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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이대호 없이 사는 법을 배워가는 중입니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 기사입력 2021.05.22 09:53:22   |   최종수정 2021.05.22 09:5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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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간판타자이자 최고참인 이대호 부상 이탈 악재

-기존 타자들 회복세, 지시완-나승엽 등 새 얼굴 활약에 기대

-지시완과 호흡 맞춘 프랑코, 두산 강타선 상대 승리로 터닝 포인트

-강속구 유망주 윤성빈의 강렬한 1군 복귀전…롯데 불펜에 새로운 카드 될까

 

입을 굳게 다문 이대호(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입을 굳게 다문 이대호(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앰스플뉴스]

 

21일 잠실 두산전을 앞둔 롯데 자이언츠에 좋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다. 1차 병원 검진에서 별다른 이상이 없다던 이대호가 2차 검진에서 왼쪽 내 복사근 부분 파열 진단을 받았다. 홈런 스윙 직후 인상을 찌푸리며 왼쪽 허리를 부여잡은 순간의 불길한 예감이 현실이 됐다. 금강불괴인 줄 알았던 이대호도 알고 보니 우리와 같은 인간이었다. 

 

회복 기간만 2주가 걸리는 부상이라 장기 공백이 예상된다. 롯데는 이대호가 빠진 첫날인 19일 대전 한화전에서 2대 12로 대패했다. 래리 서튼 감독은 21일 경기를 앞두고 “이대호가 라인업에 없는 게 감독으로서 아쉽다”고 했다. 선수단 리더로서 이대호의 부재도 서튼 감독이 아쉬워한 대목이다. 리그 최하위로 추락한 롯데로선 상상하기 싫은 악몽이 현실로 다가왔다.  

 

이대호 부상 공백? 롯데엔 위기이자 기회다

 

많은 소득을 거둔 21일 롯데의 승리. 프랑코 호투, 한동희 활약, 윤성빈 복귀 등이 수확이다(사진=엠스플뉴스) 많은 소득을 거둔 21일 롯데의 승리. 프랑코 호투, 한동희 활약, 윤성빈 복귀 등이 수확이다(사진=엠스플뉴스)

 

이대호 없이도 롯데가 ‘이기는 야구’를 할 수 있을까. 21일 두산전은 그 가능성을 확인한 경기였다. 

 

이날 롯데는 두산 선발 유희관을 1회부터 무자비하게 두들기며 9대 1로 대승을 거뒀다. 감독 교체 이후 동반 부진에 빠졌던 타자들이 일제히 살아난 게 고무적이다. ‘포스트 이대호’ 한동희가 오랜만에 멀티히트와 홈런으로 펄펄 날았고, 정훈과 안치홍도 중요한 안타를 때려내며 활약했다. 부진했던 기존 주축 타자들이 살아나 제 몫을 해준다면, 공격에서 이대호의 빈 자리를 최소화할 수 있다. 

 

롯데는 기존 체제에서 기회를 얻지 못했던 새로운 얼굴의 활약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21일 경기에선 전임 감독 족쇄에서 풀려난 지시완이 멀티히트와 2타점 1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고, 신인 나승엽도 안타와 볼넷을 하나씩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22일 현재 지시완의 조정 득점창출력(wRC+)은 141.9로 기존 팀 내 1위 이대호(143.2)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대체 이런 선수를 그동안 왜 안 썼는지가 세계 8대 미스터리다. 1루와 3루가 모두 가능한 나승엽의 wRC+도 114.2로 포지션이 같은 한동희(114.1)와 큰 차이가 없다. 앞으로도 이런 활약이 계속 이어진다면, 이대호의 공격 공백을 상당부분 메울 수 있다. 

 

이대호가 붙박이 지명타자로 나오는 상황에선 1군 야수 자원을 활용하는 데 한계가 뚜렷했다. 그러나 이대호 이탈로 지명타자 자리가 비면서 다양한 실험의 공간이 열렸다. 19일엔 김주현을 1군에 콜업해 지명타자로 쓰고 나승엽을 3루수로 기용하는 실험을 했다. 서튼 감독이 “최근 2군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라고 평가한 김주현은 이날 1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21일에는 나승엽이 지명타자를 맡고 김민수가 1군에 올라와 1루수를 맡았다. 이처럼 2군에서 한창 감이 좋은 선수를 올려 바로 스타팅 라인업에 기용하는 게 이대호 부재 기간 롯데의 대안이다. 이 과정에서 기대 이상의 깜짝 스타가 탄생한다면 좋겠지만, 유망주들이 1군 경험치를 먹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주축 선수들이 번갈아 지명타자로 나오면 체력 안배와 컨디션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이대호의 부재는 큰 위기지만 한편으로는 기회도 된다.

 

지시완과 호흡 맞춘 프랑코, ‘미운 오리’ 벗어날까

 

21일 슬라이더 그립 조정과 배터리 교체로 반전 호투를 펼친 프랑코(사진=롯데) 21일 슬라이더 그립 조정과 배터리 교체로 반전 호투를 펼친 프랑코(사진=롯데)

 

야구는 상대보다 많이 득점하거나 적게 실점하면 이기는 경기다. 이대호 이탈로 약해진 타격은, 마운드와 수비 강화를 통해 만회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런 점에서 21일 두산전 외국인 투수 앤더슨 프랑코의 호투는 롯데 입장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이날 프랑코는 두산 강타선을 상대로 6이닝 1실점으로 잘 던져 시즌 2승(2패)째를 거뒀다. 이 경기에서 프랑코는 두 가지 변화를 시도했다. 우선 슬라이더 그립을 살짝 바꿔 그전보다 각이 크고 느린 슬라이더를 던졌다. 미국 시절 주무기였지만 롯데에 와서 제구에 어려움을 겪은 체인지업 구사는 줄였다. 서튼 감독은 등판 준비 기간 두 차례 불펜 세션에서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포수 지시완과 호흡을 맞춘 것도 중요한 변화다. 앞서 프랑코는 강태율과 호흡을 맞춘 3경기에서는 평균자책 3.86로 잘 던졌지만, 김준태와 함께한 4경기에선 평균자책 8.04로 결과가 좋지 않았다. 신중한 스타일인 김준태와 호흡을 맞출 때는 인터벌이 길어지고 볼이 많아져 불리한 볼카운트가 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날 경기에선 공격적으로 투수를 리드하는 지시완을 포수로 붙였다. 결과가 뻔한 선택이 아닌 변화를 통해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내려고 시도했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이날 프랑코는 1회부터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하고, 변화구 구사율을 높여 두산 타선을 제압했다. 1회 투구수 8구, 2회에도 공 10개로 속전속결을 펼쳤다. 

 

변화구 유인구를 못 던지는 건 이전과 똑같았지만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무리하게 변화구를 유인구로 던지는 대신 과감하게 존 안에다 넣었고, 이어진 150km/h대 강속구로 타자의 배트를 끌어냈다. 타선이 세 바퀴를 돈 6회 무사 만루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여기서도 변화구를 잘 활용해 실점을 최소화했다. 제구가 안 되는 투수를 어렵게 어렵게 이끌어 간 지시완의 리드가 빛을 발했다. 

 

잇단 부진으로 한때 교체 얘기까지 나왔던 프랑코의 호투로 암울했던 롯데 선발진에도 희망이 생겼다. 댄 스트레일리-프랑코가 원투펀치를 이루고 박세웅과 나균안이 3-4선발을 맡는다. 서튼 감독은 다음 주 토요일 경기까지 이 4명의 선발투수로 로테이션을 가져갈 계획이다. 

 

노경은이 빠진 자리는 현재 재활 중인 이승헌과 신인 김진욱이 후보다. 만약 이승헌이 5선발로 낙점되면 좌완인 김진욱을 불펜에서 활용할 가능성도 열린다. 도저히 답이 없어 보였던 선발 마운드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보인다.

 

‘152km/h’ 윤성빈의 강렬한 1군 복귀전, 투수는 쓰기 나름

 

윤성빈의 역투(사진=롯데) 윤성빈의 역투(사진=롯데)

 

불펜에서도 기대주 윤성빈이 오랜만에 등판해 1이닝 무실점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제구 난조와 수비 실수로 아찔한 순간도 있었지만, 무너지지 않고 잘 버텨 실점 없이 9회를 마무리했다. 최고구속은 152km/h를 기록했고 빠른 볼의 회전수가 2700 이상의 RPM을 기록할 정도로 움직임도 좋았다.

 

이날 윤성빈은 팀이 9대 1로 크게 앞선 상황에서 등판했다. 못 던지면 팀이 질 수도 있다는 부담에서 자유로운 상황에 기용한 게 포인트다. 제구 불안을 안고 있는 윤성빈이 경기 상황을 신경 쓰지 않고 자기 공을 던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서튼 감독은 “베테랑이건 신인이건 그 선수가 가장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자리에서 기회를 주는 게 내 철학”이라 설명했다. 그는 좌완 박재민을 예로 들어 “처음 1군에 올라왔을 때 스트라이크를 하나도 못 던졌지만, 지난 한화전(19일)에선 큰 점수차에 올라가 실점 없이 잘 던졌다”며 “박재민 개인적으로는 그날 등판이 성공이라 느꼈을 것이다. 그런 게 하나하나 쌓이다 보면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을 것”이라 했다.

 

서튼 감독 부임 이후 구승민, 진명호 등 그간 부진했던 투수들이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우연이 아니다. 스트레일리와 프랑코 담당 포수를 교체하고, 한화전에 약한 박세웅의 등판 일정을 조정한 것도 서튼 감독의 디테일이 돋보이는 대목. 투수가 가장 잘 던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서 좋은 결과를 끌어내고 자신감을 찾게 하는 배려다. 같은 투수라도 누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온다.

 

롯데 관계자는 “이승헌, 최준용, 김진욱, 박진형 등이 복귀하면 지금보다 한층 두터운 마운드를 구축할 수 있다. 이대호가 돌아오기 전까지만 잘 버티면, 부상 선수와 군 전역 선수들이 돌아오는 7월부터 지금보다 더 좋은 야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바라봤다. 이대호 없는 미래를 예행연습하는 지금의 시간이 롯데의 올 시즌과 앞으로에 어떤 결과도 돌아올지 주목된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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