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8일 걸려 전북 이긴 울산, 포항과의 악연도 끊는다

-2019시즌부터 2년 연속 K리그1 우승 눈앞에 뒀던 울산, 전북전 전·후 만난 포항에 발목 잡혔다

-“울산은 상대팀이 강하게 나오면 움츠러들었다···좋은 기술만으론 정상에 서기 어려워”

-“설명이 필요 없는 동해안 더비, 재미와 결과 모두 잡겠다”

울산 현대가 5월 19일 전북 현대와의 경기에서 4-2로 이겼다. 울산이 전북전에서 승전고를 울린 건 738일 만이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 현대가 5월 19일 전북 현대와의 경기에서 4-2로 이겼다. 울산이 전북전에서 승전고를 울린 건 738일 만이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엠스플뉴스]

얄궂은 운명이다. 738일 걸려 전북 현대를 잡았더니 중요한 순간마다 발목 잡은 포항 스틸러스가 기다린다. 울산 현대 얘기다.

울산과 포항 대결의 다른 이름은 동해안 더비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인정한 K리그 대표 라이벌전이다.

5월 22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2021시즌 두 번째 동해안 더비가 펼쳐진다. 3월 13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올 시즌 첫 동해안 더비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둘 다 패배를 잊었다. 울산은 4월 21일 전북 현대전(0-0)을 시작으로 6경기 무패(2승 4무)다. 5월 19일 전북과의 2021시즌 두 번째 대결에선 4-2로 이겼다. 울산은 전북전 승리로 K리그1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포항은 4월 10일 FC 서울전(2-1)을 시작으로 8경기 무패(4승 4무)다. 5월 18일 수원FC전에선 임상협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4-3으로 이겼다. 포항은 K리그1 5위로 울산과의 승점 차는 6점이다.

2년 연속 K리그1 우승 눈앞에 뒀던 울산, ‘라이벌’ 포항이 2년 연속 발목 잡았다

포항 스틸러스 에이스 송민규(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포항 스틸러스 에이스 송민규(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 현대는 2019시즌부터 2년 연속 K리그1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다. 포항 스틸러스가 울산의 발목을 잡았다.

2019년 12월 1일 울산 종합운동장. 울산은 14년 기다린 K리그1 우승을 자신했다. 2019시즌 최종전 상대인 포항과의 경기에서 무승부만 기록해도 우승할 수 있었다.

포항은 K리그1 5위였다. 울산을 8골 차 이상으로 이기고 3위 FC 서울이 4위 대구 FC와의 최종전에서 패해야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포항이 4-1로 크게 이겼다. 강원 FC를 1-0으로 잡은 2위 전북 현대가 K리그1 3연패에 성공했다. 울산은 전북과 승점(79)이 같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승점이 같으면 다득점을 비교해 순위를 가른다. 전북은 2019시즌 K리그1 38경기에서 72골을 넣었다. 울산은 71골을 기록했다.

“비가 주룩주룩 쏟아진 날이었다. 코로나 시대 전이다. 많은 포항 팬이 울산 종합운동장을 찾았다. 우리 팬이 울산의 우승을 지켜보게 할 순 없었다. 선배들이 ’잃을 게 없다. 후회 없이 해보자‘고 했다. 비를 맞으며 응원하는 팬을 보면서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포항 공격수 송민규의 회상이다.

울산은 2013년 12월 1일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2013시즌 최종전이었다. 울산은 무승부만 기록해도 K리그1 정상에 설 수 있었다. 그런데 0-1로 졌다. 후반 추가 시간 포항 수비수 김원일(은퇴)에게 결승골을 허용했다. 2013시즌 K리그1 우승컵은 포항이 들어 올렸다. 그해 울산과 포항의 승점 차는 딱 1점이었다.

이를 악물었다. 울산은 2021시즌 포항에 강했다. 울산은 승부차기 끝 승리를 거머쥔 FA컵 준결승전 포함 포항과의 네 차례 대결에서 3승 1패를 기록했다. 그런데 딱 한 번 패한 게 K리그1 우승 경쟁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다.

2020년 10월 18일 울산은 포항 스틸야드에서 펼쳐진 포항과의 경기에서 0-4로 크게 졌다. 2020시즌 포항과의 마지막 대결을 마친 울산의 다음 상대는 전북이었다.

같은 달 25일 울산은 2020시즌 K리그1 26라운드 전북전에서 0-1로 패했다. 울산은 석 달 넘게 지켜온 선두 자릴 전북에 내줬다.

2020시즌은 팀당 27경기를 치렀다. 남은 건 최종전뿐이었다. 이변은 없었다. 울산과 전북 모두 승전고를 올렸다. 결국 2020시즌 K리그1 우승은 전북이었다. 울산과 전북의 승점 차는 3점. 승점 동률을 이뤘다면 울산이 K리그1 정상에 설 수 있었다. 울산은 전북보다 8골을 더 넣었다.

새판 짠 울산, 경기 거듭할수록 단단해지고 있다

울산 현대 에이스 이동준(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 현대 에이스 이동준(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 현대는 2020시즌을 마치고 새판을 짰다. 2017시즌부터 팀을 이끌어온 김도훈 감독과 결별했다. 울산은 김 감독의 후임으로 대한축구협회(KFA) 홍명보 전무이사를 선택했다,

선수단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2020시즌 K리그1과 ACL에서 득점왕에 오른 스트라이커 주니오와 이별했다. 특급 조커 비욘 존슨, 주장 신진호, 베테랑 공격수 이근호, 멀티 플레이어 박주호 등도 울산을 떠났다.

그들의 빈 자리는 2019년 K리그1 영플레이어상 수상자 스트라이커 김지현, 2019시즌 K리그2 최우수선수(MVP) 이동준, 오스트리아 축구 대표팀 공격수 루카스 힌터제어, 조지아 국가대표 윙어 발레리 카자이시빌리(등록명 바코) 등으로 메웠다.

주장 완장은 이청용이 찼다. 이청용이 프로에서 주장을 맡은 건 2021시즌이 처음이다. 이청용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여러 팀을 거치면서 훌륭한 주장과 함께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영원한 주장 박지성, 볼턴 원더러스(잉글랜드) 주장이었던 케빈 데이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그들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모범을 보였다. 솔선수범이란 게 무엇인지 행동으로 보여줬다. 선수단에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칠 수 있도록 힘쓰겠다. 코칭스태프, 선수단의 원활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

울산이 2021시즌 순항을 이어온 건 아니다. 3월 13일 포항 스틸러스전(1-1)을 시작으로 3경기 무승(2무 1패)을 기록했다. 울산은 4월 18일 수원 삼성전 0-3 패배 포함 또 한 번 3경기(2무 1패)에서 승리가 없었다.

울산의 고민은 스트라이커였다. 김지현이 울산 이적 후 득점을 터뜨리지 못하고 있다. 2021시즌 K리그1 11경기에서 뛰며 1도움만 올렸다. 힌터제어는 K리그1에 적응하는 속도가 느렸다. 5월 1일 광주 FC전에서야 첫 골을 터뜨렸다. 주장 이청용은 갈비뼈 부상으로 3월 16일 제주 유나이티드전(0-0) 이후 전력에서 이탈했다.

흔들리는 울산을 바로잡은 건 베테랑 미드필더 신형민이었다. 그는 4월 21일 올 시즌 첫 전북전에 주장 완장을 차고 나섰다. 수원전 완패(0-3) 이후 열린 경기였다.

신형민이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건 아니었다. 평소처럼 왕성한 활동량과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거친 몸싸움과 신경전도 피하지 않았다. 전 동료 홍정호와는 충돌 직전까지 갔다. 울산 선수들은 신형민의 투지에 ‘원 팀’으로 똘똘 뭉쳤다.

“울산엔 ‘파이터’가 없었다. 기술이 좋은 선수만 있었다. 울산, 전북에서 뛰는 선수들의 기량 차이는 크지 않다. 누가 태극마크를 달아도 이상할 게 없다. 단, 울산은 전북이 강하게 나오면 위축되는 게 있었다. 좋은 기술만 가지고선 승리를 쟁취하기 어렵다. 선수들이 그걸 알았으면 한다.” 신형민의 말이다.

울산은 전북와의 올 시즌 첫 대결 후 달라졌다. 어떤 상황에서든 포기하지 않는 힘이 생겼다. 울산은 5월 12일 강원 FC전에서 후반 추가 시간 불투이스의 극적인 동점골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16일 수원전에서도 경기 종료 7분을 남기고 터진 설영우의 동점골로 승점 1점(1-1)을 챙겼다.

19일엔 전북을 잡았다. 한교원에게 멀티골을 내주며 1-2로 끌려간 경기를 4-2로 뒤집었다. 울산은 마지막까지 뛰고 또 뛰었다. 전북 선수들이 거칠게 나온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더 강하게 상대 선수들을 몰아붙였다.

고민이 줄고 있다. 힌터제어가 전북전에서 올 시즌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이청용도 그라운드 복귀를 알렸다.

울산이 포항을 만난다. 조현우는 “전북전을 마치고 이틀 쉰 뒤 포항전을 치른다”“빠듯한 감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명보 감독님이 이럴 때일수록 ‘즐기자’고 했다. 홈에서 열리는 동해안 더비다. 재밌고 이기는 경기를 보여주겠다. 팬들에게 무실점 승리를 선물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울산은 전북에 이어 포항과의 악연도 청산하고자 한다.

이근승 기자 thisisspro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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