 느꼈다. 해마다 느낀 걸 피드백하면서 득점권 상황에선 이런 방향성이 좋다고 생각했다. 득점권 타율이 좋은 선배들의 타격 영상을 보기도 하고 질문도 드렸다. 항상 공격적으로 치겠단 자세에서 이제 조금은 차분해진 느낌이랄까. 물론 장타가 줄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우리 팀을 위해선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다. 홈런이나 장타 등 개인적인 목표보단 팀 승리에 집중하고 싶다.” 강백호의 말이다.

강백호는 타격뿐만 아니라 1루수 수비에서도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단 평가를 받는다. 2020시즌부터 1루수 안착을 시도한 강백호는 2020년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으로 1루수 거포 강백호 시대가 시작했음을 알렸다.

이강철 감독은 “(강)백호가 1루수 수비에 굉장히 빨리 적응했다고 생각한다. 1루 방면 병살 타구 송구 처리도 좋고, 좌타자들의 빠른 타구 대처도 발전했다. 나쁜 점보단 좋은 점이 계속 보인다. 외야수보단 1루수 수비가 훨씬 더 낫다. 본인도 외야보단 수비 스트레스를 덜 받는 느낌”이라며 흡족해했다.

물론 강백호는 여전히 1루수 수비가 어렵다면서 괴물답지 않은 겸손함을 내비쳤다.

1루수는 나에게 아직도 너무 어려운 자리다. 연습을 많이 하는데도 희한하게 나한테 이상한 타구가 자주 온다(웃음). 그간 야구를 하면서 내야수 수비를 해본 적이 없어서 적응 기간이 필요했다. 정말 야구가 쉬운 게 하나도 없다. 그래도 고정된 내 포지션에서 계속 연습하면서 경기에 나가니까 실력이 늘어 만족스럽다. 많이 해봐야 실력이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수비는 여전히 어렵다.” 강백호의 말이다.


- 메이저리거 강백호 향한 긍정적인 시선 "김하성처럼 골라 가지 않을까요?" -

1루수로 옮긴 강백호의 수비 포지션이 메이저리그 진출에 변수가 될 수 있단 시선도 있다(사진=엠스플뉴스)
1루수로 옮긴 강백호의 수비 포지션이 메이저리그 진출에 변수가 될 수 있단 시선도 있다(사진=엠스플뉴스)

2021시즌 한층 더 진화한 괴물 타자 강백호가 이 기세를 향후 몇 년 동안 더 유지한다면 메이저리거 강백호도 더는 꿈이 아니다. 강백호는 3년 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내야수 김하성의 사례처럼 포스팅 입찰을 통해 미국행을 타진할 수 있다.

아직 3년여의 시간이 남았기에 섣부른 시선일 수도 있다. 그래도 ‘메이저리거’ 강백호의 실현 가능성을 향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시선은 긍정적이다. 올겨울 5개 이상 구단이 경쟁을 벌인 김하성 영입전처럼 강백호 영입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A 구단 스카우트는 “현재로선 강백호와 이정후 선수가 향후 메이저리그로 진출할 수 있는 유력한 KBO리그 타자가 아닐까 싶다. 특히 강백호는 올 시즌 흐름을 향후 몇 년 동안 계속 유지한다면 김하성 선수처럼 팀을 골라 가는 위치로 올라가지 않을까. 타격 재능이 타고난 데다 올 시즌 상황에 따른 대처 능력까지 더 좋아졌다. 기본적인 피지컬이 좋기에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기대했다.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B 구단 스카우트도 “강백호가 KBO리그에서 정말 잘 치고 있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 다른 구단들도 KBO리그 타자들 가운데선 강백호와 이정후를 김하성 다음 메이저리그 진출 후보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물론 투수보다 타자가 메이저리그 무대 적응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 강백호가 남은 3년여 동안 지금보다 얼마나 더 높은 레벨까지 올라가는 그림을 보여줄지도 중요하다”라고 내다봤다.

메이저리거 강백호가 현실로 이뤄지기 위해선 거쳐야 할 검증의 시간도 분명히 있다. 강백호의 수비 포지션과 KBO리그에서 만나는 투수들의 수준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있었다.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C 구단 스카우트는 “강백호의 타격 능력에 대해선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수비 포지션은 다소 아쉬운 느낌이다. 1루수에 수비 포지션 한정된 것보단 외야수와 1루수를 두루 소화할 수 있단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 특히 우익수 포지션에서 준수한 수비가 된다면 강백호의 경쟁력이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고 짚었다.

메이저리그 아메리칸 D 구단 스카우트는 “냉정하게 말해서 KBO리그 투수들의 수준이 마이너리그 더블 A와 트리플 A 사이에 있을지도 의문이다. 마이너리그에선 레벨이 올라갈수록 더 수준 높은 투수들을 만나면서 검증의 시간을 보내고 메이저리그로 올라간다. 비교적 투수 수준이 떨어지는 KBO리그에서 몇몇 ‘아웃라이어’ 성적을 전적으로 믿고 영입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 물론 강백호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다. 그래도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곧바로 적응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 "메이저리그 꿈이 없다면 거짓말" 김하성과 함께 뛸 강백호를 상상해본다 -

강백호는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강백호는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김하성의 성공 여부도 강백호의 향후 메이저리그 진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간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몇몇 중견급 타자 가운데 메이저리그에서 완벽한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할 만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엔 김하성과 같이 비교적 젊은 나이에 KBO리그를 평정하면서 포스팅 조건까지 갖춘 자원이 주목받고 있다.

앞선 D 구단 스카우트는 “KBO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던 몇몇 중견급 타자가 메이저리그에서 인상적인 결과물을 내진 못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김하성의 성공 여부가 강백호와 이정후의 향후 포스팅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김하성이 성공할 경우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신인 시절부터 1군에서 뛴 젊은 한국 선수들을 포스팅으로 영입하는 게 가격 대비 성공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계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메이저리그를 향한 강백호의 의지가 가장 궁금했다. 괴물 타자가 해마다 발전하려는 이유도 궁극적으로는 꿈의 무대를 향한 도전 의식이 깃들여 있다고 본 까닭이다.

최근 미국에서 뛰는 (김)하성이 형을 보면 연예인을 보는 듯싶다(웃음). 좋은 선배이자 우상이다. 메이저리그에서 꾸준히 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 솔직히 야구하는 선수로서 메이저리그를 향한 꿈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포스팅 기간까지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지만, 부족한 부분을 해마다 채워가면서 조심스럽게 도전하고 싶다. 무엇보다 내가 미국에 갈만한 선수가 돼야 바다를 건널 수 있다. 잘 준비해보겠다.” 강백호의 답변이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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